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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노리는 기시다, 과연 자기 색깔 드러낼 수 있을까
아베 사망, 한일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7월8일,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선거유세를 하던 아베 전 총리는 총에 맞아 쓰러졌고, 끝내 사망했다. 총기 규제가 엄격한 일본에서 한낮에 많은 사람이 모인 선거유세 장소에서 벌어진 피격 사건이자, 그 대상이 일본 정치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아베 전 총리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역대 최연소 총리이자, 최장기 총리이며,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수장이다. 정치 명문가 출신인 아베의 외조부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는 외무대신과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아베는 ‘보수의 황태자’로 정계에 입문해 52세의 나이로 총리 자리에 올랐으나 건강상 이유로 1년 만에 사임했다. 2012년 12월 다시 총리 자리에 올라 7년8개월 이상 재임했다.

총리 재임 기간에 이루어진 6번의 선거를 모두 이기며, ‘아베 1강(强)’ 구도를 구축했고 유일무이한 보수의 상징이 되었다. 2020년 9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으나,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수장으로서 총리직 사임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베 내각을 이은 스가 내각, 기시다 내각 모두 아베 전 총리의 지지하에 출범했다. 보수적 사상과 강경한 성향 때문에 아베 전 총리에 대한 호불호는 나뉘지만, 일본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추모 열기 속 자민당 압승으로 끝난 선거

이번 참의원 선거가 중요했던 이유는 기시다 내각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민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선거의 얼굴’로 기시다 총리를 내세운 자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기시다 총리는 향후 정권 장악력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더욱이 이번 참의원 선거 이후 3년은 일본에서 큰 국정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이 찾아오고, 총리는 선거에 대한 부담 없이 정책 운영에 집중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민당 내에서도 온건파에 속하며,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온 기시다 내각에서의 한일 관계 개선도 기대되었다.

그런데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자민당은 예상대로 압승했으나, 아베 전 총리 추모 열기 속에 치러진 선거여서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으로 인한 승리라고 보긴 어렵게 된 것이다. 더욱이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이루고자 했던 방위력 강화, 헌법 개정 등은 유지(遺志)로 남아 자민당의 지향점이 되었다.

보수의 상징이었던 아베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당분간 자민당, 그리고 일본 정치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의원내각제를 취하고 있는 일본에서 여당의 안정은 곧 내각의 안정으로도 이어지므로, 여당인 자민당의 혼란은 기시다 내각의 혼란과도 다름없다. 이와 같은 혼란을 누가, 얼마나, 빨리 수습하느냐에 따라 기시다 내각의 향방도 결정될 것이다. 향후 일본 정치는 어떻게 될까.

첫 번째 시나리오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보수 세력들이 결집해 자민당 내 보수적 색채가 더 짙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자민당 내 가장 큰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고 있던 아베의 사망으로 구심점을 잃은 보수가 결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베파에는 시모무라 하쿠분 전 정조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재생상,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재생상 등 유력 정치인들이 있지만, 아베 전 총리의 공백을 메울 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파벌 분열 등을 방지하고,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베파 간부들은 7월11일 당분간은 수장 없는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을 결정했다. 아베파라는 이름도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선택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정권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다. 자민당 내에서도 온건보수인 기시다 총리는 강경보수인 아베 전 총리와는 다른 정책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아베 전 총리의 지지하에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기시다는 집권 후에도 아베 전 총리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베 총리의 부재는 기시다 총리에겐 큰 기회이자 도전이지만, 지지기반이 사라진 기시다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여태까지 보여준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은 강력히 이끄는 힘을 가졌다기보다는, 많은 의견을 듣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면모를 보여왔다. 더욱이 2년 후 자민당 총재 임기 후 재임을 노린다면, 당내 주류파인 아베파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대립을 자초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러한 혼란 상황에서 당내 세력 다툼과 권력 재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구심점을 잃어버린 보수는 혼란 속에서도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분열을 막으려 할 것이나,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새로운 세력들이 등장하고, 이에 따른 이합집산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보이지 않는 세력 다툼이 일어날 것으로 여겨지며, 자민당 내 역학 구도는 오는 8, 9월경으로 예상되는 내각 개편 및 자민당 인사 결과 등을 통해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시다 총리가 얼마나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향후 내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한일 관계, 일본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우리가 기대했던 선거 없는 ‘황금의 3년’은 2년 후면 임기가 종료되는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재임과 지난해 선출된 중의원이 해산 없이 4년의 임기를 모두 마친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이러한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년 후 총재 재임을 노리는 기시다는 당내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을 짤 것이고, 차기 총재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권력다툼도 시작될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2025년은 중의원·참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더블 선거’가 될 수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중의원은 예상보다 빨리 해산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일본 정치의 불안정한 상황은 한일 관계에 악재로 작용한다. 민감한 한일 관계는 일본 정치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고, 기시다 총리가 역사 문제에서 강경한 당내 주류파 및 여론에 반하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 본 글은 7월 17일자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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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지역연구센터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