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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독립전쟁 내건 이스라엘
“하마스 있는 한 평화는 없다”
대 변수 이란, 참전은 부담
5차 중동전 비화 가능성 낮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통제하는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기습공격을 감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스라엘에서 1400여 명이 살해되고 240여 명이 인질로 잡혀갔다. 충돌이 길어지면서 양측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선포하며 가자 지구에 보복 공습을 시작했고,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식량·전기·연료를 끊는 전면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고 인질을 최대한 구하면서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달 27일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제2의 독립전쟁’으로 천명했다.

 
하마스-사우디-이란의 동상이몽
 
시가전은 지하터널에 매복한 하마스 대원을 고사시키고 병원과 난민촌에 숨은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무차별적 공습이 이뤄지고 있어 민간인까지 희생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긴장 완화를 위해 급히 중동 현지를 방문했고, 국제사회가 휴전을 촉구하고 있으나 효과가 없다.

이번 무력 충돌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수니파 대표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 협상에 속도를 내는 와중에 발생했다. 하마스는 자신들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사활을 걸고 도발을 감행했다. 앞서 2020년 같은 수니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기념비적 데탕트를 이뤘다. 모로코도 동참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니파 맹주 사우디까지 가세하면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하마스의 입지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나아가 하마스의 최대 라이벌이자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꾸리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최대 정파 ‘파타’가 정당성을 굳히고 경제 이익까지 거머쥘 수 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조직은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다. 하마스로서는 현상을 뒤흔들어야 할 동기가 강했다.

왕실 수호 전략으로 파격적 개혁을 추진 중인 사우디는 역내 안정과 이스라엘과의 협력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는 조건으로 미국의 철벽같은 방위 조약과 이스라엘의 대(對)팔레스타인 유화책을 요구했다. 이란의 핵 개발과 친이란 조직인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보를 지키는 동시에 이슬람 성지 수호국으로서 팔레스타인 대의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사우디의 최대 맞수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주적이다. 이란은 가자 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인민동원군, 시리아의 군소 민병대 등을 후원하면서 중동 역내에서 팽창주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극우 정치 기울며 안보 취약점 노출
 
이스라엘의 안보 실패는 자업자득 측면이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정은 포퓰리즘과 배타적 민족주의를 선동해왔다. 국민 편 가르기에 앞장서고 팔레스타인을 향한 초강경 정책을 펴왔다. 2022년 11월 출범한 집권 극우 연정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네타냐후 총리를 보호하려고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입법을 강행해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특히 예비역 1만여 명이 복무 거부에 서명했고 군의 중추 세력이 이탈해 전력 공백도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조차 이스라엘 극우 연정의 유대인 불법 정착촌 확장과 팔레스타인 시위대 유혈 진압을 비판했을 정도였다.

이번 분쟁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데탕트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사우디는 하마스의 폭력이 데탕트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적 계산이라고 비난하며 수교 협상 재개를 암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도 이란의 패권 추구 야욕에 굴복할 수 없다며 다시 협상에 임할 것이다. 수교 빅딜의 수혜자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며 국제사회의 여론을 살피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다른 국가들까지 개입하는 ‘제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변국들은 혹시 모를 내부 동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권 지키기에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측면 지원하고,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일부 급진주의 조직이 반이스라엘 전선을 확산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란의 강경파 집권 세력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비롯된 경제 파탄과 히잡 강제 착용 반대 시위에 따른 국내 여론의 악화로 전쟁 개입이 부담스럽다.

 
지상전 이후 팔 자치정부 통치 논의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후원국 이란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무력 도발을 제한할 것이다. 이집트는 가자 지구와 맞닿은 라파 국경을 열어 인도적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피시키라는 제안을 거절해오다 최근엔 외국 여권 소지자와 부상자에 한해 입국을 잠시 허용했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대거 유입되면 가뜩이나 인기 없는 권위주의 정권이 이끄는 이집트 국내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지상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스라엘은 하마스 세력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에야 끝날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스라엘의 역린을 건드린 하마스가 존재하는 한 공존과 평화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상전 이후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 지구의 통치권을 이양받고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치안을 돕는 방안이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편, 하마스의 도발과 유사한 북한의 기습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하마스 같은 급진주의 조직은 현상을 타파하고자 위험을 과감히 감수한다면, 북한은 체제 수호를 위해 현상 유지를 추구하고 국제사회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세상과 잦은 교류를 멀리하고 자발적으로 고립돼 살겠다는 북한 정권엔 외부 자극이 체제 안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과감한 공격 대신 드러나지 않지만 피해와 혼란을 줄 수 있는 공격을 궁리할 것이다. 그래서 더 위험한 상대일 수 있다.

 
* 본 글은 11월 9일자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장지향
장지향

지역연구센터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 선임연구위원이자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와 법무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저서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