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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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간의 두 번째 정상회담 이후 북러는 계속 밀착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거래가 이루어진 정황을 발표했고,1 10월 18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평양을 방문함으로써 북러 밀월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북한이 11월 18일 세 번째의 시도 끝에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발사에도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을 만큼,2 북한과 러시아는 상징적인 협력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거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북러 밀착은 북한과 러시아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고전과 포탄 등 군수물자의 조달 어려움에 부딪쳐 있는 러시아와, 2016년 이후 고강도 국제제재에 직면해왔고, 2020년~2022년 말의 ‘COVID-19’ 국면에서의 단절(insulation)로 체제 내구력이 고갈되었으며, 경제난으로 인해 주민 불만의 누적을 우려해야 할 김정은의 사정이 결합되어 북러 밀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북한과 러시아가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고,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에게 당분간 자신들의 정책을 지지해야 할 당위성을 찾아내려는 김정은과 푸틴의 동기로 인해 북러 간의 밀착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의 지원을 통해 정찰위성 발사 성공이라는 성과를 얻어낸 북한으로서는 김정은의 업적 과시를 위한 신무기 개발의 시현, 계속되는 경제난국의 돌파구 마련, 북한의 대외적 위상 제고라는 동기에 의해 북러 밀착을 이어가고 더 나아가 북-중-러 3각 연대관계의 대등한 한 축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려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북한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러한 추세가 2024년에도 변함없이 유지될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중국은 여전히 북-중-러의 군사적 연대에는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 역시 북한과 본격적 군사적 거래를 하기에는 값비싼 첨단 핵기술의 유출, 국제 비확산체제를 무너뜨렸다는 비난 등 부담이 크다. 러시아가 북한의 믿음직한 후원자로 남을지도 북한으로서는 의문일 것이다. 향후 북러 밀착 혹은 북-중-러 연대는 외형상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점차 동력의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로서는 한-미-일 협력을 통해 북-중-러 연대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고, 북러 간의 군사적 거래에 상응하여 미국으로부터 실물적인 확장억제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러 간의 거래가 지속될 경우 우리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북러 밀착의 배경: 김정은 시대의 북러 관계

 
1990년의 한소 수교와 1992년의 한중 수교 이후 전통적 우호관계가 와해되는 양상을 보였던 북한의 대중국, 대러시아 관계는 2000년대 이후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여건의 변화였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단독의 세계질서 주도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시작하였고,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푸틴 등장을 전후하여 세계적·지역적 차원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러시아의 욕구는 ‘유라시아주의’로 나타났고, 균형적 대남/대북 정책의 추구로 이어졌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2000년 7월 푸틴의 평양방문 및 김정일-푸틴 정상회담 이후 2001년 8월(모스크바), 2002년 8월(블라디보스톡), 2011년 8월(울란우데) 3차례의 김정일-푸틴 간 추가 정상회담이 이루어졌지만, 김정은 시대 초반에는 북러 정상 차원의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가 변화한 것은 2018년이었다. 2018년 중 북한 외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미북 대화였지만, 북한은 기존 우방국들과의 결속 재강화에도 그 못지않은 관심을 기울였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개최가 이를 상징하는 사례이다.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2018년 3월 25일 전격적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시진핑과 가진 최초의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전통적인 북중 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동시에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협상을 위한 안전밸브를 마련하였다. 김정은은 이후에도 2018년에 두 차례나 더 중국을 방문했으며, 이는 모두 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하여 주요한 북한의 대외관계 행보가 이루어지는 시기를 전후한 것이었다. 러시아와의 정상 채널 역시 2019년 다시 가동되었다. 김정은은 하노이에서의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종료된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푸틴과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4월 25일 열린 단독회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 회담의 목적이 “한반도와 지역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북한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정세를 관리”하는 것임을 밝혔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이 끝난 이후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면 미국 이외에도 더 많은 국가들의 안보 보장(security guarantees)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3 비핵화 문제와 관련된 북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김정은은 이같이 미북 관계개선을 적극 모색하고 있던 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대미 레버리지뿐만 아니라 대주변국 레버리지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북러 관계의 강화 추세는 2019년 하노이에서의 ‘노딜’ 이후 미북 협상이 교착국면에 접어들면서 다소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김정은으로서는 미북 협상에서의 유리한 국면 조성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었고, 북한의 대중러 밀착 역시 속도가 다소 늦추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2020년부터 시작된 ‘COVID-19’ 범유행은 북러 간의 관계강화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했다. 북한은 2020년 1월 말 부로 외부로부터의 감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및 북러 국경을 폐쇄했고, 인적 교류 역시 단절했다. 물리적 단절은 경제뿐만 아니라 북한의 외교 관행 자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은 『조중 우호협조 및 호상 원조조약』 60주년(6월)에 해당하는 해였다. 러시아와의 우호협력조약은 1995년 일단 폐기된 이후 2000년의 북러 新조약으로 대체되었지만, 역시 같은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대규모 인적·물적 교류가 이루어질 계기였으나, 2021년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는 각각 이에 대한 축전을 교환하는 선에서 그들의 역사적인 해를 기념해야 했다.

그러나 물리적 공간이 단절되었지만,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외교적 행동으로 보여줬다. 2021년부터 북한이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기존 UN 결의를 위반했지만,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 격상은 커녕 비난 결의안도 UN 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주역이었다. 북한 역시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3월 2일(뉴욕 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러시아군의 즉각적 철군을 요구하는 UN 특별총회 결의안이 통과될 당시 북한은 시리아, 벨라루스, 에리트리아와 함께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5개 회원국(러시아 포함) 중 하나였고, 이후 각종 매체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2023년 8월에 들어 ‘COVID-19’ 국면이 해소되면서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국경 재개 방침을 표명했고, 각종 고위급 대표단을 다시 교환함으로써 대중러 협력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중 특이할 만한 점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특히 부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7월 26일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정전협정 70년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고, 쇼이구는 김정은을 면담하여 푸틴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북한의 ‘무장장비전시회’를 참관한 데 이어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도 참석하고 김정은을 면담했다. 북한 매체 역시 이러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이에 의하면 김정은과 쇼이구는 “국방안전분야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4 김정은과 쇼이구는 7월 26일에 이어 27일에도 면담했고, 김정은이 러시아 대표단을 위해 오찬을 개최하기도 했다. 러시아 대표단의 방북은 중국 대표단의 방북에 비해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북한 매체 역시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는데, 이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북한의 대러 협력 추진 동기

 
앞서 지적하였듯이, 북한과 러시아는 각자 지닌 대내외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밀착을 택했다. 특히, 평양의 입장에서 모스크바는 다음과 같은 점들에서 매력을 지니는 협력자였다.

 
1. 지속되는 경제난국과 주민불만 해소책의 마련
 
지난 수년간의 부정적인 여건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북한 경제는 2023년 중에도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9년 하노이 미북회담에서의 ‘노딜’로 인한 국제제재의 지속, 2020년 시작된 ‘COVID-19’ 국면 등이 체제 내구력을 고갈시킨 요인이었고, 2023년 중반에 들어 북중 무역이 재개되었으나, 이것이 기존의 타격을 상쇄시켜줄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추측된다. 아래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의 경제성장율을 비롯한 각종 지표는 2022년까지 퇴행을 거듭했고, 이러한 누적된 피해가 북한 경제 운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라는 추가적 후원자를 모색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표 1. 북한의 각종 경제지표 추이>

표1

* 자료: 한국은행.

 

경제분야에서 자신들도 미국 및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얼마 만큼의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북러 정상회담 기간 중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피력한 만큼, 북한 경제의 결정적 타격을 막아줄 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북러 관계 밀착을 통해 북한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로의 대량 노동자 송출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지속됨에 따라, UN 안보리는 2017년 두 차례의 결의를 통해 북한 노동력의 해외 파견을 제한하였다. 2017년 9월 통과된 UN 안보리결의 제2375호는 북한 노동자에 대해 접수국이 신규 허가를 부여하는 것을 제한했다. 12월 통과된 안보리결의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에너지 공급(원유 및 석유정제품)을 더욱 제한하는 한편, “북한 해외노동자 24개월 내 전원송환”을 회원국들이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이들의 송환에 소극적이었으며, 불법체류 형태로 이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남는 것을 묵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 북한인권위원회(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 HRNK)에서 발간한 “중국, 러시아로 공식 송출된 북한 노동자(North Korean Workers Officially Dispatched to China & Russia)” 제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북중 국경지역, 그리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극동지역에서 여전히 노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COVID-19’ 범유행이 끝난 상황이므로, 북러 밀착을 통해 북한 노동자 송출은 더욱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의 외화 획득에도 적지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북러 정상회담 이전에도 이미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6

러시아로부터의 실질적인 경제 지원 이외에도 북한이 노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효과는 바로 주민들의 심리적 기대 상승 효과이다. 북러 밀착으로 인해 평양은 러시아로부터의 지원을 선전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자강력’ 증대를 위해 더 인내하라는 논리를 펼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계속된 경제난으로 인해 불만이 누적된 북한 주민들이 또 한 번의 기대를 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2. 군사적인 업적의 축적
 
경제적인 지원 이외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은 군사적인 지원이다. 2021년 종결된 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실패, 그 직후 시작된 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실적 부진에 직면한 김정은으로서는 이제 군사력의 강화가 주민들에게 선전할 수 있는 주요 업적의 하나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지시한 주요 무기체계 개발 사업 중 극초음속 미사일, 무인기 개발, 수중 핵 전략무기 등에서 외형적으로 성과를 과시했다. 그러나 초대형 핵탄두, 핵잠수함 등은 여전히 단기간 내에서 성취가 힘든 과업이고, 군사정찰위성 역시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성공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서는 러시아로부터의 군사기술 이전과 주요 무기체계 및 부품 획득이 긴요한 것이 현실이다.

군사적인 분야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거래는 대규모 거래에서 현실적 소규모 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선, 소규모 거래는 당장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버텨낼 만큼의 수개월분 포탄과 재래무기를 북한이 제공하고, 러시아는 그 대가로 Mig-29 등 전투기 부품과 신형 전차(T-80급)의 설계 기술을 제공받는 것이다. 대규모 거래는 서방이 우려하고 있는 거래로, 북한이 수년치에 달하는 포탄, 드론,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타 재래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그 대가로 ICBM(재진입기술 및 다탄두화) 및 경량·고파괴력의 핵탄두 기술, 핵추진 잠수함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중간 수준의 거래 역시 예상이 가능하다. 북한이 ‘빅딜’ 만큼은 아니지만 다량의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이 긴히 필요로 하는 군사정찰위성 관련 지원과 신형 잠수함 관련 기술을 북한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2023년 8월 ‘김군옥 영웅함’을 선보였지만 그를 통해 유추된 기술 수준을 볼 때, 북한의 공언과는 달리 ‘전술핵 공격이 가능한 잠수함(핵추진은 아니라고 하더라도)’을 확보하려면 외부로부터의 기술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위험한 대규모 거래가 쉽게 성사될 가능성은 생각보다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러시아와 북한 모두 서로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는 상태이고, 무엇보다 핵관련 기술은 상당히 고가의 것으로 북한 재래무기와 거래되기에는 러시아의 손해가 더 크다. 또한, 평양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거래의 경우 포탄 등의 부족으로 북한의 재래식 대비태세가 심각히 제한받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중간 수준 이하의 경우에는 러시아 및 북한 모두가 부담을 감수하고서도 추진할 동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핵위협 능력 고도화를 위해서는 기술적 도약이 필요하고, 러시아 역시 미국 및 NATO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균형성을 확보하는 한편, 러시아군의 사기 앙양을 위해서라도 북한산 무기를 공급받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에도 평양과 모스크바는 무기거래의 속도와 수준을 둘러싸고 각기 복잡한 손익계산을 벌일 것이다.

 
3. 김정은의 야심: 북-중-러 연대 주도?
 
북러 밀착은 김정은에게는 또 하나의 외교적 성과로 선전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김정은은 북러 밀착과 더 나아가 북-중-러 연대관계를 성사시킴으로써 단순한 중국과 러시아의 피후원자가 아니라 동등한 협력자로서의 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과시할 수 있다. 이미 김정은은 2022년 말 개최된 노동당 제8기 6차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현재의 국제관계 구도를 ‘신냉전’으로 규정하고 사회주의 국가들 간의 단결을 강조함으로써, 북-중-러 협력의 단순한 참여자로서가 아니고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북한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반 “중동사태의 장본인은 미국이다”라는 『로동신문』 사설을 통해 미국이 이 전쟁을 부추겼다고 평가하는 한편,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까지를 엮어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함으로써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반미 전선의 최선두에 서는 듯한 인상을 주려 했다.7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2016년의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反테로전(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반미적인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테로행위”라고 규정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선대와 차별화된 또 하나의 위업으로 북한의 대외적 위상 제고를 시도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김정은은 북러 밀착을 통해 협력과 동시에 상호 견제심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을 3자 연대로 묶음으로써 북한의 운신폭을 확대하는 한편, 자연스러운 북한의 위상 격상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향후의 북-중-러 협력전망과 우리의 대응

 
일단 군사정찰위성의 성공적 발사를 통해 북러 밀착의 효과를 체감한 평양으로서는 가능하다면 이 추세를 더욱 심화하고 확대하려 노력할 것이다. 또한, 북한은 1960년대 중러 주도권 분쟁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면서도 중국에 기울었던 기존이 관행이 바뀔 수도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중국의 경쟁심리를 은근히 자극하려 할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전략경쟁이 지나친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했지만, 미중 간 연대결성(Coalition building)을 위한 물밑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북-중-러 연대에 매력을 느낄 수는 있다. 중국 역시 북한 및 러시아와 일정한 협력의 구도를 보여주는 것이 미중 전략경쟁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견제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즉, 중국이 정치적으로 북한 및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 강화의 제스쳐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면서 북-중-러 연대 강화가 현실화된다는 인상을 주려 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3각협력 참여 여부에 따라 북-중-러 연대가 실제로 출범할지, 특히 이것이 안보분야 협력으로 이어지기에는 여전히 여건상 한계가 있다. 북-중-러가 직접적인 안보협력 특히 군사협력까지를 추구할 경우 이는 불가피하게 미중 간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내의 경제 문제 등 당분간 내부 현안들이 더욱 주력하려 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지원 이외의 지원 부담을 우려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편향된 과거의 대한반도 정책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불러왔다는 점을 고려할 수도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북-중-러 3각 연대 강화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로 이어질 위험을 고려할 수도 있다. 중국이 7월 북한의 ‘전승절’ 행사 시 쇼이구 국방장관을 파견한 러시아와는 달리 군사 분야에서는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이유도 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중-러 간의 정치적 연대 과시를 이용하려 하면서도 동시에 군사적 연계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중국의 이중적 심리 이외에도 북-중-러 3각 연대에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우선은 북러 밀착 자체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미북 관계 개선이라는 기존의 대외정책 방향을 대폭 수정하여 북러 밀착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지만,8 경제력이나 외교력의 측면에서 러시아가 과연 미국의 완전한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는 북중관계를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 대한 대항이라는 점에서 공동전선을 펴고 있을 뿐, 러시아와 중국도 서로에 대해서는 견제심리를 지니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 편향적인 정책을 펼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감소도 때론 각오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이를 상쇄할 만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평양은 갖기 힘들 것이다. 오히려, 평양의 입장에서는 2024년 미국 대선을 전후하여 미북 협상의 기회가 도래하기를 기다리면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방책으로 북러 밀착을 이용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북러 밀착은 러시아의 동기에 의해 약화될 수도 있다. 2024년 3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푸틴이 현재의 전망대로 재집권 하게 될 경우, 푸틴으로서는 굳이 북러 밀착을 통해 자신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군사적 거래를 해야 할 동기가 옅어진다. 러시아 역시 2024년의 미 대선 이후의 기회를 기대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모스크바는 평양과의 위험한 거래를 선택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적다.

다만, 북러 간 우호관계의 과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9월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푸틴의 평양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9년 4월의 정상회담에서 답방을 약속하고도 방문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푸틴의 평양 답방이 이루어질 수 있다. 북-중-러 간에도 고위급 인사의 상호 교환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중국이 직접적 군사협력에 소극적이라 하더라도 북-중-러 합동 군사훈련은 가능성을 지닌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이 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긴장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맞불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동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해왔고, 2023년 7월에도 ‘북방·합동-2023′ 훈련을 동해에서 시행한 바 있다. 북한 함정의 규모나 짧은 항행거리를 고려할 때, 동해의 북한 인근 해역에서 북-중-러가 참가하는 형태의 3국 기동훈련이 실시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우리의 ’가치외교‘와 남북관계 정상화, 그리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 상황에서 북한은 기존의 대남정책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고, 당분간은 북러 밀착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러시아 역시 한국을 미국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세력으로 상대하려 할 것이고, 당분간 한러 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북한과 러시아로 하여금 자신들의 전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대중국 메시지의 측면에서 한-미-일 공조의 움직임은 오히려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북-중-러 연대 강화에 매달릴 경우 오히려 한미동맹의 결속과 한-미-일 안보협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고, 특히 북-중-러 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 전개를 강화시켜 중국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줄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위협이 지속되는 한 한국은 중국이 꺼려하는 한-미-일 공조를 지속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중국의 북한 비핵화 등 협력 여부에 따라 한-미-일 안보협력의 진전은 그 수준을 조절함으로써, “한-미-일 협력의 추세 자체는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수준과 속도는 중국에게 달렸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북러 간의 위험한 수준의 거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북한의 핵개발을 계속 지원하는 자세를 취할 경우,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북한과 러시아 간에 실제로 대규모 포탄/군수장비와 핵기술이 거래되는 정황이 포착된다면, 한미 차원에서 ‘워싱턴선언’을 넘어서는 확장억제 강화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천명도 필요하다. 이는 ‘워싱턴선언’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지속 제기해온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고, 동시에 미러 핵군비경쟁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핵잠수함(SSBN) 전개, 핵협의그룹(NCG) 운영을 넘어 한미 간 북한 핵사용을 전제로 한 핵보복 연습, 미국 전략자산의 정기적 전개 강화, 그리고 전술핵 임시/상시 재배치 등 기존 합의를 뛰어넘는 대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과거 북한의 도발이나 북한의 대중러 거래에 대해 수동적(reactive)으로 반응했던 차원을 넘어 북러 간 거래에 대한 선제적(proactive)인 조치를 천명하는 것이 북러 간 대규모 거래의 성사를 억제하는 데에도 유리할 것이다. 이러한 확장억제 강화 대안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상 및 고위급 차원에서 이러한 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해 나가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US says North Korea delivered 1,000 containers of equipment and munitions to Russia for Ukraine war,” AP (October 14, 2023) 참조.
  • 2. 국정원 “러시아, 北에 위성 설계도와 데이터 분석 제공한 정황,” 『조선일보』(2023.11.24.).
  • 3. “Putin says Pyongyang needs security guarantees to de-nuclearise,” REUTERS (April 25, 2019).
  • 4.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로씨아련방 국방상을 접견하시었다,” 『조선중앙통신』(2023.07.27.).
  • 5. Greg Scarlatoiu, Raymond Ha, and Hyunseung Lee, “North Korean Workers Officially Dispatched to China & Russia: Human Rights Denial, Chain of Command & Control,”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 Report(2022), pp. 19-20.
  • 6. “[러 한복판 北노동자 활개] 北, 대놓고 외화벌이 나섰다,” 『중앙일보』(2023.05.03.).
  • 7. 중동사태의 장본인은 미국이다,” 『로동신문』(2023.10.23.).
  • 8. Robert L. Calin and Siegfried S. Hecker, “The Putin-Kim Summit Kicks Off a New Era for North Korea,” Foreign
    Policy (SEPTEMBER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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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차두현

외교안보센터

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