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硏, ‘민주주의 위기, 국제질서 혼란’ 리포트 13일 발표

보도자료 - 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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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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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硏, ‘민주주의 위기, 국제질서 혼란’ 리포트 13일 발표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한승주)은 1월 13일(수), ‘민주주의 위기, 국제질서 혼란’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 리포트는 20세기 후반 이후 보편적 제도와 질서로 여겨지던 민주주의의 위기와, 이와 함께 진행된 국제질서의 혼란이 언제, 어디서, 어떤 양상을 띠며 나타났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리포트는 먼저 현재 서구 선진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짚어보고,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미래를 전망했다. 2000년대 이후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정치 양극화, 포퓰리즘 확산으로 인해 향후에도 상당 기간 그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음에서는 민주주의 위기와 국제질서 혼란의 관계를 검토했다. 둘의 관계를 원인-결과로 단순화하기에는 다양한 수준의 많은 변수가 얽혀 있었기에 민주주의 위기와 국제질서 혼란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 위기, 사회 불평등, 비(非)서구 국가의 부상 등을 초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약화가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민주주의 위기와 국제질서 혼란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 이스라엘과 인도, 중동을 차례로 다뤘다. 먼저 한국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인의 민주주의 인식 변화를 살펴봤다. 이코노미스트가 민주주의 지수를 바탕으로 한국이 민주주의 정치 환경을 잘 갖춘 것으로 평가한 반면, 한국인의 민주주의 인식은 조사 시기에 따라 널뛰기를 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충분히 성숙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스라엘과 인도는 민주주의가 정착됐던 국가들 가운데 최근 민주주의의 하락이 두드러진 경우였다. 저자는 이스라엘과 인도 민주주의 위기는 포퓰리스트 최고 권력자와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의 결속에 의한 것으로 진단하고, 이들의 연합이 지속되는 한 민주주의의 퇴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중동은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가 중동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했다. 민주주의 국가가 중동에서 동맹∙우방국으로의 매력을 잃으면서 전통적 친미 국가인 터키, 카타르가 권위주의 국가인 이란, 러시아, 중국과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선진 민주주의가 지난 15년간 정치 양극화, 정당체제 쇠퇴라는 구조적 원인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또 이미 허약해진 민주주의 체제들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우유부단한 대처로 취약한 역량을 드러냈고, 사회적 약자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민주주의 회복은 더욱 더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신에 포퓰리즘에 기대 파격적 경기 부양책과 강도 높은 봉쇄 조치를 내린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가 일부 지역에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설명했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권위주의 정권이 포스트 코로나19 시기 닥쳐올 경제 위기, 불평등 등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은 생존을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맥락에서 서구 선진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들이 권위주의로 퇴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별첨: ‘민주주의 위기, 국제질서 혼란’ 리포트 목차
*보고서 관련 문의:
장지향 선임연구위원 02) 3701-7313, jhjang@asaninst.org

 
목차
 
들어가며… – 06 –
 
흔들리는 서구 민주주의: 문제와 전망 |변영학… – 09 –
 
서구 민주주의 위기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혼란 |한인택… – 25 –
 
세계 민주주의 변화 속 한국인의 민주주의 인식 |강충구… – 46 –
 
위기의 민주주의 국가: 이스라엘과 인도에 드리워진 포퓰리즘의 그림자 |성일광… – 61 –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와 중동 지역질서 불안정 |장지향… – 81 –
 
나가며… – 97 –

[아산리포트] 민주주의 위기, 국제질서 혼란_앞표지 (최종)

민주주의 위기, 국제질서 혼란

들어가며

 
1972년부터 전 세계 민주주의 변화를 추적해 온 프리덤 하우스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민주주의가 정착된 25여 개국에서 민주주의 후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 국가에서는 인종 차별주의, 폐쇄적 민족주의,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됐고 표현의 자유, 법치, 정부의 기능이 훼손됐다. 20세기 후반 제3의 민주화 물결 이후 보편적 정치 체제로 각광받던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다.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선동해 자국 민주주의를 약화시킨 대표적 정치 지도자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개인의 국내 정치적 이익 극대화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제도의 문제가 심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수수·배임·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안보를 책임질 결단력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힘입어 야권연대와 연정을 구성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주국가’, 인도는 힌두 민족주의 선동과 무슬림 탄압으로 프리덤 하우스의 세계 자유지수가 2020년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선진 민주주의의 위기는 국제질서 혼란으로 이어졌다. 민주주의 후퇴로 인해 국내 정치 이해관계가 대외정책 결정을 좌우했고, 외교정책이 지지층 결속에 이용되면서 동맹체제는 느슨해졌다. 인권·다자주의·동맹의 가치와 세계주의는 점차 약화됐고, 지역과 국제질서는 흔들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거래식 동맹관, 신고립주의에 따른 미국발 변화와 이에 속수무책인 유럽의 무능은 동맹·우방국의 혼란과 일탈을 부추겼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약화시켰다. 인도는 자국 민주주의 쇠퇴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 대항할 민주주의 균형추의 자질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약화는 그 틈새를 공략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부상으로 이어지며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약화되자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회색지대에 머물던 러시아, 터키, 이집트, 필리핀의 선거 권위주의 체제는 확실한 권위주의로 빠르게 퇴행했다.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국수주의와 반세계주의를 적극 이용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무슬림 억압과 홍콩 민주 시위대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고, 자유주의 질서가 균열을 보이자 분쟁의 취약한 고리인 중동의 역내 질서가 흔들렸다.

이 리포트는 민주주의 위기와 국제질서 혼란이 언제, 어디서, 어떤 양상을 띠며 나타났는지를 추적했다. 먼저 1장은 서구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짚어보고,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미래를 전망했다. 필자는 2000년대 이후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정치 양극화, 포퓰리즘의 확산으로 향후에도 상당 기간 그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않은 도전에 직면한 민주주의가 현재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민주주의 위기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혼란의 관계를 살펴본 2장은 이에 대한 가설을 다양한 자료를 이용해 점검했다. 서구 민주주의 위기가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 혼란을 야기했다는 인과관계 대신에 민주주의 위기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혼란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사이의 관계를 원인과 결과로 단순화하기에는 다양한 수준의 많은 변수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기초로 오히려 경제 위기, 사회 불평등, 비(非)서구 국가의 부상 등을 초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약화가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3장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인의 민주주의 인식 변화를 2차 자료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한국이 권위주의 독재에서 벗어나 절차 민주주의를 성취한지 30년 이상이 됐지만, 한국인의 민주주의 인식이 유동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민주주의 지수를 바탕으로 한국이 민주주의 정치 환경을 잘 갖춘 것으로 평가했지만, 한국인의 민주주의 인식은 조사시기에 따라 널뛰기했다. 필자는 이를 근거로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4장은 민주주의가 정착됐던 국가들 가운데 최근 두드러진 민주주의 하락을 기록한 이스라엘과 인도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스라엘과 인도 민주주의 위기는 포퓰리스트 최고 권력자와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의 결속에서 기인한 것으로 진단됐다. 또 극우 민족주의가 확산될 수 있는 갈등적 국내 정치 환경도 다른 요인으로 꼽혔다. 필자는 극우 민족주의를 악용하는 정치인과 기득권 세력의 연합이 지속되는 한 이스라엘과 인도에서 민주주의의 퇴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5장은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가 중동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이란 핵협정 탈퇴, 2020년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암살 등은 분쟁 취약지역인 중동을 더 큰 혼란에 빠뜨렸다. 유럽에서는 이민, 난민 문제가 정치 쟁점이 되면서 방치된 중동의 불안정은 더 심화됐다. 필자는 민주주의 국가가 중동에서 동맹·우방국으로의 매력을 잃으면서 전통적 친미 국가인 터키, 카타르가 권위주의 국가인 이란, 러시아, 중국과 가까워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목차

 
■ 들어가며
 
■ 흔들리는 서구 민주주의: 문제와 전망 / 변영학
 
■ 서구 민주주의 위기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혼란 / 한인택
 
■ 세계 민주주의 변화 속 한국인의 민주주의 인식 / 강충구
 
■ 위기의 민주주의 국가: 이스라엘과 인도에 드리워진 포퓰리즘의 그림자 / 성일광
 
■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와 중동 지역질서 불안정 / 장지향
 
■ 나가며 

 

저자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원장

변영학
대구카톨릭대학교 교수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성일광
서강대학교 유로-메나문명연구소 연구원

강충구
아산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본 보고서의 내용은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저자들의 견해입니다.

[국민일보] 예측가능한 미국으로의 복귀

오랜 기다림과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선 결과가 지난주에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또 조지아주 연방상원 결선투표에서 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해 민주당이 상하원과 백악관을 장악해 통합 정부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던 블루웨이브 뒤엔 심상치 않은 먹구름이 보인다.

먼저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의 완승이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지만, 2016년 득표보다 1000만표가 넘는 7420만표를 획득했고 하원의 민주당 의석도 줄었다. 결론적으로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몰아냈을지 모르나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의 종언을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다. 이는 최근 의회 난입 사태와 대선을 둘러싼 음모론이 여전히 무성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어떤 추가적 돌발 상황이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구름이 끼었다고 항상 폭풍이 오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오는 20일을 시작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 통합정부가 출범한다. 향후 4년간 바이든 행정부의 업적에 따라 미국이 더 깊은 갈등과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모습으로 재생할지 결정될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조지아주 결선투표 승리로 민주당이 상원도 장악한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는 점이다. 만약 조지아주 결선투표 결과가 달랐더라면 공화당이 상원 과반을 유지했을 것이고 상원다수당 대표(majority leader)의 의제 설정 권한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모든 개혁 조치와 법안이 아무 제한 없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상원 소수당이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수 있고, 중도 민주당 상원의원 가운데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조 맨친 같은 인물들은 민주당의 극좌파 세력이 원하는 개혁에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이 추진하려는 경기부양책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 조치들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내각 인준 절차 또한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인준 절차에서 상원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고위급 관료나 판사들에 대한 대통령의 지명에 공화당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움직임은 지난 4년에 비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은 백악관과 정부 부처 그리고 의회 간 엇박자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보다 ‘익숙한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중단기적으로 한국에 주는 함의는 긍정적이다. 대외정책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미국의 다자체제 협력 참여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 또한 더 체계적이고 확고할 것이다. 이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교해 안정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이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를 어떻게 맞이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진정한 시험은 국제 무대에서 미국이 상실한 리더십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향후 2년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다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로 여소야대 구도로도 바뀔 수 있다. 바이든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오는 20일, 새로운 미국의 시작을 지켜보자.

 

* 본 글은 2021년 01월 12일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