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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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서 한미동맹을 군사안보 분야 협력을 넘어 경제, 기술,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천명했고, 5월 23일에 공식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에도 참여했다. 이러한 행보는 새 정부가 높은 대중 경제 의존도에 기인한 ‘중국 눈치 보기’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활동 공간을 제한했고 더 이상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미중 간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에 기반한 대중정책을 펼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한국의 행보를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참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반발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중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고 한중 간 다양한 갈등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는 한중관계의 인위적인 개선보다는 한중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중국의 전략적 가치를 새롭게 산정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어떠한 경우에도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각 분야와 사안별로 중국이 협력의 대상인지, 경계의 대상인지를 고민하고 이에 기반한 대중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한국에 대한 중국의 회유와 압박 가능성을 고려하고 대응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전략 물자의 수입원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북핵 문제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 및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중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중국이 전통문화의 부흥을 통해서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김치, 한복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둘러싼 한중 문화갈등이 한중 양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2022년도에 한국 정부는 중국이 한국의 대중정책 및 반중 연대 참여 정도를 주시하며 소통을 강화하려는 상황을 활용해 중국과의 외교 채널을 확대하고 정례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현 정부의 대외정책이 대중 견제의 목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중견국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한편, 한중 간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탐색해야 한다. 이는 한중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방지할 뿐 아니라 한국이 한중관계에서 외교적 명분을 확보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정책

2016년도에 발생한 사드(THAAD) 사태는 ‘구동존이’(求同存異, 다른 것은 일단 미뤄두고 같은 것을 추구한다)의 원칙하에 한중 교역 및 인적 교류의 확대 등 양적 성장에 기반해 발전해 온 한중관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은 한중 간 우호적인 경제협력관계가 정치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견인할 것이라 생각해 왔지만, 오바마(Barack H. Obama) 행정부의 재균형 정책(rebalancing policy) 이후 미중 전략경쟁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인식이 허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중국은 사드 시스템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 영토를 감시할 수 있다면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1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안보 불안을 이해하기는커녕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게 일방적인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서 한중 경제협력 속에서 높아진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압박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사드 사태로 한중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안미경중’(安美經中) 혹은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내세우며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 기저에는 사드 사태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조속히 회복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남북관계 개선 및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한중관계의 회복이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 과정에서 중국의 입장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0월 중국 정부와 합의한 삼불(三不; 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불참, 한미일 3각 군사협력 배제) 원칙, 2017년 12월 방중 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로, 한국을 ‘작은 나라’로 불렀던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대학 연설, 2020년 초 중국 내 COVID-19 확산 시기 중국발 입국자 허용, 2021년 7월 중국산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격리 면제 조치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행보는 중국 정부에 한중관계의 회복과 발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며 사드 사태로 촉발된 한중 간 갈등 구도를 해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Donald J. Trump) 행정부 이후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중국이 경제 협력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국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연대에서 한국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2 중국 정부는 수사적으로는 한중 간 협력을 지속해서 강조했지만, 한중관계의 실제적인 회복을 모색하기보다 한국이 미국에 경사되지 않도록 경제 및 북한 문제를 지렛대(leverage)로 삼아 한중관계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의 대중정책은 중국으로부터 환영은커녕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2월 방중 이후 지속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시진핑 주석은 2019년 북한을 방문하며 북중의 우호협력관계를 과시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여러 차례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물론, 올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주석 역시 한중 간 경제적 상호 보완성을 언급하면서 사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3 중국 내 한류를 제한하는 소위 한한령(限韓令)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4

이에 따라 중국의 부상으로 야기된 한중관계의 불균형성은 더욱 심화되었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중정책은 한중관계의 악화와 제2의 사드 사태를 예방했다고 평가할 수는 있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COVID-19 팬데믹,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야기했다. 첫째,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미중 간 균형 외교는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한미동맹의 균열을 야기했다. 둘째,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국제 규범을 내세우는 민주주의연대의 참여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고립을 심화시켰다.  셋째, 국내적으로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와 한국 정부의 무기력한 모습이 대조되면서 한국 정부의 대중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야기했다.

 

신정부의 대중정책에 대한 제언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2월 8일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한중 양국이 긴밀한 경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북한 등의 안보 문제에서 매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고 서로의 이익과 정책적 입장을 존중하는 한중관계를 새롭게 구축할 것을 언급했다.5 이후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도약’을 주창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를 전개할 것을 공표했다.6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서는 한미동맹을 군사안보 분야 협력을 넘어 경제, 기술,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였으며,7 5월 23일에 공식 출범한 IPEF에도 참여했다.8

이러한 행보는 높은 대중 경제 의존도에 기인한 ‘중국 눈치 보기’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활동 공간을 제한했고 더 이상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하에 새 정부는 전략적 명확성에 기반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하겠다는 대외정책의 방향성을 표명한 것이다. 체제 경쟁 및 가치 경쟁으로 발전한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사회에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 속에서 COVID-19 팬데믹, 경제 안보의 대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중견국인 한국의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공표한 대외정책의 기조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이는 한중관계의 악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중국이 이러한 한국의 행보를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참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9 이에 따라 한중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고 한중 간에 다양한 갈등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역내 반중 연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경제문제, 북핵 문제, 대북 지원 문제, 문화갈등을 둘러싼 여론전 등 다양한 형태의 회유와 압박을 한국에게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한중관계의 인위적인 개선보다 한중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1.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중국의 전략적 가치를 새롭게 산정해야 한다.

한중수교 이후 지난 30여 년의 시간 속에서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이웃 국가로서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의 형성에는 지리적 근접성, 문화적 유사성, 활발한 인적 교류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경제 발전과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은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도 2021년 12월 현재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10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냉전 시기 적대관계에 있었던 한국과 중국이 협력하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고,11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함께 빠르게 증가한 한중 교역과 거대한 중국 시장은 한국 경제의 발전 요인 중 하나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증가했고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긴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또한, 북핵 문제에서도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했다.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해 왔다. 시진핑 정부도 1기에는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실험 자제를 요구하거나12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쌍중단(雙中斷; 북한의 핵∙미사일실험과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의 동시 추진)을 북핵 문제의 해결방식으로 주장하면서도 대북제재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입장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왔다.

이러한 인식이 지난 30년간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데에 동기를 부여하고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든 우호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형성하고 한국의 대중정책과 대외정책에 영향을 끼쳤다. 다시 말해서 중국과의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한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시도는커녕, 한중 간의 현안이나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과 모든 분야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가치가 다른 국가들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식 사고(思考)와 체제의 확산은 한국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위축시킬 수 있다.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 확산으로 불거져 나오는 한중 간의 문화 충돌은 한국의 문화 정체성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북핵 문제에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중 FTA 2단계 협상, 해양경계획정 문제, 황사나 후쿠시마 오염수 등의 환경문제, 기후 변화, 국제범죄 등 다양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중국이 한국에게 어떤 전략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더욱 깊이 고민하고 섬세한 접근을 해야 한다. 안보, 경제, 문화의 분야별로, 심지어 가치 문제나 국가 정체성 등의 각 사안별로 중국이 협력의 대상인가, 경계의 대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국을 위협으로만 인식하고 무분별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2. 한국에 대한 중국의 회유와 압박 가능성을 인식하고 대응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에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중국은 보수성향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한국이 문재인 정부가 보였던 균형 외교의 틀을 깨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의 반중 정책에 동조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서 진영 간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이런 미국이 반중 연대에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13 동시에, 한중 간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여전히 크고 국회 내 진보 정당의 우위로 인해 보수 정부의 대외정책이 제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 완전히 미국에 경사되기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안미경중의 현상 유지를 고려할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14 한중 간 경제적 상호 의존도와 한국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가 과연 대선 당시 공표한 대로 미국에 경사된 대중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중국 내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가치 강조, 한미동맹 강화, IPEF 참여 등을 통해서 중국과 거리를 두는 대중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일 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중국 내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행보에 반발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15 특히, 중국은 한국의 IPEF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의 사이버방위센터(CCDCOE, Cooperative Cyber Defense Center of Excellence) 가입에 주목하며 새 정부의 대외정책이 역내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중 견제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과 미일정상회담, IPEF 출범과 쿼드(Quad) 정상회의를 통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도 여전히 중국 견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COVID-19 팬데믹 이후 중국은 국내 정치의 안정화를 모색하고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소위 ‘전랑외교’(戰狼外交, wolf-warrior diplomacy)라는 공세적 외교노선을 취하며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한 호주나 EU에 대해서 외교적 공세와 경제적 제재를 통해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16 그런 점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를 모색함에 따라 향후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회유와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외교적 공세, 경제 제재, 해상에서의 충돌, 문화갈등을 둘러싼 여론 공격 등 다양한 압박 조치를 상정해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윤석열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한편, 전략 물자의 수입원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경제 안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6년의 사드 사태와 2021년에 발생한 요소수 사태의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17 둘째, 북핵 문제에 대해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중국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지난 5월 26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발사에 대해 대북제재 추가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했다.18 이렇게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북핵 문제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 및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중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한미연합훈련의 확대에 대해 중국이 외교적 공세는 물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서해상의 군사훈련, 중러 연합훈련 등을 실시할 경우, 국방부 성명과 언론 매체를 활용해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에 대해서도 한미 연합훈련은 방어적인 성격의 것이며 북핵 문제가 대두되기 이전부터 실시해 왔기 때문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비교하여 양보할 수 있는 비례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오히려 그것을 근거로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함을 주장해야 한다.

3. 한중 간 문화갈등 사안에 대해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2002년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한중 간의 문화갈등이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김치, 한복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둘러싼 누리꾼들의 논쟁을 계기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주창하는 중국은 전통문화의 부흥을 통해서 국내적으로는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한중 간 문화갈등 사안을 관리하거나 국내 민족주의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를 중국 문화의 해외 진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음력 설을 ‘중국의 새해(Chinese New Year)’로 홍보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제를 개최해 중국의 전통문화를 매개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둘러싼 한중 간의 갈등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개연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한중 간의 문화갈등을 민간 차원의 일로 여기기보다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의 탈취 행위에 대해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전통문화제에 한국의 문화가 도용되어 해당 국가에서 잘못된 인식이 형성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한 행동은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중 누리꾼 간의 무분별한 논쟁으로 양국 간의 상호 인식이 악화되거나 불필요한 갈등의 발생을 방지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다.

 

2022년의 과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과 IPEF 참여, 6월 NATO 정상회의 참석 및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 및 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 정부는 미국과 NATO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중요한 이웃국가이자 협력국임을 강조하고 있다.19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자극하기보다는 한중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가며 한국이 미국에 급격하게 경사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를 기회로 삼아 2022년도에 다음과 같은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현재 중국이 한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상황을 활용해 한중 간의 외교 채널을 확대하고 정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드 사태 이후 중단됐던 한중 2+2 대화를 고려할 수 있다.20 물론 2021년 2월 한미 2+2 장관회담이 개최된 후에야 중국이 6년간 중단됐던 한중 2+2 대화를 차관급으로 격상해 추진하기로 한 것을 생각할 때, 중국은 이러한 외교 채널을 통해서 양자 간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기보다 미중관계의 관점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조정해 나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한중 간 외교채널이 한중 간의 의견을 조율하거나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일조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중국에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한중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할 뿐 아니라 중국의 대한(對韓) 인식과 향후 정책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중국과 국제사회에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정책이 대중 견제의 목적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지난 5월 16일 한중 외교장관 화상통화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도 강조했지만21 한국 정부는 현 대외정책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중견국인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확대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경우에도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임을 강조하고 이를 기반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이 점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 이것이 중국의 우려와 반발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할지라도 한국이 한중관계에서 외교적 명분을 확보할 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중국의 압박에 대해서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하는 기반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적극적으로 한중 간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찾고 양국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전략적 명확성을 가지고 미중 간의 가치경쟁에서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경시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에 과도하게 경사되어 역내 역학 구도가 중국에 불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이나 제재를 단행하기 이전에 한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황사나 후쿠시마 오염수 등과 관련된 환경문제, 국제범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찾고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협력 분야에서의 성과를 차치하더라도 이를 통해서 한국은 한중관계가 빠르게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미중 글로벌 공급망 경쟁 및 한중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 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淸華大學)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