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부한다. 핵을 제외한다면 북한군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근거 없는 판단이 아니다. 75년 전 전차 한 대도 없이 맨손으로 북한 침공을 막아야 했던 국군은 21세기 들어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강군으로 성장했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우리는 재래 전력에서 북한을 명백하게 앞서고 있다. 심지어 우리 군의 무기 체계는 전 세계 최고의 무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재래 전력 우위의 국군
일례로 지상군 병력은 북한의 40% 수준에 불과하고 지상전의 주력인 전차는 북한 절반 수준인 2000여 대에 불과하지만, 3세대 이상급 전차를 약 80% 보유해, 3세대급이 10%도 안 되는 북한을 압도한다. 여기에 1000문이 넘는 K9 자주포의 정밀 화력과 500대를 넘는 헬기 전력으로 입체적인 기동과 화력을 더함으로써 우리는 북한의 수적 우세를 질적 우세로 제압하고 있다. 또한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상당한 재원이 바탕이 돼야 하는 공군력과 해군력에서 한국군의 우위는 압도적이다.
여태까지 북한이 보유했던 2000t 수준의 전투함정은 겨우 3척이며, 해군력의 지표인 군함 총톤수는 14만t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우리 해군은 총톤수 34만t에, 3000t 이상 전투함정이 28척이다. 신형 함의 경우 17척이 더 건조될 예정이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해군함 건조를 생각하면, 북한이 십수 년을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격차다.
공군력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북한이 보유한 전술기 540여 대 중 현대전에 겨우 대처할 수준인 4세대 전투기는 20대도 되지 않으며, 그나마 구형으로 정밀 타격도 어렵다. 한국은 4세대를 개량한 4.5세대 전투기가 200여 대에 이르며, 스텔스 능력을 갖춘 5세대 전투기는 약 40대다. 이를 합치면 4세대 이상급이 무려 300여 대에 이른다. 유류 부족으로 연간 20시간도 비행하지 못하는 북한과는 달리, 우리 조종사는 130시간 이상 비행해 기량도 뛰어나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 도움으로 첨단 대공미사일을 도입하고 조기 경보기를 국내 생산함과 동시에 4세대 이상급 전투기를 추가 도입하고자 하지만, 이러한 압도적인 격차를 역전할 수는 없다.
北, 핵과 WMD로 역전을 시도
그래서 북한은 핵과 WMD(대량 살상 무기)를 중심으로 비대칭 전력을 건설한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핵 사용에 중점을 둔 핵 태세에 집중했다. 전술핵 다종화와 실전 배치를 서두르는 한편,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 연료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핵 어뢰는 물론 미사일 잠수함까지 속속 선보였다. 더욱이 북한은 2022년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해 재래 전쟁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미치광이 핵전략을 공표했다.
북한은 현재 핵탄두 약 200발 분량의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보이며,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 및 순항미사일은 1000발 이상, 이동식 발사 차량은 300대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우리의 현무-2·4·5 등 탄도미사일과 현무-3 등 순항미사일은 수백 발, 이동식 발사 차량은 100여 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상군과 해군 전력에서는 상대적 우위, 공군과 우주 활용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국군이지만, 핵과 미사일만큼은 명백한 열세에 있다. 우리는 북핵 우위에 대해 독자적 비핵 대응 전략인 한국형 3축 체계를 채용해 △킬체인으로 적의 공격 임박 시 사전에 원점 타격하고 무력화시키며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로 우리 영역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다층 요격 체계로 요격하고 △ KMPR(한국형 대량 응징 보복)로 적 지도부를 응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핵 위협을 가장 확실히 막을 방법은 핵무기이기에, 우리는 한미 동맹을 통해 미국의 확장 억제를 활용해 북핵을 억제하고 있다.
한미 동맹만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
한미 동맹에만 모든 것을 맡기고 있을 수는 없다. 올 초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는 동맹 안보에 부담감을 느낀다. 최근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은 임시국방전략지침을 내부 메모 형식으로 배포하면서 대중 억제와 미 본토 방어가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본토 방어가 최우선이므로 러시아나 북한 등 중국을 제외한 국가로부터의 위협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감축이나 유연성 부여에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방어에 묶여 있는 주한 미군을 대중국 전력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한국이 이를 거부하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약 14조6830억원)를 부담하라는 것이 트럼프의 셈법이다. 한국의 국가 리더십이 정상화되면 트럼프는 이른 시일 내에 청구서를 제시할 것이다.
트럼프 요구가 얼마나 거셀지는 차치하더라도 한반도 방어의 미국 의존이 약해지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조성될 것이다. 미국은 재래식 억제를 대부분 동맹이 담당하도록 하고 핵 억제에서 상당한 비용 분담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재래 전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명백한 대북 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핵 억제 비용 분담을 선제안하면서 B61-12 전술 핵폭탄 같은 미국 핵무기를 한반도로 전진 배치해 북핵 위협을 확실히 억제해야 한다.
그러나 재래 전력 강화나 미국 전술핵 재배치 등의 조치는 결코 단기간 내 이뤄질 수 없다. 우리의 신무기 획득은 평균 14년이 걸리며, 이를 절반으로 단축해도 상당한 기간과 비용을 피할 수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정치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핵 보관고 건설이나 핵 투발용 이중 목적 전투기 도입 등 선결 과제 해결에 최소 3~5년이 걸릴 것이다.
우리가 키워야 할 독자적 역량
한미 동맹 안보의 재조정 기간에 우리는 독자적 대응 역량을 키워내야 한다. 우선 충분한 국방 예산 확보가 관건이며, 북핵 대응에서 독자적으로 강화할 능력부터 키워야만 한다. 핵과 WMD 탐지와 대응에서 독자적인 역량을 높여 미국에 당당한 파트너로 인정받고 한미 연합 능력으로 융합시켜야 한다.
우선 과제는 북핵에 대응할 강력한 화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핵탄두가 없더라도 수 톤 이상 재래식 탄두의 엄청난 에너지로 적 지휘부를 격멸하는 현무-5 등 고위력 초대형 탄도미사일은 전술핵에 버금가는 위력을 갖춘 재래식 전략무기다. 전략무기를 충분히 배치해 지휘부를 격멸할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적에게 공멸의 공포를 안겨주고, 적의 도발 의지를 꺾어야 한다.
동시에 북한 세부 동향을 감시하는 전략 정찰 자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국군은 2023년 말 425위성 1호기 발사로 독자적 우주 감시 능력을 처음 확보했으며, 4월 23일 위성 4호기 발사에 이어 올해 중에 마지막 5호기를 발사하면서 전략 감시 능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위성 5대를 통한 425 감시체계로는 2시간 주기 감시만이 가능해 충분하지 않기에 추가적인 우주 능력의 보완은 필수다. 따라서 2030년대를 목표로 초소형 위성 51대를 운용하는 소형 군집 위성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전 대비도 중요하다. 북한은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참전해 현대전을 몸소 체험하면서, 자폭 드론 등 저가형 소모성 자산을 활용하는 가성비 전쟁의 중요성과 함께 우주 기반 지휘 통신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우리 군도 드론을 통한 가성비 전쟁으로 북한군의 수적 우위를 상쇄하고 우주 기반 정찰 능력과 지휘 통신을 결합해, 압도적인 정보 우위 속에서 북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북한은 핵 개발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참전을 통해 생존을 위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 동맹이 우리 국방과 번영의 근간임을 망각하지 말고, 북한에 대한 전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래전을 철저히 준비함과 동시에 북핵과 WMD에 대응할 재래 전력을 착실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4월 14일자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