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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이 뜨겁다. 지난해 방산 수출은 수주액 기준으로 총액 170억 달러(약 22조2190억원)를 달성했다. 2020년까지 10년간 방산 수출이 통상 30억 달러(약 3조9210억원) 내외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러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폴란드 정부가 무려 120억 달러(약 15조6840억원) 규모의 역대급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K방산의 성공 요인은 4가지로 꼽힌다.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첨단전력 도입 ▷50만 명이 넘는 대규모 군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와 가성비 확보 ▷신속한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산 역량 ▷비교적 관대한 기술이전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방산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준이 아니었다. 방산 초기는 소총, 박격포, 견인포 등의 기본화기로부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차량·장갑차·전차로 커지기 시작했고, 헬기와 전투기를 국내 면허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K200 장갑차와 K1 전차와 같은 독자 모델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1990년대가 되자 대부분의 주력 전투 장비들을 차세대로 교체하면서 독자적 기술로 개발했다.

 

자동장전장치 채용한 3.5세대 전차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방산의 모습은 점차 바뀌기 시작한다. 과거 잦은 방산비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생산·검증까지 도맡던 구도에서 2006년 방위사업청이 발족하면서 기능이 분산됐다. 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산 무기는 더 이상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스스로 장르를 개척하려는 시도를 통해 독특한 위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현대적인 전차는 통상 3세대 전차가 주축이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1세대 전차는 단순히 광학조준경에 의존했지만, 냉전이 시작된 후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에 등장한 2세대 전차는 탄도 계산기로 더욱 정밀한 사격이 가능하다. 적외선(IR) 서치라이트로 야간전투까지 가능해졌다. 여기에 더해 1970년대 말부터 등장한 3세대 전차는 복합장갑으로 방어력을 높이고, 컴퓨터 기반의 사격통제장치와 열 영상 장치를 채용해 공격능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네트워크 중심전이 주축이 되면서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데이터 링크를 장착하고 자동장전장치를 채용한 3.5세대 전차가 등장해 그 보유 여부로 군사 강국을 나누게 됐다.

한국의 주력 전차는 K1이었다. 1988년 ‘88전차’라는 별칭으로 처음 등장한 K1은 국산 모델이지만, 실제로는 3세대 전차의 대표주자인 미국 M1 에이브럼스 전차 제작사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즈(GDLS)의 기술지원 하에 국내에서 생산한 모델이었다. K1은 완전한 독자 모델이 아니었기에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고, 특히 해외 수출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기술만을 바탕으로 만든 전차가 바로 K2 ‘흑표’ 전차다. K2는 가장 최신인 3.5세대 전차로 개발돼 미국의 M1A2나 독일의 레오파르트2A7, 프랑스의 르클레르 등 해외 최고의 전차들과 성능을 겨룰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실로 K2는 성능에서 세계 어느 나라의 첨단 전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며, 세계 5대 전차를 선정하면 반드시 포함된다. 55구경장의 120㎜ 활강포에 자동장전장치를 갖춰 2㎞ 밖에서 800㎜ 장갑을 갖춘 적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 표적 자동탐지·추적장치 등 최첨단 사격통제 시스템을 탑재함에 따라 험난한 지형을 달리면서도 목표를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반 능동 유기압식 서스펜션을 채용해 전차 무게는 줄이고 내부 공간은 확보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자세제어로, 다양한 자세로 공격이 가능하다. 여기에 적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APS(능동방어체계)까지 갖춰 재블린 같은 상부 공격형 미사일을 교란하거나 격파할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성능에 비해 K2는 많은 고난을 겪었다. K2의 우수한 성능을 일찍부터 알아본 튀르키예는 이미 2007년에 레오파르트2와 르클레르를 제치고 K2를 자국 차기 전차의 설계로 채택했다. 하지만 막상 국내에서는 파워팩(엔진·변속기 결합체) 성능 부족으로 양산이 여러 차례 지연됐고, 아파치 공격헬기 등 다른 사업에 우선순위를 빼앗기면서 뒤로 밀렸다. 그 결과 2015년부터 겨우 배치됐고, 3차 양산분까지 겨우 260대 확보에 그쳤다. 이에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육군에서의 사업 부진을 해외 수출로 타개하기 위해 오만, 이집트, 인도, 노르웨이 등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원으로 전차가 급박해진 폴란드가 K2를 주력 전차로 채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무려 180대를 직도입으로 구매하며, 2차 도입에서는 면허생산과 공동개발을 통해 무려 820대를 확보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폴란드, 주력 전차로 K2 채택

한국산 무기체계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K9 자주포다. ‘포방부’라는 농담을 적에게는 공포의 진담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K9이다. K9이 매력적인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성능으로 알려진 독일의 PzH2000과 비교하면 발사속도나 탄약적재량이 약간 부족할 뿐, 통상 40㎞급의 사거리(로켓보조추진탄 50㎞급)나 우수한 사격 컴퓨터에 의한 TOT(동시탄착사격) 타격 능력은 유사하며, 기동성은 오히려 뛰어나다. 반면 PzH2000의 대당 가격은 220억원 수준이지만, K9은 유사한 성능임에도 가격이 80억원 수준이다.

우리 군에서 이미 20년 넘게 운용해온 K9은 현재 K9A1으로 개량돼 GPS 항법 기능과 야간 작전능력을 향상시켰다. 한편 미래 병력 부족에 대응해 자동화 기술을 적극 채용한 K9A2는 2027년부터 개발될 예정이다.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투원이 아예 탑승하지 않는 무인 자주포인 K9A3는 2030년대에 등장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K9A3에서는 사거리를 40㎞에서 2배인 80㎞ 수준으로 높이며, 활공탄까지 채용해 사거리 100㎞를 달성할 예정이다.

천궁-II 탄도탄 요격 레이더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적 탄도탄에 대한 우수한 요격능력을 자랑한다.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에 국산 레이더와 사통 장비를 결합해 패트리엇보다 저렴하지만, NATO 표준에 따라 패트리엇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자랑하는 무기체계를 만들어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장비인 천궁-II는 2021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UAE의 뒤를 따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천궁-II보다 더욱 높은 고도의 요격을 위해 개발 중인 L-SAM(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이나 L-SAM2까지 나오면 이제 중고도·고고도 요격 무기까지 수출대상이 된다. 또한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LAMD(한국형 장사정포 요격 체계)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천궁-II, L-SAM, LAMD를 패키지로 묶은 탄도탄 다중요격체계를 수출할 수 있다.

 

대전차미사일 ‘현궁’ 예멘 전쟁서 맹활약

큰 미사일 이외에 휴대용 미사일도 중요한 수출 아이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기갑전력을 무력화시킨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똑같은 개념인 현궁 대전차 미사일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돼 예멘 전쟁에서 맹활약했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은 스팅어나 미스트랄 등 유사한 무기로 인해 아직 그렇다 할 수출실적을 못 내고 있지만, 적절한 개량을 거치면 충분히 수출 가능하다. 한국판 HIMARS(차륜형 트럭 기반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인 K239 천무 다연장 로켓은 이미 2020년 UAE와 2022년 초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됐고, 2022년 10월에는 폴란드와 288문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다양한 방산제품의 수출이 가능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첨단전력 개발, 가성비, 신속 양산, 기술 이전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지만, 사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재래전 침공의 위협에 늘 노출된 안보환경,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민적 의지가 대한민국의 첨단산업과 결합한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K방산이다. 또한 무기체계를 구매하는 것은 단순히 최첨단의 성능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국을 지키기 위해 최적의 시스템을 찾는 것이다. 성능이 좋다고, 가격이 싸다고 만사형통이 아니라, 그 무기로 싸울 적절한 전투개념과 전술이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무기를 파는 행위는 국가 간의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 무기를 수입한 나라가 그 무기로 우리나라를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 믿음이 있어야만 한다. 결국 우리가 적에게 대항해 싸우는 방법을 가다듬고 믿을 만한 글로벌 중추 국가로 활약할 때 K방산 수출도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할 것이다.

 

* 본 글은 04월 17일자 월간중앙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