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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태 선언되기 전 日 대응 / 일정 절차·과정 거친 결정 아냐 / 사회적 혼란·피해 작지 않지만 / 아베 정부 대안 없다는게 문제

지난 7일 일본이 결국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비롯한 7개 지역은 4월 8일부터 5월 6일까지 약 한달간 ‘신형인플루엔자등대책특별조치법’에 근거한 외출자제, 영업정지, 사업제한 등의 영향을 받는다. 강제성이나 처벌조항은 없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강한 요청과 지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일본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85일, 전체 확진자가 4800명(크루즈선 712명 포함)이 넘어서 이루어진 조치이다. 불과 3,4일 전까지만 해도 “긴급사태 선언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던 일본 정부의 상황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치경제적 연계성이 높은 일본의 변화는 그동안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노력으로 감염 확산과 각종 피해를 줄이고자 한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바, 각별한 관심과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일본은 낮은 확진자 수에 대해 국내외적 의심을 받아왔다. 타국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검사 수와 도쿄올림픽 연기 발표 이후 급증한 확진자 수는 그동안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자 한다는 비판에 힘을 실어줬다. 이러한 주장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일본 내 감염상황은 발표된 수치 이상으로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러한 상황전개 속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이 있다. 긴급사태가 선언되기 전 일본에서 코로나19 대응으로 나타난 △초·중·고교 휴교요청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조치 강화(4월3일부터는 입국금지) △마스크 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천마스크 세대별 2매 배포 조치이다.

언뜻 보기에, 입국조치 외 우리와 크게 관계없어 보이는 이러한 조치들이 갖는 함의는 작지 않다. 그 이유는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일본 내에서조차도 비판과 비난에 직면했던 이상의 조치들은 이미 요미우리, 마이니치, 아사히신문 등 다수의 유력 일본 언론들에 의해 보도된 바와 같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일정 수준의 절차와 과정을 거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갑작스러운 초·중·고교 휴교 요청은 문부과학성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였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입국조치 강화는 아베 총리 스스로 ‘정치적인 판단’이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마스크 대책은 경제부처 출신 관료에 의해 제안이 받아들여졌다고 알려졌다. 결국 위기관리대응이 필요한 중요한 순간들에 나온 조치들이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소수인원(측근)에 의해 결정되고, 제지없이 시행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직간접적 피해가 작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한·일관계 악화에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이루어진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지만, 정부 대응에 대해 평가하는 목소리가 더 높고(평가한다 44%, 평가하지 않는다 37%),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지지율 하락은 있었지만, 이탈했던 지지자들은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다. 자민당 지지율은 43.5%로 압도적으로 높고, 다른 정당은 모두 한 자릿수이다(TV아사히 3월21∼22일 조사). 최근 ‘사학스캔들’, ‘벚꽃스캔들’, ‘친아베성향의 검사장 정년연장문제’ 등 장기집권의 폐단이 여실없이 드러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대안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도쿄올림픽 연기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속에서 아베 내각이 재차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의료와 보건의 문제를 넘어 정치와 경제, 사회, 외교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일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위험 속에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나, 보다 장기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관찰하며, 다가올 문제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4월 9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은미
최은미

부연구위원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2007),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2009), 박사 학위(2015)를 취득하였다.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2012-2013)와 일본 와세다대학교(2013-2014)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2015),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16-2018),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2018-2019)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는 <국가정체성을 통해 본 한일갈등 인식의 차이 연구(2018)>, <일본의 대아시아전략과 한중일 3국관계(2018)>, <협력과 갈등의 한일관계, 20년의 변화와 성찰(19998-2017(2018))>, <일본은 여전히 ‘반응형 국가’인가? 아베 내각에서 나타난 일본외교의 변화와 연속성(2019)>,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