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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본토 타격” 위협해 주한미군 철수 노려
핵·ICBM 개발은 北 몰락 재촉한다는 점 깨닫게 해야
새 정부, 한·미동맹 강화 위해 이익 넘어 가치 공유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그다음은 대만이나 우리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1월 당대회를 통해 1만5000㎞ 이상 떨어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확보하라고 했고, 올해 1월에는 2018년 이후 유지해 오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유예 조치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전후해 북한은 지금까지 9차례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지난 11일 한미 군사 당국은, 최근 두 차례 발사한 북한 탄도미사일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대 사거리 시험을 앞둔 성능 시험인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ICBM을 개발하여 괌·하와이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미국을 협박하면, 미국이 주한 미군 철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ICBM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ICBM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시 엄청난 열을 견디는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큰 난관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북한 미사일 전문가인 미국 미들버리 국제관계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2022년 2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이 2017년 이미 2종류의 ICBM 관련 연구를 마쳤으며, 일부 기지에 ICBM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미국은 미 해군의 최강 전력 중 하나인 원자력 추진 잠수함 네바다호가 괌에 정박 중인 모습을 공개했는데, 일반적으로 작전 지역을 극비로 하던 관례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일이다. 네바다호에는 미사일이 총 20기 실려 있고, 100개나 되는 핵탄두가 탑재되어 있다. 이런 모습을 공개했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미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톰 슈가트 신(新)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위원은 “우리가 핵탄두 100여 개를 (적국) 문턱에 갖다 놔도 알아챌 수 없고, 알아도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미국의 경고를 북한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김정은이 그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럴까?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공개 총살하고, 이국 땅으로 도피한 이복형을 독살하며, 주민 대부분을 추위와 기근에 시달리게 하면서도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사람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정은에게는 1만명에 이르는 충성파 엘리트와 체제 유지에 협조하는 열성 지지층이 100만명 이상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이러한 정치적 지지에 도취되어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인다. 김정은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가 3대(代) 세습 체제 유지에 커다란 정치적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위협을 없애는 것을 지상 과제로 설정했을 것이다.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면 최대 걸림돌인 주한 미군이 철수해야 하고, 이것만 성공한다면 김정은은 자신의 정권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은이 저 헛된 꿈에서 깨어나야 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와 미국이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북한 핵에 미국 본토가 위협당하지 않으려면 미국의 안보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와 같은 사람이 워싱턴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정은이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고, 참모들에게 자신이 재선되면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다는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가지는 것이 1인 체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정권의 몰락을 재촉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 러시아가 만일 미국에 대해 독일·폴란드·불가리아 등 NATO 회원국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니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미국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ICBM으로 미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하면 미국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이 ICBM으로 미국을 협박하더라도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출범할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몇 년간 한미 동맹은 도전에 직면해 왔는데, 근본 원인은 인민민주주의라는 말로 포장된 전체주의 국가들에 대한 착시와 동맹의 목표에 대한 혼란 때문이다. 인민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둘 다 민주주의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인민민주주의에는 자유가 없고 자유민주주의에는 자유가 있다. 동맹은 이익을 추구함을 넘어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해야 지속될 수 있다.

 

* 본 글은 3월 15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