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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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980년대 대만 민주화 이후 대만 내에서는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인식하는 ‘대만인 정체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COVID-19 팬데믹 사태는 대만인의 반중 정서와 중국 위협 인식을 높였다. 2024년 총통 선거에서 독립노선을 추구하는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 이하 민진당)이 승리하고 3연속 집권에 성공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입법원 선거에서는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 이하 국민당)이 승리하며 국민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확인됐다. 이것은 대만인이 대만 문제를 바라볼 때, 대만인 정체성 외에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점에서 본 리포트는 대만 내부의 관점에서, 즉 대만 정당의 양안 정책과 대만인의 인식을 분석하고 대만의 국내 정치 변화와 대외정책을 전망한다. 이는 대만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2장은 1980년대 대만 민주화 이후 대만 정치에서 주요 대립요인으로 작용하는 대만인 정체성과 통일-독립 논쟁 배경을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당과 민진당의 양안 정책 특징을 분석한다. 국공내전에서 패배해 대만으로 퇴각한 국민당은 중국공산당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진당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서 ‘92 컨센서스(1992 Consensus)’1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대만 본토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창당된 민진당은 대만 독립노선과 탈중국화, 대만인 정체성 고양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대중 경제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교역 다변화와 미국의 대중 강경책 편승을 특징으로 하는 양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민당과 민진당은 서로 상충되는 양안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이것은 어느 당이 대만 집권당이 되는지에 따라 대만의 양안 정책, 더 나아가 대외정책의 방향이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장은 대만인 정체성, 통일-독립 인식, 양안 경제교류, 정당 지지도를 중심으로 중국-대만 관계와 관련한 대만인의 인식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 대만 민주화 이후 대만인 정체성이 계속 증가했지만, 동시에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응답과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정당 지지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는 대만 유권자들의 관심이 대만인 정체성이나 통독 논쟁에서 현실 문제 해결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각 정당의 양안 정책이 양안관계에 대한 대만 대중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는 민진당과 국민당이 대만 대중의 필요와 요구보다는 정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상호 차별화된 양안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만인 인식 조사 결과는 향후 각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서 기존의 양안 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한, 이것은 중국이 대만 정당과 대만 대중 간의 인식 괴리를 활용해 대만 독립노선을 취하는 민진당을 압박하는 한편, 국민당과 대만인을 회유하는 이원화 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을 시사한다.

본 리포트는 위의 분석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언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양안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미국이나 중국의 대만 정책을 관찰하는 동시에 대만 내 정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대리전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안 정책은 상호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24년 총통 및 입법원 선거에서 대만 내 정치구도 변화의 가능성이 나타났다. 그런 만큼 미국과 중국의 인식과 정책뿐 아니라 대만 내부의 변화와 향후 정책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한국 정부는 민진당 및 국민당과의 비공식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한국-대만 간 학술 교류를 격려해야 한다.

둘째, 대만인 인식과 대만 정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중심의 입장을 세우고 이를 전달해야 한다. 대만 문제가 한국의 국익과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대만 문제는 내정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이 대만해협과 관련된 발언만 해도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를 대만해 협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대만도 이에 편승해 대만해협 유사 사태 시 한국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요한 해상교통로인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지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중국의 반발을 야기해 한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의 초점이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를 향하도록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현상유지와 양안 경제교류를 선호하는 대만인 인식의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지지하고 강조할 때 이러한 대만인 인식을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거나 미국의 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중국의 반발을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 과정에서도 이러한 대만인 인식을 강조함으로써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보다 북한의 군사위협이 더 시급한 문제임을 부각하고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에 집중시켜야 한다.

셋째, 중국의 대대만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에 대한 중국의 회유와 강압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작전(influence operations)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드 사태와 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반중 정서가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 간 경제 및 인문 교류, 국내 정치의 분열,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작전에 취약한 상황이다. 양안관계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이 대만에 대한 회유와 강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사례 연구는 한국이 향후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 대비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목차

 
요약
 
I. 들어가며

II. 국민당과 민진당의 양안 정책
   1. 통일-독립 논쟁과 대만의 정치 구도
   2. 국민당 양안 정책의 특징
   3. 민진당 양안 정책의 특징

III.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인 인식 조사
   1. 대만인 정체성
   2. 통일-독립 인식
   3. 양안 경제교류
   4. 정당 지지도

IV. 대만인 인식이 대만 문제에 주는 시사점
   1. 정당-대만인 간 인식 괴리
   2. 중국 대만 정책의 이원화

V. 정책 제언

참고 문헌

본 보고서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92 컨센서스’는 1992년 11월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海峽交流基金會)가 합의한 것으로 대만과 중국 양측이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은 인정하지만 ‘중국’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을 허용(各自表述)’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것은 정통성 문제를 둘러싼 양안 갈등을 유보하고 양안 교류의 단초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About Experts

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 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淸華大學)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

강충구
강충구

연구부문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

김지연
김지연

연구부문

김지연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원이다. 베이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정치사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외교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연구 관심분야는 미중 관계, 정체성, 종교 및 민족 갈등, 정치폭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