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硏, ‘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 리포트 발표

보도자료 - 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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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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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硏, ‘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 리포트 발표

 

아산정책연구원이 12월 18일(금), 고명현 선임연구위원의 리포트 ‘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을 발표했다. 리포트는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이 어떻게 강대국 간의 갈등, 특히 미-중 간의 지정학적 경쟁을 격화시키는지를 조명한다.

고 위원은 지금이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이 탄소에서 데이터로 빠르게 이전하는 전환기이며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의 경쟁국들은 이러한 변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서는 영원한 동맹도 없어 빅데이터인 개인정보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의 갈등도 첨예하다고 고 위원은 말한다. 신지정학은 기존의 지정학적 갈등이 과학기술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심화되는 것을 말하며 과학기술이 촉매 역할을 하는 신지정학적 갈등은 사이버공간에서 더욱 잘 발현된다고 고 위원은 설명하였다.

고 위원은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의 원인도 짚었다. 중국은 개방된 사이버공간을 중대한 체제위협으로 여기기에 미국이 만든 중앙집중화를 지양하고 익명성을 보장하는 사이버 기술표준과 규범을 국가주도 통제가 용이한 것으로 대체하려 하며, 일대일로 등을 이용해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미-중 간의 근본적 갈등은 국제기구와 사이버 규범을 둘러싼 충돌과 화웨이 제재 등 미-중 ‘디커플링’의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고 위원은 지적하였다. 끝으로 고 위원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사이버 국제규범의 주도권을 쥐는 쪽에서 패권을 독점한다는 위기의식이 미-중을 실존적 “제로섬” 경쟁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별첨: ‘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 리포트 목차
*보고서 관련 문의:
고명현 선임연구위원 02) 3701-7301, mhgo@asaninst.org

 

목차

서론: 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 – 5 –

패러다임의 전환: 탄소에서 데이터로… – 12 –

탄소경제의 종말… – 12 –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 15 –

개인정보의 경제적 활용과 논란… – 18 –

주요국의 개인정보정책… – 22 –

미국: 데이터 이동의 자유… – 22 –

중국: 국가가 통제하는 개인정보… – 23 –

유럽연합: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이터 무역… – 26 –

중국과 유럽연합: 디지털 주권의 등장… – 29 –

사이버공간의 이념 갈등… – 32 –

사이버공간의 불안정성: 강대국 간의 갈등… – 32 –

분쟁영역이 사이버공간: APT 정보전… – 35 –

사이버 외교와 국제협력: 사이버 규범 도출의 실패… – 40 –

사이버 외교의 지정학… – 46 –

사이버 규범의 전장: 국제기구와 지역 기구… – 46 –

사이버 외교의 갈등전선: 기술패권… – 52 –

미국의 반격: 수출통제체제를 통한 대중제재… – 56 –

결론: 사이버공간의 지정학화(Geo-politicization) – 61 –

한국에 대한 함의… – 66 –

참고문헌… – 70 –

아산리포트_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_앞표지

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

서론: 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

오늘날 세계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격동기를 겪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이를 뒤 이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지난 4년간 국제정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엔 등 미국 스스로 구축한 다자간 국제질서 체제를 현직 미 대통령이 앞장서 훼손하고 한미동맹을 포함해 기존 동맹관계를 부정하는 전례 없는 상황 앞에서 크게 요동쳤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국은 다시 동맹 중심의 외교안보 노선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혼란이 야기한 국제정세의 여진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자초한 혼란 외에도 국제사회의 혼란과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안보 및 경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축적한 과학기술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대등한 경쟁을 추구하며 러시아는 사이버공간의 개방성을 이용하는 비대칭 정보전을 벌여 서방세계의 자중지란을 유도하고 있다.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경쟁이 야기한 국제 갈등은 과학기술이 그 촉매 역할을 하여 지정학적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는 데 일조한다. 경쟁국과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맹렬히 추격하는 중국은 둘 다 고도화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전략을 추구한다. 미국이 첨단 군사력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3차 상쇄전략(Third Offset)을 내세운다면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로 상징되는 기술굴기에 집중한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업인 화웨이(Huawei)를 제재하는 것은 시진핑의 역점사업인 일대일로의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road)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019년 말 발간한 ‘아산 정세전망 2020: 신지정학‘은 작금의 강대국 간 갈등이 전통적 지정학적 경쟁에서 “과학기술이 창출해낸 새로운 국경”을 따라 확산되는 하이브리드 지정학으로 진화하였다고 말한다. 즉, 기존의 지정학적 갈등이 과학기술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심화되는 것이 신지정학이다. 신지정학적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사이버공간에서 더 쉽게 나타난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충돌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무력충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신 갈등의 전선은 확대되고 충돌의 유형은 다양해진다. 현재 과거 냉전 때와 같이 양 진영 간의 완전한 단절은 아직 없지만(Trenin 2014) 절대적 기술우위를 노리는 강대국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기술, 데이터, 인터넷 거버넌스를 둘러싸고 전방위적으로 강대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념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사이버공간에서의 갈등을 “실존적 투쟁”으로 간주하는 기류가 강대국 간에 강해지고 있다.

빠르게 분쟁영역화 되고 있는 사이버공간은 강대국 간의 갈등이 확산되는 신지정학이 발현되는 공간이자 동시에 촉매제이다. 전통적인 영토 분쟁이었던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충돌은 신지정학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이 지지하는 개방되고 자유로운 인터넷이 실제로는 정권교체를 위한 심리전 도구라는 러시아의 강한 의구심이 작용했다.1 전통적 우방이던 세르비아와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권들이 서방의 지지를 받는 시민혁명에 의해 전복되자 러시아가 반격 차원에서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의 사회, 문화, 경제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국가 간 역학관계마저 변화시켰다. 신지정학적 갈등의 구조적 원인은 4차 산업혁명으로 수렴되는 첨단과학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현대사회의 경제 구조를 탄소경제(Carbon Economy)에서 데이터경제(Data Economy)로 빠르게 전환시키며 국가전략의 우선순위도 바꿨고 강대국 간의 핵심적 갈등 요인을 영토와 천연 자원 확보에서 과학기술과 데이터로 변화시켰다. 경제발전의 핵심자원이 탄소 기반 에너지에서 무형의 데이터로 넘어가면서 오늘날 국제관계 갈등은 석유가 아닌 데이터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배경에는 오늘날 인류가 쏟아내고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있다. 매일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는 동영상, SNS 메시지, 블로그 등 개인정보, 인터넷 서비스(예: 위치기반 서비스와 온라인 쇼핑) 사용 중 파생되는 메타데이터(metadata), 그리고 이제는 컴퓨터와 각종 네트워크化된 기기들이 서로 통신하면서 만들어내는 센서(Sensor) 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이른바 빅데이터로 통칭되는 이러한 데이터는 연 60% 폭증하고 있으며, 2025년도에는 2020년도 수준의 10배가 넘는 데이터 총량이 생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가용가능한 빅데이터의 대부분은 개인정보에서 파생된다. 흔히 빅데이터로 규정되는 온라인 쇼핑, 위치기반정보, 사진과 동영상의 메타데이터가 개인정보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종류의 데이터들은 지난 20년 동안 인터넷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을 뒷받침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잘 알려진 인터넷 대기업들의 사업 모형은 모두 개인정보에 기반한다.

인터넷과 빅데이터로 인해 개인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급성장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는 단순히 사생활 보장의 차원을 넘어 중대한 경제안보적 이슈가 되었다. 2019년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였던 앤드류 양(Andrew Yang)은 인공지능 개발에 투입되는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대가를 개인이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2  이렇듯 개인정보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자원으로 부상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관리와 활용이 중요해졌다. 현재 각국은 사생활 보호라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되던 개인정보의 경제적 잠재력을 깨닫고 이를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 중이며, 최근 통과된 한국의 “데이터3법”도 사생활 보호보다는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 주도의 개인정보 통제와 배타적 상업적 활용은 중국과 유럽연합이 각각 “사이버 주권”과 “디지털 주권”을 내세우는 배경이기도 하다. 유럽연합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과 중국의 사이버보안 관련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의 자유로운 국외이전을 막는다. 이러한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정책은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고 데이터 현지화를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과 충돌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사업모델은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의 무제한 수집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과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에 데이터 현지화를 반대하는 규정을 삽입하였다.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의 이해와도 상충되는 미국의 데이터 정책은 경쟁국의 반발을 유발해 사이버공간의 주권화와 데이터 경제의 블록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갈등은 미중 관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발현된다. 미국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유럽연합과는 달리 중국은 주요국가 중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이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사이버 정책은 단순히 외부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기술 발전이 목적인 산업정책의 성격도 띈다. 중국은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IT 대기업을 자국 시장에서 밀어내고 대신 자국 기업 중심의 빅데이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였다. 바이두(Baidu), 텐센트(Tencent), 알리바바(Alibaba) 등 주요 중국 IT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각각 대체하였고 10년이 지난 현재 원조 미국 기업들을 거의 따라잡은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현재 중국 “카피”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미국 “원조” 기업들 턱밑까지 따라온 상태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자국 인터넷을 전체 인터넷에서 분리하는 정책을 실행 중이다. 러시아는 RuNet이라는 유사시에 자국 인터넷을 전체 인터넷에서 분리할 수 있는 국내용 인터넷 도입을 완료했으며 중국은 현재 사용되는 인터넷 통신 프로토콜인 TCP/IP 대비 중앙집중적 통제를 용이케 하는 “뉴IP”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통신 프로토콜을 개발하였다. 이 신기술의 범세계적 채용을 위해 중국이 유엔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은 사이버 국제규범을 주도하기 위해 어떻게 중국이 국제기구를 장악하고 공공외교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이버공간의 분리와 국가주권화를 추진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행동은 과학기술과 경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개방된 인터넷 환경이 절실한 미국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미국은 사이버 주도권에 대한 도전을 세계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국제규범, 기술, 영역을 연계하는 신지정학적 방식으로 경쟁국의 도전에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18년 미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 사이버 전략”(National Cyber Strategy)에서 공개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사이버공간을 분열시키고 국제규범을 악용하는 국가들로 규정하였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산업이 전무하다시피 한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 제조 2025” 등의 계획을 통해 5G, 인공지능, 첨단소재 등 분야에서 신기술을 선점해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중국에게는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사이버공간 분리 행동에 대해 중국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과 첨단기술 및 부품 이전을 차단하는 경제-기술적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맞대응한다.

최근 중국의 거대 IT기업인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간의 충돌 또한 단순히 네트워크 보안을 둘러싼 문제가 아닌 신지정학적인 갈등의 한 예로 봐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의 최대 전략사업인 일대일로 계획(BRI: Belt and Road Initiative)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위상을 이해해야 한다. 5G와 인터넷 네트워크 설비를 생산하고 기업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상당수 중국 IT기업 중에서 유독 화웨이가 미국의 집중적 견제를 받는 데는 화웨이가 중국 국영기업인 차이나 텔레콤과 함께 일대일로의 사이버 버전인 디지털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핵심행위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화웨이와 차이나 텔레콤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통제하는 기업이라고 미 국방부가 지목한 바 있다. 화웨이는 남아시아와 인도양 지역에서 인터넷 기간망인 해저 광케이블 부설과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차이나 텔레콤은 디지털 실크로드의 데이터 이동을 뒷받침하는 데이터 센터 구축을 담당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디지털 실크로드는 단순히 중국의 일대일로를 통한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패권을 위협하는 신지정학적 도전인 것이다.

과학기술, 개인정보, 국제규범 등은 지금까지 전통안보와 무관하거나 하위개념으로만 여겨졌다. 이러한 인식은 역사적으로 국가 간 분쟁이 이념, 영토, 또는 석유 같은 자원을 둘러싸고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랍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고도화된 과학기술이 국가전략을 선도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지정한다. 여기에는 정보통신기술 특유의 유연한 스케일이 작용한다. 정보통신기술은 개인의 세세한 삶부터 초국가단위까지 포괄하는 미세성과 광범위성을 통시에 지닌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의 침투력과 확장성으로 인해 국가안보 취약성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정보전은 미국 정치의 안방까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고 프라이버시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개인정보는 빅데이터 기술 덕에 석유를 능가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10년 사이에 확산된 현상이다. 정보통신기술은 경제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지만 국가 간 패권경쟁의 성격을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동하는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경제의 방향과 본질을 이해해야 국제규범을 둘러싼 패권경쟁, 빅데이터와 개인정보를 둘러싼 서방진영 내 갈등, 그리고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의 충돌 등 새롭게 부상하는 갈등전선이 어떠한 지정학적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사이버공간과 현실공간의 벽이 사라져 가는 오늘날 사이버공간 안팎에서 다차원적으로 발현되는 신지정학적 현상을 살펴보고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목차

서론: 사이버공간의 신지정학

패러다임의 전환: 탄소에서 데이터로
   탄소경제의 종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개인정보의 경제적 활용과 논란

주요국의 개인정보정책
   미국: 데이터 이동의 자유
   중국: 국가가 통제하는 개인정보
   유럽연합: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이터 무역
   중국과 유럽연합: 디지털 주권의 등장

사이버공간의 이념 갈등
   사이버공간의 불안정성: 강대국 간의 갈등
   분쟁영역이 된 사이버공간: APT와 정보전
   사이버 외교와 국제협력: 사이버 규범 도출의 실패

사이버 외교의 지정학
   사이버 규범의 전장: 국제기구와 지역 기구
   사이버 외교의 갈등전선: 기술패권
   미국의 반격: 수출통제체제를 통한 대중제재

결론: 사이버공간의 지정학화(Geo-politicization)
   한국에 대한 함의

참고문헌

 

본 보고서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Quartz. What you need to know about Russia’s election hack and why US senators say it ‘should alarm every American’. December 13, 2016. https://qz.com/860706/russian-hacking-and-the-us-election-why-it-matters-what-it-means-and-whats-next/.
  • 2. CNBC, 2019년 10월 17일. “Andrew Yang: You should get a check in the mail from Facebook, Amazon, Google for your data” https://www.cnbc.com/2019/10/17/andrew-yang-facebook-amazon-google-should-pay-for-users-data.html

 

[세계일보]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어디까지 왔나

동북아 다자협력질서 구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98번
시행 4년차… 이름조차 생소
정부 실질적 의지가 급선무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구상’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98번으로,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질서를 구현하고자 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다. 동 구상은 ‘평화의 축(안보)’과 ‘번영의 축(경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안보협력’으로는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 구축이, ‘경제협력’으로는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 추진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어 있다. 역대 우리 정부는 꾸준히 동북아 지역의 다자협력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구상 또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정책시행 4년차,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구상은 어디까지 왔는가.

유감스럽게도 지난 3년 반을 되돌아보면, 총괄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놀랄 필요도 없이 이름조차 생소한 이 구상은 잘 알려지지 않고, 여태까지 무엇을 이루었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정책을 모든 국민이 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책이 얼마나 알려져 있는가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내실 있게 추진되고 있는가인데, 문제는 정책추진의 불균형이 관측된다는 것이다.

시행 초기 많은 전문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구상의 총괄추진을 위한 조직은 생겨나지 않았고, 3개의 정책은 현재 상호연계 없이 각기 운용되고 있다. 그나마 경제협력을 추진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은 사정이 좀 낫다. 여러 제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등 별도의 조직과 자문단이 생겼고, 구체적인 협력분야와 시행사업이 꾸준히 점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안보협력을 위한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은 정부의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과 지원 속에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결국 많은 전문가의 지적과 우려가 현실이 되어 구상은 존재조차 희미하며,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도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 채 각자도생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일 외교부와 국립외교원 주최로 ‘2020 동북아평화협력포럼’이 개최되었다. 앞서 언급한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의 시그니처회의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어 오프라인보다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여느 때보다도 깊이 있고, 진솔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각 주제에 대한 연사들의 솔직한 의견 교환은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안보협력이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은 감추기 어려웠다. 이 회의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허탈감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준비하신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매정하게 표현하면 유사한 회의들의 범람 속에서 ‘회의를 위한 회의’가 또 한 번 개최되었고, 서로의 이견(異見)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성과, 그리고 다른 회의와의 차별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씁쓸했던 것은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추동력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 축사도, 외교부 장관 개회사도, 책임 있는 당국자 발언도 없었다. 국정과제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사실 이 포럼은 2014년부터 지속하여 올해로 7번째 개최된 회의이다. 포럼의 홍보영상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만을 보여주며 그 역사를 희미하게 만들었지만, 배제된 3년을 포함한 지난 7년의 역사는 훨씬 가치 있다. 활용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주목받은 보건협력도, 나날이 심화하는 미세먼지 문제도 이 회의 의제 중 하나였다. 결국 우리는 이미 가진 플랫폼을 우리 스스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이러한 상황이 지속한다면 결국 역대 정부들에 쏟아졌던 “실체가 없다”,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서 교훈을 얻자. 정권의 성과에 치중하지 말고, 네이밍의 집착을 넘어 국가의 장기추진과제로 설정하자. 이 과정에 정부의 진지함과 실질적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본 글은 2020년 12월 17일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