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보고서는 전략분석실 김진우 박사 지도하에 작성되었습니다.
나바로는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이라는 타이틀로 2011년 출간된 저서와 다큐멘터리에서 미중 교역관계에서 잘못되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태를 분석하고, 중국 정부의 다양한 악용 사례를 상세히 소개한다. 이 연구는 중국의 인권유린에서부터 환경파괴, 미흡한 품질관리, 군비지출 증가에 이르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은 정확하다. 이 중요한 다큐멘터리는 사실과 수치, 통찰력을 통해 미 중 사이에 있는 문제를 묘사하고 있다. 꼭 한번 보기를 권한다.”1
나바로의 연구 내용은 이렇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무역체제를 철저히 이용했다. 품질관리, 환경보호, 통화규제, 자국 근로자에 대한 노동권의 기본규칙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자국 제품 비용을 낮추고 미국(및 타 국가)의 기업의 경쟁력을 파괴했다. 이러한 중국산 제품은 미국에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미국에서 너무나 많은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어 과거보다 빈곤해진 미국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살 수밖에 없어졌다. 그 결과 이러한 무역 사이클은 더욱 강화된다.
중국산 제품은 조잡하고 소비자의 건강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편 미국 정부는 미국 시장을 중국 수입품에 개방하는 무역협정에 서명했지만 중국에 상호개방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지 않아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대기업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대를 품고 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미국 내 고용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미국 회사들은 이 과정에서 회사기밀을 중국 정부와 공유할 것을 강요 받는 실정이다. 사실상 이들 기업은 중국 시장에 대한 단기적 접근성을 확보하는 대가로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쟁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인권침해로 악명 높은 중국 정부는 해커와 스파이를 고용하여 미국 기업과 국방기관의 기술을 빼냈다. 그렇게 빼낸 정보와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수 조 달러의 자금을 활용하여 군을 확장하고 현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위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
분명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나바로는 이를 “세계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불쾌한 상황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2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같은 생각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예비선거 토론회에서 “우리는 중국과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멍청한 무역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3 미국이 무역 정책에서 뒤통수를 맞고 있다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토로했던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의 정책 제안은, 미중 무역의 균형을 찾는 것을 중요한 하나의 목표로 둔다. 나바로는 미국이 중국에 규칙을 지키도록 강제하든지, 아니면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범람하지 못하도록 나름의 보호주의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 구매를 줄이고, 수입 관세를 상향하며,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환율 조작국’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바로는 이러한 정책이 공정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여, 미국 노동자들이 외국 노동자들과 다시 한번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약탈적 관행에 맞서기 위한 나바로의 또 다른 정책제안에는 중국의 기관이 미국 내 민감한 산업에 종사하는 민간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지적재산권 도난 및 스파이 행위에 대하여 훨씬 엄격하게 대처하고, 인권 유린과 환경파괴를 근절하려는 노력을 배가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중국의 행동에 관해 진지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 하지만 결국 강경론자의 격렬한 비판 이상이 되지 못했다. 나바로는 중국이 약탈적 무역 전술을 구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정치인과 다국적 기업 역시 미국의 제조업 부문을 공동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바로는 그의 주장과 반대되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매도한다. 그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을 ‘불쾌한 헛소리(so much cow manure)’라고 일축했다.4 그는 주요 싱크탱크들을 비난하며, 독자들에게 “그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나 의견을 무시하라”고 경고한다.5 나바로는 복잡한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관계를 ‘미국 기업의 지갑이 두둑해지고 정치인들이 일반 미국 국민들의 생계를 팔아 넘기는 반면,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미국 경제를 망치는’ 제로섬 게임으로 단순화한다. 나바로는 모든 중국산 제품이 유독성 제품인 것처럼 보이도록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법을 써서 복잡한 주제를 일반화한다. 일례로 제품 안전성에 관한 챕터에는 ‘중국산 저질 제품에 의한 종말: 중국산 아기침대에서 목 졸려 죽는 우리의 아이들(Death by Chinese Junk: Strangling Our Babies in Their Cribs)’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러한 선정적인 스타일은 중국이 오늘날의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활용된 것이다. 나바로는 말한다: “중국산 제품이 당신을 죽인다. 중국의 환경오염이 당신을 죽인다. 중국 정부는 당신을 죽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당신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
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분노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국제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중국과, 이런 중요한 문제를 비효과적인 방식으로 제기하는 나바로에 대하여 분노할 것이다. 국가무역위원회의 의장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견해를 높이 평가하는 몇 안 되는 사람으로서, 피터 나바로는 분명히 미중 관계의 윤곽과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관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미국은 인권과 환경보호에 대해서는 중국과 타협하지 않고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교역관계 균형 조정이라는 단일한 목표만을 가지고 중국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급진적인 정책변화에 대응하여 중국도 마찬가지로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양자관계 중 가장 중요한 미중관계에 관한 모든 정책은 장기적인 비전을 토대로 면밀하게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지, 트위터를 통해 되는대로 끼워 맞춰져서는 안 된다.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는 강력한 정책은 무모하거나 공격적일 필요는 없지만, 영리해야 할 필요는 있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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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avidson, Adam. “Trump’s Muse on Trade with China.” The New Yorker. October 12, 2016. http://www.newyorker.com/business/currency/trumps-muse-on-u-s-trade-with-china. Accessed November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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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ath By China, 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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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ttp://www.ontheissues.org/2016_CBS_GOP_FL.htm. Accessed December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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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eath By China, p.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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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eath By China, p.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