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덮었다.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전 세계가 긴장해 있다. 감염자가 발생한 어느 나라의 대응도 완벽하지 못한 가운데 유독 일본의 미흡한 대응이 주목받는다.
감염이 의심돼도 까다로운 조건(감기 증상 및 37.5도 이상의 발열이 4일 이상 지속되거나 강한 권태감 및 호흡곤란이 있는 사람)과 비용문제(일본은 3월 3일에서야 코로나 검사의 공적보험 적용을 발표하였다)로 검사받기 어렵다. 확진자의 동선에 따라 구체적인 정보까지도 공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제한적인 정보만을 제공한다.
국내외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과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가 확진자 수를 줄이려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불신과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아베 신조 총리 내각 지지율은 30%대로 하락하였다(산케이신문 2월22∼23일 조사, 지지 36.2%, 비지지 46.7%). 이처럼 미숙하고, 부적절한 모습으로 일본은 재해·위기관리 강국의 대응 실패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초기대응에 실패한 이후, 계속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왜 초기대응에 실패했을까.
첫째, 위기인식의 부족이었다. 초기 우한에서의 감염문제, 크루즈선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일본 내 위기인식은 크지 않았다. 안타깝긴 하지만,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둘째, 자신감이었다. 설령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일본은 안전하고,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셋째, 불확실성이 가져온 역설적인 안정감이었다. 감염된다 하더라도 치사율이 낮고, 경증에 그친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한국의 다양한 초기 조치들이 과잉반응으로 여겨졌다. 불확실한 상황이 초래할 사회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초기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의 대응능력이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른 것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발생한 감염문제였다. 어떤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모른 채 처음 겪는 상황에서 고민하던 사이 선내 감염자 수가 증폭했고, 그 결과 일본은 전 세계적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정작 일본 사회의 비판은 크루즈선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지 않았다. 37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하선시켜도 격리시킬 곳이 없고, 무방비상태에서 일본 내부로 들어오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크루즈선에서 하선시킨 사람들을 격리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한 점, 검사 없이 하선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들이 밝혀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더해 최근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휴교요청은 비판과 혼란을 가중시켰다. 실제 확진자 수치 및 확산율과 대응의 균형이 맞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후속조치와 대안 없는 갑작스러운 발표에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갔다.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정부의 미온적 대처 속에 실제 감염자는 더 많을 것이라는 의심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화두로 오르며, 일본의 위기대응능력은 다시 한 번 도전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감염 확산과 대응 부족이 우려되는 불안감 속에 올림픽 개최를 마냥 바랄 수만은 없다. 일본 스스로 강조하듯, 세계의 책임 있는 국가의 일원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섣불리 종식을 예견했다가 더 큰 위기를 맞이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기는 예상치 못한 경로에서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사태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그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감염의 시작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적 상황이지만, 감염의 확산을 막거나 늦추지 못한 건 인재(人災)이다.
* 본 글은 3월 6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