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고문

동북아 다자협력질서 구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98번
시행 4년차… 이름조차 생소
정부 실질적 의지가 급선무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구상’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98번으로,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질서를 구현하고자 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다. 동 구상은 ‘평화의 축(안보)’과 ‘번영의 축(경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안보협력’으로는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 구축이, ‘경제협력’으로는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 추진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어 있다. 역대 우리 정부는 꾸준히 동북아 지역의 다자협력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구상 또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정책시행 4년차,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구상은 어디까지 왔는가.

유감스럽게도 지난 3년 반을 되돌아보면, 총괄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놀랄 필요도 없이 이름조차 생소한 이 구상은 잘 알려지지 않고, 여태까지 무엇을 이루었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정책을 모든 국민이 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책이 얼마나 알려져 있는가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내실 있게 추진되고 있는가인데, 문제는 정책추진의 불균형이 관측된다는 것이다.

시행 초기 많은 전문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구상의 총괄추진을 위한 조직은 생겨나지 않았고, 3개의 정책은 현재 상호연계 없이 각기 운용되고 있다. 그나마 경제협력을 추진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은 사정이 좀 낫다. 여러 제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등 별도의 조직과 자문단이 생겼고, 구체적인 협력분야와 시행사업이 꾸준히 점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안보협력을 위한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은 정부의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과 지원 속에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결국 많은 전문가의 지적과 우려가 현실이 되어 구상은 존재조차 희미하며,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도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 채 각자도생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일 외교부와 국립외교원 주최로 ‘2020 동북아평화협력포럼’이 개최되었다. 앞서 언급한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의 시그니처회의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어 오프라인보다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여느 때보다도 깊이 있고, 진솔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각 주제에 대한 연사들의 솔직한 의견 교환은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안보협력이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은 감추기 어려웠다. 이 회의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허탈감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준비하신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매정하게 표현하면 유사한 회의들의 범람 속에서 ‘회의를 위한 회의’가 또 한 번 개최되었고, 서로의 이견(異見)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성과, 그리고 다른 회의와의 차별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씁쓸했던 것은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추동력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 축사도, 외교부 장관 개회사도, 책임 있는 당국자 발언도 없었다. 국정과제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사실 이 포럼은 2014년부터 지속하여 올해로 7번째 개최된 회의이다. 포럼의 홍보영상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만을 보여주며 그 역사를 희미하게 만들었지만, 배제된 3년을 포함한 지난 7년의 역사는 훨씬 가치 있다. 활용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주목받은 보건협력도, 나날이 심화하는 미세먼지 문제도 이 회의 의제 중 하나였다. 결국 우리는 이미 가진 플랫폼을 우리 스스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이러한 상황이 지속한다면 결국 역대 정부들에 쏟아졌던 “실체가 없다”,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서 교훈을 얻자. 정권의 성과에 치중하지 말고, 네이밍의 집착을 넘어 국가의 장기추진과제로 설정하자. 이 과정에 정부의 진지함과 실질적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본 글은 2020년 12월 17일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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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지역연구센터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2007),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2009), 박사 학위(2015)를 취득하였다.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2012-2013)와 일본 와세다대학교(2013-2014)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2015),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16-2018),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2018-2019)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