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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COP25 개최

21세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자연재해, 기상이변,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 여러 형태의 환경적 위협들이 증폭되거나 현실화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적 경각심이나 보다 적극적인 대응 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는 커지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온난화로 인해 스위스 알프스의 몽블랑 만년설의 붕괴 위험 경고가 내려졌고, 해수면 상승으로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의 80% 이상이 물에 잠기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역사상 유례없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경험했다. 그 외에도 파키스탄 남부 타르 사막에는 폭우가 쏟아졌고, 중국 서북지역의 고비사막에서는 강우량의 증가로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으며, 역대 최고의 피해를 남겼던 강력한 태풍들이 연속으로 일본을 강타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를 “인류종말 2분전”이라 선언하며, 기후변화를 핵무기 확산 및 통제 실패와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인류 최대의 위협으로 규정했다.1 현재의 국제협력체제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 하고 있음은 청년세대의 정치적 불만으로 표출되기 시작해서, 3월 15일에는 전세계 100여개 국가165여개 도시에서 160여만 명의 학생들이, 9월 20일에는 150여개 국가 4,500여곳에서 4백만여 명의 시민들이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 운동(SS4C; School Strike for Climate),” 기후를 위한 청년 시위(Youth Strike for Climate),” “기후시위(Climate Strike)” 등의 이름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지난11월, 옥스포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정하면서, 그 단어의 의미를 “기후변화를 감소시키거나 정지시키고, 기후변화로부터 야기되는 되돌릴 수 없는 환경적 피해를 방지하는 긴급한 행동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정의했다.2 “기후위기(climate crisis)”와 “기후행동(climate action)” 등 여타 기후변화 위기나 대응을 의미하는 단어들 역시 올해의 단어 최종후보로 언급되었던 만큼, 기후변화는 현 시대의 지구적 위기를 대표하고 있다.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여, 2019년 12월 국제협력체인 UN기후변화협약(UNFCCC) 제25차 당사국회의(COP25)가 개최 중이다. COP25는 약 2만여명의 정부대표, 국제기구, 전문가, NGO, 그리고 언론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2월 2일 개회했다. 12월13일까지 약 2주간의 기간 동안, 첫 1주차는 개막식 및 협상회의, 그리고 2주차에는 고위급 회의를 통해서 향후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의 국제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국제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1997년 채택되어 2005년부터 발효되었던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기후협력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3 이후 파리협정 (Paris Agreement)에 기초한 신기후체제(New Climate System)가 시작되는 만큼, 준비 기간을 고려한다면 2019년은 새로운 국제협력의 규칙과 규범을 마련해야 하는 마지막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2019년 12월 현재 개최되고 있는 COP25는 여느 해의 당사국회의들 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국제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COP24에서는 파리협정 체결 이후 진행되어왔던 협의와 협상의 결과물로서 카토비체 기후 패키지(Katowice Climate Package)를 채택함으로써,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 대부분, 즉 파리협정 이행에 필요한 총 9개 분야 17개 규칙 가운데 8개 분야 16개 규칙에 대해서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 의제들 중에서 가토비체 기후 패키지를 통해서도 합의를 이룰 수 없었던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 관련 의제는 결국 현재 진행 중인 2019년 COP25의 가장 중요한 협의 의제가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신기후체제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아 있는 의제들의 세부이행규칙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의 기본적인 합의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기술적인 세부이행규칙의 협상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으며, 모든 당사국들이 만족하는 합의를 이루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아울러 작년 12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Climate Technology Centre & Network)의 이사국으로 선출되었고, 올해 9월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이사국으로 선출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다자협력외교가 COP25에서도 신기후체제의 국제 거버넌스 마련에 기여하는 외교적 성과를 낳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 마련을 위한 국제협력의 외교적 노력과 성과

UN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회의(COP; Conference of the Parties)는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을 대표하는 회의체로서, 1992년 리오환경회의(Rio Earth Summit)를 통해 합의된 UN기후변화협약을 실현하기 위해서 1995년 베를린에서의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2015년 12월 COP21에서 파리협정이 체결된 이후, 국제사회는 파리협정 실행을 위한 세부이행규칙(rulebook)들이 협의와 협상의 주요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파리협정의 체결(2015.12.12)과 발효(2016.11.4)는 신기후체제의 제도적 근거를 제공하지만, 협정의 현실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별 의무사항의 구체적인 방식, 절차, 지침 등에 규범을 제공하게 될 세부이행규칙에 대해서도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리협정 체결 이후 국제사회는 외교적 협의와 협상을 통해서 현존하는 교토의정서 체제의 국가별 의무 규정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해 왔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는 여전히 극명한 입장 차이가 있다.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 마련은 파리협정과 함께 부속적으로 체결된 COP21 결정문(Decision 1/CP.21) 제7 항과 제8항에 의거하여 설립된 파리협정 특별작업반(APA; Ad Hoc Working Croup on the Paris Agreement)이 책임을 맡고 있다. APA는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 실무협상인 파리협정 당사국회의(CMA; Conference of the Parties serving as the meeting of the Parties to the Paris Agreement)를 주도하면서, 파리협약 이행을 위해서 개별 국가들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의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타 협력을 위한 전문적 의제들은 2개의 부속기구(Subsidiary Body), 즉 과학기술자문부속기구(SBSTA; Subsidiary Body for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Advise)와 이행부속기구(SBI; Subsidiary Body for Implementation)가 세부이행규칙 마련을 위한 후속협상들을 진행해 왔다.4

표1.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 협상(PAWP)의 경과 및 주요 내용 5

표_하이브리드 위협의 종류자료: UNFCCC, Bureau of the COP, CMP, and CMA (https://unfccc.int/process-and-meetings); 환경부 & 한국환경공단, 『파리협정 이행규칙 안내서』 (2019.6) 참조.

2018년 COP24에서 채택된 카토비체 기후 패키지(Katowice Climate Package)는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 대부분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2015년 파리협정 체결에 버금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국제협력의 결과물이다. 카토비체 기후 패키지는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의 “공통의, 그러나 차별된 의무(CBDR;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원칙”에서 발전하여 모든 구성원의 의무적 성격이 확장된 “유연한 공통의 단일지침(Common Guidance with Flexibility)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가 의무감축국가군과 기타국가군의 이분법적 분류로 의무규정을 둔 반면, 신기후체제는 당사국들의 모두 의무를 지니지만 개별적 역량차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원칙이 수정된 것이다. 즉, 교토의정서 체제와는 달리,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개별국가가 지니게 되는 의무적 차별은 없으며 단지 개도국에게는 유연성을 부여하는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의 새로운 원칙으로 범국가적 협력의 실효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이외에도, 카토비체 기후 패키지는 개별국가가 제출하는 국가별 자발적 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에 담겨야 하는 정보 및 지침들에 대한 이행규칙, 국가별 이행 과정과 결과를 증명할 투명성 체계의 방식, 절차, 지침 등의 이행규칙, 전지구적 이행 점검(GST; Global Stocktake)과 관련된 이행규칙, 선진국들의 기후재원 제공 관련 이행규칙 등, 파리협정의 이행과 관련된 세부의제들에 기본적인 합의를 이룬 국제협상 결과를 담고 있다.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 마련을 위한 COP25의 주요 의제와 쟁점

2018년 카토비체 기후 패키지를 통해서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 한 채 차기 당사국회의, 즉 2019년의 COP25로 협상을 연장했던 유일한 의제는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 관련 세부이행규칙이다. 따라서 국가별 감축의무를 민간과 시장의 영역으로 확장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될 탄소시장메카니즘에 대한 세부이행규칙은 COP25의 가장 중요한 의제이다. 여타 세부이행규칙 의제들과는 달리 제도의 근간에 대한 합의도 이루지 못 한 채, 마지막 협의 의제로 남아 있게 된 것에는 국가들 간의 첨예한 경제적, 산업적 손익 계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개발된 시장메커니즘을 근간으로 제도를 개선 및 발전시켜서 국가들 간의 탄소배출권 거래를 촉진시키자는 목적을 지니고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을 비롯 모든 국가들이 그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각 국가들의 경제적, 산업적 국가이익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합의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6 COP25를 앞두고 지난 6월 독일 본(Bonn)에서 개최되었던 제50차 부속기구회의(SB50)에서도 합의 마련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각 국가들의 다양한 입장 차이만 부각되었을 뿐이었다. 파리협정 제6조 관련 세부이행규칙 중에서도, 특히 국가간 이전된 감축결과물(ITMO; 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의 상응조정 (corresponding adjustment) 문제와 청정개발체제(CDM)와 공동이행제도(JI) 같은 교토메커니즘에 근거한 기존의 국제협력 사업들과 그 결과의 전환(transition) 문제는 COP25에서 다루게 될 가장 첨예한 쟁점의제들이다.

국가간 이전된 감축결과물(ITMO)이 개별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및 의무감축량 결과 산정에 있어서 배출권 거래에 참여한 당사국들, 즉 판매국과 구매국이 이중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당사국들 간의 조정이 필수적이다. 상응조정이란 일반적으로 거래에 참여한 양 당사국들이 동일한 ITMO 거래량을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시 반영하는 것, 즉 판매국은 거래량 만큼 최종 산출된 배출량은 증가하고, 반대로 구매국은 거래량 만큼 최종 산축된 배출량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들에게 이행기간 전체에 대해 배출허용총량을 부여했던 교토의정서 체제와는 달리, 파리협정은 개별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량과 목표기간을 설정하도록 규정하였다. 따라서 국가들 간에 이행기간과 목표연도(다년, 단일 연도), 목표 형태(BAU 기준, 절대량 기준, GDP 단위 기준) 등이 상이할 수 있다. 상이한 감축 기준과 조건들을 지닌 국가들의 거래에서 어떻게 상응조정을 해야만 모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이행규칙이 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한 한편으로, 산출과 조정의 계산에 수반되는 기술적 해결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타국의 감축사업에 참여하여 얻은 감축분이 어느 국가의 감축분으로 상응조정되어야 하는지 역시 국가 간에 견해차이는 크고, 상응조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국가별 기여(NDC)의 이행기간이나 목표의 기준 등을 통일하는 문제도 모든 당사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의제들이다.

교토메커니즘의 국가 간 협력 사업들, 즉 청정개발체제(CDM) 및 공동이행제도(JI)의 규정 하에 등록되어 있는 사업들을 신기후체제에서 어떻게 전환(transition)할 것 인가에 대해서도 자동전환이나 재등록으로 해결하자는 입장부터 무효라는 입장까지 국가들에 따라 그 입장차이가 크다. 교토메커니즘 협력 사업으로 확보된 감축크레딧(CER; Certified Emission Credit)을 신기후체제에서의 감축분으로 전환하는 문제 역시, 신기후체제의 시작을 기점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과거 감축분은 인정 불가하다는 입장까지 그 간극이 크다. 그러나, 교토메커니즘 사업들로 얻어진 결과의 전환문제는 비록 국가들 간에 그 입장차이는 크지만, 상응조정 문제와는 달리 지금까지의 협의와 협상을 통해서 통해 몇가지의 옵션으로 선택지가 좁혀져 있다. COP25에서 기존의 협의와 협상 결과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중재안이 나온다면, 교토메커니즘의 전환과 관련된 세부이행규칙은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큰 쟁점으로 남아 있는 파리협정 제6조 관련 세부이행규칙의 마련 외에도, COP25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여러가지 중요한 의제들이 있다. 보다 상향된(“ambitious”) 감축목표의 설정 문제, 기후변화의 피해(“loss and damage”)의 산출 문제와 별도 지원메커니즘의 설립 문제, 개별국가들의 배출 정보 투명성 체계 확보와 지원 문제, 그리고 기후협력의 재원 확충 문제 등 여전히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의제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 의제들은 파리협약의 신기후체제 마련을 위해 새롭게 대두된 문제라기 보다는 엄격한 세부이행규칙과 투명성이 보장된 이행체계 구축을 희망하는 선진국과 재원 및 기술 지원책의 보장과 자국의 산업화를 위한 유예조건들을 주장하는 개도국 간의 오랜 갈등 문제들이다. 따라서, 결국 파리협정이나 카토비체 기후 팩키지의 합의 때처럼 정치적 협상을 통해서 중재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지난 해 10월 송도에서 개최되었던 제48차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던 현재 국제사회의 공식 목표인 국제평균기온 2℃ 상승 억제 목표(“2℃ Goal”)를 1.5℃ Goal로 전환하자는 의제가 해수면 상승이 국가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AOSIS(Alliance of Small Island States) 소속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피해국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에 수반되는 재원 확보의 문제 등으로 COP25에서 주목받는 의제는 되지 못 할 것으로 전망된다.

 

COP25에서의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외교에 대한 기대

한국은 올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한-메콩 정상회의를 정례화하는 등 우리의 외교 지평을 넓히는 큰 성과를 낳았다. 기존의 양자외교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외교나 다자외교로 확장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중견국가로서 쟁점외교, 즉 특정 국가나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범국제적인 주요 이슈를 다루는 외교적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다.

빈곤, 기아, 보건, 교육, 양성평등 등 UN의 17개 지속성장목표(SDG) 혹은 WEF(World Economic Forum)의 글로벌 위기 인식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국제사회의 외교적 협력이 필요한 여러 이슈들 중 기후변화는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이슈이다.7 기후변화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범지구적 위협이지만, 외교적으로는 우리와 같은 중견국가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느 강대국도 절대적인 리더십을 지니지 못 하고 있으며, 신기후체제라는 거버넌스체제가 여전히 형성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의 선도적 역할은 더욱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녹색기후기금 (GCF)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라는 외교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게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 외교는 쟁점외교 분야로서의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나라의 다자외교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개최 중인 COP25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은 올해 9월의 UN기후행동정상회의(Climate Action Summit)에서 공언했던 기존 1억불인 GCF 기여금의 2배 증액 약속이나 내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s) 정상회의 등의 기후변화 협력 외교의 적극적인 행위자 임을 홍보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주요 의제의 협의와 협상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한국은 국가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경험을 지닌 만큼, 가장 중요한 의제인 파리협정 제6조의 세부이행규칙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국제탄소시장의 출범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2015년 국제사회에 대해 2030년 BAU 대비 37% 감축을 공언하며 그 중 11.3%를 당시 논의가 시작되고 있던 국제탄소시장의 배출권 구입을 통해 감축분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으로 인해 국제적 비난을 받으며 “기후악당(Climate Villain)” 대표국가로 지명되는 수치를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8 반드시 COP25에서 국제탄소시장의 이행규칙 협의와 협상에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함으로써 오명을 벗을 수 있어야만 한다. 아울러, 여느 국가보다 앞서는 감축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가별 자발적 기여(NDC)의 상향 조정 의제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09년 COP15에서 한국은 감축 비의무국가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당시로는 매우 의욕적인 감축목표를 공언하면서 기후변화 협력 외교의 중심국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경험도 있다. 그리고, 올해 9월 UN총회에서 공언했던GCF 기여금의 증액 약속이 선진국의 재원 마련 의제에 대응하는 것이었다면, 개도국에 대해서는 투명성 증진을 위한 의제에서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측정 및 관리 시스템 마련에 대한 지원을 이끄는 협력외교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차기 UN기후변협약 당사국회의인 COP26이 신기후체제가 출범하게 될 2021년을 직전에 둔 2020년 11월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지금 개최 중인 COP25는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국제사회의 절박한 협의와 협상의 기회이다. 인류에게 미증유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실효적인 국제협력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외교의 장인 셈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다자협력외교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외교무대라는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의 마련과 한국의 다자협력 분야에서의 외교적 역할 확대라는 국내외적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Doomsday Clock as close to apocalypse as it was during height of Cold War,” The New York Post, January 25, 2019; https://nypost.com/2019/01/25/doomsday-clock-as-close-to-apocalypse-as-it-was-during-height-of-cold-war/.
  • 2. “Oxford Dictionaries declares ‘climate emergency’ the word of 2019,” The Guardian, November 21, 2019;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9/nov/21/oxford-dictionaries-declares-climate-emergency-the-word-of-2019.
  • 3. 2012년 COP18에서의 도하수정서(Doha Amendment)를 통해서 교토의정서에 의거한 의무당사국들의 감축의무 공약기간(2007-2012)은 2020년으로 연장되었다. 제2차 공약기간(2013-2020)이 종료되는 2020년 이후부터 교토의정서 체제는 소멸하며, 파리협약 체제로 전환된다.
  • 4. 과학기술자문부속기구(SBSTA; Subsidiary Body for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Advise)와 이행부속기구(SBI; Subsidiary Body for Implementation)는 파리협약 이후 APA에 의해서 설치된 것이 아니라 1995년 UNFCCC 제1차 당사자회의(COP1) 결과로 설치되어 전문분야의 실무협상의제를 다루었던 회의체이다. 또한, 2015년 파리협정의 결과로 탄생한 UNFCCC 산하의 APA(Ad Hoc Working Croup on the Paris Agreement) 이전에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ADP(Ad Hoc Working Croup on the Durban Platform)가 2011년 COP17에서의 합의로 설치되어 파리협정을 준비하는 실무를 맡았던 바 있다.
  • 5.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 마련을 위한 전체 협상과정은 2017년 COP23에서의 합의를 통해 “파리협정 작업프로그램(PAWP; Paris Agreement Work Programme)”으로 칭하고 있다.
  • 6. 교토의정서에 규정되어 있는 시장메커니즘은 배출권거래제도(ET; Emission Trading),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그리고 공동이행제도(JI; Joint Implementation)가 있다. 배출권거래제도(ET)는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부속서I (Annex I) 국가들, 즉 선진국들 상호 간에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이며; 청정개발체제(CDM)는 감축의무가 있는 부속서I (Annex I) 국가, 즉 선진국이 감축의무가 없는 비부속서I (Non-Annex I) 국가, 즉 개도국에서 감축사업을 실시하여 얻은 감축크레딧(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으로 자국에 할당된 감축의무 일부를 상쇄하는 제도; 그리고 공동이행제도(JI)는 부속서I 국가가 다른 부속서I 국가의 감축사업에 투자하여 발생한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분으로 인정받는 제도이다.
  • 7. 최현정. “국제사회의 미래 위기 인식과 그 의미: WEF Global Risks (2010-2019) 분석.” Asan Issue Brief 2019-03 (2019.1.22).
  • 8. “South Korea leads list of 2016 climate villains,” Climate Home News, November 4, 2016;  https://www.climatechangenews.com/2016/11/04/south_korea_climate_vill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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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최현정

외교안보센터

최현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 선임행정관(2010-2013) 및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2008-2010)을 역임하였고,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연구위원(2008), IT전략연구원(現 한국미래연구원) 연구위원(2006), 일본 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2003-2004), 공군사관학교 국방학과 교수요원(1995-1998)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기후변화,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 모델과 산업정책, 국가미래전략, 개발원조 등이다. 연세대학교 국제대학(UIC)에서 비전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Green Growth for a Greater Korea: White Book on Korean Green Growth Policy, 2008~2012 (Seoul: Korea Environment Institute, 2013)가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미국 Purdu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