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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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지난 3월 13일 (금), 존 던(John Dunn) 영국 케임브리지 킹스컬리지 정치학 석좌교수를 초청하여 특별 강연회를 개최했다. 던 교수는 ‘오늘의 민주주의에 거는 기대와 우려(What to Fear and What to Hope for from Democracy Today?)’를 주제로 현대 민주주의의 성과와 가능성 및 문제와 한계에 대해 강의했다.

던 교수는 “민주주의는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 국민의 의지와 판단을 반영하고 그에 따른 결과가 무엇이든 감당할 것임을 천명하는 정치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렇게 약속하는 것 자체가 현대 민주주의의 위대한 장점인 동시에 취약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민 모두가 바라기는 하지만 사실은 터무니 없는 약속을 민주주의 체제가 지켜내지 못할 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하락한다. 실망한 국민들은 냉소와 환멸의 시선으로 선거 과정을 보기 시작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선의를 의심하거나 그들의 판단력을 우려하게 된다. 정치 지도자들도 국민을 불신하게 되면서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 긴장이 형성된다.”

던 교수는 “이러한 문제는 정부 시스템을 급진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만으론 해결되지 않으며,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최소화하고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부당한 지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동의 없이는 어느 누구도 장기 집권을 할 수 없게끔 보장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국민들은 자신들에게 보장된 정치적 공간을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성숙하게 판단하고 목표에서도 벗어나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국민들은 드러내놓고 악의적이거나 일부러 ‘법의 지배’라는 선한 측면을 훼손하려 들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가 오래오래 잘 살 수 있게 보장해주는 제도나 마술적 장치는 아니다.

던 교수는 “국가의 기능을 논하는 공론의 장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주체는 시민들”이라며 “민주주의는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일관된 계획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를 이들이 스스로 배우게 하는 프레임일 뿐”이라고 말했다.

던 교수는 시민들은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잘 교육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들이 현재 교육받는 방식은 반드시 변해야 하는데 그래야 그들이 자신의 시민적 의무를 다할 때 최대한 깊게 생각하고 정치적 합리성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국가에서 일인당 투표권은 하나뿐임을 고려해 이를 의미 있게 행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존 던 교수 강연 요약문 (첨부파일 참조)

 

연사소개

John Dunn 영국 케임브리지 킹스컬리지 정치학 석좌교수. 1987년부터 2007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정치사상을 가르쳤으며 2008년부터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본 지바대학, 미국 예일대학 등에서 방문 교수를 지냈다. 영국 학술원 특별 회원, 미국 인문 과학 아카데미 외국인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존 로크의 정치 사상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현대 정치 이론을 검토하는 작업을 해왔다. 주요 저서로 The Political Thought of John Locke (1969), Modern Revolutions (1972), The Politics of Socialism (1984), Interpreting Political Responsibility (1990), The Cunning of Unreason: making sense of politics (2000), Setting the People Free: the Story of Democracy (2005), Breaking Democracy’s Spell (2014) 등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김대중 아시아 태평양평화재단 자문위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