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1. 서론: 위기를 다루는 국제사회의 담론

국가 중심의 전통적인 안보 개념에서 보다 확장된 안보 연구의 기틀을 마련한 코펜하겐 학파의 안보화(securitization) 이론에서는 안보 위기를 객관적으로 실제하는 어떤 조건이기 보다는 현존하거나 잠재하는 위협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성하는 정치적 담론으로 정의한다. 현대사회에서의 안보 문제는 안보 주체가 안보 위기를 인식하고 쟁점화하는 담론들을 통해서 구성된다는 의미이다.

안보의 문제가 실재보다는 인식과 담론의 문제라는 점은 실제로 현대 사회에 안보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 문제들이 과거와는 달리 탈인간화, 탈물질화되거나 국가의 관리 영역을 뛰어넘는 국경초월적 성격을 지니게 된 것과도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위기에 대응하고 관리해 왔던 물질적이고 국가중심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야만 해결과 대응이 가능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구조적으로 그러한 대응 체제를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계를 자각하고 미래 사회와 국제관계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위기 요인으로 인식되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은 곧 우리 국가나 국제사회가 대비해야 하는 문제영역들에 대한 미래 전략에 대한 논의와 직결되어 있다.

WEF의 <세계위기보고서 (Global Risks Report)>는 전세계 지식인, 전문가,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의 여론조사(Global Risks Perception Survey)를 통해서 향후 10년을 감안할 때 예상되는 국제적 위기 요인들을 선정하여 담론화 하고 있다. 개별 국가나 국제연합(UN)과 같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제기구가 아닌 비영리 국제민간기관에서 주관하는 범국제적 위기의 예측인 만큼, 국가이익과 같은 정치적 관점이 아닌 인류의 문명적 보존과 인간안보 측면에서의 위기 관리 및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알리는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한국의 입장에서는 확실한 중견국가로의 도약을 바라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와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국제적 위기에 함께 대응하고 협력하기 위한 담론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그 가치와 국제협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미래 위기 인식에 나타난 쟁점 이슈들과 담론들이 우리의 외교 아젠다 설계에 반영되어야만 한다.

 

2. 2019년 및 미래 국제적 위기 요인의 예측

2019년 1월 15일 공개된 <WEF 세계위기보고서 2019>에 따르면, 전세계의 지식인, 전문가,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은 2019년 한 해 동안 더욱 심각해질 국제적 위기 요인들로 강대국들 간의 경제적, 정치적 긴장 관계, 자유주의 무역의 퇴보, 사이버 테러 관련 문제들, 포퓰리즘, 가짜뉴스, 정치적 양극화 등을 예측하고 있다.

<표1>  2019년의 국제적 위기 요인 예측

표1. 2019년의 국제적 위기 요인 예측

2019년 한 해 동안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위의 위기 요인들 대부분은 국가안보나 경제적 위기와 관련되어 있으며, 예년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해부터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브렉시트 이후 지속되고 있는 자유주의 질서의 약화, 사이버테러는 물론 암호화폐 등장 이후 제기되고 있는 사이버 경제 및 안보 관련 위기 등 대부분은 이미 정치적, 경제적으로 국가이익과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왔던 위기 요인들이다. 개인이나 국가의 일상적인 이익보다는 거시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기후변화 역시 2019년의 위기 요인으로 10위에 선정되기는 했지만, 2019년 한 해 동안 여타 정치, 경제적인 위기 요인에 비해서 큰 위협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 오게 될 국제적 위기 요인들에 대한 인식은 2019년 한 해 동안의 위기 요인 예측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일 국제사회의 응답자들은 올해 동안이 아닌 향후 10년간 가장 발생가능성 (likelihood)이 높은 국제적인 위기 요인들을 (1) 기상이변 (Extreme weather events), (2) 기후변화 대응(감축 및 적응) 실패 (Failure of climate change mitigation and adaptation), (3) 자연재해 (Natural disasters), (4) 정보데이터 사기 및 절도 (Data fraud or theft), 그리고 (5) 사이버테러 (Cyber-attacks) 순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향후 10년간 발생 시 가장 큰 영향력(impact)을 지닌 위기 요인은 (1) 대량살상무기 (Weapons of mass destruction), (2) 기후변화 대응(감축 및 적응) 실패, (3) 기상이변, (4) 수자원 위기, 그리고 (5) 자연재해 순으로 선정하였다.

<표2> 미래의 국제적 위기 요인 예측

표2. 미래의 국제적 위기 요인 예측

국제사회가 예상하는 미래 위기 요인들은 대부분 국가안보나 지정학적 위기보다는 인간안보와 범국제적 위기의 성격을 지닌다. 2019년 한 해 동안의 심각한 위기 요인이면서 향후 10년 동안에도 지속적인 위협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사이버(cyber) 관련 문제들이다. 그 외의 주요 미래 위기 요인들은 현존하는 위기의 인식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국가와 지정학을 넘어서는 위기 관리가 필요한 난민과 질병 등과 같은 사회적 위기나 지금까지 인류사회가 겪어보지 못 했던 문명 파괴적인 잠재성을 지닌 환경 관련 위기가 다수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상이변, 기후변화, 자연재난, 수자원, 생물다양성 문제 등 아직까지는 범세계적으로 국가이익이나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지 않지만 과학적 실험과 예측, 그리고 국지적 사례들의 실증을 통해서 그 잠재적 위협성을 경험했던 비전통적 안보 위기들이 미래 위기 요인들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3. 최근 10년 간(2010-2019) 예측된 미래 위기 요인의 분석

국제사회의 미래 위기 요인에 대한 최근 10년 간의 인식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발생했던 금융위기의 여파로 2010년대 중반까지는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이 향후 발생가능성(likelihood)이 높은 국제적 위기를 예측하는데 크게 반영되어 있다. 국제사회가 가졌던 미래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은 2015년을 기점으로 환경에 대한 위기 인식으로 급격히 전환되었고, 2017년 이후부터는 사이버와 정보 관련 위기 요인들에 인식도 커지고 있다. 환경 위기의 내용 역시 2010년대 초반에는 주로 수자원 부족에 관련된 위기 인식이 컸지만, 파리협정이 체결된 2015년을 전후하여 기상이변, 자연재난, 기후변화 등 보다 근원적인 환경 위기의 향후 발생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표 3> 최근 10년 간(2010-2019) 미래 위기 요인에 대한 인식

표 3. 최근 10년 간(2010-2019) 미래 위기 요인에 대한 인식

향후 위기 발생시 국제사회에 미치게 될 영향력(impact)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2015년부터 국제사회는 경제보다는 환경에 대해 보다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위기 발생시 그 영향력에 대한 불안감은 기상이변, 기후변화, 그리고 수자원 문제와 같은 환경적 위기들과 대량살상무기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과거 환경적 위기 요인으로 꼽혔던 수자원 문제가 2015년부터는 사회적 위기 요인으로 분류되었음을 감안할 때, 최근 수년 간은 기상이변, 기후변화, 자연재난, 수자원 문제 등 환경적 위기는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미래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위기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에서 주목할 것은 미래 위기 요인들 중 큰 영향력 지닌 지정학적 위기는 환경이나 경제적 위기에 비해서 국제사회가 큰 불안감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최근 들어 대량살상무기의 영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과 핵개발 프로그램이 2012년 광명성 3호를 시작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개발과 결합하며 한반도의 문제가 지역을 넘어 국제적 문제로 확장된 것과도 관계가 있다.

<표 4> 미래 위기 요인에 대한 인식 (최근 10년 간의 자료에 가중치 적용)

표 4. 미래 위기 요인에 대한 인식 (최근 10년 간의 자료에 가중치 적용)

최근 10년 간 국제사회의 위기 요인에 대한 인식은 매년 선정된 위기 요인의 선정 순위를 고려하여 가중치를 주었을 경우 더욱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의 자료에서 1위에서 5위로 선정된 미래 위기 요인들에 순서대로 각각 5점에서 1점의 가중치를 적용하여 합산할 경우, 환경적 위기는 그 발생가능성과 영향력에서 국제사회의 최대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환경적 위기는 향후 발생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향후 위기 상황의 발생 시, 대량살상무기, 기후변화 대응 실패, 그리고 재정위기 순으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는 사실상 최근 국제사회가 인식하는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위기 요인이며, 각 국가들이 지닌 재정위기 문제는 가장 큰 경제적 영향력을 지닌 위기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4. 결론: 국제사회의 미래 위기에 대한 인식이 지니는 의미

2019년에 예상되는 위기 요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곧 현존하는 위기에 대한 평가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래가 아닌 현재 국제사회의 질서, 국가의 안보, 사회의 이익, 그리고 개인의 안녕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지되고 있는 위기 요인들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10년 동안의 발생가능성과 그 영향력을 가정하고 있는 미래 위기 요인에 대한 인식은 현재 인지되는 위기 요인들 중 그 위협의 잠재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10년전인 2010년 예측했던 향후 10년간의 위기 요인들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의 위기 요인들이 아닌 경우가 있다는 것은, 미래의 위기 인식은 실재하는 위기 요인의 잠재성을 현재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인간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未來”)이 아니라 이미 발생하고 있는 것(“The future that has already happened”) 안에서 미래에 대한 판단 준거를 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Peter Drucker 1989).

모든 분야의 국제적 위기 요인들이 국경초월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주권과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관리되지 못 할 수록 국제사회는 위기 의식을 갖게 된다. 국제사회가 기상이변, 기후변화, 자연재난 등의 환경적 위기 요인들을 발생가능성이나 영향력 측면에서 가장 큰 미래의 위기로 인식하는 것은 환경적 위기가 여느 쟁점 이슈보다 비전통적이고 탈물질적이며 국경초월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국가의 거버넌스를 벗어난 대표적인 위기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 간 그 발생가능성에 대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는 사이버 및 정보데이터 관련 위기 요인들 역시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 하는 국제 거버넌스의 한계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국제사회의 미래 위기 인식은 다양한 영역에서 현존하는 국제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한 위기를 진단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사회는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같은 지정학적인 문제나 재정, 자산 등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들의 위기상황들을 국가들 간의 협력이나 국가 거버넌스의 재정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다. 전쟁이나 강대국의 몰락이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위기 요인 관리의 실패에 따른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위기 요인에 대한 대처가 새로운 번영의 기회가 될 수 있음도 경험했다. 현재 국제사회가 가장 큰 미래 위기 요인으로 꼽는 기상이변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범지구적 환경 위기들은 미증유의 위기라는 점에서 더욱 큰 위기로 인식될 수도 있다.

국제적 위기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는 결국 국제협력을 통해서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다. 탈냉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국제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공통의 이념으로 국제사회에 희망을 주었었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약화되고 모범적이었던 유럽의 통합주의마저도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 국제사회는 미래 위기 요인들에 대응하는 과거와는 다른 자기주도적(self-enforcing) 국제관계를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제관계에서의 정치적, 외교적 역할이 경제적, 사회적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중견국가들의 경우 국제적 위기 대응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서 국가적 역량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보다 큰 미래의 위기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환경적 위기나 사회, 기술적 위기들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미완의 국제 거버넌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들의 역할에 보다 큰 기대를 갖고 있음을 주지해야만 한다. 이에 지역적 이익을 벗어나 우리와 같은 외교적 지향점을 지닌(like-minded)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것을 우리 외교의 중점에 두어야만 한다. 아울러 최근 한국의 외교나 국제관계의 전개에서 국제사회의 미래 위기 인식이나 잠재 위협의 쟁점들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와 관심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미래지향적 외교력 향상이나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의 외교적 목표를 위해서 반드시 재고되어야만 한다. 물론 국제사회와 우리 사회의 위기 인식 간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우리의 외교 아젠다가 국제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미래 위기와 안보위협의 담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장 높은 국제적 관심을 갖는 위기 요인들에 대한 전략적인 관심은 가장 효과적으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위기 인식과 담론이 기후변화, 자연재난, 기상이변 등의 환경적 위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곧 우리의 외교적 노력도 이에 상응할 수 있어야만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적어도 기후변화 외교와 국제협력에서는 국제사회를 이끌었던 경험도 있다.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녹색기후기금(GCF)이나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같은 외교적 자산들이 그 결과이며 동시에 미래를 위한 외교적 도구이기도 하다. 비록 그 발생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발생 시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가장 위협적으로 여기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위기 인식과 담론의 발생원에는 한반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가 이미 국제적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의 관계 개선에 있어 반드시 보편적인 국제적 위협 인식을 고려하면서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핵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루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최현정
최현정

글로벌거버넌스센터, 홍보실, 대외협력팀

최현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글로벌거버넌스센터를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 선임행정관(2010-2013) 및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2008-2010)을 역임하였고,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연구위원(2008), IT전략연구원(現 한국미래연구원) 연구위원(2006), 일본 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2003-2004), 공군사관학교 국방학과 교수요원(1995-1998)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기후변화,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 모델과 산업정책, 국가미래전략, 개발원조 등이다. 연세대학교 국제대학(UIC)에서 비전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Green Growth for a Greater Korea: White Book on Korean Green Growth Policy, 2008~2012 (Seoul: Korea Environment Institute, 2013)가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미국 Purdu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