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硏, ‘앵커리지 미·중 고위급회담 결과와 미·중 관계 전망: 중국의 시각을 중심으로’ 이슈브리프 발표

보도자료 - 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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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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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硏, ‘앵커리지 미·중 고위급회담 결과와 미·중 관계 전망:
중국의 시각을 중심으로’ 이슈브리프 발표

 
아산정책연구원은 5월 14일(금), 김예경 박사(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슈브리프 “앵커리지고위급 회담 이후 미중관계 전망: 중국의 시각”을 발표했다. 이 이슈브리프는 지난 3월 19일 앵커리지 미중 고위급 회담 개최 후 향후 미중 관계에 관한 중국 측의 시각 및 대응에 초점을 둔 보고서이다.

김예경 박사는 이 이슈브리프를 통해 앵커리지 고위급 회담에서 확인된 미중 양국의 입장차를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에서 협력의 여지가 보이면서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대한 ‘신중한 낙관론’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측이 “경쟁해야 한다면 그럴 것이고, 협력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며, 적대적이어야 한다면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미·중관계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여지를 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질서와는 다른 유엔을 중심에 놓는 국제질서를 주장하며 미국과 대립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중국이 각자 자신의 핵심이익과 발전 경로에 따라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일을 잘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아가 중국은 대만 및 중국의 주권 문제에 관한 핵심 이익에서는 미국과 전혀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회담의 내용과 결과를 볼 때 향후 미·중관계는 트럼프 시기 이전으로 돌아가 갈등, 경쟁, 협력의 순환구조가 회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박사의 진단이었다.

김 박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입장에서도 대중 정책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우선,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이 중국과 북핵 관련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으므로, 북핵 해결 판도가 미·중 공조중심으로 흘러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즉,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하에 한반도 문제를 다뤄 나가야 한다는 원칙이 충실히 견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박사의 제언이었다. 또한, 김예경 박사는 쿼드 협력 및 민주주의 연대의 강조와 같은 이슈들에 있어 한국이 중심성(centrality)을 가지고 이에 대해 열린 접근을 취하되,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보고서 관련 문의:
이재현 선임연구위원 02)3701-7376, jaelee@asanin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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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지 미·중 고위급회담 결과와 미·중 관계 전망: 중국의 시각을 중심으로

바이든(Joe Biden)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첫 고위급회담이 지난 3월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앵커리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담은 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 국무장관이 3월 15~18일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 직후 개최되어, 바이든 행정부의 전반적인 동북아 지역 인식 및 동맹정책과 중국정책 방향을 전망해 볼 수 있었다.1 또한, 국제정치 및 미중 관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중국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홍콩, 티베트, 신장, 타이완 등 민감한 문제에서 미·중 간 입장 차이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국 간 이해관계가 일치한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있다.

 

미·중 고위급 회담의 경과와 의미

 
미·중 정상 간 교류는 2020년 11월 25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낸 데 이어, 2021년 2월 11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전화통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 미·중 고위급 간 교류로는 2021년 2월 6일에 블링컨 국무장관과 양제츠(杨洁篪)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간 전화통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2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고위급 간 첫 대면 회의이며, 미국 측 초청에 의해 추진되었다.3

이번 미·중 고위급회담은 양국의 외교담당 최고 수장 간 2+2 회담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미국 측은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으며, 중국 측 대화 상대는 양제츠 주임과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미·중 양측은 이틀 동안 세 차례의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첫날에는 의전 문제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동 회담을 ‘중·미고위급전략대화(中美高层战略对话, China-US high-level Strategic Dialogue)’로 명명하며 기대수준을 높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미 직전 미국이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을 이유로 중국과 홍콩 고위 관리 24명에게 금융 제재 조치를 취하자 이에 대한 불쾌함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회담 전반에 대해 중국의 양제츠 주임은 여전히 일부 중요한 이견이 있긴 했지만, 미국과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평가하였다.4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미·중 양국이 신장, 홍콩, 티베트, 타이완 등 문제에서 근본적인 불협화음은 있었지만, 양국 간 이익이 교차하는 이란, 북한,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어젠다에 대해서는 매우 ‘솔직한(candid)’ 대화를 진행했다고 자평했다.5 회담 첫날 미·중 대표단 간 날선 신경전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미 국무부는 언론 브리핑에서 외교적 발언은 과장되거나 국내 청중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면서 회담 자체의 성과와 의미를 폄하하지는 않았다.6

이번 고위급회담이 공동성명 발표도 없이 끝나자 일각에서는 신냉전체제의 부활 등 미·중 관계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등에서 협력의 여지가 보이면서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대한 ‘신중한 낙관론(cautious optimism)’이 제시되기도 했다. 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의 두 외교안보 수장이 미국을 방문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7

 

미국 대외정책의 기본원칙 및 미·중관계에 대한 인식과 중국의 반론

 
이번 회담에서 미국 측이 강조한 대외정책의 기본원칙은 ‘미국의 이익 증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강화’, ‘동맹과 파트너 이익의 보호’ 등으로 요약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이 최우선시 하는 정책은 미국 국민을 이롭게 하고 동맹과 파트너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우리는 갈등을 추구하지 않지만, 치열한 경쟁도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 친구들을 위해 원칙을 옹호할 것이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8

이러한 점은 2021년 3월에 미 백악관에서 발표한 ‘잠정국가안보전략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에서도 강조되고 있다.9 동 지침에서 “미국은 전 세계 힘의 분배가 변화하고 새로운 위협을 만들어 내는 현실과 싸워야 한다”며, 미국인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게 가장 엄중한 의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 하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안정적이고 개방된 국제질서에 심각하게 도전할 경제와 외교, 군사, 기술력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고 간주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취임 후 첫 연설에서 8대 외교 핵심 과제 중의 하나로 이러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으며, 중국은 ‘21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미·중 관계는 경쟁적(competitive)이거나 적대적(adversarial)일 수 있으며, 협력적(collaborative)일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동 회담에서도 미국측은 “경쟁해야 한다면 그럴 것이고, 협력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며, 적대적이어야 한다면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미·중관계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여지를 두기도 했다.10

미국은 중국이 인권 및 민주주의 가치와 인도-태평양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고위급회담에서도 미국 측의 주요 관심 사안은 신장, 홍콩, 타이완,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강압 등과 관련하여 미국의 인식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이번 미·중 고위급회담을 통해 중국은 자신들의 시각에서의 반론을 적극 전개하였다. 양제츠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은 미국이 중국을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한 데 대해 반박하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의 기본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맞대응했다. 중국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 국제법을 기초로 한 국제질서,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을 세계 각국이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며, 이른바 소수 국가가 언급하고 있는 ‘규칙을 기초로 하는 국제질서’, 즉 미국이 내세우는 국제질서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미국 스타일의 민주주의가 있으며, 중국은 중국 스타일의 민주주의가 있다면서, 중국은 평화발전의 경로를 견지할 것이며, 국제사회 및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측이 3월 15~18일 진행된 한국과 일본 순방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행태에 대해 동맹국이 우려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긴밀한 무역 파트너로서 미국 중심의 잘못된 시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양제츠 주임은 미·중관계와 관련하여 미·중 양국이 세계대국으로서 세계와 지역의 평화, 안정, 발전에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경제활동 회복,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공동의 이익이 수렴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중국은 미·중이 각자의 핵심이익과 정치제도 및 발전경로를 존중하고 각기 자국의 일을 잘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해 왔다. 중국도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을 견지할 것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의 대미 정책은 시종일관 고도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 회담에서도 중국은 미·중관계가 불충돌·불대항, 상호존중, 협력공영의 정신(不冲突不对抗、相互尊重、合作共赢的精神)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중이 갈등을 관리하고,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제츠 주임은 “미국이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 위해 군사력과 금융 우위를 활용한다”며 “국제무역의 미래를 위협하기 위해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서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 홍콩, 타이완은 모두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영토인데 미국이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미국의 인권 수준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은 타이완 문제를 국가주권 및 영토 완정과 연관된 가장 민감한 핵심이익의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의 양제츠 주임은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서도 타이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개 연합공보(联合公报)’를 준수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11 이와 관련하여 미 블링컨 국무장관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3개 연합공보를 존중하며, 이러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12

미·중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기후변화공동실무그룹(Joint Working Group on Climate Change)’을 구성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실제로 3월 23일 미국의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 유럽연합, 캐나다가 공동 주최하여 화상으로 진행된 제5차 ‘‘기후행동장관급회의(Ministerial on Climate Action)’에 참석하면서,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미·중 간 협력의 첫 가능성이 전망되기도 했다.14

 

향후 전망과 한국의 대응과제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전반적으로 방어적인 경향을 보여 왔으며, 가급적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합즉양리, 투즉구상(合则两利, 头则具伤, 화합하면 양측 모두 이로울 것이나 싸우면 모두 다친다)’과 같이, 미국이 타이완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데 대해서는, 수위를 넘어서서는 안되는 ‘마지노선(底线)’으로 정하여 강경한 대응을 시사해 왔다. 미·중 고위급회담이 끝나고 지난 3월 27일 중국은 신장위구르족 인권탄압 문제와 관련하여 유럽연합(EU)과 영국에 이어 미국과 캐나다 등에 대해 보복 제재를 단행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시대가 변했고,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과 접근법도 달라졌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15 중국 내 전문가들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상관없이 미·중관계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사회 전반에서 현재의 미·중 관계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일정 시기에 발생했던 오류에 대해 미국의 시정을 촉구하면서, 한편으로 관계 개선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미·중관계의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중관계는 경쟁, 협력, 대항이 반복되고 있으며,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대화를 원하면 대화를 할 것이지만, 미·중 관계는 평등해야 하며, 상호 존중의 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쟁은 공정해야 하며, 대항해야 한다면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16 이러한 기조와 같이 향후에도 미·중관계는 갈등, 경쟁, 협력이 반복되는 순환구조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미·중 고위급회담은 한국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남긴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도 미·중 관계는 여전히 경쟁과 갈등을 반복할 것이다. 또한 한국이 처해있는 전략적 딜레마가 완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트럼프 시기와는 달라진 대중정책의 추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성급한 선택적 딜레마의 오류에 빠지기 보다는 국가이익 관점에서 일관된 외교적 원칙과 입장을 수립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쿼드와 같은 역내 협력과 관련하여 한국사회에서 찬반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다양한 지역 협력에 대해서는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익관점에서 역내 협력의 원칙과 목적, 그리고 범위를 명확히 수립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미·중갈등에서 부각되고 있는 민주주의 이념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 내에 통합된 인식을 정립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가치관이 국익과 양립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미·중 협력 및 공조 가능성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고위급회담의 의제 가운데는 북한 문제가 포함되었다. 현재 미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검토 중에 있으며, 블링컨 장관은 서울 방문 당시 북핵 이슈에 대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센터의 자오퉁(赵通) 수석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선의를 보이면 중국은 북한 문제의 협력에 더 적극적일 수 있지만, 현재로선 미·중 관계의 근본적 개선의 여지가 그리 크지 않아 북한문제에 대한 협력 여지도 크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17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으며, 향후 다양한 방식의 중국 참여를 조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핵문제에 대해서 미·중이 공조하는 경우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미 외교·국방(2+2) 회의 공동성명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하에 한반도 문제를 다뤄 나가야 한다는 원칙이 충실히 견지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이 중심성(centrality)을 가지고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U.S. Department of State, “Travel to Tokyo, Seoul, and Anchorage, March 15-19, 2021”(최종
      검색일: 2021.3.21.), <https://www.state.gov/secretary-travel/travel-to-tokyo-seoul-and-anchorage-march-15-19-2021/>.
    • 2. 中国外交部, “习近平致电祝贺拜登当选美国总统”, 2020年11月25日; “习近平同美国总统拜登通电话”, 2021年2月11日; 中国外交部 , “杨洁篪应约同美国国务卿布林肯通电话”, 2021年2月6日.
    • 3. 中国外交部, “杨洁篪、王毅将同美方举行中美高层战略对话”, 2021年3月11日.
    • 4. 中国外交部, “杨洁篪在中美高层战略对话开场白中阐明中方有关立场”, 2021年3月19日; 中国外交部, ”王毅在中美高层战略对话开场白中阐明中方有关立场”, 2021年3月19日.
    • 5. U.S. Department of State, “Secretary Antony J. Blinken and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Statements to the Press”, March 19, 2021.
    • 6. U.S. Department of State, “Department Press Briefing”, March 19, 2021.
    • 7. Maria Siow, “Is US-China friction at Alaska meetings a sign of worse to come or start of
      something better?”, South China Morning Post, March 20, 2021.
    • 8. U.S. Department of State, “Secretary Antony J. Blinken,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Director Yang And State Councilor Wang At the Top of Their Meeting-Remarks”, March 18,
    • 9. ‘잠정국가안보전략지침’은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관련 최상위 전략서에 해당하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가 마련되기까지 미 국가안보 관련 기관들이 행정부의 대외인식 및 외교안보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담은 최종 문건이 나오기 전까지의 지침이 된다. The White House, “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 March 2021.
    • 10. Antony J. Blinken, “A Foreign Policy for the American People”, March 3, 2021.
    • 11. ‘3개 연합공보’는 미중 간 체결한 1972년 2월 ‘상하이공보(上海公报)’, 1978년 12월 ‘미·중 수교공보(中
      美建交公报)’, 1982년 8월 ‘8.17 공보(八一七公报)’를 통칭한 것이다. 3개 연합공보는 미·중관계 및 타이완 문제를 규정하는 기본이 되고 있으며, 이 공보를 토대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 12. 中国外交部, 「杨洁篪应约同美国国务卿布林肯通电话」, 2021年2月6日.
    • 13. “China, U.S. to establish joint working group on climate change: Chinese delegation”, Xinhua, March 20, 2021; ‘기후행동장관급회의’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자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주요 탄소 배출국이 출범시킨 연례 협의체다.
    • 14. 「美媒称中美气候特使将首次共同出席会议,中方重申将建立气候变化联合工作组」, 『界面新闻』,2021年3月23日.
    • 15. Antony J. Blinken, “A Foreign Policy for the American People”, March 3, 2021. 「时殷弘:拜登
      上台,对中美关系有何利弊?」, 『风向』, 2020年11月08日; 白云怡, 李司坤, 「解局:拜登时代,中美关 系将会去向何方?」, 『环球网』, 2020年11月8日; “Hu Xijin”(최종 검색일: 2020.11.8.), <https://twitter.com/huxijin_gt/status/1323584459946381313>.
    • 16. 中国外交部, “王毅国务委员兼外长接待周边五国外长访华后接受媒体采访”, 2021年4月5日.
    • 17. “US-China tensions give North Korea an opportunity to strengthen its position in nuclear talks”, South China Morning Post, March 21, 2021.

 

[세계일보] 한·일 관계, 정책은 없고 정치만 남다

위안부·강제 징용 등 현안 갈등
지난 4년간 양국 관계 최악 수준
정권말 신뢰 회복 의지-동력 중요
‘보여주기식’ 지양… 개선 노력 필요

 
격변의 한국 정치사를 재차 언급하지 않더라도 4년 전 문재인정부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다. 잘못된 정치를 꾸짖는 시민의식은 밝게 빛났고, ‘공정·정의·평등’을 내세운 새로운 정부의 시작은 뭉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4년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시기였다.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준 인사 문제와 부동산 문제 등 국내 문제는 물론이고 외교, 그중에서도 특히 현재의 한·일 관계는 처참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악의 최악을 거듭한다는 한·일 관계 속에서 정부의 고심도 깊었을 것이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서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았고, 수출규제 문제에 대응하며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카드로 맞섰지만, 이는 역사 문제(‘강제징용 문제’)를 경제 문제(‘수출규제 문제’)로 가져온 일본과 다름없었다. 갈등이 장기화되며 상호 이해와 신뢰는 낮아지고, 악화된 국민감정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 중 어느 하나도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일 갈등 현안이 쌓여가던 시기 속에서도 201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준비하며 관계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던 노력이 있었고, 코로나19 위기 속 교류가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활로를 찾아가려는 노력이 있었으며,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사회 각층의 노력이 잇따랐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노력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어쩌면 이러한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문재인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였던 대북정책에서 일본의 역할은 미미하였고, 지역구상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 어디에서도 일본의 위치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게 지리적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본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간과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가운데 반일을 선동하는 책임 있는 당국자들의 경솔한 발언은 민감한 한·일 관계를 정치화시켰다. 정책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은 형국이다.

이제 문재인정부에서 한·일 관계 개선은 쉽지 않다는 말들이 이제 공공연히 나온다. 정권말 지지율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1년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추동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태로 아베 내각의 남은 임기를 받은 스가 내각이 과도기적 성격을 딛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속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며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 개선을 우선순위에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양국의 국내정치 일정을 고려하고, 특정한 계기·의지·동력, 무엇하나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관계 전망은 밝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남은 1년을 그대로 보내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다음 정권에 큰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음 정부는 당장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일본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위안부 소송은 끝나지 않았고, 강제징용 문제 현금화는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조급한 관계 개선 시도나 ‘보여주기식’ 이벤트 기획은 지양해야 한다. 충분한 설명 없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오히려 진의를 의심받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닥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 관계 개선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단기·중장기 차원의 과제를 설정하며, 고착화된 갈등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가 아닌 ‘정책’이 필요한 순간이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지금 이 순간도 과거가 된다. 남은 1년, 문재인정부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정부로 기억될 것인가.

 
* 본 글은 5월 13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IssueBrief_thumb_210511(최현정)

바이든 시대,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과 쟁점

미국의 46대 대통령 바이든(Joseph R. Biden)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기후변화 대응 정책들로 매우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공약했던 바와 같이 취임 첫 날인 1월20일에 파리기후협약(Paris Agreement) 재가입을 공식화한 것은 물론, 민주당 거물급 인사인 전 국무장관 존 케리(John Kerry)를 강력한 외교적 권한을 지닌 미국의 기후특사(The Special Presidential Envoy for Climate)로 임명하면서 지난 4년간 잃었던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의 외교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31일에는 2조 2,500억 달러(약 2,5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 중 상당부분을 그린인프라 관련 사업에 투자할 것임을 확정하였고, 4월21일 지구의 날을 맞으며 2035년까지 발전분야에서의 탄소중립, 그리고 2050년까지 국가적 탄소중립(Net-Zero)이라는 장기목표들과 더불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 대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이전 녹색경제(Green Economy)를 주창했던 오바마 정부보다도 훨씬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기조들을 공식화하였다.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이전 트럼프 대통령과는 차별화되는 여러 정책 분야들 중에서도 가장 확연한 차이를 지니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재건과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어 있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바이든 행정부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계획의 핵심에 놓여 있다. 아울러 국가안보 차원의 의제로 다루고 있는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에서 다시 과거의 외교력과 지도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소집 요청으로 40개 주요국 정상들이 참여하며 4월22-23일 개최되었던 기후정상회의(Leaders Summit on Climate)는 바이든 시대 미국의 기후변화 리더십의 기점으로 여겨지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은 기후변화 국제협력의 질서가 재정비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국제사회는 평가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서, 취임 후 100여일이 지난 바이든 시대 美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적 변화의 의미와 함께 미국이 전면으로 재등장한 기후변화 외교와 국제협력에서의 쟁점들, 그리고 한국의 국내외적 기후변화 정책 대응에 시사하는 점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책의 방향성은 대통령 선거 과정을 통해서 이미 뚜렷한 청사진으로 제시되었던 바 있다.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코로나 대응, 경제회복, 인종평등과 더불어 기후변화를 바이든 행정부의 4대 주요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었다 (취임 후, 의료보험, 이민제도 개혁, 미국의 국제적 지위 회복이 추가되어 7대 주요국정과제로 확장). 특히 선거 기간 중 공약했던 바와 같이 취임 후 첫 업무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였고, 그 외 대부분의 기후변화 관련 공약들도 정책들로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발표되었던 관련 주요 정책들은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과 교서(Memorandum)의 형태로 취임 직후 일주일 만에 공식화되어 추진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은 선거 과정을 통해 발표되었던 관련 공약들을 비롯하여 최근 발표된 인프라 투자 계획(“American Jobs Plan of 2021”)까지 모두 일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으로 뒷받침되면서 실행되고 있다 (첨부자료 참조). 바이든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 공약들은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정책 기조와 전혀 다른 정책 차별화로 전임 대통령과는 다른 과학적, 논리적 기반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리더로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취임 후 빠르게 이행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내용들로 볼 때,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선거용 목적 이상의 확고한 철학과 방향성을 담은 정책 기조에 기반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정책 분야로 꼽히기에 충분하다.

미국 정치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처음으로 국가적 과제로 다루었던 오바마 행정부 시기 부대통령으로서의 오랜 경험은 바이든 대통령을 기후변화 이슈들에 대한 이해나 관련 대응 정책의 설계에 누구보다 잘 준비되어 있는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부대통령으로서의 경험과 축적된 정책적 지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뒤 보다 심각해진 기후변화의 피해를 인지하고 그 정책적 필요에 응답하려는 의지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관련 정책 수립 및 시행 과정에서 여느 정부, 여느 국가와 달리 처음으로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아닌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변화한 상황인식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녹색경제(Green Economy)와 그린뉴딜(Green New Deal)로 상징되며 적극적인 기후변화 관련 정책들을 주창했던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서도 한층 더 심화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추진 의지는 무엇보다 환경과 에너지, 그리고 일부 관련 산업 분야에서의 중점 과제였던 기후변화 이슈를 국가의 존망을 다루는 국정 중심과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기후변화의 공식적인 국가안보 의제화는 곧 기후변화 이슈들을 미국의 외교 및 안보 정책들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008)을 통해서 공식화했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 탄소배출 감소와 에너지 전환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 의제들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2009년 소위 미국의 “기후변화법안”이라 불리었던 <美 청정에너지안보법률안 (American Clean Energy and Security Act 혹은 Waxman-Markey Bill)>이 대표적이다. 오바마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상징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국가전략을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려던 이 법안은 당시 다수당이었던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하원을 통과했었지만, 상원에서는 표결조차 되지 못한 채 법안은 사멸된 바 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입법적 지지를 받지 못했던 국내 배출량감소 정책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하여, 1963년 제정되었던 청정공기법(Clean Air Act)의 법률적 근거와 환경보호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규제를 기반으로 오바마 시기를 대표하는 기후변화 대응 국가전략인 청정발전계획(Clean Air Plan)을 수립하고 행정명령의 수단을 통해서 정책들을 시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입법을 통한 제도화가 아닌 행정명령에 근거하여 시행되었던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기후변화 정책들은 이후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들을 통해 쉽게 무력화되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입법 또는 비준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그 수명이 길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적 한계를 지닌다. 이는 1937~2013년 기간동안 6,153개의 대통령 행정명령들 중 51%가 후임자에 의해 폐지되었거나 수정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1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그 내용의 법적 권한에 대해서 의회나 주정부와 정치적 혹은 사법적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첫 행정명령 (Executive Order #13990)이 취임식날 발표된 직후, 텍사스 등 12개 주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사회적 비용 계산의 권한은 법률에 따라 의회가 가지고 있으며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의 승인 취소는 대통령의 월권이라는 이유로 연방정부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주요 정책들이 입법으로 제도화되지 못 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행정명령의 법률적 해석을 두고 앞으로도 의회 혹은 주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간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美 의회 상·하원의 구성이 지닌 특성 상 바이든 행정부 역시 행정명령에 의존하는 정책 추진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현재 美 의회  구성이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기는 하지만, 상원은 50대 50 (상원 구성이 여·야 동수일 경우 상원의장인 부대통령의 소속정당으로 다수당 결정), 그리고 하원은 219대 211로 상·하원 모두 절대 다수를 확보한 다수당 지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또 다시 과거 “기후변화법안(Waxman-Markey Bill)”과 같은 법률 제정을 위해 행정부의 정치력을 소모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그림1.  환경·기후변화 관련 법률과 규제의 강화에 대한 미국 여론 추이
그림1
주: “잘 모르겠음”이라고 선택한 응답은 포함되지 않음
자료: Pew Research Center, “Survey of U.S. Adults, conducted on Jan. 9-14, 2019.”

또한,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 관련 보다 강력한 법률적 제도화와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미국의 여론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림1), 미 의회의 입법을 통한 기후변화 전략과 정책의 제도화를 통한 정착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당분간 시도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입법을 통한 기후변화 정책의 제도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를 지니지만, 행정명령을 통해서라도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들을 펼치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추진전략은 법률이나 규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책 우선순위의 상향 필요성에 대해서는 매년 그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 사회의 여론 추이에 응답하는 정치적 방안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림 2).

 

그림2.  환경보호 및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우선순위 관련 미국 여론 추이
그림2
주: 2014년 이전까지는 “기후변화” 대신 “지구온난화”로 질문. 2015년에는 지구온난화 (38%)와 기후변화(34%)를
모두 항목에 포함. 2016년부터는 “기후변화”로 질문
자료: Pew Research Center, “Survey of U.S. Adults, conducted on Jan. 8-13, 2020.”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외교와 국제협력

 
국가안보 차원으로 다루어 질 기후변화는 바이든 행정부 외교와 국제협력의 주요 주제로 자리잡았다. 지난 4년간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으로 미국은 기후변화 국제협력 무대에서 사라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일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을 지시함으로써 이전 트럼프 시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미국의 기후변화 외교와 국제협력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후 2월 화상으로 열린 G7 정상회의와 뮌헨안보회의(MSC; Munich Security Conference)와 같은 다자협력의 장을 통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하면서 동맹(alliance)과 함께 다자주의(multilateralism)로의 복귀를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했던 트럼프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다자주의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의 기조는 국제사회의 다자협력이 필수적인 기후변화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지난 4월22-23일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으로 화상 개최되었던 기후정상회의 (Leaders Summit on Climate)는 미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국제협력이 바이든 행정부 기후변화 외교의 기조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40개국이 참여한 기후정상회의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구성되었던 에너지·기후 주요경제국포럼 (MEF; The Major Economies Forum on Energy and Climate)을 계승, 확대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에너지·기후 주요경제국포럼(MEF)은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당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를 차지했었던 17개 주요경제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 및 협상을 위한 회의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유명무실해졌던 회의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MEF의 주요 배출국가들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UAE와 같은 중동 산유국과 나이지리아, 가봉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대표적인 기후변화 피해국가인 마샬군도와 같은 작은 섬나라도 기후정상회의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과 협상의 중개자로서 보다 큰 리더십을 행사하는 미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의 지도력과 외교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국 내의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기조의 설정과 이행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국제협력의 의제들을 선점하고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했던 첫 기후변화 외교의 장이었던 기후정상회의는 미국이 기후변화 다자협력체제의 핵심국가로 복귀했음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회의에 참여하는 선진국들에게 보다 의욕적인 감축목표 설정을 요청했던 미국은 기존의 국내 감축목표의 2배에 달하는 2030년까지 2005년 수준대비 50-52% 감축이라는 진취적인 목표를 회의 직전에 발표함으로써,2 “예시로써 선도한다(Lead by example)”이라는 선진외교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또한 미국은 기후정상회의를 통해서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설정해 놓은 지구평균온도의 산업화이전 대비 상승 2℃ 제한 목표(“2℃ Goal”)를 보다 의욕적인 1.5℃ 제한 목표로,3 그리고 2050년까지 범지구적인 탄소중립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국제협력 목표 설정 관련 의제들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올 11월 영국에서 개최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UNFCCC COP26)에서 보다 진취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국가결정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제출을 독려하며 다시 한 번 이를 주요 의제로 삼으려 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파리기후협약의 재가입, 2월의 G7과 MSC, 그리고 4월의 기후정상회의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협력체제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립할 수 있었으며, 특히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 지난 4년간의 실종되었던 미국의 리더십은 매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변화 다자협력이 아닌 양자협력, 특히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 몇 년 간의 미국의 공백을 채우며 리더십을 쌓아왔던 중국과의 양자협력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력이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비록 기후정상회의를 통해서 중국은 기후변화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함과 긍정적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몇몇 국가의 노력이 아니라 UN 중심의 다자협력체제를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선도 역할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일본, 캐나다 등과 더불어 보다 진취적인 감축목표를 요구받았던 중국은 목표를 상향조정한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2030년을 온실가스 배출의 최고점으로 삼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기존의 목표를 되풀이하며 미국의 요청에 부합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전세계의 동등한 노력보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차별화된 의무(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당대회(National Congress of the Communist Party of China)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기후변화 국제협력 분야에서 운전자석 (driver’s seat)에 앉아 있으며, 중요한 참여국, 공여국, 그리고 선도국(participant, contributor, and torchbearer)”이라면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적 역할을 강조했었다.4 다보스포럼과 같은 외교무대에서 범국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체제에서 트럼프의 미국우선정책으로 야기된 리더십 부재(“leadership vacuum”)를 중국이 맡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5 그러나, 미국이 다시 국제적인 리더십을 되찾으려 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협력을 위해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마주했던 중국은 트럼프 시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후변화 국제협력은 분명 미·중 간 가장 공통의 관심과 이익을 지닌 협력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일컬어 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기후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중국의 모습은 큰 기대를 갖게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러한 양국 간의 미묘한 긴장관계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외교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일대일로(BRI, Belt & Road Initiative) 전략에 따른 개도국 대상 개발원조사업들이 反환경적이며 온실가스 배출 억제라는 국제적 노력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 선거 기간 중 여러 차례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근거 없는 정치적 비난 만은 아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유럽의 65여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지원되고 있는 중국의 BRI 개발원조는 2027년까지 1.2조~1.3조 달러(약1,400-1,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중 BRI 개발원조의 대부분은 에너지와 교통분야에 투자되고 있고 특히 에너지 분야는 BRI 개발원조의 총지출 중 44%에 달하는 중점분야이다.6 여기에서 문제는, 중국이 국내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신재생에너지 투자 국가이지만, 중국의 BRI 원조국가에 대한 개발원조 투자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소의 건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BRI 원조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리기후협정과 UN의 지속가능성장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기여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고,7 시진핑 주석 역시 2017년 BRI포럼의 개회연설에서 BRI 개발원조가 “녹색개발(green development)의 비전과 친환경, 저탄소, 순환,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식”이라고 공언했었다.8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중국의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 석탄연료의 절반 가량(46%, 2019년)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이 국내에서의 신재생에너지 집중투자로 수요가 줄게 된 중국산 석탄을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시장 개척의 목적으로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일대일로 개발원조를 활용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기간에 중국의 6개 주요 정책은행에서 BRI 원조국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 중 91%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소 건설과 관련되어 있었다.9 한 예로, 2016년 중국의 BRI 개발원조의 이름으로 전세계의 240개 석탄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투자를 하였으며, 2020년까지 단 11%의 해외 발전소 건설만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수력발전 제외)과 관련이 있는 것에 비해서 40%는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으로 2020년 파키스탄의 싸르(Thar) 지역의 19억 달러 규모, 2019년 터키 아다나(Adana) 지역의 14억 달러 규모,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델마스(Delmas) 지역의 25억 달러 규모, 2018년 짐바브웨 환지(Hwange) 지역의 10억 달러 규모, 2017년 베트남 두옌하이(Duyen Hai) 지역의 18억 달러 규모, 2016년 방글라데시 칼라파라(Kalapara) 지역의 2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등이 있다.10

기후위기 시대의 국가안보의 관점에 기후변화를 다루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기후변화 대응 협력의 당사국인 중국이 근본적으로는 결코 동지적(like-minded) 관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관점에서 중국의 BRI 개발원조가 “친환경으로 위장(greenwashing)”하고 있다는 미국의 비판적인 입장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적인 발언들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지적된 바 있고,11 더구나 중국의 BRI 원조가 투입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대체 개발금융의 개발과 제공까지 공언했었다. 기후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존 케리 기후특사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 중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은 “중국과 일부 분야에서 매우 큰 의견차이를 지니고 있지만 기후변화 협력문제는 따로 분리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었지만, 미국으로부터 자국의 핵심 외교기조까지 비난받고 있는 중국이 과연 미국의 진정한 협력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큰 의문이 남는다. 신장 위구르 지역, 홍콩, 대만 등 미·중 간의 여러 지정학적 문제들과 대비하여 기후변화 대응은 양국의 대표적인 협력 의제로 손 꼽히고 있다. 그렇지만, 기후변화 대응이 결코 국가별 경제적 손익계산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입장이 다른 양국 간의 협력 의제가 아닌 또다른 갈등의 소지로 변모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기후변화 국제협력 분야에서 전통적 협력동반자인 EU는 미국의 협력체제 복귀를 가장 반기고 있다. 특히 트럼프 시기 EU 국가들 만이 동의하고 추진하고 있던 탄소국경세 (carbon border tax)를 포함하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논의에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리더십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2019년 12월 발표한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 합의를 통해서 EU배출권거래제도(ETS)에 이은 제도적 장치로서 탄소국경세를 추진할 것이라 예고했고, 올 3월 EU의회는 2023년까지 전력, 철강, 석유화학제품 등 특정 품목의 수입 시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 3월 美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제출했던 연례보고서(2021 Trade Policy Agenda and 2020 Annual Report)를 통해서 바이든 행정부 역시 탄소국경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USTR 연례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통상정책의 중점과제 9개들 중 코로나 극복, 노동자 보호에 이어 세번째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을 포함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우선순위에 둠으로써 “외교정책, 국가안보전략, 그리고 무역정책은 기후변화 대응과 분리할 수 없다”12고 공언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바이든 행정부의 출현으로 EU가 주도하던 탄소국경세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개도국을 대변하면서 탄소국경세로 무역수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맺는 말: 한국의 기후변화 정책과 국제협력에 주는 시사점

 
바이든 시기의 미국은 오바마 시기보다도 훨씬 더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목표들을 설정하고 녹색경제를 이끌기 위한 재정과 녹색산업 육성 정책들을 동반하면서 여타 선진국들에게 보다 의욕적인 감축목표 설정을 요구할 수 있는 선도적인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현재 여전히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물론 기후변화 피해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 동참을 위해 선진국들의 확대된 지원을 종용하는 외교력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국내외적으로 계기를 잃었었던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국제적인 리더십을 빠르게 회복해 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바이든 시기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국내외 정책들은 非이성적, 非과학적이었던 이전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는 물론 민주당의 전통적인 친환경 정책기조를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 사회의 늘어난 관심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국정과제로 손꼽히게 되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아닌 기후위기 (climate crisis)의 도래에 대응하고 있는 국제사회는 바이든 행정부의 진취적인 리더십을 환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국내정책은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청정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기후변화 외교정책으로는 바이든 행정부는 최대 배출국가인 중국과의 갈등관계를 최소화하며 협력관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가장 큰 외교적 과제를 지니고 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기후변화 리더십을 지닌 국가로서 인정을 받으며EU와의 협력으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등 실효성있는 기후변화 대응 국제공조체제를 구현하여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역사적인 이정표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2017년 배출량 7억910만 톤 대비 24.4% 감축한다는 국기결정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UN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 제출하였으며, 장기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임을 국제사회에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2000년대 말, 금융위기 극복에 집중하던 선진국들을 대신하여 중견국가로서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될 것임을 선언했었다. 이후 녹색성장(Green Growth)을 국제적인 협력의제로 발전시키며 모범적인 중견국가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의 본부를 유치하는 등 실질적인 외교적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중반부터는 아쉽게도 모범국가가 아닌 “기후범죄자(climate villain)”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얻을 만큼 위상이 추락하게 되었고,13 이제는 기후변화 국제협력은 우리의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있다. 한 나라가 국제협력의 리더십을 얻기 위해서는 그 국가에 내재되어 있는 관련 분야의 국가경쟁력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2020년 61개국 중 58위,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OECD 국가 중 석탄발전 비중 상위 4위 및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하위 2위 등이 최근 몇 년 간 국제기구나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국가별 지표에서 드러난 현재 한국의 위상이다.14

한·미 관계는 전통적인 지정학적 개념의 동맹이 주축이 되어 왔지만, 바이든 시대에 들어 변화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적 핵심가치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만 한다. 즉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를 도모하는 외교정책은 물론 무역, 산업, 노동 등 모든 경제정책을 관통하는 핵심가치 중 하나가 기후위기(climate crisis) 대응이라는 점을 주목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국내외 정책 수립의 기조에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고려가 심각하게 다루어 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지함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기후정상회의에서 이후 한국의 해외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개발원조 금융 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은 비록 기존 진행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까지는 포함하지는 못 했지만, 미국이 중국의 해외 석탄발전 지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관계에 우리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 평가한다.

한국 정부는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과 함께 올해 안으로 보다 의욕적인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할 것이라고 기후정상회의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공언을 했다. 현재 한국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계획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20%에 이르게 한다는 결과적인 수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는 2015년 3.7%에서 2019년 6.5%의 발전량 비중을 차지하며 가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15 그러나 동시에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으로 말미암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는 에너지 안보에는 불안정성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그림 3). 즉,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전체적인 발전설비용량을 증가시켰지만, 전력공급능력이나 예비전력의 비축 문제에는 취약점을 보이게 되었고, 발전비용의 상승에 따른 전력비 상승을 야기하게 되었다. COVID-19로 기인된 비상 상황이 종료되고 경제가 정상화될 경우 급증하게 될 전력소비에 대응하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석탄은 물론 유류, 천연가스 등 탄소연료에 대한 사용억제가 국제적인 규범으로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그림 3. 연도별 전력수급 실적
그림3
주: 최대전력 발생일 기준
자료: “전력수급 동향.” e-나라지표 (국정모니터링지표). www.index.go.kr.

 
미국의 리더십이나 국제사회의 합의로부터 야기되는 외부로부터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는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심각한 부담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보다 의욕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교정책은 물론 통상정책과 연계할 경우, 다배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지닌 한국과 같은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등장으로 국제적인 관심이 제고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녹색기술 개발과 산업화는 우리 경제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변화된 기후외교 기조에 대응하는 것 이상으로,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구조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 기술 및 산업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단기적 목표가 아닌, 전력소비가 늘어나게 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의 지형에 맞는 녹색기술 개발과 아울러 이를 산업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경제성을 지닌 저가의 태양광 설치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늘려 단기적인 전환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녹색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국제표준화 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를 대응하는 과정을 우리 경제와 산업의 도약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기술이 표준화 경쟁을 하게되는 만큼,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도전은 따라가는 것이 아닌 선도하는 전략을 마련해야만 한다. 녹색기술 개발과 관련하여,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추진할 것이라 공표한 산업국가들의 녹색기술개발 협력체인 “Mission Innovation (MI)” 이니셔티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16 MI가 정부만이 아닌 녹색기술 개발 민간기업체 간의 협력과 경쟁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잃었던 녹색성장 주도국가로서의 리더십을 되찾는 한편, 이차전지 분야 등 실질적인 산업적 측면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지 않고 새로운 녹색기술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트럼프 집권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기후변화 분야는 현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서는 미국의 국내 정치경제는 물론 외교적 차원에서도 우선순위를 갖는 의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우선주의는 집권초기부터 친환경 정책과 에너지 전환을 우선순위에 두어 왔던 문재인 정부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이다. 1992년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체제가 탄생한 이후 30년동안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 차이에 기인하여 실질적이고 유효한 국제협력에는 한계가 있어 왔다. 이에 기후변화 국제협력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중견국가의 역할이 주목받아 왔고, 한국은 2000년대 후반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도 역할을 수행했던 바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범국제적 의제에서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에서의 대응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첨부자료>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관련 주요 정책 발표 내용
첨부1
첨부2
첨부3
자료: Joe Biden for President, Official Campaign Website (joebiden.com); Biden-Harris Transition Team Website (buildbackbetter.gov); The U.S. Federal Register (www.federalregister.gov);
The White House Briefing Room Website (www.whitehouse.gov/briefing-room) 등 참조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