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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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2024년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과 한국은 공식 관계를 맺은 지 35주년을 맞는다. 1989년 한국이 아세안으로부터 부분대화상대국(Sectoral Dialogue Partner) 지위를 획득하고 35년이 경과했다는 말이다. 부분대화상대국 지위를 얻은 지 2년 만인 1991년에 한국은 전면대화상대국(Full Dialogue Partner)이 되었다. 1990년대를 걸쳐 완만하게 진행되었던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은 1997~98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계기로 급속히 진행되었다. 지역의 다자 무대에서 긴밀한 협력과 양자 경제 협력을 필두로, 사회문화 협력, 그리고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까지 대부분의 기념비적인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은 2000년대 이후 나타났다. 2017년 한국은 신남방정책(New Southern Policy, NSP)이라는 아세안과 인도에 대한 맞춤형 외교전략을 내놓는 데까지 나아갔다.

한-아세안 관계가 35주년을 맞이하는 2024년 한국은 아세안과의 공식적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CSP)로 격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아세안 관계 35주년, 그리고 CSP 격상 노력에 즈음해 지금까지 한국과 아세안 사이 관계는 어떻게 발전해왔고, 현 주소는 어디인지, 그리고 이런 관계 발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은 어떠했는지, 한계는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회고와 반성을 통해서 가깝게는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추진 방향, 전반적인 한-아세안 관계 발전의 방향, 나아가 한-아세안 협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 등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런 목적에서 시작했다.

물론 이런 형태의 연구가 처음은 아니다.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 한국과 아세안 상호 인식에 대한 조사, 그리고 한국의 동남아 연구에 대해 조망한 연구는 이미 존재한다.1 2010년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가 출범한 직후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소(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 ISEAS)와 공동으로 스타인버그(David I. Steinberg) 교수가 주도해 Korea’s Changing Roles in Southeast Asia: Expanding Influence and Relations라는 한-아세안 관계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다.2 이후 한국동남아학회는 한국과 동남아 전문가들을 망라해 한-아세안 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던 2014년에 ASEAN-Korea Relations: Twenty-five Years of Partnership and Friendship이라는 책을 출간했다.3 이 책은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집합적 관계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국립외교원의 아세안-인도센터가 중심이 되어 국내 학자와 대아세안 외교 현장에 있었던 외교관들의 회고와 전망을 담은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하다」라는 책을 출간했다.4 이 책은 한-아세안 관계 30주년을 기념하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념 도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또한 학술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던 외교관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함께 담고 있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보면 한-아세안 관계 수립 21주년인 2010년, 25주년인 2014년, 그리고 30주년인 2019년 등 매 5년마다 한-아세안 관계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연구물이 출판된 셈이다.

이와 연관된 몇 개의 흥미로운 연구들도 있다. 2011년에는 한국동남아연구소가 아세안 국가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본 연구물이 출간되었다. Southeast Asian Perceptions of Korea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아세안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탐구한 첫 번째 연구라고 할 수 있다.5 이후 2017년에는 역시 한국동남아연구소와 한-아세안센터가 공동으로 「한국과 아세안 청년의 상호인식」이란 제목의 연구물을 내놓았다.6 이 연구 역시 실제 설문조사,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특히 청년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안청시와 전제성은 2019년 「한국의 동남아시아 연구: 역사, 현황 및 분석」이라는 책을 발간한다.7 지금까지 아세안을 포함 동남아 개별국가에 대한 한국 학자들의 연구를 총망라해 연구의 성과와 경향을 분석한 책이다.

본 연구는 이런 연구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20, 25, 30주년을 기념하고 돌아보는 연구에 이어 한-아세안 관계 수립 35주년을 기념하고 그간의 발전을 되돌아본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본 연구는 단순히 매 5년마다 관계의 업데이트를 넘어서는 의미도 있다. 먼저 지난 30주년에 발간된 연구는 코로나19 이전의 한-아세안 관계까지를 담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한-아세안 관계의 질적, 양적 측면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한-아세안 관계에 어떤 양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이제 코로나19로부터 상당히 회복된 시점에서 한-아세안 관계, 협력, 교류는 어느 정도까 지 회복되었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본 연구는 단순하게 한-아세안 사이 협력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검토하고 평가하는 데 무게를 둔다. 이전 연구에서는 한국 정부가 아세안에 대해서 취했던 정책적 방향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아세안에 대한 정책을 별도로 이름을 달아 추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은 특별히 정형화된 형태가 없었다. 그러나 2017~2022년 사이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에 신남방정책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이고 중요한 대외정책 이니셔티브로 추진했다. 이는 현 정부에서 한-아세안 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KASI)이라는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된다. 한국과 아세안이 지역 다자협력을 매개로 본격 협력을 시작했던 김대중 정부 이후 각 한국 정부의 대아세안 정책은 어떠했는지, 그 공과 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런 생각에서 본 연구는 한국 정부의 대아세안 정책을 정부별로 검토하고 평가하는 섹션을 담고 있다.

세 번째로 본 연구는 이전 연구와 달리 정책적 제안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전 연구에서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에 관한 정책적인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아세안 관계는 학술적 연구뿐만 아니라 실질적이고 정책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큰 연구다. 향후 한-아세안 관계의 심화, 협력의 강화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런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연구에서는 이런 정책적 함의가 다소 부차적으로 취급되거나 형식적으로 다루어졌다. 그에 비해서 본 연구는 한-아세안 관계 발전의 검토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 제안에 큰 무게를 둔다. 단기적으로는 2024년 말로 예상되는 한-아세안 CSP 추진, 각 부문별 관계 강화의 과제,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한-아세안 협력이 지향해야 하는 비전 혹은 궁극적 지향점(end-state)에 관한 제안을 담을 것이다.

 

목차

 
I. 서론
   1. 연구의 층위와 각 장의 구성

II.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
   1. 2000년대 이전 한-아세안 관계
   2. 2000년대 이후 한-아세안 관계 발전
   3. 한-아세안 관계 35년의 성과: 경제, 사회, 제도와 인식

III. 정치안보 분야의 한-아세안 관계
   1. 한-아세안 정치안보 부문의 공식 관계
   2. 국방안보 협력
   3. 비전통안보 협력

IV. 경제와 사회문화 분야의 한-아세안 관계
   1. 한-아세안 무역과 투자
   2. 경제협정과 경제 협력 제도의 발달
   3. 아세안 지역 공적 원조
   4. 한-아세안 인적 교류의 확대
   5. 보건과 교육 협력
   6. 문화 협력: 한류의 확산과 쌍방향 문화 교류의 촉진

V. 한국 정부의 대아세안 정책
   1. 김대중 정부의 대아세안 정책
   2.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동남아 정책
   3.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VI. 한-아세안 관계가 노정한 한계
   1.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의 일관성
   2.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의 존재감
   3. 한-아세안 협력의 분야별 불균형
   4. 아세안 개별 국가 관계에서 나타나는 불균형
   5. 한국 내 지식 기반의 한계

VII.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의 향후 방향
   1. 한-아세안 연대구상의 추진
   2.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3. 한-아세안 관계에서 드러나는 불균형의 해소
   4. 한국 내 인식의 변화와 제고
   5. 정책 및 지식 기반의 강화

VIII. 결론

본 보고서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여기 언급되는 연구는 단행본의 형태로 출간된 것 중 대표적인 것 만을 언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아세안 관계, 한국과 개별 동남아 국가 사이 관계를 연구한 연구 논문 등은 다수 존재한다.
  • 2. David I. Steinberg ed. 2010. Korea’s Changing Roles in Southeast Asia: Expanding Influence and Relations. Singapore: 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
  • 3. Lee Choong Lyon, Hong Seok-Joon, and Youn Dae-yeong eds. 2014. ASEAN-Korea Relations: Twenty-five Years of Partnership and Friendship. Seoul: Nulmin Books.
  • 4. 최원기, 서정인, 김영채, 박재경 엮음. 2019.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하다.」 서울: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 5. Korean 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 2011. Southeast Asian Perceptions of Korea. Seoul: Myung In Publishers. 한국동남아연구소(Korean 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 KISEAS)는 이후 한국동남아학회(Kor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Studies, KASEAS)와 통합했고 현재는 한국동남아학회 산하 연구소로 존재한다.
  • 6. 윤진표 외. 2017. 「한국과 아세안 청년의 상호인식.」 서울: 한-아세안센터.
  • 7. 안청시. 전제성 엮음. 2019. 「한국의 동남아시아 연구: 역사, 현황 및 분석.」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About Experts

이재현
이재현

지역연구센터 ; 출판홍보실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2012년까지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다. 현재 한국동남아학회 부회장, 해양경찰청의 자문위원이고,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최근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적 공간의 등장(2015), 북한과 동남아시아(2017),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에서 성공하려면(2018),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남방정책의 역할(2018), 한국과 아세안의 전략적 공통분모와 신남방정책(2019), 비정형성과 비공식성의 아세안 의사결정(2019), 피벗: 미국 아시아전략의 미래 (2020, 역서), G-Zero 시대 글로벌, 지역 질서와 중견국(2020), “Southeast Asian Perspectives of the United States and China: A SWOT Analysi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