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5월 24일(수), 제14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도서는 서병훈 교수(숭실대 정치외교학과)의 『위대한 정치: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책세상, 2017)이었다.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인 서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이재원 교수(연세대 사학과), 이영환 교수(이화여대 철학과)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김홍우 교수(서울대), 김기봉 교수(경기대), 이동철 교수(용인대) 등 20명의 서평위원이 참석했다.
◈ 서병훈 교수=“인간과 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
서병훈 교수는 이번 저서가 ‘밀과 토크빌의 삶’에 대한 관심, 그리고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막스 베버의 경고는 아무리 귀담아들어도 부족하다”며, “한 길을 깊이 파고들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융합이 시대의 대세인 것처럼 군림하고 ‘르네상스형 지식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베버의 말처럼 엄격한 전문화가 아니면 ‘진실로 아주 탁월한 것’을 성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뿌리를 내릴 학문적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박학과 융합부터 기웃거린다면 그것은 전문가의 길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세상일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본인이 추구하는 학문의 길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을 ‘지식인의 존재론적 번민’이라고 칭하면서, 그는 “이에 평생 동안 ‘정치’를 놓고 밀과 토크빌이 벌인 사상적, 실천적 분투를 소개하고, 그들의 역정을 세밀하게 관찰함으로써 학문의 길과 지식인의 길을 가로지르는 교차점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 이재원 교수=”참여가 요구될 때 침묵하는 것이 과연 지식인의 소임인가?”
밀과 토크빌은 ‘위대한 정치’의 실현이라는 소명에 몸을 던진 참여 지식인이지만, 서 교수에 따르면 그들은 모두 말년에 자신의 정치 생활을 돌아보며 회한에 잠겼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그들의 정치 경험에서 이 시대의 지식인들은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 정의의 지름길이며, 자신의 글 속에 시대와 국가의 문제의식을 담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지식인이 자유인의 도리를 다하는 최선의 길임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정 토론을 맡은 이재원 교수는 이는 서 교수의 ‘정치학자’로서의 입장이라며, “정치 참여 말고도 사회 참여와 현실 참여의 또 다른 방식들이 지식인에게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53세의 나이에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하면서 “연구실의 정적 속에 거하기를 좋아하는 학자”들을 비판한 프랑스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를 예로 들었다. 국가가 위기 상황이고, 지식인들에게 현실 참여가 요구될 때, 침묵하는 것이 과연 지식인의 소임을 다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 이영환 교수=”앞서간 밀과 토크빌을 통해 지식인의 자세 배울 수 있어”
이영환 교수는 『위대한 정치』가 저자의 고백록 같았다며, 이 책은 학문적, 객관적 연구서일 뿐만 아니라, 불완전한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이 무엇을 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실존적으로 모색하는 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교수는 책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4부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밀과 토크빌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생각이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하는데(“이를테면 밀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교묘한 압력에 예민하게 반응했다면, 토크빌은 가족, 이웃, 교회 등 사회 제도, 특히 자발적 사회조직이 민주주의의 극단적 경향을 완화하고 중앙정부의 강제력에 맞서 개인을 지키는 튼튼한 장벽이 된다고 주장했다.”(p. 270)), 이에 대한 추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그럼에도 이 책에 자세히 소개되는 밀과 토크빌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지식인들의 성취와 실패를 보고, 그 둘 모두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14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