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422 views

그동안 한-아세안 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 심화되는 가운데 한-아세안 국방 및 안보협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 반작용으로 최근 한국과 아세안 사이 국방안보협력, 전략적 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아세안과 국방협력은 진입장벽이 높다. 아세안이 발전시켜 온 복잡한 제도와 구조 때문에 어디서, 누구와 어떤 주제로 어떻게 협력을 시작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세안 국방협력의 구조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아세안과 국방협력의 급선무다. 이 연구는 아세안 국방협력의 자세한 내용과 그 평가에 앞서 아세안 국방협력의 구조를 파악해 한-아세안 다자 국방협력의 출발점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집합적 차원에서 아세안의 국방협력은 아세안국방장관회의(ASEAN Defence Ministers’ Meeting, ADMM)와 그 하위 단위의 협력의 제도와 기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아세안 차원의 국방협력은 ADMM으로 통합되어 있고 역외 국가와 다자 국방협력의 제도인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SEAN Defence Ministers’ Meeting Plus, ADMM+) 역시 ADMM에 의해서 좌우된다. ‘아세안과 어떤 주제, 분야의 국방협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ADMM의 3개년 실행프로그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3-26년 실행프로그램은 해양안보, 구조구난, 반테러, 평화유지, 사이버안보, 방위산업 등을 특히 강조한다. ADMM이 강조하는 주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식별하고 이를 담당하는 ADMM 산하의 협력 제도를 확인한 후 이에 대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인태 전략이나 대 아세안정책이 주목하는 해양안보협력과 사이버안보 협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특히 해양안보협력은 단순히 한-아세안 관계뿐만 아니라 지역 전반적으로 관심이 높은 주제이며 이에 대해서 한국도 일정한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안보 협력은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의 기여를 크게 기대하는 분야다. 그 외에 방위산업 협력도 중요한 협력 분야로 한국은 방산협력 분야에서 다른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에 비해서 경쟁력을 가진다. 해양, 사이버안보, 방위산업은 단순히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한 함의도 가지고 있어 아세안이 크게 기대하는 분야다. 한국이 그간 축적한 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경험도 최근 수년간 UN 평화유지 활동 참여를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아세안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왜 아세안과 국방협력인가?

 
아세안과 국방협력의 구체 사항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아세안과 국방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현재 한국 대외정책의 핵심을 이루는 인태 전략이나 인태 전략 내에서의 아세안에 대한 전략으로 제시된 한-아세안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KASI)은 물론이고 이전의 신남방정책도 아세안과의 국방, 안보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치안보 분야 협력의 심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아세안이 한국의 무역, 투자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상대이고, 연간 1천만 명이 넘는 상호방문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협력대상인 상황에서 아세안을 단순하게 경제, 사회문화 협력 상대로 보는 것은 안일한 접근이다.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협력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이 고르게 발전해야 내실 있는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정치안보 분야 협력에서 중요한 부분인 동시에 발전이 더딘 부분이 방위산업을 포함한 국방협력이다. 따라서 국방협력 부문에서 한-아세안 협력이 더 강화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주변의 한국과 유사한 국가들, 나아가 아세안과 대화상대국 지위를 가진 국가들은 한국에 비해서 국방협력 부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개별 국가와는 물론이고 아세안 10개국 모두와 합동 군사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훨씬 앞선 군사력과 국방과학기술을 가진 미국과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이 이 국가에서 바라는 바가 훨씬 크고 따라서 협력의 여지가 더 크다. 미국, 중국보다 한국과 더 유사한 입장에 있는 일본, 호주도 아세안과 국방협력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최근 공적안보원조(Official Security Assistance, OSA)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아세안 국가와 국방, 안보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1 호주 군은 ‘인도-태평양 엔데버(Indo-Pacific Endeavou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아세안 국가 항구를 방문하면서 합동훈련, 대민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의 아세안 국가와 합동훈련, 미-호-아세안 국가 3자 훈련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2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 ADMM+의 다양한 연구반 활동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주변 국가들과 아세안 방면의 경쟁에서도 한국은 한발 뒤처져 있다.

한국의 국력, 특히 국방력을 고려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여와 공헌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세안과 국방협력은 큰 의미를 가진다. 북한의 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및 국방 관심사인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은 이미 발전한 한국이 경제, 사회문화는 물론이고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인태 지역에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다양한 전략, 안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바라고 있다. 이런 기대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역할을 수행할 때 한국은 지역에서 한국의 외형에 맞는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를 위해 한국의 힘을 투사할 수 있는 발판도 만들 수 있다.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 문제에 한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하려면 그 출발점은 지역의 다자 국방협력을 주도하는 아세안과의 협력이며 구체적으로 아세안 주도의 ADMM, ADMM+, ARF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국방협력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아세안 국방협력의 구조: ADMM과 주변의 협력 구조

 
아세안과 국방협력을 강화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아세안 국방협력이 어떤 구조와 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다. 두말할 나위없이 아세안 내 국방협력의 중심에는 ADMM이 있다. ADMM은 아세안 내 국방, 군사 관련 협력을 모두 아우르는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로 규정되어 있으며 ADMM은 아세안정상회의에 직접 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ADMM이 만들어진 2006년 당시까지 아세안 차원에서 있던 군, 국방 관련 모든 협의체뿐만 아니라 향후 만들어진 모든 아세안 차원의 군, 국방 관련 협의체는 ADMM으로 귀속되었다.3

ADMM 아래로는 ADMM 고위관료회의(ADMM Senior Officials’ Meeting, ADSOM)가 있고 ADSOM은 그 아래로 ADSOM 작업반(ADSOM-Working Group, ADSOM-WG)을 두고 실무를 맡긴다. ADMM에 논의에 가기 전 실질적으로 ADSOM에서 대부분의 결정이 이루어지며 ADSOM은 ADMM의 의제와 회의 시기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4 ADSOM-WG 아래 태스크그룹(Task Groups)과 아세안 군용의약품센터(ASEAN Centre of Military Medicine)가 ADSOM-WG과 ADSOM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ADMM과 아세안 중심 국방협력 기구의 구조>

그림1
 

한편 ADMM은 2010년부터 ADMM과 별로도 ADMM+라는 형태로 아세안과 대화상대국을 포함한 별도의 국방장관회의를 설치하고 있다. 이 회의에 포함된 국가는 현재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를 구성하는 18개국, 즉 아세안 10개국, 동북아의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 인도, 미국, 러시아다. ADMM+ 역시 ADMM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며 ADMM+라는 국방장관회의는 확대고위관료회의(ADSOM+)와 이를 지원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전문가연구반(Experts Working Group, EWG)의 지원을 받고 있다.5

무엇보다 강대국들을 포함하는 ADMM+는 처음부터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명문화했다. 2007년 작성된 ADMM-Plus 개념서(Concept Paper on ADMM-Plus)에 이 내용이 잘 나타난다.6 이 개념서는 “아세안이 ADMM+의 핵심(at the centre of ADMM-Plus)이고”, “ADMM+는 아세안의 원칙을 따르며”, “ADMM+는 ADMM의 한 부분(an integral part)”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ADMM+의 범위와 협력의 수위는 ADMM이 결정하고, ADMM+의 가입 신청은 ADMM 의장국에게 해야 하며 새로운 회원국은 ADMM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ADMM+은 보기에는 독자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ADMM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ADMM을 중심에 두고 ADMM+가 아세안 국방협력의 한 보조적인 축이라면 다른 편에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이 있다. ARF는 안보 사안을 다루기는 하지만 외교장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지역 안보 논의의 장이다. 그러나 역시 안보를 다루는 만큼 군의 참여도 작지 않다. ARF는 기존에 산발적이었던 군 인사의 ARF 참가를 공식화하고 별도의 논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2004년 국방차관급의 ARF 안보정책회의(ARF Security Policy Conference)를 창설했다.7 또한 국방부 국장급 혹은 군의 중령급 인사들로 구성된 ARF 국방관료대화(ARF Defence Officials’ Dialogue, ARF DOD)를 설치해 실무급 국방 관료 및 군 인사들 사이 대화를 촉진하고 있다.8 여기에 군사교육, 훈련 기관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ARF 국방대학총장회의(ARF Heads of Defence/Universities/Colleges/Institutions Meeting, HDUCIM)를 설치하고 있다.9

 

ADMM 협력으로 본 아세안 국방협력의 내용

 
ADMM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국방협력의 내용은 ADMM의 작업반(Working Group, WG), 3개년 이행계획(ADMM Three Year Work Programme)의 두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ADMM에서 작업반은 공식적으로 ADSOM-WG라는 형태 하나만 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ADMM이 다루는 주제는 매우 방대한데, 대부분의 주제들은 주제의 이름을 딴 임시회의, 워크숍 등의 형태로 시작되어 정기적인 회의를 하는 형태를 취하며 별도의 작업반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 않다. 반면 ADMM+의 경우 ADSOM+의 작업반이 활성화되어 2011년부터 해양안보, 군용의약품, 반테러,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조, 평화유지활동의 작업반이 설치되었고, 2014년에는 인도적 지뢰행동, 2017년에는 사이버안보 작업반이 설치되어 총 7개의 작업반이 운영되고 있다(부록 1 참조).

한편 ADMM의 협력 내용들을 보면 사실상 ADMM+에 설치된 작업반의 내용들을 거의 대부분 그대로 가져오고 있고, 여기에 아세안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ADMM은 상기 ADMM+의 7개 작업반 내용을 협력의 핵심으로 하면서 아세안의 필요에 따라서 부록 1과 같이 여러 가지 주제들을 병행해 운영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임시회의, 워크숍 등은 상황에 따라서 상시적인 협의체로 만들어지거나 몇 번의 회의 이후 목적 달성이 되었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회의를 하지 않는다.

전자의 예인 상시적인 협의체를 보면 아세안 국가 군 간의 상호이해와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아세안 국방교류 프로그램(ASEAN Defence Interaction Program, ADIP), 아세안 방위산업협력(ASEAN Defence Industry Collaboration, ADIC),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조를 위한 아세안 군 준비그룹(ASEAN Militaries Ready Group on HADR) 등이 있다. 후자의 예를 보면 중국, 미국, 러시아와 아세안 국가 사이 합동해양훈련을 준비하고 기획하기 위한 임시회의를 운영하고 합동훈련이 진행되고 나면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편 ADMM은 ADMM 창설 2년 후인 2008년부터 ADMM 3개년 실행 프로그램(ADMM Three-Year Work Programme)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매번 발표 시마다 향후 3개년간 ADMM 협력이 중점을 두는 내용과 분야, 그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고 있다. 이 내용들은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보완되고 내용상 발전을 보인다. 예를 들어 초기의 실행 프로그램들은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보다는 협력의 방향성들에 대해서만 밝히고 있다. 2008-2010 실행 프로그램을 보면 ‘지역 국방, 안보 협력의 촉진’, ‘규범의 형성과 공유’, ‘분쟁 방지’, ‘분쟁 해결’, ‘분쟁 후 평화 구축’ 등 5개 분야의 협력을 언급하고 있는데, 각 항목의 구체 내용들은 특정한 목표 혹은 이행을 위한 제도 등을 결여하고 있다.10 이후 2010-13, 2014-16, 2017-19 프로그램은 ‘행동계획(action line)’과 담당하는 국가와 제도를 표시한 ‘예상 결과(desired outcome)’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1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23-2026 실행 프로그램은 한 발 더 진전을 보인다.2 과거 3개년 계획과 달리 4년 계획으로 만들어진 이 계획은 해양안보, HADR, 반테러와 같이 구체적 10개 이슈별 계획을 담고 있다. 이 내용들은 ADMM+의 주제에 아세안이 중점을 두고 있는 이슈들을 망라한 내용이다. 이와 함께 명확한 달성 목표를 제시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각 연도별로 해야 할 협력의 내용, 과업의 주체, 예상 결과도 적시하고 있다(부록 2 참조).

 

한국의 대 아세안 국방협력에 대한 시사점

 
아세안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방협력의 구조와 내용, 특징에 대한 설명은 궁극적으로 ‘한국이 아세안과 어떤 형태의 국방협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까지 한국이 ADMM 혹은 ADMM+의 형태로 아세안과 어떤 협력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는가’, ‘한국이 가진, 혹은 아세안에서 보기에 한국이 가졌다고 추정되는 장점을 살려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ADMM에 대한 한국의 협력은 충분했나?
 
먼저 한국이 그동안 ADMM, ADMM+ 차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경험을 살펴봐야 한다. 아세안의 일원이 아닌 한국은 ADMM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ADMM과 협력은 ADMM+에서의 역할이라는 간접적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은 2014년부터 총 6회의 ADMM+ 관련 회의를 한국에 유치했다. 회의를 한국에 유치했다는 것은 물리적인 장소를 제공했다는 의미 이상으로 한국이 해당하는 주제의 작업반에서 공동 의장 등의 역할을 맡아 협력에 적극 참여했다는 의미다. 한국은 2014, 2015년 평화유지 활동 관련 워크숍과 평화유지 관련 필드 훈련을 기획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2018년에는 해양안보 전문가 작업반을, 2019년에는 해양안보 필드 훈련 전문가 작업반을 개최했고, 같은 해에 해양안보 차세대 리더 프로그램을 서울과 부산에서 실시했다. 2023년에는 사이버안보 훈련인 ‘사이트렉스(Cyber Training and Exercise, CYTREX)’ 전문가 작업반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 평화유지, 해양안보, 사이버안보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역할이 주변 중견국과 비교해 충분한 것은 아니다(부록 3 참조). 호주는 한국보다 이른 2011년부터 ADMM+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총 12차례의 회의를 유치해 한국보다 빈도도 높고, 다룬 주제도 많다. 뉴질랜드 역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보다 많은 총 9회의 회의를 유치했다. 일본은 횟수에서는 한국과 같지만 개최 시점은 한국보다 앞선다. 주제도 한두 가지인 한국보다 포괄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ADMM+에 대한 기여, 나아가 간접적으로 ADMM에 대한 간접적 기여는 주변 중견국에 비해 높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이 가진 전문성과 능력을 비추어 볼 때 ADMM+에서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ADMM, 아세안과 국방협력의 수위를 높이는 방안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의 역할이 기대되는 분야는?
 
아세안에 직접적인 협력, ADMM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협력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국가들만의 ADMM을 통한 국방협력은 전문성, 재원, 경험 등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다. 개발도상국들이 국방협력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그렇고 국방력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동남아 국가의 특성상 국방협력에 필요한 전문성 부족뿐만 아니라 국방협력이 다루는 주제와 관련된 전문성도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아세안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ADMM에 직접 참여할 수 없지만 재원의 지원, 전문성의 지원과 같은 측면 지원을 할 수 있다.

해양안보협력: 2023-2026 ADMM 3개년 계획을 보면 한국이 나름의 경험을 축적해왔고 전문성을 주장할 수 있거나 적어도 아세안의 시각에서 한국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만한 분야들이 있다. 첫 번째로, 현 정부의 인태 전략이나 대 동남아 전략인 한-아세안 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KASI)은 국방과 안보, 전략적 부문에서 아세안과 해양협력을 강조하고 있다.13 아세안의 중추를 이루는 해양부 동남아 국가들에게 해양 문제는 안보 문제를 넘어 해양을 통한 경제성장,14 해양환경과 해양생태 문제라는 비전통 안보, 사회문화적 부문까지 포괄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ADMM 3개년 계획의 첫 번째 항목을 구성하는 해양안보협력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디지털과 사이버 국방: 두 번째로 한국과 ADMM 3개년 계획이 가진 생각이 만나는 지점에 사이버안보가 있다. 한국은 디지털과 사이버 이슈에 있어 지역은 물론이고 글로벌 차원에서도 앞서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 점은 아세안 국가들도 인정하는 바이며, 그 연장선상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과 디지털 관련 협력을 강화할 것을 바라고 있다.15 경제, 사회문화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어 한국이 아세안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망한 분야다. 직접적인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 군사 간 기본적인 디지털 연계성 관련해서도 한국이 기술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방위산업: 세 번째로 방위산업과 관련된 협력도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아세안 국가들은 아세안 방위산업협력(ASEAN Defence Industry Collaboration, ADIC) 제도를 통해 자체적인 방위산업의 육성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아세안의 계획에 몇 가지 딜레마가 있다. 아세안 개별 국가의 방위산업 수준이 높지 않아 협력의 시너지가 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방위산업이 발달한 미국 혹은 중국과 협력하면 특정 강대국에 의지하게 되고 아세안의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이 발전시키고자 하는 방위산업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하이테크 방산이 아니다. 아세안 국가들이 지향하는 방위력 육성은 최소 억지력(minimal deterrence)이며 나아가 방위산업의 기술이 전후방 효과를 통해 자국의 경제성장에도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16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강대국이 아니며 중립적 이미지를 가진 한국의 지원, 아세안 국가들이 원하는 수준의 방산장비를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기술 이전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한국과 방위산업 협력은 아세안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아세안 집합적 차원의 방위산업 협력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한국은 이런 강점을 앞세워 아세안 내 방위산업 협력을 뒤에서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평화유지: 네 번째로 최근 아세안이 크게 관심을 보이는 평화유지(peacekeeping)에 관한 부분도 한국이 아세안과 협력하기 바람직한 분야다. 아세안 국가들이 최근 평화유지 관련해서 자주 언급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이면에는 경제적으로 성장한 아세안 국가들이 글로벌 차원에서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평화유지 활동이라는 판단이 있다.17 한국은 그동안 UN 평화유지 활동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또 몇몇 작전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1999년 동티모르에 파견되었던 한국의 상록수부대가 동남아 지역에 남긴 좋은 이미지는 여전히 동남아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런 경험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아세안 차원에서 평화유지 활동 관련 협력에 한국이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측면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 국방협력 구조의 이해: 마지막으로 한국이 ADMM과 협력을 통해 한-아세안 국방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과제는 ADMM, ADMM+는 물론이고 각국 군 기관의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어떤 기관, 조직, 제도에 접근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ADMM 산하에는 수많은 협력 분야와 제도들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변형되며 새로운 제도가 생긴다. 이런 수많은 제도와 회의들은 아세안 국방협력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외부에서 이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대화상대국이 아세안과 국방협력을 하고자 해도 그 출발점, 상대방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 글에서 파악한 아세안 중심의 ADMM에 딸린 수많은 회의와 제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개된 정보를 통해 정리된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각 제도와 회의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조사와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래야만 국방협력에서 한국의 대 아세안 접근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부록 1. ADMMADMM+의 주요 작업반 및 협력 주제>18

부록1

* (   )안은 시작연도

 

<부록 2. ADMM 3개년 계획, 2023-2026에 나타난 중점 협력 분야와 내용>19

부록2

 

<부록 3. 지역 중견 국가의 ADMM+ 내 주도적 협력의 내용과 빈도>20

부록3

 

<부록 4. 약어표>

부록4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이재현
이재현

지역연구센터 ; 출판홍보실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