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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미국의 첫 번째 대선 토론이 막을 내렸다. 토론 이후 각 선거캠프의 스핀닥터(spindoctor)들은 물론 각종 언론 매체들은 바쁘게 여러 가지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또는 CNN은 클린턴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여러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들은 트럼프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누가 맞는 것일까? 그리고 첫 번째 토론은 대선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두 후보는 이번 토론을 통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지층을 유지하며 유동유권자들의 표를 끌어 들이거나 상대방 후보의 지지층을 분산시켜야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힐러리 클린턴은 긍정적이고 명확한 정책제안을 거론하여 여성과 소수유권자들의 표를 유지하면서 버니 센더스를 지지하던 18~30세 유권자들의 호감을 유도 하여야 했다. 젊은 세대층의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 불평등, 그리고 늘어나는 학비와 관련된 문제들을 풀어줄 해결책을 제시하는 반면 의심 받고 있는 개인의 신뢰성과 건강에 관한 우려를 해소 해야만 했다. 트럼프는 백인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지하며 젊은 유권자들과 여성 또는 소수인종유권자 표를 끌어오거나 클린턴의 지지층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선택 하였을 것이다. 즉 트럼프는 여성과 소수유권자들이 문제 삼고 있는 여러 인종ㆍ성적 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강경한 이민정책과 현정부에 대한 비난을 통해 기존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는 인상을 남겼어야만 했다. 그리고 클린턴이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주어야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풍부한 경력으로 인해 이번 토론에서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았을 것이고 트럼프는 약한 논리와 파격적인 막말발언이 예상 되었기에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낮았을 것이다. 기대치가 낮은 만큼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클린턴에 비해 트럼프가 더 유리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토론은 예상대로 진행되었다.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염두 해 두었는지 트럼프는 토론을 침착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시작하였지만 토론이 15분 정도 지난 이후 개인의 신뢰성과 의도를 문제 삼는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개인 방어 모드로 들어갔다. 트럼프는 경선에서 보던 모습으로 변하였고 동문서답이 계속되었다. 반면 클린턴은 토론 내내 흔들리지 않는 침착한 모습을 보였으나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남기지는 못했다. 장시간 토론을 통해 건강과 관련된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고 개인 신뢰에 관련된 이메일 스캔들에 관한 파문을 개인적 “실수”로 넘겼다. 운 좋게도 클린턴 재단이나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의 외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기대했던 대로 클린턴은 풍부한 국정 경험과 논리 정연한 말솜씨를 선보였고 트럼프는 방송의 달인답게 논리는 부족하지만 재미있는 쇼를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표1) 토론 내용 분석

제임스 김1

토론 내용을 분석하여 살펴보자. 클린턴은 말을 아끼고 어려운 용어를 피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보인다. 단어 수는 3,435자에 글자는 35,604로 트럼프의 단어수인 4,615자와 글자수 46,049 보다 적다. 클린턴의 발언 내용 깊이를 보면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수준이었다. 트럼프의 초등학교 6학년 수준에 비하면 높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젊은 유권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는 예상대로 쉬운 용어를 선호 하였지만 할 말이 많았다. 그만큼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워드 순위로 비교해 보면 클린턴은 초점을 “우리”(our) 또는 “생각”(think), “사람”(people), “도널드“(Donald) 그리고 “필요”(need)에 두었다. 소유격복수명사인 “우리”라는 단어는 클린턴이 대중들과 하나라는 이미지를 남긴다. “생각”이나 “필요”는 토론 내용에서 정책 제안과 관련된 긍정적인 자세를 의미 한다. “도널드”라는 단어는 상대인 트럼프를 향한 발언들이다. 상대방을 향한 부정적인 발언도 섞여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경우 “나라”(country)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여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테마를 강조하였다. 소유격복수명사인 “우리”(our)와 인칭명대사인 “그들”(them/they’re)을 함께 사용하여 “친구”와 “적”을 구분하는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하였다. 명령문인 “보라”(look)에서는 직설적인 트럼프의 연설 스타일이 나타나기도 했다.

(표2) 키 워드 분석

제임스 김2

이러한 두 후보의 대화 방법은 짧은 문장에서도 볼 수 있다. 클린턴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강조하는가 하면 트럼프는 이것 외에도 “법과 규칙” 또는 힐러리의 약점을 지적하였다.

(표3) 문장 분석

제임스 김3

전반적으로 클린턴은 이번 토론에서 대통령다운(“presidential”) 모습을 선보였지만 유동유권자의 표를 크게 움직일만한 결과를 내지는 못한것으로 판단된다. 18~30세 유권자들이 중요히 생각하는 경제적 불평등 또한 일자리 창출에 관해 새롭거나 구체적인 정책제안이 없었다. 부유층의 세율을 올린다는 발언이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늘린다는 말로는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 것이다.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협의한 NAFTA가 거론 될 때 이 협상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지금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유권자들이 느끼는 바와 다르다. 아직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 할 지 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클린턴을 지지해야만 하는 새로운 정보나 이유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이나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사회적 차별이나 갈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 “법과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두 후보는 각자의 지지층을 넓히기는커녕 상대방의 지지층을 분산시키거나 유동유권자들이 상대방을 지지 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이번 토론은 트럼프에 대한 낮은 기대로 시작부터 트럼프에게 유리 하였으나 그 기대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하였고 클린턴 역시 높은 기대를 만족시키는 정도로 끝이 났다. 클린턴은 정교한 말솜씨로 자신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하였으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유권자들은 기존정당정치에서 벗어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는 것이지 클린턴의 실력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토론을 통해 클린턴은 자신의 지지율을 조금 올릴 수는 있겠으나 대선의 큰 판세는 바뀌지 않았다고 보인다.

* 본 글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J. James Kim
J. James Kim

워싱턴 사무소, 연구부문 / 미국연구프로그램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미국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