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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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는 동맹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우려 속에 개최됐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번 회의는 NATO의 결속을 시험하는 분수령으로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유럽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미이행을 강하게 비판하고, 미국의 유럽 안보 공약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가 NATO 내부 균열을 드러내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정상회의는 방위비 분담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등 복합 안보 위기가 얽힌 가운데,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전 G7 정상회의에서 일정을 마치기 전에 자리를 뜬 전례로 인해, 그의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회의 자체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정상회의는 ‘성공적’으로 포장됐다. NATO 회원국들은 집단방위(제5조)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2035년까지 국방·안보에 GDP의 5%를 투자하기로 한 헤이그 선언문을 채택했다. 공개적 갈등을 피하며 최소한의 단결을 연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질적 전략 재정비보다는 정치적 ‘시간 벌기’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회의는 NATO 결속의 전기가 되기보다는, 동맹의 구조적 취약성과 균열을 가리는 ‘관리된 외관’에 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본 이슈브리프는 2025년 NATO 정상회의의 주요 쟁점을 점검하고, NATO의 중장기 전망과 한국에 주는 전략적 함의를 분석한다. 특히 한국의 한미동맹 내 부담 분담, NATO 협력 전략, 인도-태평양 안보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국의 실질적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5% 방위비 목표: 정치적 승리 뒤에 숨겨진 현실적 과제

 
2025년 NATO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안보 지출을 GDP의 5%로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요구를 충족시키며 정상회의를 ‘성공’으로 포장하는 데 기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 내내 자리를 지키며 공개적 동맹 분열을 피한 것만으로도 유럽 주요국들은 안도했다.

그러나 회의 직후 유럽 내에서는 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과연 이 목표를 현실화할 수 있는가, 이를 통해 미국의 NATO 관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5%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치적 절충의 산물이다. △3.5%는 전통적 국방 지출, △1.5%는 인프라·회복력·기술 혁신 등 확장된 안보 분야로 구분됐다. 이는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이 제안해, 회원국들이 동맹의 단결을 보여주면서도 각국의 정치·재정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성과’로 포장했고, 유럽은 미국의 동맹 이탈 가능성을 일정 부분 억제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실제 이행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재 5% 달성이 가시권에 있는 국가는 폴란드뿐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도 목표를 약속했지만 예산 삭감과 증세 등 민감한 정치적 선택이 불가피하다.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목표 자체에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상당수 회원국들은 2029년 목표 재검토 시점과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실질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5% 목표가 실질적 안보 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방위비 확대가 유럽의 대러시아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의 역할 축소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는 이를 우려하지만,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유럽은 미국 안보 의존을 줄이면서도 동맹 결속과 국내 부담 최소화라는 상충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5% 목표는 정치적 완충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향후 실질적 이행 과정이 유럽의 정치적 의지와 대서양 동맹의 회복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실질적 언급 부재

 
2025년 헤이그 NATO 정상회의의 또 다른 특징은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의 부재는 동맹 내 위협 인식의 균열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종 채택된 헤이그 선언문은 러시아의 침략을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만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는 불과 1년 전 2024년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문과 크게 대비된다. 당시 NATO는 러시아를 “유럽-대서양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자”로 규정하며, 러시아의 핵 위협과 북한·중국의 지원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지적했었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되돌릴 수 없는 경로”로 명시했던 점도 이번 선언문에서 모두 빠졌다. 게다가 NATO-우크라이나 이사회 회의도 전격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비공식 회동이 있었으나, 실질적 결과는 없었고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여부도 불투명하게 남았다.

이러한 소극적 대응은 NATO 내부의 시각 차이를 더욱 부각시킨다. 회의 직전,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러시아를 “가장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공식 선언문에서는 수위가 크게 조정됐다. 이는 NATO 사무국과 주요 회원국, 특히 미국과 유럽 내 일부 국가 간 위협 인식의 근본적 차이를 보여준다.

물론 정상회의 성격상 선언문의 톤 다운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언급 축소는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변화, 즉 유럽 개입 최소화와 인도-태평양 집중을 시사한다. 미국으로서는 러시아 위협을 강조하면 유럽에 자원이 묶여 중국 견제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소극적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고 NATO 내부 균열을 감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으로 표면적 결속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NATO의 대러시아 전략과 동맹 내 신뢰를 약화시킬 위험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IP4의 존재감 약화

 
2025년 NATO 헤이그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도-태평양 4개 파트너국(IP4) 중 일본, 호주, 한국 정상들이 참석을 취소하며, IP4의 정치적 존재감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네 나라 정상이 모두 참석했다면 NATO와 인도-태평양 간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고, IP4의 핵심 파트너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IP4는 NATO와 함께 우주·해양 협력 등 실질 협력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주변적인 존재로 비쳐졌다.

한국, 일본, 호주 정상들은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고조된 역내 긴장과 국내 정치 일정을 불참 이유로 들었고, 방위비 논의와 복잡한 유럽 내 동맹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IP4는 분열 가능성이 있는 공개 정상회담 대신, 고위급 실무 협의를 선택하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이 결정은 2022년 마드리드 정상회의 이후 꾸준히 쌓여온 정치·외교적 모멘텀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건 셈이다. 2023년 빌뉴스 정상회의와 2024년 워싱턴 정상회의에서는 실질 성과가 있었지만, 올해는 공동성명 외에 뚜렷한 성과가 없어 IP4의 전략적 위상이 약화된 모습이 드러났다.

이번 정상회담 무산은 IP4의 제도화 한계와 동시에, 회원국들이 IP4를 유연하고 실용적인 협의체로 유지하려는 현실적 선호를 보여준다. 분명 아쉬운 대목이지만, 각국이 자국 내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복잡한 동맹 구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때, 불참은 전략적 신중함의 결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번 불참을 인도-태평양과 유럽-대서양 안보 연계 약화로 과도 해석할 필요는 없다. 북한의 러시아 군사 지원, 권위주의 국가 간 공조 심화 등으로 두 지역 안보는 더 긴밀히 연결되고 있고, NATO와 IP4 지도자들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해 왔다.

실제 IP4는 NATO 외교·국방장관회의 등 실무협의체를 통해 협력을 넓혀가고 있다. 사이버 안보, 공급망 안정성, 방산 협력 등 기술·현안 중심 실용 협력이 강화되는 중이다. 고위급 정상회의가 향후 양측 연대를 보여줄 분명한 다음 단계가 되겠지만, 당분간은 저자세·실용 협력을 통해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2025년 헤이그 NATO 정상회의는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동맹국에 중요한 전략적 교훈을 남겼다. 특히 확인된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 2기 하에서도 방위비 분담이 단순 군사 문제를 넘어 통상·동맹·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이미 GDP 대비 2.32%라는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추가 기여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스페인 총리가 2.1%까지만 국방에 지출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스페인을 ‘무임승차국’으로 규정하고 “관세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 경고했다. EU의 공동 통상 정책 구조를 감안해도,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방위비가 동맹 내 ‘우대 조건’의 전제조건으로 기능할 것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5% 방위비 목표 구조는 한국에 일정한 정치·외교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3.5%는 전통적 국방 지출, 1.5%는 인프라·회복력·기술 혁신 등 확장된 안보 영역으로 구분돼 있어 기여 방식을 협상할 여지가 있다. 한국도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첨단 기술·방산 협력을 주요 안보 기여로 제시해 전통적 국방비 급증 없이도 동맹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또한 정상회의 ‘성공’의 핵심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승리를 확보한 데 있다. 이는 충분한 물밑 조율과 ‘사전 합의 틀’ 마련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킨다. 한국도 한미 정상회담과 NATO 주요 회의에 대비해 조율·협상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NATO와의 관계에 대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지난 3년간 한국은 ITPP를 기반으로 사이버 안보, 비확산, 우크라이나 지원 등 NATO 협력을 심화시켜왔다. 그러나 올해 IP4 정상회의 무산과 NATO의 인도-태평양 관련 메시지 약화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정상회의 불참은 신임 대통령 취임 직후 충분한 준비 부족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특히 IP4를 NATO의 부대 행사로 국한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협의체로 공식화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내 별도 IP4 정상회의는 해당 지역의 우선순위와 안보 우려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외교 채널이 될 수 있다.

또한 NATO 협력을 단순 상징을 넘어, 한국의 파트너십 다변화와 글로벌 안보 재편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인도-태평양과 유럽-대서양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한국 방위산업은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이다. NATO의 5% 국방비 확대 합의는 첨단 무기·방산 기술 수요 급증을 예고하며, 한국은 이미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폴란드와의 대규모 방산 계약은 한국이 유럽 안보 공급망의 핵심 축임을 보여준다. 한국 방산의 강점은 첨단 기술력뿐 아니라, 합리적 가격, 빠른 생산·납품, 신뢰성에 있다.

한국은 방위산업 협력을 단순한 상업적 활동이 아니라, 보다 넓은 안보 및 동맹 전략의 핵심 축으로 설정해야 한다. NATO 우선과제에 한국 제품을 전략적으로 연계하고, 협의체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한국은 대서양 동맹의 안보 강화에 실질 기여하는 동시에, 자국 안보·경제 이익도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다.

 

결론

 
2025년 NATO 헤이그 정상회의는 동맹이 외부 압박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표면적 단합을 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방위비 목표 합의와 공개적 분열 회피라는 정치적 성과는 분명 의미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역할 축소 가능성, 러시아 위협에 대한 이견, NATO의 글로벌 역할을 둘러싼 입장 차이 등 동맹의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뚜렷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NATO 내부의 전략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정책 우선 변화 속에서, 한국은 NATO 및 IP4와의 협력을 단순한 상징을 넘어 국가 전략의 일부로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방산 협력과 IP4 내 실질 협력 강화는 한국의 비교우위를 실질적 안보 기여로 전환하고 동맹 내 위상을 확대하는 현실적 경로가 될 수 있다.

동시에 NATO 내 이견을 과도하게 위기의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방위비 분담, 위협 우선순위, 동맹의 역할 확대를 둘러싼 의견 차이는 NATO 정치의 본질이며,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동맹 내 갈등의 일부일 뿐이다. 핵심은 이를 협상과 조율을 통해 통제하며 실질적 기능과 결속을 유지하는 정치적 역량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구조적 갈등에 능동적·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NATO 협력과 IP4를 활용한 파트너십 다변화, 방산을 통한 실질적 기여 확대를 통해, 한국은 복잡해지는 글로벌 안보 환경 속에서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본 글은 영문 이슈브리프의 국문 요약입니다(2025-04).
(‘Managing Decline? NATO’s Uneasy Future After the 2025 Summit’, https://www.asaninst.org/?p=99876)

 

About Experts

김세미
김세미

외교안보센터

김세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한-유럽관계, 인도태평양 다자협력, 중견국외교 등이다. 미국 한미경제연구원에서 비상임 펠로우,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서 상임 펠로우, 미국 퍼시픽 포럼에서 상임 펠로우로 재직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제학 학사,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