이슈브리프

1. 들어가며

 

2016년 12월 15일 필리핀 수비크만(Subic Bay)으로부터 북서쪽 방향으로 약 50해리 떨어진 수역에서 미국 해군 소속 해양측량선(oceanographic survey ship) 바우디치(Bowditch)호가 회수하고 있던 ‘수중드론(underwater drone)’ 하나가 중국에 의해 압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남중국해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던 미국과 중국 간 대결을 격화시킬 수 있는 사건으로 여겨졌다.1 그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중국이 훔쳐간 드론을 다시 돌려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이 가져라!([W]e don’t want the drone they stole back. – [L]et them keep it!)”고 말했다.2 트럼프의 발언이 있은 후 몇일이 지나지 않은 2016년 12월 20일 양국 간 협상은 순조롭게 일단락되어 중국은 압류했던 수중드론을 미국에 반환했고, 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중국의 미국 수중드론 압류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과 중국은 국제법에 근거한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수중드론 자체의 국제법상 법적 지위는 물론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이 운용되는 경우 이를 규율할 국제규범의 존재 여부조차 분명하지 않다.

미국이 주장했던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는 기본적으로 선박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이므로 선박으로 정의되기 어려운 수중드론도 이러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다. 더구나 ‘군사적’ 목적으로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경우에는 그 연안국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미국 등 해양강대국의 주장에 대한 대한민국의 무비판적인 지지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대한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동의 없이 수중드론을 운용하게 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본 이슈브리프는 수중드론 운용을 규율할 수 있는 현 국제법 체제를 살펴본 후, 수중드론 운용에 관한 국제규범의 확립 필요성을 제기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수중드론이란?

 
(1) 용어의 정리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은 수중드론(underwater drone)을 “해양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자율적인(autonomous) 수중항행기기”라고 정의하고 있다.3 이러한 수중항행기기는 수중드론이라는 이름 이외에도 해양글라이더(ocean glider) 또는 무인수중항행기기(unmanned underwater vehicle, 약칭 ‘UUV’)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수중드론과 구별해야 하는 용어로는 일반적으로 ‘드론’이라고 알려져 있는 공중을 비행하는 무인항공기기(unmanned aerial vehicle, 약칭 ‘UAV’)와 수중이 아닌 수상에서 활약하는 무인수상항행기기(unmanned surface vehicle, 약칭 ‘USV’) 등이 있다.

(2) 수중드론 개발 역사

최초의 수중드론은 1957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4 ‘특별목적수중조사기기(Special Purpose Underwater Research Vehicle)’라 알려진 이 수중드론은 10,000피트까지 내려갈 수 있었고, 네 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었다.5

수중드론 개발은 1990년대 이후 두 가지 큰 동인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동인은 전세계 해양 내부구조를 알아보고자 하는 ‘아르고 프로젝트(Argo Project)’였다.6 이는 해양과학조사를 위한 수중드론 운용을 촉진했다. 두 번째 동인은 1994년 미국 해군이 ‘무인수중항행기기 계획(Unmanned Undersea Vehicle Plan)’을 수립했던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계획을 수립한 이유는 ‘사막의 폭풍 작전’ 중 미국 해군 함정들이 이라크가 설치한 기뢰에 의해 심각한 손상을 입은 이후 혁신적인 대(對)기뢰조치(mine countermeasures)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2003년 ‘이라크 자유 작전’ 중 REMUS(Remote Environmental Monitoring UnitS)급 수중드론이 처음 군사작전에 사용됨으로써 수중드론은 이미 군사적 목적을 위해 사용가능한 상태가 되었다.7 미국은 현재 대(對)잠수함작전 등에 쓰일 수 있는 LDUUV(Large Displacement Unmanned Underwater Vehicle)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이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8

[LDUUV]

Extract from U.S. Navy photo, http://www.navy.mil/management/photodb/photos/150407-N-ZZ999-002.JPG

Extract from U.S. Navy photo, http://www.navy.mil/management/photodb/photos/150407-N-ZZ999-002.JPG

(3) 수중드론의 기술적 한계

수중드론 관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부인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는 바로 ‘전력’과 ‘통신’ 문제이다. 전력 문제는 수중드론이 수중에서 얼마동안 운용될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고, 통신 문제는 수중에서는 기본적으로 통신이 어렵다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통신이 어렵다는 점이 결코 수중드론의 전적인 한계로만은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할 때 은밀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는 통신이 어렵다는 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9

 

3. 중국의 미국 수중드론 압류 사건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주장

 
2016년 12월 15일 중국의 미국 수중드론 압류를 놓고 벌어진 갈등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국의 주장을 살펴보아야 한다. 양국의 주장은 언론 및 정부 공식채널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정리될 수 있다.

(1) 미국의 주장

미국은 무엇보다 사건 발생지점이 ‘국제수역(international waters)’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압류된 수중드론이 선박이라는 전제에서 ‘항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10 이어서 중국이 미국의 재산인 수중드론을 압류한 것은 불법이며, 압류된 수중드론을 정확히 “주권면제(국가면제)를 향유하는 선박(vessel)”이라고 정의했다.11

(2) 중국의 주장

중국은 무엇보다 트럼프가 사용한 ‘훔쳐간 것’이라는 단어가 ‘전적으로 정확하지 않은(totally inaccurate)’ 단어임을 분명히 했다.12 그리고 수중드론을 압류한 이유와 관련하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해군이 수면 위에서 어떤 물체를 발견했고, 이 물체가 지나가는 선박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책임 있고 프로페셔널한 방식으로 식별하고 검증했다는 논리를 펼쳤다.13

(3) 미국과 중국 각각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검토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국제수역’이라는 법적 용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사건 발생지점을 의도적으로 국제수역이라고 부르고 있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항행의 자유 행사를 강조하기 위해 국제수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사건 발생지점은 명백히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되는 수역이다. 더구나 이 지점은 2016년 7월 12일 중재재판소 결정을 통해 유엔해양법협약과 양립하지 않는 개념으로 선언된 중국의 소위 ‘구단선’ 바깥 수역이다. 다시 말해, 사건 발생지점은 미국과 중국 모두 주권적 권리 또는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역이다.

이어서 수중드론도 항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항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주체는 ‘선박(vessel or ship)’이다. 그런데 수중드론 자체가 선박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은 문제의 수중드론을 주권면제(국가면제)를 향유하는 선박이라고 정의하며, 주권면제를 주장했는데 이는 국제법상 주권면제 개념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주권면제는 외국 또는 외국 재산을 ‘재판’관할권으로부터 면제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만약 이 사건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또는 영해에서 발생했다면 문제의 수중드론이 해양과학조사 목적으로 운용되었다는 전제에서 중국은 얼마든지 (문제의 수중드론 운용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면) 수중드론을 압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사건 발생지점이 중국의 주권적 권리 또는 관할권이 행사될 수 없는 수역이었기 때문에 중국이 수중드론을 압류할 수 없었을 뿐이다. 따라서 미국의 주권면제 주장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중국의 주장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단 문제의 수중드론을 압류한 중국 해군 소속 ‘다랑-III(Dalang-III)’급 함정은 미국 바우디치호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감시하고 있었다.14 즉, 바우디치호가 건지고자 했던 수중드론이 미국의 소유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바우디치호가 문제의 수중드론을 회수하려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항행의 안전을 위해 문제의 수중드론을 압류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처럼 미국과 중국의 주장 모두 국제법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수중드론의 국제법상 법적 지위는 물론 수중드론 운용을 규율할 수 있는 현 국제법 체제 자체도 애매하다. 아래에서는 수중드론 문제에 적용될 수 있는 국제법 및 이러한 국제법의 모호한 측면을 고찰하고자 한다.

 

4. 수중드론의 국제법상 법적 지위

 
수중드론이 국제법에 따른 규율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수중드론의 국제법상 법적 지위가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 법적 지위가 결정되면 수중드론 운용에 적용될 수 있는 국제법 체제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미국은 수중드론을 ‘선박’으로 간주하고자 한다. 수중드론이 선박으로 간주된다면 수중드론도 배타적 경제수역을 포함하여 공해에서 선박이 향유할 수 있는 항행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수중드론의 움직임을 ‘항행(navigation)’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수중드론이 상당히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설령 수중드론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지점이 수중드론 내에 프로그램으로 입력되어 있다 해도 해류 등의 영향으로 인해 목표지점에 정확히 도달할 수 있는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15 더구나 수중드론은 사람 또는 재화를 수송하는 수송수단도 아니다.16 그러므로 수중드론은 선박이 아니며, 수중드론이 선박과 같이 항행의 자유를 누릴 수는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0조에는 “잠수함과 그 밖의 잠수항행기기는 영해에서 해면 위로 국기를 게양하고 항행한다.”라는 규정이 존재한다. 이 규정을 참고하여 수중드론을 유엔해양법협약 제20조에 언급된 ‘잠수항행기기’로 취급하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항행기기’를 표현하는 영어 단어인 ‘vehicle’은 사람 또는 재화의 수송을 함축하는 단어이다.17 그러므로 수중드론을 잠수항행기기라 간주하기도 어렵다.

수중드론의 국제법상 법적 지위에 대한 작은 단서는 유엔해양법협약 제258조에서 발견된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58조에는 특정 목적 또는 활동을 위한 ‘과학조사장비(scientific research equipment)’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 용어는 제258조 및 제260조에서 발견되는 과학조사시설(scientific research installation)보다 작은 크기를 가진 물체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유엔해양법협약상 수중드론은 선박 또는 잠수항행기기가 아닌 ‘과학조사장비’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다만 수중드론이 해양과학조사가 아닌 ‘군사적’ 목적으로 운용된다면 현재 수중드론을 법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래에서는 수중드론 운용 목적을 해양과학조사 목적과 군사적 목적으로 나누어 그 운용을 규율할 수 있는 현 국제법 체제를 점검하고자 한다.
 

5. 수중드론 운용을 규율할 수 있는 현 국제법 체제

 
(1) 해양과학조사 목적

해양과학조사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한다면 수중드론은 유엔해양법협약상 과학조사장비로 간주될 수 있고, 이는 해양과학조사 문제를 규율하는 유엔해양법협약 제13부가 수중드론 운용 문제를 규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그럼에도 유엔해양법협약상 상당수 규정들은 모든 국가들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관습법(customary international law)의 형태로 미국 등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닌 국가들을 구속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 제13부에 포함된 규정들은 수중드론 운용 문제를 규율하는 국제법이 될 수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87조에 따르면 해양과학조사의 자유는 공해의 자유 중 하나이다. 이는 국가들이 ‘공해’에서 해양과학조사 목적으로 과학조사장비인 수중드론을 운용할 자유를 향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중드론을 운용하고 있는 수역이 다른 연안국의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면 관련 규정들에 주의해야 한다. 다른 연안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에서 해양과학조사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유엔해양법협약 제245조에 따라 연안국의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해양과학조사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유엔해양법협약 제246조 제2항에 따라 연안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어떤 국가가 해양과학조사 목적으로 다른 연안국의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수중드론을 운용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연안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할 때는 해양과학조사를 규율하는 유엔해양법협약 제13부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2) 군사적 목적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경우를 규율할 유엔해양법협약 내 관련 규정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공해’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것은 공해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연안국의 ‘영해’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것은 그 연안국에 대한 주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인정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군사활동을 하는 것은 항행의 자유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를 충실히 따른다면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정보수집을 위해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대표적인 국가들은,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해양강대국이며, 주된 논거는 유엔해양법협약 제58조 제1항에 언급되어 있는 “이 협약의 다른 규정과 양립하는 그 밖의 국제적으로 적법한 해양 이용의 자유” 개념에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군사활동을 행할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18

특히 미국과 같은 해양강대국은 ① 군사적 목적을 위해 해양에서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는 ‘군사조사(military survey)’, ② 항행의 안전을 위해 수심, 해저의 모양, 해류의 방향 및 세기 등을 측정하는 ‘수로측량(hydrographic survey)’, ③ 해양과학조사를 엄밀히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수중드론이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군사조사 또는 수로측량을 위해 이용되는 경우 이는 유엔해양법협약상 해양과학조사가 아니므로 그 연안국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2016년 12월에 있었던 중국의 미국 수중드론 압류 사건에 관계된 바우디치호가 지난 2001년 3월 대한민국 서해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동의 없이 (배타적 경제수역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군사조사를 한 예가 있었는데, 그 당시 미국은 군사조사가 공해의 자유 행사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19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군사조사, 수로측량, 해양과학조사를 엄밀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견해 또한 존재한다.20 이 견해에 의하면 만약 수중드론을 운용하여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군사조사 또는 수로측량을 하는 경우에도 이는 해양과학조사에 해당하므로 그 연안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중드론을 실제로 운용하는 미국 등이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견해의 실효성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6. 수중드론 운용에 관한 국제규범의 확립 필요성

 
이번 중국의 미국 수중드론 압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과 같이 적극적으로 수중드론을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하여 운용하고자 하는 국가는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수중드론을 운용할 때도 공해의 자유 행사라는 명목 하에 그 연안국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그리고 유엔해양법협약을 살펴 보아도 해양과학조사 목적으로 다른 연안국의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경우에는 연안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들이 존재하나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를 규율할 적절한 관련 규정들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수중드론 개발 및 운용에 적극적인 국가는 다른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수중드론을 운용하면서 그 운용의 목적을 군사조사 또는 수로측량이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군사조사 또는 수로측량의 경우 공해의 자유 행사를 주장할 수 있는 반면에 연안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관련 국제규범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수중드론 운용 목적을 ① 군사조사, ② 수로측량, ③ 해양과학조사로 구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수중드론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깊이, 온도, 염분 등으로 운용 목적에 관계 없이 동일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중드론 운용 국가가 수중드론 운용 목적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그 수중드론 운용이 유엔해양법협약의 규율을 받는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번 중국의 미국 수중드론 압류 사건에서 보듯이 설령 연안국이 문제가 되는 수중드론을 압류하여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다 해도 수중드론 운용 국가가 군사조사 또는 수로측량이라 주장하는 것을 반박하여 (수중드론 운용을 현 국제법 체제 하에서 규율하기 위해) 그 운용 목적을 해양과학조사라 단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연안국이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운용되고 있는 다른 국가의 수중드론 운용 목적을 ‘해양과학조사’로 정의하여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이를 규율하고자 하여도 수중드론 운용 국가는 그 운용 목적을 군사조사 또는 수로측량이라 주장하면서 현 국제법 체체의 규율을 회피하고자 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군사적’ 목적으로 수중드론을 운용하는 문제에 관한 국제규범이 확립된다면 이러한 수중드론 운용 국가의 자의적인 운용 목적 정의는 의미 없는 시도가 된다. 이 점이 바로 ‘군사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중드론 운용에 관한 국제규범 확립이 필요한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7. 수중드론 운용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입장

 
대한민국도 현재 활발히 수중드론을 개발하고 있으며, 개발된 수중드론을 시험적으로 해양과학조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수중드론 강국이 되는 것은 장려되어야 마땅한 일이나 문제는 대한민국이 군사조사 또는 수로측량을 이유로 다른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그 연안국의 동의 없이 수중드론이 운용될 수 있다는 미국 등 해양강대국의 입장을 지지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차원에서는 미국 등 해양강대국의 입장을 지지할 수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입장을 취할 경우 중국, 일본 심지어 러시아까지도 대한민국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조사 또는 수로측량을 할 수 있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은 군사조사, 수로측량, 해양과학조사와 같은 목적에 따른 구분은 수중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만 분석해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

특히 일본은 독도 인근 수역에서 호시탐탐 ‘수로측량’을 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일본이 운용하는 수중드론이 수로측량을 위해 독도 영해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국제법적으로 주권 침해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이 독도 영해에 진입하지 않는 한에서 수중드론을 이용하여 수로측량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련 국제규범의 부재로 인해) 분명한 반박논리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즉, 대한민국은 군사조사는 물론 수로측량을 위해 수집된 데이터와 해양과학조사 목적으로 수집된 데이터가 명확히 구분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대한민국 영해는 물론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다른 국가의 수중드론은 운용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입장 표명은 하나의 강력한 국가관행(State practice)이 되어 ‘군사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중드론 운용에 관한 국제규범 확립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이기범
이기범

연구부문 /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