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내각 출범 및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지난 2월 7일(미국 현지시각)의 미일정상회담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며 안정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안보 억제력 제공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미일 협력 등이 재확인되었고, 우려했던 예측 불가 발언이나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은 상당 수준의 대미 투자와 방위비 증액 등을 약속했고, 현안으로 부상했던 일본제철의 U.S. Steel 매각 문제도 ‘투자’라는 설명으로 일단락되었다.
향후 미일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내용들이 얼마나 잘 지켜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미일정상회담이 큰 문제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유로 (1) 소수 여당인 자민당의 국내적 불안정성 속에서도 일본의 대미협력 기조와 미일관계의 방향성에 대한 여야의 초당적 공감대(consensus) 형성, (2) 정상 간 친분과 개인적 특성보다 강하게 작용한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목표, 즉 중국 견제의 일치, 그리고 (3) 일본의 대미외교가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가 자리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이시바-트럼프의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한미 채널에 더하여 한일 공조를 활용한 트럼프 2.0 시대 한미일 협력증진 및 대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방일 및 아시아 순방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관심이 높은 조선, 에너지, 가스 등의 협력 분야에 대한 한국의 역할 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며, 한미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 및 한국 방문을 대비하여 관련 산업 시설 및 기관 방문 추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미래 비전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보일 수 있는 감성적인 접근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셋째, 국내외 정치변동 속에도 안정적인 한미 및 한미일 관계 구축을 위해 미국 및 일본이 체감할 수 있는 공동이익을 제시하는 정책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1. 이시바-트럼프 첫 미일정상회담이 보여준 일본의 대미외교와 미일관계
지난 2월 7일, 아시아 국가 중 처음이자,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1 정상회담이었던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날부터 40여 개가 넘는 행정조치와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서명 등 공세적 조치가 시행되던 시기에 이루어진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최대 과제는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 속 제시될 수 있는 관세, U.S. Steel 등 경제적 문제, 둘째, 방위력 증강과 방위비 증액 관련 안보상의 문제, 셋째, 이시바-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 문제였다. 특히, 외교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이시바 총리가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유독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아베 전 총리만큼 긴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1) 센카쿠열도의 미일안보조약 5조2 적용, (2)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3)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4)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한 공동 협력, (5) 미·일·인·호, 미·일·호, 한·미·일, 미·일·필리핀 등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들과의 연대 강화 등 기존의 내용들이 재차 확인되었다([표1] 참조). 3 미국 대선 기간 동안 제기되며 우려했던 ’U.S. Steel’ 인수 문제도 ‘인수’가 아니라 ‘투자’라는 설명으로 일단락되었고, 4 일본의 대미투자와 방위력 강화 노력이 제시되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에 대한 관세, 방위비 등 경제적 부담을 가져올 만한 우려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양 정상은 서로를 칭찬하며 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표1] 이시바-트럼프 미일정상회담(2025.2.7)의 주요 내용
출처: 요미우리신문 (2025.2.9)5
미일정상회담은 어떻게 안정적으로 끝날 수 있었는가?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에 대한 일본의 선제적 제시, 이시바 총리의 철저한 사전 준비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기술적(skill) 노력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면에 깔린 미일관계의 본질, 그리고 일본의 대미외교의 특징에 있다. 이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첫째, 소수 여당인 자민당의 국내정치적 불안정성 속에서도 여야의 초당적 공감대(consensus)를 이루는 일본의 대미외교와 미일관계, 둘째, 정상 개인의 특성보다 강하게 작용한 대중견제를 위한 미일의 전략적 목표 일치, 그리고 셋째, 일본의 대미외교가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이다.
■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의 대미외교와 미일관계
미일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일정상회담이 종료된 이후,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포함한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주요 야당의 인사들은 “일정 수준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6 일반 국민들의 평가도 긍정적인 편이었다. 정상회담 이후 시행된 복수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게 나왔으며(<요미우리신문· NNN>(2.14-2.16) 7: 긍정 51%, 부정 38%, <아사히신문>(2.15-2.16) 8: 긍정 50%, 부정 35%, <교도통신>(2.15-2.16) 9 긍정 50.1%, 42.7%, <닛케이신문· テレビ東京>(2.21-2.23) 10 긍정 47%, 부정 42%), 미일정상회담 이후 실시된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도 일제히 상승했다. 11 일각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을 다해 칭찬하고 아부를 통해 웃음을 유발했다”며12 ‘아부 외교’, ‘아부의 기술(the Art of Flattery)’이라고13 보기도 하였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미일정상회담의 결과가 기존의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야당은 물론, 대다수의 언론과 전문가, 일반 국민들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본의 미국에 대한 1조 달러의 투자액 확대,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약속한 것에 비해 일본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이후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1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으며, 14 민간 차원에서 일본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에 총 5,000억 달러(약 719조 원) 규모의 투자 결정,15 도요타 자동차와 이스즈 자동차의 신규 투자16 등이 전해지는 등 일본의 대미 투자 및 경제적 부담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비록 이시바-트럼프의 첫 번째 만남이고,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에서 미국의 일본에 대한 안보 억지력 제공 및 양국의 대외 정책 방향성의 일치를 재확인했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나, 일본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미일정상회담의 평가가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것은 일본의 대미외교와 미일관계, 그리고 미일동맹의 성격과 방향성에 대한 일정 수준의 기대와 이를 이루기 위한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사회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시바-트럼프 개인의 성향보다 강한 미국과 일본의 대중견제 전략적 목표 일치
지난해 10월, 일본에서는 자민당 내 비주류였던 이시바 내각이 출범하면서 일본 내외에서 외교·안보의 방향성이 크게 주목받았다. 정치인이자, 군사·안보 전문가로서 이시바가 지난 30여 년간 주장해 온 ‘아시아版 NATO 구축’과 ‘미일지위협정 개정’ 등은 자민당 주류 및 일본 정부와는 의견을 달리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이시바는 총리가 된 이후에 자신의 안보관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랜 지론이었던 만큼 미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었다. 한편,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부분의 정책을 비판하며 전임 행정부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선거 유세 기간에는 “바이든 외교 정책의 반대로만 하면 최고가 될 것”이라며17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정상회담에서 예상치 못한 발언 등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이시바 총리로서는 오랜 기간 정치적 정적이었던 아베 전 총리와의 차별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전임 정부인 바이든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모색하는 발언이나 행동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정상회담은 기존의 미일정상회담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중견제를 위한 일본과 미국의 전략적 목표 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동중국해에서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현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중국의 어떠한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것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불법적인 해양 영유권 주장, 매립지의 군사화, 위협적이고 도발적인 활동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재확인”했다. 이는 곧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나타내는 것이자,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양국의 외교의 방향성과 목표가 일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동성명에 언급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즉, 중국견제에 미일이 같은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며, 북한 비핵화는 미일, 한미일 공조를 통해 이루겠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미국 행정부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어도, 일본 자민당 내 주류 세력과 다른 목소리를 내던 정치인이 총리가 되더라도, 양국간의 전략적 목표는 일치하고, 이에 기반한 미일동맹이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표면적으로는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이 주목받았지만, 미일관계는 ‘이시바 외교’, ‘트럼프 외교’라는 정치 지도자 개인의 특성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공고한 협력과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축적된 경험과 정보, 그리고 긴밀한 네트워크가 보여준 일본의 대미외교
일본에서 이번 미일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것은 정확히는 ‘눈앞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이시바 외교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는 준비된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시바 외교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였던 아베 전 총리의 영향도 있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러 간 아베 전 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18 이러한 전례를 통해 이시바 총리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이후부터 줄곧 만남을 시도했으나,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19 이 상황에서 물꼬를 튼 것은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였다. 20 1기 행정부 당시 아베 총리와 밀월관계를 구축하며 부부동반도 종종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아키에 여사를 플로리다주 자신의 자택으로 초청한 바 있고, 여기에서 미일정상회담을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우수한 통역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Little Prime Minister’로 호평 받던 외교관(현 외무성 미일지위협정실장)이 통역으로 다시 함께했다. 21 비록 아베 전 총리는 없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실무진들과 주요 인사들이 아베 외교의 유산으로 남아있었다.
또한, 아베 전 총리가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황금 골프채를 선물했던 것에 이어 이번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황금 사무라이 투구는 일본의 정치와 문화, 개인적 친밀감을 보여준 외교적 접근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작년 11월부터 이시바 총리의 지역구인 돗토리현에서(‘정치’) 준비한 이 투구는, 황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하고, 그의 손자들이 실제로 착용 가능하도록 만든 것인데(‘개인적 친밀감’), 최근 미국 스포츠계에서 부는 사무라이 열풍도(‘문화’) 반영되었다.22 이외에도 일본 내 보기 드문 기독교 신자인 이시바 총리가 자신과 같은 종교를 공통점으로 둔23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발언을 한 것 또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미일정상회담에 대비해 30시간 넘게 공부했다는24 이시바 총리의 노력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요소들이 작용할 수 있도록 축적된 대미외교의 경험과 정보, 그리고 미일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이다.
2. 향후 전망: 무난했던 정상회담에도 불구,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일본은 당장 눈앞에 닥친 고비는 넘겼지만, 미일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사항들이 향후 실제로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당장 일본제철의 U.S. Steel ‘인수’가 아니라, ‘투자’라는 이시바 총리의 설명에 납득한 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정상회담 이틀 후(2.9), 일본제철이 제안한 과반 출자를 허용하지 않음을 밝히며, 사실상 일본제철의 U.S. Steel 매각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고수했다.25 그리고 다음 날(2.10)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는데, 예외 조항이 없는 한 일본 제품도 과세 대상이 된다.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던 아베 내각 이후에도 일본은 주일미군 주류경비에 해당하는 ‘오모이야리(思いやり: 배려) 예산’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26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는 일본이 다시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예산을 늘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미·일·인·호, 미·일·호, 한·미·일, 미·일·필리핀 등 유사입장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G20 장관급 회의(2.20-21 외교장관회의, 2.26-2.27 재무장관회의)에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참을 결정하였으며, 대통령 당선 이후 첫 인터뷰에서 “NATO 탈퇴를 적극 고려하겠다”고27 발언하는 등 다자협력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기존까지 ‘가치’와 ‘신념’, ‘비전’에 기반했던 관계가 ‘실용’과 ‘이익’으로 치환될 때, 단기간 내 그 효과성을 입증해 내지 못한다면 국가 간 관계 및 협력의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문제 대응을 위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향후 북한과의 관계에서 한국과 일본이 경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보다는 양자, 체계적인 논의와 틀보다는 개인의 리더십, 중재자보다는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려 한다. 특히, 이 과정 속에서 함께 논의해야 직간접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과의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역내 큰 안보 위협인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1기 행정부 당시 이미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적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보다 더욱 신중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 당사자인 한국 및 일본 등 역내 국가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 한국외교에의 함의와 정책적 고려사항
아시아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미국과의 정상회담은 유사한 입장에 있는 한국에게도 미치는 함의가 크다. 한미 및 미일 무역 관계에서의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주둔 관련 비용 및 역할 문제 등 현안에 있어서도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측면에서도 함께 공유되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른 이시바-트럼프의 첫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한미 채널에 더하여 한일공조를 활용한 트럼프 2.0 시대 한미일 협력증진 및 대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그간 쌓아온 미국과의 채널 및 네트워크에도 불구하고, 한미 간 정상(summit) 외교가 완전한 정상 궤도에 들어서기까지 우리의 대미외교는 일정 수준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먼저 미국과 대화의 문을 연 일본과의 공조는 한미일 관계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일정상회담(2.7)이 있기 약 한달 전(1.13) 이와야 다케시 외무대신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일, 한미일 관계 등에 대해 논의하였고, 28 미일정상회담 이후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2.15, 독일 뮌헨 안보회의 참석 계기)가 개최되며 한일 및 한미일 협력에 대해 논의하였다.29 이와 같은 연이은 한일, 미일, 한미일 회담이 개최는 일본이 북핵문제 대응 등 한미일 공조에서 일정 수준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일본과의 협력을 충분히 활용하여 트럼프 2.0 시대를 함께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한미일 관계를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일본에 대해 무조건적인 유화적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지만, 역사문제와 같이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는 현안과는 별도로 공동으로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한일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일본도 이러한 협력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양국에 안보적으로는 북핵문제 및 대만 유사사태 등 역내 안보 위협에 대한 한미일 협력의 이익과 필요성을, 경제적으로는 한미일 협력의 비전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한일이 함께 미국에 투자를 하거나, 기업을 연계한 한미일 간 인적 교류와 일자리 창출, AI, 디지털, 빅데이터, 수소, 에너지, 로봇, 헬스 등 미래 유망업종과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분야에서의30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일자리 창출 등 한미일 협력의 비전과 성과를 선제적으로 제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연내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아시아 순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시기에 일본을 방문하기로 합의한 만큼 올해 내 일본 방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시기 아시아 주요국을 함께 방문할 가능성31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로는, 1)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이내 미중정상회담을 희망했던 4월,32 2) 미중 간 ’생일정상회담’으로 불리는 6월,33 3) 일본 오사카 만국박람회(4.13-10.13) 중, ‘미국의 날(7.19)’이 있는 7월, 그리고 4) 10월 말~11월 초에 우리나라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APEC 정상회의 등이 있다. 우리에게는 APEC 기간이 선호되나, 일본에서는 오는 7월 참의원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7월 혹은 이보다 빠른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여 성과를 거두려 할 것이다. 만약 일본 방문이 먼저 이루어질 경우, 사전 조율을 통한 한미 및 한미일 정상회의의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미 관계에서 있어 미국 측의 관심이 높은 조선, 에너지, 가스 등의 협력 분야에 대한 한국의 역할 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며, 한미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정부는 “미국과 관세, 조선, 에너지 등 상시협의체(국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34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 및 한국 방문을 대비하여 관련 산업 시설 및 기관 방문 추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차원의 교류뿐만 아니라, 해당 시기 백투백(back-to-back) 형태로 전직 관료와 경제 및 외교안보 전문가, 오피니언 리더 등으로 구성된 민·관 1.5 track회의, 혹은 학자와 경제인, 정부 관계자 등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한미, 한미일 협력 증진을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미래 비전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보일 수 있는 감성적인 접근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황금 사무라이 투구가 일본의 정치와 문화, 개인적 친밀감을 통합적으로 보여준 일본외교의 상징물이었다면, 한국은 과학, 기술(5G, AI), 산업 등 사람(인재)과 미래 비전에 방점을 맞춘 조치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내외 정치변동 속에도 안정적인 한미한미일 관계 구축을 위한 공동이익을 제시하는 정책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알 수 있던 일본의 대미외교의 일관성과 미일관계 안정성에 대한 초당적 공감대는 한국에 주는 함의가 적지 않다. 정치적 변동에 따른 일정 수준 정책 변화의 불가피성이 있다 하더라도, 외교적 측면에서 상대국에게 던지는 일관된 메시지는 국가 간 신뢰 구축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제 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일본이 미국과 함께 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일본을 알리고, 문화적 친근감을 높이는 것을 넘어 미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설정하는 정책 공공외교를 강화하고 있다.35 한국 또한 이와 같은 정책공공외교에 있어 한미 협력이 지니는 이점을 추상적인 개념을 넘어 구체적인 수치나 통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한미 협력의 비전을 추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23년,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 (2023.4.26)을[36] 통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 되었음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와 한미 양자 간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에 기반하여 한미동맹, 그리고 한미일 관계에서 한국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명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첫 번째 정상회담은 2월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졌다.
- 2. 미일 안보조약 5조는 미국의 대일 방위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미일안보조약의 핵심 조항이다. 이 조항은 “각 당사국은 일본국의 시정(施政)하에 있는 영역에 있어서, 어느 한 쪽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자국의 평화 및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임을 인정하고, 자국의 헌법상의 규정 및 절차에 따라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 미군에 대한 공격을 포함하여 일본 내 무력공격이 발생했을 경우 양국이 공동으로 일본을 방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外務省. “日米安全保障条約(主要規定の解説)” https://www.mofa.go.jp/mofaj/area/usa/hosho/jyoyaku_k.html
- 3. 外務省. “United States-Japan Joint Leaders’ Statement” (2025.2.7) https://www.mofa.go.jp/mofaj/files/100791691.pdf (검색일: 2025.2.10)
- 4.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면 U.S. Steel의 일본 매각을 무조건 막을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도 ‘인수’가 아닌 ‘투자’라는 이시바 총리의 설명에 일단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 연합뉴스. “트럼프 “대선 이기면 US스틸 日 매각 무조건 막겠다”” (2024.2.1) https://www.yna.co.kr/view/AKR20240201114000009 (검색일: 2025.2.20)
- 5. 読売新聞. “石破首相がUSスチール買収計画の修正提示、「投資」で合意…アメリカ側は再検討へ” (2025.2.9) https://www.yomiuri.co.jp/politics/20250208-OYT1T50182/ (검색일: 2025.3.1)
- 6. 時事通信. “野党も一定評価 自民幹部「相性が合った」―日米首脳会談” (2025.2.8) https://www.jiji.com/jc/article?k=2025020800441&g=pol (검색일: 2025.2.10)
- 7. 0テレ. “石破トランプ会談”評価する51% 評価しない38%” (2025.2.16) https://news.ntv.co.jp/category/politics/7066b2bbe52a4b2c961ec0098614b6ed (검색일: 2025.2.20)
- 8. 朝日新聞. “石破内閣支持、40%に上昇 日米会談「評価」50%” (2025.2.17) https://www.asahi.com/articles/DA3S16150685.html (검색일: 2025.2.20)
- 9. 東京新聞. “備蓄米放出「遅い」81% 日米会談50%が評価、共同調査” (2025.2.16) https://www.tokyo-np.co.jp/article/386237 (검색일: 2025.2.20)
- 10. 日本経済新聞. “内閣支持40%、3ポイント低下 日米首脳会談「評価」47%” (2025.5.23) https://www.nikkei.com/nkd/company/article/?DisplayType=1&ng=DGXZQOUA20CKZ0Q5A220C2000000&nik_code=0018752 (검색일: 2025.2.23)
- 11.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1%p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 NHK, 지지통신,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교도통신 등의 여론조사에서 0.3%p~5%p까지 소폭 상승했다. – 産経新聞. “複数の世論調査で石破内閣支持率上昇 日米首脳会談評価も、自民党内からは「一過性だ」” (2025.2.17) https://www.sankei.com/article/20250217-D7ZSC6TEXVP4JJ325C7IAMVDZM/ (검색일: 2025.2.22)
- 12. The Washington Post. “Japanese leader tries flattering Trump in bid to avert tariffs” (2025.2.7)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5/02/07/trump-japan-prime-minister-meeting/ (검색일: 2025.2.16)
- 13. The New York Times. “Foreign Leaders Embrace the Art of Flattery in Wooing Trump” (2025.2.7) https://www.nytimes.com/2025/02/07/us/politics/foreign-leaders-flattery-trump.html (검색일: 2025.2.16)
- 14. 연합뉴스. “트럼프, 日에 ‘관세·방위비 청구서’ 압박…日은 투자 ‘선물’” (2025.2.8) https://www.yna.co.kr/view/AKR20250208024000073 (검색일: 2025.2.22)
- 15. Softbank. “Announcing The Stargate Project” (2025.1.22) https://group.softbank/en/news/press/20250122 (검색일: 2025.2.22)
- 16. Business Report. “[초점] 이시바 日총리, 미일 정상 회담 … 토요타 · 이스즈 투자 계획 전달” (2025.2.10) http://www.businessreport.kr/news/articleView.html?idxno=47391 (검색일: 2025.3.5)
- 17. 연합뉴스. “트럼프 “바이든 외교정책 반대로만 하면 최고 될 것”” (2024.10.20) https://www.yna.co.kr/view/AKR20241020017200072 (검색일: 2025.2.20)
- 18. 朝日新聞. “安倍・トランプ両氏の「蜜月関係」 駐米大使語る舞台裏” (2021.1.25) https://www.asahi.com/articles/ASP1S7JRJP1QUHBI00G.html (검색일: 2025.2.23)
- 19. 朝日新聞. “石破首相とトランプ氏との面会、「実現困難な情勢」日本政府関係者”(2024.11.15) https://www.asahi.com/articles/ASSCG3DW2SCGULFA01PM.html (검색일: 2025.2.23)
- 20. 産経新聞. “きっかけは安倍昭恵さんとのミートローフ夕食会 トランプ氏、石破首相との早期面会に舵” (2024.12.21) https://www.sankei.com/article/20241221-Y3ZCWTEP4ZJHHJLUVS6BFWSHAI/ (검색일: 2025.2.22)
- 21. “日米首脳会談に「小さな首相」…安倍元首相通訳の高尾直氏を「トランプ対策の切り札」に” (2025.2.6) https://www.yomiuri.co.jp/politics/20250205-OYT1T50183/ (검색일: 2025.2.23)
- 22. 0テレ. “お土産は「金の兜」…石破首相がトランプ大統領に渡す” (2025.2.8) https://news.ntv.co.jp/category/politics/128baa5690b2487b9b630c42a629596e (검색일: 2025.2.23)
- 23. 毎日新聞. “キーワードは「カルバン派」 トランプ大統領と石破首相の意外な接点” (2025.2.7) https://mainichi.jp/articles/20250206/k00/00m/010/036000c (검색일: 2025.2.23)
- 24. 時事通信. “【時事時評】トランプ対策だった肘つき握手◇訪米前“研修”30時間の成果 時事通信解説委員・山田惠資” (2025.2.25) https://www.jiji.com/jc/v8?id=20250225jihyouYama01 (검색일: 2025.2.25)
- 25. Nikkei Asia. “Trump says Nippon Steel not allowed to take majority in U.S. Steel” (2025.2.10) https://asia.nikkei.com/Business/Business-deals/Trump-says-Nippon-Steel-not-allowed-to-take-majority-in-U.S.-Steel (검색일: 2025.2.21)
- 26. 미일 양국은 2022~26년도 재일미군 주류 경비의 일본측 부담에 대해 자위대 및 미군의 공동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훈련자재조달비’를 추가해 최대 연간 200억 엔을 계상할 것을 합의했다. 각 년도 평균은 약 2,110억 엔이다. – 読売新聞 “【独自】思いやり予算、「年2110億円」で日米合意…新たに「訓練資機材調達費」計上” (2021.12.21) https://www.yomiuri.co.jp/politics/20211220-OYT1T50340/ (검색일: 2025.2.20)
- 27. NBC New York. “Trump calls for ‘immediate’ cease-fire in Ukraine and says a US withdrawal from NATO is possible” (2024.12.8) https://www.nbcnewyork.com/news/politics/trump-cease-fire-ukraine/6050664/ (검색일: 2025.2.21)
- 28. 연합뉴스. “한일, 서울서 외교장관회담…日 “한일관계 더욱 진전 위해 방한”” (2025.1.13) https://www.yna.co.kr/view/AKR20250113115700504 (검색일: 2025.2.21)
- 29. 외교부. “한미일 외교장관회의(2.15) 결과” (2025.2.16)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5861 (검색일: 2025.2.22)
- 30. 외교. “「외교」지가 만난 사람(29): 김기환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 인터뷰,” 「외교」 pp.219-230.
- 31.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12일간 (2017.11.3-11.14) 5개국(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순)을 방문했다.
- 32. USA Today. “Trump wants to visit China as president in first 100 days: WSJ” (2025.1.18) https://www.usatoday.com/story/news/politics/2025/01/18/trump-china-visit-first-100-days-wsj/77812452007/ (검색일: 2025.3.12)
- 33. WSJ. “U.S., China Discuss a Trump-Xi Summit for June” (2025.3.10) https://www.wsj.com/world/china/u-s-china-discuss-a-trump-xi-summit-for-june-04610b8f (검색일: 2025.3.12)
- 34. 디지털타임스. “산업장관 “美와 관세·조선·에너지 등 상시협의체 구축…트럼프 정권 내내 긴밀 소통”” (2025.3.4)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5030402109902050010 (검색일: 2025.3.5)
- 35. 한인택 최은미. 2021. “미 지방 민간대상 정책공공외교 주요국 사례 연구.” 국제평화재단.
- 36. 대한민국 대통령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 (2023.4.27) https://www.president.go.kr/newsroom/press/B4x547qk (검색일: 202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