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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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아산서평모임>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1월 31일(수), 제18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도서는 이영훈 교장(이승만학당/前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한국 경제사』 Ⅰ·Ⅱ (일조각, 2016)였다.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인 이영훈 교장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우대형 연구교수(연세대학교 경제연구소), 강진아 교수(한양대학교 사학과)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김명섭 교수(연세대학교), 김용민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등 서평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 이영훈 교장 = “한국사 내지 한국경제사 인식의 새로운 지평 열기”

이영훈 교장은 “선배세대가 내게 물려준 역사 인식의 방법이나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한국사 내지 한국경제사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이 교장은 “일본사와 중국사에 대한 지속적인 참고가 나를 그 같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며, “토지, 노비, 호, 시장의 역사를 사실의 인과관계에 즉하여 설명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 2천년 각 세기에 대한 나름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10세기 이전까지는 몇 세기가 묶여진 왕조 단위의 이미지’, ‘10-14세기 고려시대는 전기와 후기로 나눈 이미지’이며, 15세기 조선왕조 이후부터는 세기별이라고 해도 좋다”고 말했다. 또한 “1770년대 이후부터는 30년 단위라고 할까, 20세기에 들어서는 10년 단위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그리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당돌하게 주장하였다”며 큰 틀에서 본 저작의 구성을 제시하고 이에 관해 이야기했다.

 

◈ 우대형 교수 = “‘전근대와 근대와의 연속성’, ‘시기 구분’, ‘조선사회붕괴론과 식민지근대화론’의 세 가지 특징과 의의를 담은 책”

우대형 교수는 먼저 이 책의 특징과 의의를 첫째, ‘전근대와 근대와의 연속성’, 둘째, ‘시기 구분, 셋째, ‘조선사회붕괴론과 식민지근대화론’의 3가지로 제시했다. 이어서 우 교수는 “가족제도와 근대경제성장과의 관계에 있어 소가족 혹은 소농경제와 근대경제성장과의 관계, 나아가 가족제도와 경제성장과의 관계를 인정하다 하더라도 조선시대 직계가족이 세계사적으로 볼 때 높은 수준의 가족제도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필자도 인용한 토드에 따르면, 조선시대 가족제도는 남미보다도 낮은 ‘경제 성장친화적인 가족제도’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전근대와 근대와의 연속성’에 있어서는, “소농경제의 발달 외에 전근대발전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들이 개발되어 있고, 이제는 많은 학자들이 양자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한국은 기술수준, 국가역사지수 등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신석기 혁명시기와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위와 같은 토론 지점들을 제공함과 동시에, 풍부한 시각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활발한 토론을 이끌었다.

 

◈ 강진아 교수 = “한국경제사 연구의 수준과 저자 연구의 독보적 수준을 알려준 책”

강진아 교수는 먼저 “삼 년여 전에 한양대학교 비교역사연구소에서 주최한 저자의 저서 구상에 토론자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시대구분의 잣대로 생활과 조세 수취단위의 변화를 추적하고, 그것이 사회 전체의 심태(心態)와 상위의 사회제도까지도 규정하는 측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점”이 평자를 가장 감복시킨 탁월한 분석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시대구분에 대해서도 “경제사에서 이러한 창조적 시대구분이 가능한 것 자체가 한국경제사 연구의 수준과 저자 연구의 독보적 수준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다른 지역 경제사에서도 더욱 검토되어야 할 접근법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강 교수는 “다만 제4시대를 일제강점기부터 ‘개인과 순수혈연공동체로서의 호’로 한반도 사회의 기초 단위가 재편되었다는 것은 약간 의아했다”며, “‘호(戶, 가장이 존재하는 혈연적 소가족)’가 아니라 ‘세대’가 수취의 대상이 되는 것이 언제인가” 질의했다. 이외에도 로버트 C. 앨런의 책을 소개하기도 하며 흥미로운 토론 지점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자유토론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유불란 교수(경희대)는 조선인들의 무기력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선생님 표현을 빌면, ‘모든 노동에 대한 어떠한 유인책도 발거된 사회가 성립했기 때문에’ 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만약에 접근하게 된다면 19세기에, 이 한 시점에 성립된 문제가 아니라 조선이라는 체제가 굳어지면 굳어질수록 그런 방향으로 쭉 나아가게 되었다는 식으로 접근하게 된다”며, “‘왜(Why)’라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무기력하게 굳어진 체제에서의 출구 전략이 과연 무엇일까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김용민 교수(한국외대)는 김학준 선생의 ‘서양인들이 관찰한 후기 조선’ 등 여러 관련 도서를 소개하기도 하며, “조선 후기에 대한 입체적, 복합적 시각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류정민 교수(고려대)는 “시대구분 지표에 대해 여쭤보고 싶다. 보통 문학사와 정치사와 철학사, 경제사가 다 시대구분이 조금씩 다르다”며, “문학사가 역사하신 분들께 비판 받기도 하는데, 이는 새로운 것이 나타나 시대가 바뀐다고 할 때, 정치사나 철학사를 보면 새롭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문학 분석할 때 객관적 지표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항상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엇을 지표로 근대성을 규정할 것인가가 계속 궁금했다”고 질의했다.

※ 제18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