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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기습당했다. 여느 기습이 그러하듯 그 결과는 참담했다. 5000발 이상의 로켓이 날아들었고, 드론 공격으로 스마트 장벽을 무력화시킨 후 3000여 명 규모의 침투 부대가 장벽을 뚫고 차량으로 돌입하거나 터널로 잠입했고, 심지어는 패러글라이더까지 이용하여 침입했다. 도심 깊숙이 침공한 적들은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학살을 자행했다. 무려 1000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했고, 그중에는 노약자와 영유아까지 포함되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공격의 주체는 하마스(Hamas)였다. 정치집단이자 테러 집단인 하마스는 가자 지구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항해 왔다. 하지만 최근 2년간 하마스는 군사적 적대 행동을 멈춰 왔고, 국내의 정치적 혼란으로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경계를 늦췄다. 하마스 군사력의 핵심인 알 카삼 여단은 약 1만5000만 명에서 4만 명의 병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투기는커녕 전차 한 대조차 없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토를 유린했다. 심지어 네 차례의 중동전쟁에서도 단 하루 만에 민간인 사망자가 1000여 명을 기록한 일은 없었다. 그만큼 하마스의 공격은 흉포했고, 전쟁이라기보다는 테러에 가까웠다.

이스라엘은 침공 이틀 후인 10월 9일(이하 현지시각)에서야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고, 10일부터 겨우 남부 지역의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사실 하마스 침투 병력 상당수는 첫날 테러 공격 이후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 240여 명을 인질로 잡은 후에 근거지인 가자 지구 북부로 후퇴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공은 불가피했다. 13일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의 민간인 110만여 명과 유엔 인력은 24시간 내에 남부로 이동하라며, 민간인 대피를 경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곧바로 침공하지 않았다. 도심에 무작정 지상군을 투입하면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차 체첸전쟁, 이라크전쟁의 대게릴라전, 시리아내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 내 1000여 개 이상의 밀집된 건물 사이에 네트워크처럼 지하터널을 연결하여 교통로를 구축했다. 약 500㎞에 이르는 연결망은 ‘가자 메트로(Gaza metro)’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도심 방어망의 핵심이 된다. 이런 시가전 상황에서는 방어 부대는 소수 병력으로도 다수의 장애물과 엄폐물 등으로 방어의 이점을 확보하고 매복할 수 있다. 반면에 공격 부대는 교차로를 지나고 건물 하나하나 격실 하나하나를 수색할 때마다 위험에 노출되어 지극히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과 이미 여러 차례 시가전을 겪어왔으며, 나름의 노하우를 발전시켜 왔다. 즉 기존에 보병과 기갑이 결합하는 형태에서 발전하여 공병과 군견까지 투입하며, 야할롬(Yahalom) 공병 부대가 통로 개척으로 시가지 전투를, 오켓츠(Oketz) 군견 부대가 신속한 추적과 대응으로 지하터널 전투(이하 지하 전투)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하 전투는 피해 위험이 너무 커서 섣불리 진입하지 않고 파괴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이스라엘은 2020년부터 이러한 공병, 군견, 정보 부대, 드론, F-16 전투기까지 하나의 조를 이룬 ‘르바임(Rephime·유령)’ 부대를 만들어, 지상·도심·지하·공중·사이버 영역에서 모두 교전할 수 있는 다영역 작전 부대를 창설하여 운용해 왔다.

 
지상전으로 전환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수행하기에 앞서 240여 명의 인질부터 구출해야 했다. 이스라엘은 사예레트 매트칼, 사예테트 13 등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인질 구출 작전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잇따른 공습과 포격으로 지상전의 여건이 조성되자 더 이상 인질 구출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0월 28일 지상군 투입을 발표했고 30일부터 본격적인 지상 점령이 시작됐다.

이스라엘군은 우선 가자 지구를 남북으로 분단하고 하마스 근거지인 북부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카르니(Karni) 교차로를 횡단하여 진군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11월 2일에는 가자시티 남부를 완전히 차단했고, 가자 최북단인 베이트 라히아(Beit Lahia)와 최서단인 베이트 하눈(Beit Hanoun)부터 점령하면서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가전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복잡한 시가지 환경과 이로 인한 지하 전투다. 이스라엘은 지하 전투를 꾸준하게 준비해 왔다.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것이 통신이지만, 무선 메시 통신망(Wireless Mesh Network)으로 무전기를 기지국으로 하여 연결을 확장하면서 지하 통신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무인 로봇을 앞세우고 전투원은 후속하면서 최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전투 방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종시 면적에 200만 명이 넘게 사는 가자 지구에서 그 모든 지역을 소탕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일단 이스라엘군은 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점차 포위망을 좁혀가면서, 가자메트로에 대한 직접 공격을 피하고 공병 부대가 입구를 닫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포위망이 좁혀질수록 직접 가자메트로에 진입하여 지하 전투를 수행해야만 한다. 하마스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피해도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1단계 공습과 포격, 2단계 지상군 점령에 이어 3단계 지하 전투의 방식으로 전투를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월 초까지 이스라엘은 2단계 전투를 수행 중이며, 3단계까지 이르러 의미 있는 승리를 기록하려면, 12월은 되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안보에 대한 함의
 
하마스 공격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크다. 언론은 북한이 하마스의 기습 방식을 본받아 공격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사실 하마스의 스승은 북한이며, 북한 전술을 하마스가 활용한 것이다. 화력 집중과 특작 부대의 동시 투입은 북한의 트레이드마크이며, 다만 하마스는 현대전의 교훈에 따라 드론 사용까지 결합했다. 즉 침투 단계에서 하마스는 북한 전술을 답습하여 성공했다. 침투 이후 하마스의 행동 양상은 전투라기보다는 테러에 가까워, 2008년 뭄바이테러처럼 소수의 무장 인원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양상을 보였다.

북한이 하마스를 모방할 것이라는 관측은 전후 관계를 착각한 것이지만, 분명 북한도 전훈을 얻었을 것이다. 우선 자국 전술이 실전에서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병력 급감에 대비하여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채용하면서 DMZ 등 접적 지대를 무인화하고 있다. 우리의 과학화 경계 시스템은 당연히 이스라엘의 스마트 장벽을 참조했는데, 하마스 공격 성공은 북한에 충분한 실전 데이터를 제공한다.

우리 군은 2023 호국 훈련에서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한 대화력전 훈련이나 도심 침투에 대비한 대침투 및 주민 소개 훈련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하마스와는 달리 대규모 정규군을 보유했다. 장사정포와 방사포의 압도적 투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술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커다란 교훈은 눈앞의 적이 보이는 유화적 행동에 기만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북 경계 태세를 높여 왔다고는 하지만 9·19 군사합의의 제약으로 여전히 전방의 경계 태세는 취약하다. 또한 작년 12월 북한의 드론 침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휘 통제 체계의 혼란도 커다란 약점이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여줄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군의 내실을 더욱 다져야 할 때다.

 
* 본 글은 이코노미조선 516호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