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된다. 해마다 꾸준히 실시되더한미 연합훈련은 지난 2018년에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신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은 하나가 돼 연습과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재개된 연합연습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프리덤 쉴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거 ‘폴 이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야외기동훈련은 ‘워리어 쉴드’로 명명됐다. 이런 한미 동맹의 군사력 재건을 가장 불편하게 여길 집단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작년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전술핵 선제 사용을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작년 한 해 동안 42회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역대 최다 횟수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경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북한 지도부는 미사일 발사로 자신의 치적을 대체했다.
재개된 한미 연합연습에 대항해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훈련 직전부터 북한은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모두 6차례 발사하면서, 전술핵무기를 실전 배치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정은과 그의 딸이 미사일 발사 현장을 누비는 사진도 에누리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러한 핵 협박의 실체는 아직 공허하다.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에 장착할 수준으로 소형화와 경량화를 하려면 1980년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1960년대 초 기술 수준이다. 북한은 언젠가 이런 능력을 개발할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며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표는 우리 국민의 두려움이다. 실체를 쉽게 알 수 없는 대상은 두려운 법이며, 거짓말도 반복하다 보면 진실이 된다. 핵전쟁의 두려움을 극대화해 마치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수행하는 한미 양국이 잘못된 일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북한의 목표다. 또한 북한이 엄청난 능력을 지닌 것처럼 주민에게 확신시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북한의 이러한 인지전 공략에 대응하는 방법은 바로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즉각 탐지하고 그 의도와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북한의 행동을 면밀히 감시하기 위해서는 활용 가능한 모든 도움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그간 미국의 정보에만 의존해왔지만 전 세계가 대상인 미국은 북한만 들여다볼 순 없다. 그런데 인공위성 8대와 장거리 레이더 등으로 동북아를 들여다보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과거사 문제나 독도 영유권 등으로 일본은 우리에게 여전히 얄미운 존재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가 공유하는 것도 많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중국의 패권적 위협을 동시에 받고 있으며, 미국이라는 공통의 동맹국으로 맺어져 있다. 북한의 인지전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3국 간의 안보 협력은 필수적이며, 그 시작은 물론 정보 공유다. 한미일 3국이 지혜를 모아 북핵의 진실에 접근할 때 막연한 두려움에서 해방돼 용기 있게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서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 본 글은 3월 24일자 헤럴드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