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제1장. 서론

한반도 문제와 함께 한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 중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전쟁과 전략 경쟁이다. 미중 무역 전쟁은 보다 큰 틀에서 미중 간 전략 경쟁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중 전략 경쟁은 비단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의 일이 아니라 사실상 1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의 쇠퇴 담론이 확산되면서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자기주장을 크게 강화했다. 남중국해 영토 갈등에서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이전과는 다른 대외, 주변부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경제위기와 미국의 쇠퇴 담론 속에서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미국을 제치고 일등으로 나서려는 본격적인 시동을 시작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오바마 정부의 피벗(pivot) 정책 혹은 재균형(rebalancing) 정책으로 나타났다. 중동에서 뺀 군사적·전략적 자원을 경제위기 극복의 동력을 찾을 수 있는 동아시아 지역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군사적·전략적으로 아시아 방면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을 통해 지역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경제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시진핑(習近平) 주석 시기에 들어와 신형대국관계(New Type of Major Power Relations)를 통한 아시아 지역에서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분할, 2014년 CICA(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Building Measures in Asia) 회의에서 중국이 제시한 신아시아안보관(New Asia Security)을 통한 비(非)아시아 세력, 즉 미국의 배제, 그리고 지역 아키텍처인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혹은 후에 Belt and Road Initiative, BRI)로 나타났다.

오바마 행정부를 지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의 도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한층 강화되었다. 국내 정치적 목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중국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대통령 당선 이후 2017년 한동안 중국과 관련된 특별한 행동을 자제했던 미국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중국의 부상과 경제적·전략적으로 중국이 가져오는 위협에 대해서 미국 국내적으로 합의를 확인한 이후 경제전쟁으로 중국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경제를 비롯한 군사적·전략적인 측면까지 모두 포함한 미국의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무역 전쟁을 포함한 큰 틀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 인도-태평양은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개념이 한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2017년 트럼프의 한국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살펴보겠지만, 사실 지역에서 인도-태평양 담론은 트럼프 행정부 훨씬 이전부터 본격화되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후반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신이라고 부를 만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호주에서도 2010년대 초반부터 인도-태평양 개념에 대한 연구, 그리고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국가 대외정책 즉, 국방부와 외교부의 백서 형태로 인도-태평양이 공식화되었다.

아세안 안에서도 인도-태평양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시절 외교장관을 지낸 마르티 나탈레가와(Marty Natalegawa)는 그가 주장한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이 사실상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한 전략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 이미 인도-태평양 개념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2010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Hillary Clinton) 장관이 글과 연설을 통해 인도-태평양을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트럼프의 방한 시 인도-태평양이 언급되었고,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미국, 미국과의 동맹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도-태평양은 곧 미국의 전략으로 인식되고, 미국 외의 다양한 인도-태평양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국내에는 미국을 제외한 호주, 일본, 인도, 나아가 아세안이 바라보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구상에 관한 제대로 된 연구도 거의 없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1/4 혹은 1/5에 불과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만을 놓고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더 넓은 틀에서 지역 국가들은 어떤 인도-태평양을 논의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 동맹인 미국의 인도-태평양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과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은 위험하다는 매우 단순한 이분법적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을 넘어서 지역 국가들이 이야기하는 인도-태평양은 어떤 의미인지, 미국의 인도-태평양과 지역 국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은 어떻게 다르거나 같은지 정확히 파악한 이후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안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국가들이 주장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어떤 층위에서 이루어지는지, 어떤 구체사항과 강조점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한국의 국가 이익에 비추어 어떤 내용과 방향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국에게 유리한지, 어떻게 이에 대응할 수 있는지 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하에 이 연구에서는 주로 인도-태평양을 주장하는 네 개 국가, 즉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인도-태평양 담론을 해부한다. 각 국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다 비교하기 쉽게 하기 위해 본 연구는 국가별 인도-태평양을 1) 역사와 배경, 2) 목표와 의도 및 중국을 보는 관점, 3) 전략과 외교, 군사, 그리고 개발협력을 포함한 경제 정책이라는 틀을 가지고 해부한다. 그리고 이런 분석에 바탕해서 현 시점에서 어떤 국가의 인도-태평양 개념 및 전략이 한국의 국가 이익에 비추어 바람직한지, 한국은 지역에 확산된 인도-태평양 개념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제시할 것이다.

 

목차

제1장. 서론

제2장.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1. 서론
2. 역사와 배경
3. 목표와 의도
4. 전략과 정책
5. 결론

제3장.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
1. 서론
2. 역사와 배경
3. 목표와 의도
4. 전략과 정책
5. 결론

제4장. 호주의 인도-태평양 전략
1. 서론
2. 역사와 배경
3. 목표와 의도
4. 전략과 정책
5. 결론

제5장. 인도 모디 BJP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1. 서론
2. 역사와 배경
3. 목표와 의도
4. 전략과 정책
5. 결론: 모디 BJP 2기 인도 정부의 인도-퍼시픽 전략 참여 전망

제6장. 사국사색(四國四色) 인도-태평양
1. 위협인식과 위기의식
2. 인도-태평양 전략의 목적
3. 인도-태평양 지역의 범위
4. 중국에 대한 관점
5. 인도-태평양의 구체 전략과 강조점

제7장.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1. 한미 간 인도-태평양 협력
2. 인도-태평양에 관한 한국의 전략

제8장. 결론


[표 1] 서호주 정부 원자재 판매 수입
[표 2] 2018년 호주 ODA 지역별 및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예산
[표 3] 호주군의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작전
[표 4]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인도-태평양 비교

 

본 보고서의 내용은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저자의 견해이며, 기출간 논문 [정구연, 이재현, 백우열, 이기태, “인도태평양 규칙기반 질서 형성과 쿼드협력의 전망” 국제관계연구, 23권 2호(2018), 5-38]을 바탕으로 보완, 발전시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About Experts

이재현
이재현

아세안-대양주 연구센터, 대외협력팀, 홍보실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아세안-대양주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

백우열
백우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이자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학술적∙정책적 연구 분야는 중국과 아시아의 정치체제, 정치경제, 국가-사회관계 그리고 글로벌 전략,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상호작용, 공공외교 등이며 새롭게 ‘사물정치(POLITICS OF THINGS)’ 분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일련의 연구와 연관된 과목들을 강의하고 있다.

이기태
이기태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 연구위원

통일연구원의 평화연구실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게이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일본의 외교안보정책, 한일 및 북일관계 등이다. 주요 저서로 『’일본회의’와 아베 정권의 우경화』(공저, 동북아역사재단, 2018), 『아베 시대 일본의 국가전략』(공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등이 있다.

정구연
정구연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정구연 교수는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동 대학교 강사로 재직하였으며(2011-2012), 이후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객원교수(2014-2015),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2015-2017)으로 근무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미국 대외정책과 아시아-태평양 안보 현안으로, 최근의 연구는 미국의 소다자주의 제도디자인과 민주주의쇠퇴의 안보적 함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