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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세대, 3040세대보다 사고의 유연함 더 커
양국의 젊은 세대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 제공해야
 
“일본 사람들은 왜 가만히 있나요?” “한국 사람들은 왜 거리로 나가나요?”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며, 한·일 갈등이 극에 달하던 뜨거웠던 여름에 만났던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들이 건넨 질문이었다. 거리에 걸린 ‘No Japan’ 문구를 보며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까 무서워 땅만 보고 걸었다는 일본 학생을 안심시키며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이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과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들은 한·일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의 對日 인식, 일본의 對韓 인식보다 부정적

일본에는 내각부에서 매년 말 발표하는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라는 것이 있다. 1975년부터 시작된 이 조사는 외교에 관한 국민 의식을 파악하고, 향후 일본 정부의 시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까지 총 45회 실시(1976년 제외)됐다. 실제로 이 조사가 일본 정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40여 년 넘게 쌓인 조사 결과는 자료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며 많은 곳에서 자주 인용된다. 한국에도 종종 소개되는 이 조사에는 ‘주변국에 대한 친근감’ ‘현재 일본과의 관계 평가’ ‘향후 상대국과의 관계 발전의 중요성’ 등에 대한 질문이 있는데, 이 중 한국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은 2012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약간의 반등이 있었지만, 조사가 시작된 1978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흐름에서 본다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의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적어도 지금 기준으로는 과하지 않은 듯하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이처럼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일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가 없어 동일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한국의 일본에 대한 인식’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식’보다 더 부정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 긍정적인 평가들이 이어진다. 바로 현재의 10대, 20대인 미래 세대에 대한 기대다. 한·일 간 상호 인식을 묻는 많은 조사에서 젊은 세대들의 긍정적인 답변이 두드러진다. 태어나고,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접한 상호 간의 문화·음식·여행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이들은 서로에 대해 친근하고, 거부감이 적다. 그래서 이 세대가 향후 더 성장하면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 7월13일 시사저널에서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인식 관련 국민여론조사’에 의하면(95% 신뢰수준에 ±3.1%P),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관계 개선을 통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답변이 20대에서 32.1%로 가장 높게 나왔다(30대 16.4%, 40대 11.1%, 50대 20.6%, 60세 이상 21.3%). 물론 전 세대에서 “교류는 하되 우리 입장을 관철해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20대 또한 45.9%로 다른 답변보다 높게 나왔지만,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다른 세대보다 강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이대로 괜찮을까. 지금의 10대·20대들이 서로의 문화에 친숙하고 높은 호감도를 지니며 상대에 대한 거부감이 적으니, 이들이 어른이 되면 수십 년을 해결하지 못한 양국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될까. 젊은 세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곧 기성세대의 무책임함이 아닐까.

1965년 한·일 양국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교를 수립했다. 1951년부터 1965년까지 14년에 걸친 한·일 회담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양국은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에 합의하는 ‘비합의의 합의(agree to disagree)’로 문제를 봉합했다. 결국 이 문제는 다음 세대로 넘어갔고, 국교 수립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양국 갈등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당시 다음 세대였던 현재의 우리는 어떤가. 그때의 기성세대보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화해의 길로 가고 있는가. 지난 몇 해간 역사 문제로 심화된 갈등 상황이 경제·안보·정치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보면 긍정적인 답을 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직접적인 교류조차 줄어든 지금의 한·일 관계는 서로 비난하고 헐뜯는 뉴스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젊은 세대의 눈에 비치는 한·일 관계의 현실은 참담하다.

 
문화는 문화, 역사는 역사라는 ‘사고의 이분화’ 심화

그래서일까. 역사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생각보다 단호하다. 서로의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고 친근하게 느끼지만, 양국 관계 개선이나 역사 문제의 해결은 별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문화는 문화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받아들이는 ‘사고의 이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흐른다고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그들이 갖고 있는 사고의 유연함 때문이다. 모처럼 어울린 한·일 교류의 자리에서 혹여나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기성세대들이 지레 겁먹고 어려운 역사나 정치 문제를 피하고 이미 굳어진 사고로 서로를 비난할 때, 아이들은 오히려 사실을 직시하고 서로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 부족하고 서툴지만 용기 있게 마주하고, 진지하게 듣고 생각하고 질문한다. 그 기회를 기성세대가 먼저 차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거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생각을 키워갈 수 있는 기회와 과정을 만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려운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무다.

 
* 본 글은 07월 19일자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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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지역연구센터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2007),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2009), 박사 학위(2015)를 취득하였다.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2012-2013)와 일본 와세다대학교(2013-2014)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2015),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16-2018),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2018-2019)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