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은 한중 수교 31주년. 중국이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인지를 짚어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후 7월에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쥔 대사의 발언은 북한 도발의 원인이 미국을 비롯한 외부 세력의 적대 정책에 있고 북한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집단이라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중국의 주장은 강도(북한)가 집에 침입하여 우리를 위협하는 것도 우리가 북한을 먹고살기 힘들게 만들어 그런 것이니 이해해야 하고, 우리의 방어도 북한을 더 자극하게 될 것이므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라는 것과 같다.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입장은 중국의 주장과는 다르다. 2006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 1695호를 채택했고, 이후 결의안 10개를 채택했다. 결의안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규탄과 대북 제재 조치를 담고 있다. 이달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11차 NPT(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 제1차 준비위원회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74국은 “우리는 북한이 불법(unlawful)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통해 주변국의 안전과 주권을 위협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하는 도발을 (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도발을 중단하라고 설득하기는커녕, 우리에게 인내와 자제, 평화적 해결을 하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취한 최소한의 자위 조치를 비난하고 압박했다. 2017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했을 때 중국은 한국 상품 불매와 한국 대중문화 금지(限韓令) 등 경제 및 문화 보복을 가했다.
중국은 한미 연합 훈련이 북한을 자극하고 체제 안전에 위협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18년 6월 트럼프·김정은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발표하고 2022년 중반까지 대규모 연합 훈련이 중단되었을 때도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은 역대 최다인 총 40회에 걸쳐 미사일 65발을 시험 발사했는데, 중국은 러시아와 더불어 이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것을 막았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쌍중단 쌍궤병행(雙中斷 雙軌竝行)’을 주장해 왔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 활동과 한미 연합 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것인데, 북한이 ‘쌍중단’을 어겼는데도 중국은 이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고 있다. 한미 연합 훈련의 목표는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는 것이므로, 북한 스스로 위협을 낮추면 연합 훈련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1953년 7월에 체결한 정전협정은 정전 체제 확립을 위해 “적대 행위와 모든 무력 행위를 정지”하라고 규정했는데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현재까지 북한은 정전협정을 42만건 이상 위반했다.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주요 도발도 다수 감행했다. 1968년에는 북한 무장 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한 1·21 사태, 공해상에 있던 미 해군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 및 양민 학살 사건을 감행했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 강릉 잠수함 침투(1996),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2010) 등이 모두 북한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중국이 북한 책임론을 거론한 경우는 극히 드물고 늘 쌍방의 “자제”만 주장했다.
중국의 ‘쌍궤병행’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함께 추진하자는 것인데, 평화 체제가 구축되려면 우선 정전 체제가 잘 지켜져야 한다. 정전 체제를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중국이 양비론(兩非論)을 들고나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 것이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해소’가 아니라 북한의 주장을 이용하여 주한 미군의 철수를 유도하고, 북한을 도와 한반도를 공산화하여 미·중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우리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외면하면서 이기적인 자기 목적 달성에만 골몰한다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며, ‘상호 존중’에 기반한 한중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본 글은 8월 23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