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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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8일 미국 알래스카 주 상공에 진입한 중국 발 고고도 풍선(HAB, High-Altitude Balloon)이 약 1주일간 미국 본토를 횡단하다 2월 4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동부 해안 상공에서 미국 F-22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사건은 미국과 중국 간에 외교적 긴장을 야기하였다. 이 사건의 와중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계획되었던 중국 방문 일정을 연기하였고, 미국과 중국은 외교 및 국방당국을 동원하여 수차례 성명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확실한 사실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성명을 통해 동 풍선이 민간 소유의 기상관측 풍선이라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이 풍선이 미국의 민감한 군사시설 등을 정찰하기 위한 군 소속 ‘정찰 풍선(surveillance balloon)’이었다고 반박하였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뮌헨안보회의 기간 중인 2월 18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1시간 가량 회담하며 중국의 고고도 풍선을 정찰 풍선으로 규정하고, 이 풍선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였으며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였다.1 반면 왕이 위원은 회담 개최 전 미국의 중국 풍선 격추가 “불합리하고 히스테리적(absurd and hysterical)”이며 “무력 남용(abuse of the use of force)”이라고 주장하여,2 양국의 주장은 접점을 찾지 못하였다.

격추된 풍선의 잔해는 수거되어 현재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을 거치고 있는데, 이 분석을 통해 유용한 정보가 획득될 것인지, 그리고 분석이 완료되더라도 자세한 정보가 일반에 공개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이후 중국이 고고도 풍선을 띄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고,3 중국의 고고도 풍선 활용의 이유 및 미국의 풍선 격추가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4 국제법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양국의 주장이 대립되는 가운데 두 가지 쟁점이 존재하며, 그 쟁점의 해답에 따라 관련국들의 행동이 적법인지 위법인지 여부가 결정된다. 첫째로, 중국 고고도 풍선의 미국 영토 상공 진입이 미국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정찰 목적을 지닌 군사적 작전으로서 미국 주권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민간의 기상관측 풍선이 불가항력에 의해 항로를 이탈한 결과인지이다. 둘째로, 미국의 중국 고고도 풍선 격추가 주권 침해에 대한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조치인지, 아니면 중국의 주장이 암시하듯이 국제법 위반의 행위인가이다.

중국 고고도 풍선 격추 이후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수집되고 배포된 정보를 기초로 이들 쟁점에 대한 완벽한 답을 얻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이 글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중국 고고도 풍선의 미국 영토 상공 진입의 국제법적 의미, 그리고 무력을 사용하여 해당 풍선을 격추한 미국의 행위의 국제법적 의미를 검토하고, 우리나라 상황에서 해당 사건이 시사하는 점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중국 풍선이 미국의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사실은 그 목적이 정찰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미국의 주권 및 영공(airspace)을 보호하는 ‘국제민간항공협약’, 속칭 시카고 협약의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중국 풍선이 비행한 ‘고고도’가 항공기의 일반적 항행고도보다 높아 ‘우주(outer space)’에 해당하는지 ‘영공’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지만, 국제관행상 100km 미만 고도는 영공에 해당된다고 보아 중국 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해당 풍선이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으로 정찰을 벌였다면 이는 중국의 무력 사용(use of force)이 되며, 미국의 격추는 국제법상 적법한 자위권 행사에 속한다.

미국의 중국 풍선 격추는 북한의 무인기 침투나 대북전단과 관련해서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가진다. 북한 무인기 침투의 경우 이를 격추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지만, 우리 무인기의 대응성 대북 침투는 2023년 1월 26일 유엔군사령부 발표5에서 언급되었듯이 정전협정 위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무인기 대북 침투를 통한 맞대응이 아니라 북한 해안선 인근에서 고고도 정찰기의 북한영공 근접비행 등 다른 형태의 대응조치를 고려하여 시행하는 것이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풍선을 이용한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풍선의 소유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 정찰 목적 및 조종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풍선의 북한 영공 진입만으로 우리 정부에 국제법상 책임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 풍선 격추 사건에서 미국의 주장을 역이용해 민간 풍선에 대한 실탄사격을 정당화할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 별다른 위험요인이 없는 민간 풍선에 대한 실탄사격은 북한이 설사 자위권으로 포장하려고 해도 목적과 수단이 전혀 비례적이지 않은 대응이므로, 우리정부는 그 위법함을 적극 주장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전단살포 등을 금지한 현행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관계 발전법)은 재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건의 개요6

 
미국이 알래스카 주 알류샨 열도 상공에 진입한 60m 높이의 중국 고고도 풍선을 포착한 것은 2023년 1월 28일이었고, 당시 미군 당국은 이를 중국이 미국 방위망 부근을 정찰하려는 것으로 보았다. 1월 30일 캐나다 북서부 쪽으로 넘어갔던 풍선은 하루 뒤인 1월 31일 미국 북부 아이다호 주 상공에 재진입했다. 이 사실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보고되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가능한 대응조치의 검토 및 풍선의 정찰과 통신활동의 방해를 지시했다.

2월 1일 해당 풍선은 몬태나 주 빌링스(Billings)에 소재한 맘스트롬(Malmstrom) 공군기지 상공에 도달하였는데, 이 기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관·운용하는 곳이어서 미 국방부를 긴장시켰다. 미국은 풍선을 격추하는 군사적 선택지도 검토했으나, 버스 3대 크기인 동 풍선이 격추될 경우 잔해로 인하여 민간인 및 기반시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중국에 해당 풍선을 격추할 수도 있음을 알렸으며, 블링컨 국무장관도 미국은 자국 이익의 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이든 취할 권리가 있음을 워싱턴 D.C. 소재 중국 외교관에 통지했다.

2월 2일 언론 보도로 중국 고고도 풍선의 존재가 알려지자 공화당이 공세를 시작했고,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바이든 정부를 향한 비판이 비등하였다. 중미에서 남미를 향해 비행하는 또 다른 중국 풍선의 존재도 보도되기 시작했다.

2월 3일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발표하여 해당 “비행선(airship)”이 중국에서 발원한 것으로서 주로 기상관측에 사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항로를 이탈하였으며 “불가항력(force majeure)”에 의해 미국 영공에 진입한 것으로 유감을 표하였다.7 그러나 블링컨 국무장관은 해당 진입이 “미국 주권과 국제법의 명백한 위반(clear violation of U.S. sovereignty and international law)”이라고 규탄하고 왕이 위원과의 통화에서 이러한 입장을 반복하였다.

해당 풍선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머틀(Myrtle) 해안 상공으로 이동한 2월 4일, 미국 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은 인근 공항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하였다. 곧 2대의 F-22 전투기가 랭리(Langley) 공군기지에서 출격, 1대가 발사한 공대공 미사일이 고도 6만~6만5천 피트(18~19.5km) 상공을 비행하던 풍선을 타격하여 격추함으로써 상황이 종료되었다. 잔해는 인근 해역에 흩어져 떨어졌으며, 군 정보당국과 FBI가 잔해를 수거하여 분석 작업을 개시했다.

해당 풍선이 격추된 이후 중국 외교부는 2월 6일 정기 기자회견에서의 질의응답을 통해 미국의 조치는 항로를 이탈한 민간 비행선에 무력을 사용한 “과잉대응(overreaction)”이었고, “관습국제관행(customary international practice)”의 위반이라고 하였다.8 반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월 17일 연설을 통해 중국 풍선의 격추가 “우리 주권의 침해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메시지”라고 강조하며 이를 옹호했다.9

 

중국 풍선 美 상공 진입의 美 주권 침해 및 국제법 위반 여부

 
중국 고고도 풍선이 미국 상공에 진입한 사실이 미국의 주권 침해 및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가? 원칙적으로 국가의 주권은 영토, 영해 및 그 상공인 영공에 미치므로, 해당 국가의 허가 없이 외국의 항공기나 풍선이 그 영공에 진입하는 것 자체로 주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으며, 별도의 ‘위법성 조각사유’10가 있지 않는 한 주권 침해를 당한 국가는 이를 배제할 권리를 보유한다. 이는 일반 국제관습법으로 확립된 내용이다.

이보다 더 상세한 내용을 규정하는 조약으로서는 1944년 시카고에서 채택된 ‘국제민간항공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속칭 시카고 협약이 있다. 이 협약은 민간항공운송을 촉진하기 위한 핵심원칙 및 세부규칙을 정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국제조약으로서 1947년에 발효하였으며, 현재 193개국이 회원국이고 이에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포함된다. 이 협약의 기본 취지는 민간항공기는 타국의 영공이라도 허가를 받을 경우 호혜원칙에 의해 비행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시카고 협약은 제1조에서 “체약국은 각국이 그 ‘영역상의 공간(空間)’(영공)에 있어서 완전하고 배타적인 주권을 보유한다는 것을 승인한다(The contracting States recognize that every State has complete and exclusive sovereignty over the airspace above its territory)”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제3조에서는 동 협약이 민간항공기(civil aircraft)에만 적용되며 “국가항공기(state aircraft)”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고,11 군용, 관세용, 경찰용 항공기는 국가항공기로 간주된다고 하고 있다.12 그리고 국가항공기는 “특별협정 또는 기타방법에 의한 허가를 받고 또한 그 조건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타국의 영역의 상공을 비행하거나 또는 그 영역에 착륙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국가항공기의 타국 영공 비행이 금지됨을 명시하고 있다. 민간항공기의 경우에도 특별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정기·부정기 항공업무에 종사할 수 있어,13 사실상 모든 항공기가 타국의 영공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 국가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시카고 협약의 제2부속서인 ‘항공규칙(Rules of the Air)’은 “무인 자유풍선(unmanned free balloons)”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기상관측에 전적으로 사용되는 경량 풍선(무게 4kg 미만)을 제외하고는 무인 자유풍선은 타국의 허가 없이 그 국가의 영공에서 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14

이렇게 볼 때 중국 풍선이 미국의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사실은 그 목적이 정찰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미국의 주권 및 시카고 협약의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중국은 해당 풍선이 민간 소유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경우에도 시카고 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특별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것이므로 위법한 진입인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주장하듯이 해당 풍선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정찰 내지 도청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었다면15 이는 명백히 국가항공기에 해당하므로, 해당 풍선이 미국의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것은 역시 미국의 주권 침해이자 시카고 협약 위반인 것이다.

다만 추가적 검토의 필요가 있는 두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첫째, 중국 고고도 풍선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나, 고고도 풍선이 비행한 고도가 18km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해당 고도의 상공이 ‘영공’인가, 아니면 외기권 혹은 우주(outer space)인가에 따라 동 풍선의 비행행위가 미국 주권의 침해나 시카고 협약의 위반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영공 상부의 공역은 지구 주위 궤도를 선회하는 인공위성이 활동하는 공간을 의미하며, 이들 인공위성이 특정 국가의 상공을 통과한다고 하여 이를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는 없거나 극히 예외적이다. 중요한 것은 영공과 우주를 구분하는 기준이 국제법상 확립되어 있는가인데, 국제법은 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16 국제관행상 상업용 및 군용 항공기가 운용되는 최고 고도는 대략 4만 5천 피트(13.7km)라고 되어 있어, 중국 고고도 풍선은 이보다 높은 고도에서 운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는 퇴역한 콩코드 기가 6만 피트(18km) 고도로 비행한 기록이 있고, 미국 정찰기인 U-2 항공기가 6만 5천 피트(19.5km) 상공에서 비행하며, 중국 정찰 풍선 격추에 동원된 F-22 전투기도 안정적으로 작전을 펼치는 고도를 의미하는 실용상승한도가 역시 6만5천 피트이기는 하나, 이들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17

하지만 우주를 인공위성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정의한다면 이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항공공학상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인공위성이 대기권으로의 추락 위험 없이 지구 주위를 선회할 수 있는 최저 고도로서 대략 지상 100km 상공의 가상의 선을 의미한다. 일부 국제법학자들은 이 선 상부의 공역이 우주이고 그 이하의 공역은 영공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 주장에 의할 경우 중국 고고도 풍선이 비행한 18km 상공도 영공에 해당하므로, 해당 풍선은 미국 영공을 무단으로 진입한 것이 확실하며 따라서 미국의 주권 침해 및 시카고 협약을 위반한 것이 된다.18 국제법의 내용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유엔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위원회(COPUOS, Committee on the Peaceful Uses of Outer Space)’ 내 법률소위원회도 “우주의 정의 및 경계획정(Definition and Delimitation of Outer Space)”에 관한 실무작업반 보고서에서 지상 100km를 우주와 영공의 구분선으로 제안한 적이 있다.19

둘째, 중국이 주장하듯이 해당 고고도 풍선이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불가항력’에 의해 미국 영공으로 진입하였다면 이는 앞에서 언급한 주권 존중의 원칙 및 시카고 협약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국가책임에 관한 국제법 원칙을 정리하였다고 평가되는 2001년 국제법위원회(ILC, International Law Commission)의 “국제위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Responsibility of States for Internationally Wrongful Acts)” 초안(이하 “ILC 국가책임 초안”)은 ‘불가항력’에 관한 설명에서 국제의무 위반행위가 “의무의 이행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국가의 통제를 넘어서는 저항할 수 없는 힘 또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발생에 기인한 경우라면 국제의무와 합치되지 않는 국가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고 있다.20 실제로 해당 고고도 풍선은 중국 하이난 섬에서 출발한 후 괌 상공을 비행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예상과 달리 북쪽으로 비행을 시작하였는데, 미국 정보당국은 해당 풍선이 원래 미국 본토 영공에 진입할 의도가 없었을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21 그러나 한편으로 해당 풍선은 일정 정도의 조종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며, 민감한 영역에 진입하였을 때 정보를 수집하고자 특정 위치를 고수한 점도 발견되어,22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판단을 위해서는 추가적 정보가 필요하다.

 

미국의 중국 풍선 격추의 국제법 위반 여부

 
타국에 의한 자국 주권의 침해 및 국제법 위반이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해 어떠한 대응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재량의 범위에 속한다. 다만 중국 고고도 풍선의 경우 미국은 자국 영해 상공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여 해당 풍선을 격추함으로써 무력을 사용하였는데, 중국은 이것이 과잉대응이자 “관습국제관례”의 위반이라고 한 반면 미국은 주권 침해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하여, 견해의 대립이 존재한다.

영공을 침범한 무인 자유풍선에 대한 무력의 사용은 국제법 위반인가? 일반국제법상 무력 사용은 일반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는 유엔헌장 제51조 및 관습국제법상 인정되는 자위권(right of self-defence)과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한 군사적 강제조치에 국한된다. 그러나 자위권의 경우 자국을 향한 “무력공격(armed attack)”의 발생이 전제조건이며, 임박한 무력공격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예방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ce) 개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역시 예상되는 임박한 무력공격이 전제조건으로 남아 있다. 해당 고고도 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의 경우를 이러한 무력공격으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무력공격에 해당하지 않는 소규모 무력의 사용이 발생할 경우, 특히 정찰 목적 풍선의 영공 침범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피해국이 아무런 무력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다.23 미국과 같은 주요국가의 교전규범도 소규모 무력의 사용에 무력대응을 할 수 없다고는 하지 않으며, “적대행위 또는 표출된 적대적 의도(hostile act or demonstrated hostile intent)”에 대하여 자위권으로서 필요적이고 비례적인 무력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24 무력행사의 일반적 금지를 규정한 유엔헌장 제2조 4항 및 헌장 제51조의 해석상, ‘무력의 사용’과 ‘무력공격’은 최대한 개념이 일치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25 “주권국의 영공을 침범한 무인 항공기를 대상으로 한 무력의 사용을 국제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주장26이나 “해당 무인 풍선과 같은 크기의 물체가 주권국가 영공에 허가 없이 침입하고 민감한 군사시설을 포함하는 지역 상공에 수 일간 체류한 경우 이러한 상황은 ‘무력의 사용(use of force)’에 해당한다”고 하는 주장27 모두 이러한 소규모 무력의 사용에 대한 자위권, 즉 무력의 행사를 긍정하는 내용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당 풍선을 운용했다는 전제하에 미국의 중국 고고도 풍선 격추가 미국 주권을 침해한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법상 적법한 자위권의 행사라고 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도 미국의 중국 풍선 격추를 비난하면서도 이것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고 있지는 않으며, 과잉대응이자 “관습국제관례”의 위반임을 주장할 따름이다. 국제법상 “관습국제관례”란 용어는 일반관행과 의미상 큰 차이가 없으며, 따라서 미국의 중국 풍선 격추 행위는 국제법적으로 적법하다는 것을 중국도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대응이 장차 중국이 자국 영공에 진입한 미국 풍선을 격추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국의 법적 논거를 약화시키지 않기 위함이라 분석하는데,28 이는 타당한 지적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의 시사점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북한이 고고도 풍선을 사용하여 우리 영공을 침범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우리의 민감한 군사시설 정찰을 위해 소규모 무인항공기를 남-북 군사분계선 이남 영공으로 침투시킨 사실이 있으며,29 중국도 동일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무인항공기 등을 활용한 북한 및 중국의 우리나라 영공 내 정찰활동이 국제법상 금지되는 ‘무력의 사용’으로서 자위권 발동의 대상이 됨을 명확히 선언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 영공을 침입한 무인기를 격추함으로써 영역주권 수호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 군이 현재까지 이들 무인기에 적절히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받기도 하므로,30 이에 대한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다.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격추에 실패한 우리 정부는 비례적 대응으로 우리나라 무인기를 북한 영공으로 침투시킨 사실이 있는데, 이는 2023년 1월 26일 유엔군사령부 발표에서 언급되었듯이 정전협정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31 다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우리 무인기의 북한 영공 침투가 자위권에 따른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하였다.32 우리의 무인기 대북 침투가 표면적으로 정전협정 위반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이 일이 북한이 먼저 정전협정을 위반함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한 부수적 결과였다면 위법성 시비를 피해갈 수는 있다.33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볼 때에는 무인기 대북 침투가 다른 국가 영공의 위법한 침투로 해석될 수도 있고, 확전의 가능성을 불러올 수도 있다. 향후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의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무인기 대북 침투를 통한 맞대응이 아니라 북한 해안선 인근에서 고고도 정찰기의 북한영공 근접비행 등 다른 형태의 대응조치를 고려하여 시행하는 것이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탈북자 단체 등이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풍선에 매달린 대북전단의 경우에도 시사점이 존재한다. 현재 남북관계 발전법 제24조 4항에 의하면 대북전단은 살포가 금지되어 있으나, 이들 단체가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을 북한 영공으로 날려보낼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풍선을 이용한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풍선의 소유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 정찰 목적 및 조종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민간 풍선의 북한 영공 진입이 우리정부의 국제법 위반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주장을 역이용하여 우리 민간 풍선이 북한 영공에 진입하면 이를 위법한 영공 침범이라고 하며 실탄사격을 통한 격추를 정당화하려 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북한이 고사포 등으로 대북전단 풍선을 사격한 선례도 있다.34 민통선 이남 주민 보호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는 국내법 집행기관을 통해 적절한 통제를 할 필요는 있다. 이와는 별도로 기술적으로 북한 영공을 침범하지만 다른 위험요인이 없는 민간 풍선에 대한 실탄사격은 북한이 설사 자위권으로 포장하려고 해도 전혀 비례적이지 않은 대응이므로, 우리정부는 그 위법함을 적극 주장하여야 한다. 실탄사격으로 민통선 이남 주민들에게 신체, 재산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해당 행위는 정전협정 위반이며 우리의 주권침해라는 점도 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최근 들어 북한은 대북전단 풍선의 위험성을 과장하기 위해 이러한 풍선이 북한 내 코로나19 유행의 주범이라고 거짓주장을 하기도 하는데,35 우리정부는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

다만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공급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므로, 우리 정부는 이러한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여야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남북관계 발전법의 개정을 통해 전단 등 살포가 금지 및 처벌대상이 되지 않게 하여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정치적 분위기 조성에 힘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심상민
심상민

심상민 박사는 2015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한국 전력산업에서의 기후변화 법-정책 문제를 연구주제로 하여 법학박사 학위(JSD)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환경법연구소(ELI)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대외원조기구 업무계획시 기후변화 문제의 주류화(mainstreaming), 천연자원 개발기업들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행의 일환으로서의 재단/기금 설립 등을 연구하였다. 국립외교원에서는 외교관후보자 대상 국제법 강의 외에 다양한 국제법 이슈에 관해 연구 및 정부 자문을 행하였으며, 이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으로 근무하였다. 국제법 전반 외에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비전통안보 이슈 주요 연구분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