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24년 11월 5일, 도널드 J. 트럼프는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7개 경합주에서 승리했고,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과 일반투표(popular vote)에서 모두 해리스 부통령을 앞섰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보다 더 강력한 통치권을 갖게 됐다.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했고, 미국 대법원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삼두정치(trifecta) 세력의 지원도 받게 됐다. 앞으로 4년 간 미국 정치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외교안보 정책 행보를 고려했을 때,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 이슈브리프는 2024년 미국 선거 결과를 분석하고, 이 결과가 미국 동맹국, 특히 한국에 주는 함의를 살펴봤다. 먼저 2024년 미국 선거 결과를 경합주 중심으로 검토한다. 둘째, 한미동맹 관련 119대 미 의회의 주요 변화를 정리한다. 셋째,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이끌어갈 주요 인물과 한미동맹 의제를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과 역할 분담, 타 동맹국과 단체 협상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언한다.
1. 2024년 미국 대선 결과
이번 2024년 미국 대선 캠페인 기간에는 예기치 않은 일이 있었다. 2024년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첫 토론 후, 재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그는 1968년 린든 존슨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재선에 도전하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 됐다.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또 선거 캠페인 기간, 당시 트럼프 후보를 노린 암살 미수 사건이 두 차례나 있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 직전 발표된 선거인단 득표 예측에 따르면, 선거인단 82명의 표가 어느 후보에게 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초접전이었다. 또 538(FiveThirtyEight)과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예측 모형도 이번 선거가 역대급 초접전이 될 것으로 봤다. 과거 1876년 공화당 러더퍼드 B. 헤이스가 민주당 새뮤얼 J. 틸던을 선거인단 1표 차이로 이겼고, 2000년에는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민주당 앨 고어를 선거인단 득표에서 271대 267로 이긴 바 있다.1 선거 전 여론조사는 이번 미국 대선이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거가 마지막 주에 접어들며 발표된 다수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 간 격차는 더 좁혀지고 있었다.
개표 결과(2024년 11월 18일 집계치), 트럼프 대통령은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하며 선거인단 312명을 확보했다. 또 일반 투표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약 2% 포인트 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2 이번 미국 대선 투표율은 65%로 지난 2020년 대선(66%)보다 높지 않았지만, 미시간과 조지아 같은 주요 경합주에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유권자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3
아래 표 1은 7개 경합주에서 두 후보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를 제외한 6개 주에서 민주당 해리스 후보와 약 4% 포인트 내 차이를 보였다. 펜실베이니아에서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은 50,000표 미만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으나,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보다 약 140,000표를 더 얻었다. 여전히 비교적 적은 득표수 차이로 펜실베이니아 선거인단 19표를 확보한 셈이다.4 또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에서 불과 12,000표 차이로 승리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 110,000표를 더 얻어 선거인단 16명을 확보했다.
표1. 경합주 미국 대선 개표 결과 (%, 투표 수)
선거 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8년 후 민주당이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 조지아주 대비 소폭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5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약 1% 차이인 74,000표로 이긴 바 있으나, 올해는 약 190,000표 차이로 승리했다. 미시간은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됐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은 0.2% 포인트 차이로 이겼고,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은 경합주 가운데 미시간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4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 80,000표 이상 앞섰다.
국경과 불법 이주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된 애리조나에서는 2020년, 민주당이 1940년 이후 두 번째로 승리했다.6 그러나 2024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80,000표 이상 앞서며 선거인단 11명을 확보했다. 네바다는 2008년 이후 계속 민주당이 우세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 50,000표 차이로 승리했다.7 위스콘신에서는 두 후보 간 득표 수 차이가 가장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000표 미만, 즉 1% 포인트도 안 되는 득표 수 차이로 위스콘신에서 승리했다.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많은 유권자들은 경제를 최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로 봤다.8 선거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보다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 더 나을 것으로 봤다.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실망한 유권자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과거 선거에서도 미국 유권자는 현 경제 상황에 만족하지 않을 때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9
2. 119대 의회 선거 결과
2024년에는 미국 의회 선거도 치러졌다. 하원 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 의원 100석 중 33석을 선출했다.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네브래스카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두며 53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됐다.10 아래 표 2에 제시했듯이 이번 상하원 선거 결과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삼두정치’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상원에서는 원로 정치인 미치 매코널(켄터키)의 은퇴로 존 튠(사우스다코타)이 당을 이끌며 주요 인사를 인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편, 하원에서는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의장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표 2. 시기별 선거인단, 일반투표, 의회 구성
한미관계 측면에서는 상하원 내 ‘한국 코커스’를 주목해야 한다. 먼저 상원에서는 2023년 한국 코커스를 출범시킨 상원의원 4명 즉, 존 오소프(조지아주 민주당), 댄 설리번(알래스카주 공화당), 브라이언 샤츠(하와이주 민주당), 토드 영(인디애나주 공화당) 의원이 모두 재선에 나서지 않았다. 반면, 하원위원이었던 앤디 김(뉴저지주 민주당)이 상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한국계 최초로 미국 상원의원이 됐다. 한국 코커스 외에 앤디 김은 그간 하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다.12
하원에서는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인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영 김(캘리포니아주 공화당)이 재선에 성공했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에 참여한 미셸 스틸(캘리포니아주 공화당)도 현재까지 막판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이었던 메릴린 스트릭랜드(워싱턴주 민주당)도 재선에 성공했다. 요약하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상하원 내 주요 의원은 재임하게 됐다.
3.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동맹 우선사항
미국의 51개 동맹국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다시 마주하게 됐다. 2017~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동맹국 지도자 다수는 바뀌었고, 적대국 지도자만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는 크게 달라졌고, 우크라이나, 중동, 아프리카, 미얀마에서는 전쟁으로 수십 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의 권위주의 정권은 기회주의적 협력을 넘어서 사실상 군사동맹을 구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는 불확실하다.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한국에 억제력 보장을 강화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지속할지에 대해선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대북전략은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주의 지도자와 우호적 관계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우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푸틴 대통령을 상대하겠다고 한 것처럼, 다시 한번 김정은 위원장을 마주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먼저 대비해야 할 사안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SMA)이다.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는 한국의 비용 분담을 5배로 늘릴 것을 요구했고, 그후 한미 간에는 재협상이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 10월 4일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을 체결했다. 2026~2030년까지 5년 계약으로, 전년대비 8.3% 증가한 금액에 합의했다.13 그러나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대통령 권한만으로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행정 협정이라는 점은 잠재 위험요소이다.
동맹국 부담 분담(burden sharing) 딜레마
미국이 오랜 기간 직면해 온 동맹국의 부담 분담 딜레마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 크게 달라졌다.14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동맹국에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동맹국이 자립하도록 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이제 여러 동맹국은 자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 아니라, 미군이 지원하는 집단 방위에도 더 많은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관계’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주둔 미군(28,500명)을 40,000명으로 잘못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한국은 방위비분담감을 놓고 미국과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주둔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또 거래적 관점에서 미국이 동맹국 내 주둔 규모를 감축하거나, 새 군사기지 및 시설을 미국 본토로 이전하는 등의 조치가 실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15
결국, 윤석열 정부는 주한미군에 더 많은 비용 분담을 제안하기보다 다양한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대미 기업 투자는 좋은 예이다.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 기업으로부터 2,000억 달러를 유치했다. 한국도 큰 투자자로 지난 4년 간 많은 투자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군사력을 재건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미국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국내 조선 업체와 협력해 미국 해군 조선업 및 함정 유지 보수 등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전 세계 다른 미국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비용 분담 및 병력 태세, 우선 위협 순위, 산업 정책 및 무역 접근성, 핵 억제력, 방위산업 기지 지원 등은 한미동맹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한국을 넘어, 일본, 호주, 필리핀, 벨기에 및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에도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들어진 나토(NATO) IP4 회의부터 오커스(AUKUS) 파트너십은 지역 전반에 걸쳐 동맹국과 파트너국 간 연계를 강화할 것이다.16
나가며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다른 국가가 미국에 보호를 기대하고 있다면, 미국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미군, 그리고 장비 등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17 10년이 지난 지금, 동맹국 특히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을 ‘돈 버는 기계(money machine)’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더 강해졌다. 한국은 그의 예측 불가능성, 거래적 협상 기술을 고려해 첫 정상회담에서 산업, 기술적 강점 등 광범위한 의제를 포괄해야 할 것이고, 또 한국의 요구를 반영해 한미동맹의 지속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 글은 영문 아산 이슈브리프의 국문 요약글입니다.(2024-07).
(‘The 2024 U.S. Elections and Outlook for U.S. Allies’, http://en.asaninst.org/?p=57215)
- 1. G. Elliot Morris, “This could be the closest presidential election since 1876,” ABC News (September 25, 2024), https://abcnews.go.com/538/closest-presidential-election-1876/story?id=113956232.
- 2. The New York Times, “Presidential election results: Trump wins,”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4/11/05/us/elections/results-president.html (Data extracted from The New York Times on November 18, 2024).
- 3. Luis Melga, Alyssa Fowers, Dan Keating, “2024 turnout is near the 2020 record. See how each state compares,” The Washington Post (November 6, 2024),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4/11/06/voter-turnout-2024-by-state/.
- 4. Kati Perry, Dan Keating, Aaron Blake, “A guide to the 7 battleground states that could swing the election,” The Washington Post (October 21, 2024), https://www.washingtonpost.com/elections/interactive/2024/2024-swing-states-trump-harris/.
- 5. Nate Cohn, “Election 2024 Polls: North Carolina,” The New York Times (November 5, 2024),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4/us/elections/polls-president-north-carolina.html.
- 6. James FitzGerald, “The seven swing states set to decide the 2024 US election,” BBC News (November 1, 2024). https://www.bbc.com/news/articles/c511pyn3xw3o.
- 7. 270 Win, “Nevada Presidential Election Voting History,” https://www.270towin.com/states/Nevada
- 8. “Exit Polls” NBC News (November 9, 2024), https://www.nbcnews.com/politics/2024-elections/exit-polls
- 9. Ruth Igielnik, “Polls show Trump’s edge shrinking on voters’ top issue: the economy,” The New York Times (October 30, 2024), https://www.nytimes.com/2024/10/30/us/elections/trump-harris-economy-poll.html.
- 10. The U.S. Senate election for Pennsylvania was scheduled for a recount on November 13, 2024.
- 11. Latest figures from NBC News as of November 17, 2024: https://www.nbcnews.com/politics/2024-elections/president-results. Note that the Pennsylvania Senate race had not been officially called but other outlets such as AP had called it for Republican candidate Dave McCormick.
- 12. Press Release, “Congressman Andy Kim’s Statement on the Trilateral Summit with South Korea and Japan” (August 18, 2023), https://web.archive.org/web/20240929064938/https://kim.house.gov/media/press-releases/congressman-andy-kim-s-statement-on-the-trilateral-summit-with-south-korea-and-japan
- 13. U.S. Department of State, “ROK Special Measures Agreement Consultations” (October 4, 2024), https://www.state.gov/rok-special-measures-agreement-consultations/.
- 14. Brian D. Blankenship, The Burden-Sharing Dilemma: Coercive Diplomacy in US Alliance Politics (Cornell University Press, 2023).
- 15. Ryan Browne, “Top general: Cheaper to keep troops in South Korea than U.S.,” CNN (April 21, 2016), https://edition.cnn.com/2016/04/21/politics/trump-troops-korea-japan-cheaper-abroad/index.html.
- 16. Choi Kang and Peter K. Lee, “Why U.S. Naval Power Needs Asian Allies,” War on the Rocks (January 12, 2024), https://warontherocks.com/2024/01/why-u-s-naval-power-needs-asian-allies/.
- 17. Donald Trump, 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 (Threshold Editions, 2015), p.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