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하 트럼프)이 이번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다시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전망되고, 국제 안보지형은 제2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동맹을 거래주의 관점에서 보는 트럼프는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의 경찰로서 혼자만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 밝혀왔다. 트럼프 차기 정부는 미국 리더십 회복이라는 희미한 가치보다 미국 국익의 우선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힘에 의한 강대국 국제 정치의 운영과 ‘공정(fair)’한 동맹관계를 지향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주도적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경제적 번영을 추구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리스트에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대응이 제일 첫 번째 과제로 남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종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양대 전쟁에서 모두 휴전을 유도하면서 미국의 개입 정도를 줄이고자 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NATO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억제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분담하게 할 것이며, 바이든 정부와는 달리 중동 정책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여 이스라엘을 주축으로 이란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안보 정책은 1기와 기조는 변함없으나 전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애초에 한반도 정책이 대중 정책의 하위요소라는 위상은 변함없겠지만, 한국의 국제적 역할 확대와 북한의 핵전력 강화 및 우크라이나 참전 등으로 조건이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 정부는 트럼프 1기 때의 정권과는 달리 대북 협상과 대응에서 한국 주도의 대응을 추진해왔기에 미국의 독자적인 한반도 정책 추진 시에는 한미 간 갈등의 소지가 있다. 방위비분담금이나 주한미군 감축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으로 동맹의 재편을 원하는 미국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의미 있게 활약할 수 있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외교안보 재편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가치의 재건을 의미한다. 논쟁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에 대해 커다란 차이로 당선된 것은 미국민의 정서와 관련이 깊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 과다에 의해 미국의 전통적 가치는 도전 받았고,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미국 경제에서 막상 서민의 몫은 없었다. 트럼프는 기득권에 의한 엘리트 정치 논리에 침잠된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따라서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는 ‘워싱턴 문법’보다는 ‘트럼프 문법’에 더욱 맞춰질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는 미국민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중국에 대한 무역 전쟁, 미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중단, ‘부자 나라’들에 대한 무임승차 안보 중단, 제3차 세계 대전의 방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증강과 현대화 등 매우 직접적 화법으로 안보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왔다.
노련한 워싱턴 정가의 베테랑들을 기용했던 1기와는 달리, 트럼프 2기는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들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1 트럼프 1기 때 공화당 내 전문가들이나 전직 관료들이 기용된 것과는 달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지지자들과 고액 기부자 집단의 영향력이 클 것이며, 바이든 청산(Anything But Biden, ABB) 정책이 기조가 되면서 외교안보 분야는 트럼프 1기의 정책들이 ‘재편(renewal)’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책 기조
트럼프 안보정책의 핵심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의 실현이다.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란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전쟁을 불사할 수 있다는 준비 태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과 압도적인 군사력이며, 트럼프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하여 무역에서 동맹에 이르기까지 거래적(transactional) 관점을 견지해왔다. 따라서 트럼프의 MAGA 외교안보 ‘독트린(doctrine)’은 ‘실용적 거래주의(practical transactionalism)’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1기는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평화’가 펼쳐지는 시기였다. 가장 큰 성과로는 중동의 테러집단인 ISIS를 붕괴시키고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으로 수니파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을 미국의 안보 프레임에 묶어 놓았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확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북한의 도발적인 핵과 미사일 시험, 중국에 대한 경고 등을 통해 전쟁을 억제했다고 자평한다.2
트럼프 2기도 실용적 거래주의에 기반한 외교안보 정책이 이어질 것이다. 최우선 순위는 여전히 중국이며, 바이든 정부에서 밀려났던 중동 정책도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그러나 시급한 과제들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 전쟁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미 공약에서 여러 차례 신속한 해결을 강조했기에 트럼프 2기의 외교역량을 가감 없이 드러나는 지점이 될 것이다.
한편 이러한 트럼프식 평화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노력과 비용을 부담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결국에는 동맹으로의 비용과 부담의 전가는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대(對) 중국 정책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을 대부분 이어받았지만,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잠식하려는 베이징의 시도를 막지 못했다고 트럼프 진영은 판단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은 더욱 심화되어 전자 제품, 철강, 의약품 등은 물론 생필품까지 중국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단절시킬 것을 목표로 2018년부터 시작했던 무역 전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3 또한 대중 군사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동맹안보 보다 중국 억제에 군사력을 더욱 집중할 것이다.
대중 정책의 하위 문제로서 대만 문제에 대해서 트럼프는 방위비 지불을 주장해왔기에4 여전히 거래적 관점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대만을 중국의 취약점으로 보고 공략하는 미국의 안보전략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므로, 대선기간 동안 트럼프의 날 선 발언들과는 달리 실제로는 대만에 대한 안보제공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 역대 정부들은 대만 방어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하면서 방어 의지를 이어왔고,5 트럼프 정부에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NATO 정책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약 1,830억 달러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179억 달러를 지원했다.6 중동, 특히 이스라엘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중단이 더욱 중요하다. 트럼프는 애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럽에 맡겨야 하며 미국이 개입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과도한 예산 지원을 반대하고 취임 후 24시간 내에 전쟁을 중단시키겠다고 말한다.7
당선 확정 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와 반 시간 가량 전화 통화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푸틴도 당선을 축하하며 대화 의사를 밝혔다.8 이런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는 양국 간 ‘공정한 거래(fair deal)’의 중재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 문제는 양국이 어떤 조건하에서 휴전을 할 것이냐로, 트럼프 진영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대신하여 평화에 더욱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9 한편 트럼프 2기에서는 더 이상 미국이 유럽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것임을 확인시킬 것이다. 미국은 NATO 회원국들이 경제력을 지정학적 하드 파워로 환원하여 유럽의 방어를 스스로 더욱 적극적으로 주도하도록 독려할 것이다.
대(對) 중동 정책
중동의 긴장 고조는 트럼프가 취임 직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이스라엘을 활용한 안보 프레임의 구축, 이란 등 적대 세력에 대한 억제가 주축이 된다.10 바이든 정부 당시에 버림받다시피 했던 사우디 아라비아와 UAE 등 수니파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어떤 형식으로든 빨리 정리될 필요가 있다.
하마스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달리 모호하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휴전 요구를 하마스의 시간 벌이에 도움을 주는 꼴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가자지구 전투의 종료가 네타냐후의 승리가 될 것이라면서 종전을 요구하기도 했다.11 그러나 트럼프 정부 목표는 이란 억제이므로 당분간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을 관망하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對)한반도 정책
트럼프 1기와는 달리 2기에서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특히 북한의 급격한 핵무기 증강, 북-러 군사협력 강화와 우크라이나 참전 등으로, 2018년 이후 일련의 미북 정상회담과 같은 탑 다운(top-down)식 개인 외교를 반복할 동력이 부족하다.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를 명백한 정책 목표로 제시하지 않은 이상, 북핵 추가 개발 중지(미국 공격용 ICBM의 고도화 방지)와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교환하는 미북 간의 빅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12
한편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대한 다양한 청구서를 제시하면서 1기에서 이루지 못했던 성과를 내고자 할 수 있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는 트럼프 1기에서 5배 증액이 거론되던 것이 대선 경선 기간 동안 10배까지 올라갔다.13 트럼프 참모진들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묶여 있는 것을 비판하고 심지어 중국에 대항하는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소모될 수 없다는 입장14까지 보여,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유연성 부여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비용 분담은 늘리고 자국의 군사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우리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대안
트럼프 2기는 1기보다 더욱 미국 우선주의가 제도화되면서 외교안보의 롤러코스터가 될 것이라고 평가된다.15 충격의 크기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으냐에 달려 있다. 특히 NATO를 통해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해 온 유럽이 트럼프 정부의 재출범에 느끼는 상실감은 상당하다.16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은 물론이고 유럽 자체의 안보를 스스로 떠맡을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유럽 국가들 간의 단합보다는 미국에 거슬리지 않는 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NATO보다는 상황이 다소 낫지만, 한국이 처한 상황도 유사하다. 대중 견제에 올인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북핵 용인을 선택하는 경우, 바이든 정부와 함께 추진해왔던 핵공동작계나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도 형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분담금 인상까지 겹쳐지는 경우, 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동맹이 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겹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재편부터 시작
분담금 인상과 병력 감축이라는 트럼프의 요구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한미동맹의 가치, 특히 한국이 갖는 지정학 가치가 미중 패권경쟁과 연대 재결성이라는 국제 정치의 맥락에서 충분히 트럼프 정부에게 인식되지 못한 것이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인태 전략 구상을 펼치면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 형성에 깊은 영향을 끼쳤던 일본과는 달리, 트럼프 1기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에만 침잠하여 한반도 외에서 지정학적 가치를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이슈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미래 동맹관계가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17 한국은 북핵을 필두로 한 북한 위협을 중점으로 보지만, 미국의 관심은 북한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이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만큼의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모두 갖춘 동맹이 특히 동북아에서 절실하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아베 신조 전 총리였으며, 일본은 미국과 함께 쿼드를 주도하면서 사실상 세부적인 미국 인태 전략을 구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트럼프의 표현에 의하면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안보에 무임승차하는 ‘부자나라’이다.18 그러나 아베 신조는 적극적이고 개인적인 스킨십으로 정성을 다하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외교를 통해 트럼프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하며 일본을 미국의 인태 전략 파트너로 격상시켰다.19
물론 국가 수반의 정상 외교만으로 동맹의 미래가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공격적인 세력 확장에 대항해야 한다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으며, 일본이 아시아 최대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외교력과 통찰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국익의 공통분모와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표 1] 한미 양국의 국익 비교
양국 국익의 공통분모에서 시작
미국은 더 이상 흔들림 없는 초강대국이 아니다. 국가부채만 해도 35조 달러(약 4경 8천조 원)에 이르며, 2034년에는 56조 달러(약 7경 7천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20 트럼프가 모든 국제 관계에 거래주의적 관점을 들이밀면서 동맹을 압박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수입이 한정된다면 지출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요는 한국이 그러한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미국이 원하는 외교안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파트너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는 전략적 명확성이다. 미중 패권경쟁과 인태전략의 수행에 있어서 일본과 동등한, 혹은 그를 뛰어넘는 든든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생겼을 때 비로소 한국의 국익을 위해 미국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북핵 문제만 하더라도 단순히 한반도 문제를 넘어 미국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미중 패권경쟁에서의 위협 요소임을 인식시키고,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춘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미국의 안보 이익을 더욱 침해하고 있으며, 북-러 협력이 인태 지역에서 새로운 위협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 인식과 위협에 대한 한미의 공통된 인식이 이해관계의 일치로 수렴되도록 해야 한다.
바로 여기서부터 한미동맹의 진정한 재편이 시작될 수 있다. 미국의 핵 보장 하에서라면 최소한 북한을 제압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에 갇힌 동맹이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에 필수적이며, 중동과 유럽까지 확장할 수 있는 동맹으로서의 발전을 지향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제질서의 가치동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와 무역 등 경제 영역에서도 상호보완의 기능을 하는 동맹까지 발전한다면 한미 양국은 동등한 파트너로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구체적 협력 지점의 발굴
우리는 통상 방위비분담금 인상이나 주한미군의 감축을 놓고 트럼프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다. 특히 분담금은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SMA)을 10월 14일 타결하여 트럼프의 급격한 방위비 인상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나21,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게 행정 협정에 불과한 SMA를 손쉽게 번복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협상을 번복하기 보다 ‘확장억제 분담금’22을 새로 만들어 한반도 전용 핵무기의 확보와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에 예산을 보탠다면, 트럼프 정부에게 전례 없는 선물을 안겨줌과 동시에 기존의 한미 핵 공동작계와 NCG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감축은 주한미군의 유연성으로 대체할 수 있다. 주한 미 육군이 감축될 경우 더 이상 지상군 전력이 전시에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 오히려 주한미군의 역내 전개 가능성을 열어두어 병력의 추가적인 유치를 도모할 수도 있다. 미 해병대 전력을 포항이나 제주 등에 추가로 유치하고, 부산항이나 강정항을 미 해군 전력 기지로 공유하여 대북 상륙 능력과 인태지역 파병 역량을 동시에 증강할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동맹이 역내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특전사 국제평화지원단이나 육군 제2신속대응사단, 대한민국 해병대 등의 전력을 인태 지역의 신속대응군(Quick Reaction Force, QRF)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비록 일본이 미국과 함께 대만 사태 대응을 위한 군사 역량을 늘려가고 있으나, 평화헌법의 한계와 자위대의 소극성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억제력으로서 기능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연합훈련과 공동작전 등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한미 양국군의 신속대응군은 대북 억제는 물론 인태 지역의 평화유지에서 큰 활약을 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 재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시 350척 함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부족과 미국 조선 산업의 건조 역량 한계로 목표를 완료하지 못했다.23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트럼프 당선 축하 통화에서 트럼프는 한국 조선업 분야를 언급하면서 협조를 구했다.24 쇠퇴해가는 미국의 조선업이 감당할 수 없는 미 해군함의 유지보수와 신형함 건조를 절감된 예산으로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면, 한국은 군사력 재건이라는 미국의 핵심이익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동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 론
트럼프의 귀환으로 국제안보 체제는 또다른 변혁을 겪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하에 탈자유화·탈세계화를 추구하면서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데 더욱 집중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미국이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국제 질서의 주도자라는 위상을 유지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 현상 변경을 도모하는 수정주의 강대국들을 압박해 나갈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호의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날 선 발언과는 달리 트럼프 1기에도 한미동맹은 지속되었다. 물론 미북 정상회담에만 집착하던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 문제 외에는 관심이 없는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면서 미국의 인태 전략 파트너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를 감히 활용하지 못한 수동성이 원인이었다.
트럼프 2기를 맞이하면서 우리 정부는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북핵 억제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공급망 위기 속에서의 경제번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안보에서 우리에게 모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파트너가 절실하다. 그러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호혜적인 미래 동맹을 제시할 때 한국은 트럼프 이후의 미국 정부에서도 신뢰와 존경을 받아가면서 동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Trump goes full MAGA as he picks allies and loyalists to fill his second administration”, Fox News (Nov 15, 2024); “Trump rolls out his most MAGA picks for new White House term”, CNN News (Nov 13, 2024)
- 2. Robert C. O’Brien, “The Return of Peace Through Strength: Making the Case for Trump’s Foreign Policy”, Foreign Affairs (July/August 2024)
- 3. 물론 트럼프 정부에서 관세 부과와 무역전쟁은 실은 중국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심지어 유럽 연합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에게 20% 관세 부과를 주장해왔는데, 다만 중국이 60%의 관세로 가장 큰 제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Would Donald Trump’s tariffs hurt US consumers?”, BBC News (Nov 8, 2024)
- 4. “Trump says Taiwan should pay more for defense and dodges questions if he would defend the island”, The Associated Press (July 17, 2024)
- 5. Rupert Schulenburg, “The emergence of “collective strategic ambiguity” on Taiwan”, The Interpreter (Lowy Institute, Jul 17, 2023)
- 6. Special Inspector General for Operation Atlantic Resolve, “Funding”, Ukraine Oversight website, https://www.ukraineoversight.gov/Funding/ (retrieved on Nov 7, 2024); Linda J. Bilmes, William D. Hartung, and Stephen Semler, “United States Spending on Israel’s Military Operations and Related U.S. Operations in the Region, October 7, 2023 – September 30, 2024”, Cost of War (Wat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 Public Affairs, Oct 7, 2024)
- 7. “Trump says he can end the Russia-Ukraine war in one day. Russia’s UN ambassador says he can’t”, The Associated Press (July 2, 2024)
- 8. “Zelensky says he had ‘productive’ conversation with Trump”, The Hill (Nov 7, 2024); “Trump talked to Putin, told Russian leader not to escalate in Ukraine”, The Washington Post (Nov 10, 2024)
- 9. “Vance Describes Plan to End Ukraine War That Sounds a Lot Like Putin’s”, The New York Times (Sep 13, 2024); “Trump ally says Ukraine focus must be peace, not territory”, BBC News (Nov 10, 2024)
- 10. Middle East Council on Global Affairs, “Trump’s Return and Implications for the Middle East”, Afkar Issues (Nov 6, 2024)
- 11. “Foreign Policy Priorities: Donald Trump’s Positions”,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Election 2024, https://www.cfr.org/election2024/candidate-tracker/donald-trump
- 12. 차두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 및 우리의 대응방향”,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4.11.8.), p.6
- 13. “Trump says S. Korea would pay $10 bln per year for USFK stationing if he was in office”, Yonhap News Agency (Oct 16, 2024)
- 14. “콜비 “해외미군, 中과 결정적 순간에 힘 갖도록 배치해야””, 『연합뉴스』 (2024.7.16.)
- 15. “What Trump’s Win Means for U.S. Foreign Policy”, Foreign Policy (Nov 6. 2024)
- 16. “Trump’s Return Would Transform Europe”, Foreign Policy (Jun 26. 2024)
- 17. 한미동맹의 미래를 그리려는 노력은 이미 2000년대부터 구체화되었지만, 우리 정부는 과감한 추진을 망설여 왔다; 하영선ᆞ차두현 외, 『한미동맹의 비전과 과제』 (동아시아연구원, 2006)
- 18. “Trump implies US could withdraw troops if ‘wealthy’ South Korea doesn’t pay more”, NK News (May 1, 2024)
- 19. Nadejda Gadjeva, “Japan’s “Kind Diplomacy”: Conceptualizing Japanese Foreign Cultural Policies”, 立命館國際硏究 34-3 (Feb 2022)
- 20. “미국 국가부채 35조 달러 처음 넘어…앞으로 더 늘어날 듯”, 『연합뉴스』 (2024.7.30.)
- 21. “’속전속결’ 방위비 협상 타결…美대선 변수도 분담금 부담도 덜었다”, 『연합뉴스』 (2024.10.4.)
- 22. 차두현, Op. cit., pp.9~10
- 23. “Trump promised a 350-ship Navy. China actually built it.”, The Washington Post (Sep 2, 2020); “Trump Built Up the Navy, Even if He Didn’t Reach 350 Ships”, Wall Street Journal (Mar 6, 2024)
- 24. “”조선업 협력” 콕 찍어 언급한 트럼프…업계 ‘청신호’”, 『연합뉴스』 (202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