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5월 20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은 다양한 의미와 성과가 있던 것으로 평가된다. 5월 22일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제물포 언덕에서 체결 된지 140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과 미국을 동맹관계로 만든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에 체결되었지만 한반도와 미국의 인연이 처음 맺어진 역사적인 순간은 1882년이었고 일제강점기 이후 6.25 전쟁과 한국의 민주화 그리고 여러 정권교체를 지나 한미관계의 견고함을 의미한다. 둘째는 5월 10일 취임식 이후 단 10일 만에 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서 한국을 가장 먼저 찾았다는 점도 의미있다. 그만큼 한국의 중요성이 급증하였다는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함께 협력 가능한 한국정부를 기다려 왔다는 신호로 보인다. 즉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짧은 기간 내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져 준비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과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2년간 이 순간을 준비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예상되고 2024년 대선결과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되도록 남은 임기내에 많은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의도도 섞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와 공동성명 내용을 평가한다.

 

■ 안보

 
실무 정책 차원에서 보았을 때 이번 정상회담은 202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을 한단계 더욱 향상시키고 지난 합의문에서 거론된 협력사안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으나 나름대로의 성과 또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이란 한미동맹을 단순한 안보동맹만이 아니라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안보, 경제,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표출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난 2년과는 달리 한미가 북한문제에 있어 이번 정상회담을 앞서 충분한 사전 조율을 이루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정상회담 전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인지하고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준비했다는 점은 지난 정부에서 보아왔던 한미 관계 접근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북한과 관련된 사안 중 지난 정부가 강조해 왔던 종전선언이나 대북 코로나 지원 문제에 있어 한미 양국의 입장이 갈리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의미 있어 보인다. 종전선언은 자연스럽게 공동성명에서 배제되었으며, 미국의 한국의 대북 코로나 지원 방침을 적극 지지했는데,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주도적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의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계속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에 대한 억제태세 강화 방안 역시 진일보하였다. 특히, 2021년 5월 20일의 공동선언은 미국이 “가용한 자원”을 동원하여 북한 핵에 대한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취지였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핵은 핵으로 대응한다”는 기조 하에 미국의 핵, 미사일, 재래전력 등 모든 수단으로 확장억제를 보장할 것을 공약하였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한미는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고 확장억제력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 EDSCG)를 재가동하여 억제력과 준비태세를 강화한다는 의지를 내비추었다. 또한 기존 전통 안보 위협 외에도 국가 배후의 사이버 공격을 함께 대응하기로 합의하였다. 모든 면에서 전 정부와 관련된 공동성명과 차별화 된 모습이다.

억제력 강화가 대화의 가능성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강조된 부분도 인상적이다. 한편으로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적절한 대응을 약속하는 동시에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입장을 재확인하는 반면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열렸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남북협력에 대한 양 정상의 지지를 주장하였고 북한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데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표명하였다.

마지막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험과 지역질서에 있어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물론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제시하였다. 두 사안 모두 지난 공동성명에서 거론된 바 있지만 공동 가치와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규범에 대한 내용을 3자 협력과 연관시키고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는 지난 공동성명에 비해 더욱 강하게 묘사된 부분으로 평가된다.

북한 외에도 관심이 모아졌던 중국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호존중이라는 원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남중국해 외에 등장하지 않는다. 2021년 공동성명과 같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대한 내용이 거론되지만 중국을 직접적으로 규탄하거나 문제삼지는 않았다. 이는 미국과 공유된 가치를 바탕으로 협력하되,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한국의 의지와 한국이 처한 한중 관계의 딜레마를 고려한 미국의 배려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판단된다.

 

■ 경제

 
경제분야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처음 발을 닿자 마자 평택의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긴 비행 시간에도 불구하고 평택기지 보다는 한국 신흥기술의 축인 반도체 생산시설을 방문했다는 점은 그만큼 신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내비추어 낸 것이다. 한미는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이 테크노민주주의라는 점을 강조하며 핵심/신흥 기술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협력을 더욱 구축해 나아가기 위해 양국 국가안보실에 행정적/정책적 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경제안보대화 체제를 출범한다고 발표하였다.

반도체 외에도 전기차용 베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에 대한 신흥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고 이러한 분야에서 전문인력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기로 약속하였다. 개발 협력은 물론 공급망 재편에 대한 파트너십을 넓히기로 약속하였고 투자와 수출과 관련된 통제와 규제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하였다. 마지막으로 지속된 고유가 시대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는 신재생에너지 협력은 물론 소형모듈원자로를 포함한 한미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기로 표명하였다.

지난 공동성명에서도 거론된 우주협력에 있어 우주탐사 공동연구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구축과 개발을 지원하기로 합의하였다. 미국은 지역 경제질서 구축 외에도 우주와 관련된 기준과 질서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구축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참여는 이러한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급증하는 물가와 불안정한 시장 환경을 대비해 한미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안정성과 공정성에 대해 협력하기로 약속하였다. 모두 지난 공동성명에서는 거론되지 않은 내용이다.

 

■ 글로벌 이슈

 
한반도와 한미관계를 넘어 한미 정상은 여러가지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을 확대해 나아갈 것을 약속하였다. 기후변화와 국제보건협력에 대한 내용이 다시 강조되었고 이번에 새롭게 거론된 내용 중 국제보건과 관련하여 국제협력 이니셔티브(Access to COVID-19 Tools Accelerator, ACT-A)와 세계은행 내 금융중개기금(Financial Intermediary Funds, FIF)의 설치에 대한 지지를 발표한 것은 의미 있어 보인다. 또한 한국이 올해부터 글로벌보건안보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GHSA)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고 글로벌보건안보(Global Health Security, GHS) 조정사무소를 서울에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내용이 거론되었고 미국의 지지도 확인하였다.

또한 한미 정상은 자유롭고 안전한 디지털 정보 질서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였고 디지털 정보 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된 개방형 부선접속망(Open-RAN) 접근법과 투명하고 안전한 5G와 6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하였다.

한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명백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이번 공동성명에서 러시아가 거론되었다는 점이 의미 있어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우려는 공동선언 초반부터 부각되었으며, 특히 한국이 러시아에 대한 자체적 금융제재와 수출통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한편, 향후 러시아의 추가적 침공을 막기 위한 한미 각국 차원의 기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의 원칙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지속 유지할 것을 표명함으로써 對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서도 탄력성을 주었다.

2021년 공동성명과 같이 한미정상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중심성을 인정하고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지역과의 협력을 증진하기로 약속하였고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수립하여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를 통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하였다. 아직 IPEF의 실체가 구체화 되지 않았지만 IPEF는 디지털경제와 견고한 공급망과 청정에너지 외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밑받침하고 있는 체제이다.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사안이지만 한국이 이러한 체제 구상에 참여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참여하는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쿼드와 관련하여 소극적이고 부정적 자세로 일관했던 이전 정부와는 달리 이번 공동선언을 통해 한국이 쿼드 등 小지역협력 움직임에 대해 열린 입장으로 접근할 것임을 표명한 것도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대통령 취임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편적 가치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가치외교와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와 상호보완적인 자세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정상이 미얀마와 북한 외에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인권과 법치 그리고 자유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내용은 지난 공동성명과 차별된 모습이다. 한미동맹이 안보나 경제 같은 물리적 사안 외에도 가치를 포함한 포괄적 전략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관계에 새로운 활기와 희망이 느껴지는 합의문으로 평가된다.

 

■ 결론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포괄적 전략 동맹 구축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광범위하게 안보, 경제, 글로벌 의제를 거론하는 포괄적 공동성명이 특히 인상적이다. 2021년 공동성명에서 거론되지 않은 여러 사안들과 의제들이 (예: IPEF, EDSCG 등) 섞여 있다는 점은 한미관계에 진화가 있다는 근거로 해석 가능하다. 북한문제에 있어 억제력 강화와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는 점은 균형이 잘 맞추어진 접근방식으로 보인다. 향후 현 정부 임기 동안 한미협력이 한단계 더욱 향상 될 것이란 기대를 증진시키는 공동성명으로 평가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J. James Kim
J. James Kim

지역연구센터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미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