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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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대한 기대

지난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모든 대선후보들이 주요 10대 정책공약에서 환경ㆍ에너지 문제를 언급하며 과거와는 다른 정책의지를 보여주었다. 일상생활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큰 문제점들로부터 정책적 접점을 찾으려는 후보자들의 노력이 환경ㆍ에너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개발로 나타난 것이었다. 아울러 황사와 미세먼지의 피해가 심한 봄철에 치뤄진 이번 대선을 통해서 유권자들은 환경ㆍ에너지 정책 이슈들에 대해 보다 높은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되었다. 2017년 5월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출범하는 문재인 새 정부는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정책 변화 요구를 잘 수렴하여 관련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제를 지니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과정을 통해서 (1) 봄철 중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2) 가동 30년이 지난 석탄화력발발전소 10기의 조기 폐쇄, (3)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 및 공정률 10% 미만 9기 원점 재검토, (4) 연료비 중심 전력공급방식 전면 개편, (5) 석탄발전 피해주민에게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 (6)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및 월성 1호기 폐쇄, (7)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8)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확대 (현 3.6% 수준, 기존 정부의 목표는 2030년까지 11.7%), (9) 공급 확대 위주의 에너지 정책에서 수요관리 강화 정책으로의 전환, (10) 중국발 황사/미세먼지의 해결을 위한 한중일 간의 환경협약 체결 추진, (11)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배출기준 개선으로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등의 환경ㆍ에너지 분야 공약을 발표했었다.

주요 공약들 외에도, 새 정부는 현재 50%인 공공기관의 친환경차 구입 의무 비율을 향후 70%로 높일 계획이며, 전기렌터카 보급 촉진을 위해 보조금, 법인세 감면 등의 지원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선버스 연료를 압축천연가스(CNG)로 바꾸고, 도심 대기오염원인 노후 오토바이 대신 친환경 전기오토바이 보급 및 확산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큰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의 사용제한 규제도 완화할 예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대선 기간 중 많은 후보들이 LPG 차량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계획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새 정부는 출범 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지와 40년 내에 원자력발전 전면 폐지 정책을 공식화하였다.

공약 사항들 모두 우리의 환경이나 에너지 안보의 미래를 고려할 때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약은 정책의 구상일 뿐이다. 정부의 정책 수행 평가 역시 공약했던 사항들의 완수 여부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다. 출범과 더불어 새 정부의 대통령은 정치가가 아닌 행정의 수반으로서 실효성 높은 정책 수립을 위한 정책 연구와 의견 수렴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정책들의 경제성과 현실성의 검증,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정책 집행을 위해 사회적 타협을 이끄는 정부의 조정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반드시 5년이라는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정치논리의 구태를 벗어나 한국 경제와 산업의 경쟁력과 국민들의 생활 환경이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ㆍ에너지 관련 이슈들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닌 신기후체제 하에서의 범국제적인 정책 아젠다이다. 따라서 환경ㆍ에너지 정책은 대외정책으로도 확장되어야 한다. 녹색성장(Green Growth)의 국가적 브랜드를 건설적으로 발전시켜 중견국가의 외교적 자산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환경과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통합전략 및 정책 운영 방향 확립

무엇보다도 새 정부는 환경과 에너지 정책의 목적을 우리 자연과 경제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두고 통합적인 지속가능 전략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인 환경이나 에너지 관련 세부 정책들의 수립과 발표에 앞서, 우리 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비전과 정책 운영 방향을 공유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스럽다.

제19대 대통령의 선거 과정을 통해 얻어진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의 가장 큰 정책적 의의는 환경ㆍ에너지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문제들의 발생과 해결이 서로 밀접히 연계되다는 것을 위정자들이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은 환경정책과 에너지정책 관련 공약들이 과거에는 각각의 이슈들로 분리되어 다루어졌으나, 이번 대선을 통해 환경ㆍ에너지 정책 (혹은 기후ㆍ에너지 정책) 공약으로 통합되어졌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지니고 있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에너지 공급 안정, 미래 에너지원 개발 등의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에너지 정책은 산업 발전은 물론 가계 물가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값 싸고 충분한 에너지 공급의 확보라는 목적을 지녔었다. 또한 산업화 이후 지나친 화석연료 에너지원의 사용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 현재의 많은 환경 문제들이지만,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경제와 산업 발전이라는 선결되어야 하는 대과제로 인해 환경정책들은 환경보호를 위한 소극적인 사후 규제 중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변화된 정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에너지 안보의 확립과 자연환경 보호라는 이분법적인 목적을 지닌 정책들이 아니라, 우리의 에너지 자원 이용과 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 향상이라는 통합된 목적을 지닌 국가전략과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새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환경 이슈가 지녀왔던 대립적 관계에서 비롯된 적폐(積弊)를 과감히 청산하는 정책 운영 방향을 확립하여, 관련 정책기관들은 물론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정책 시그널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환경ㆍ에너지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환경ㆍ에너지 통합정책 수립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제도화

환경ㆍ에너지 분야와 관련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적인 목적과 지향점을 갖는다 해도 정부 부처들 간의 부처 이익을 우선하는 칸막이식 행정과 제도적 관성의 극복 없이 통합된 정책 실행은 불가능하다. 통합된 정책은 반드시 통합된 컨트롤타워를 통해 집행되어야 하며, 이는 반드시 제도화되어야만 한다.

새 정부는 환경ㆍ에너지 통합정책의 개발, 즉 환경보호와 에너지 안보의 양 측면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실현을 위해 기존의 부처들이 지닌 제도적 관성과 기득권으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야만 한다. 60년대 산업화가 시작된 후 지난 50여 년간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정책적 목적은 산업자원 담당 부처와 환경 담당 부처라는 이원적인 정부조직 하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에너지 분야는 관련 산업의 진흥을 맡은 소위 산업자원부의 관할에 놓이게 되었고, 환경 분야는 산업 공해와 자연 보호를 위한 규제의 관점에서 환경부의 관할로 맡겨져, 정책적 접점 없이 개발과 규제라는 극단적인 대립의 성격을 지닌 두 부처의 소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물론 산업화 이후 부처 조직 형태와 목적 등에 작은 변화와 개혁들이 있었지만, 제도적인 큰 틀은 변치 않은 채 유지되어오고 있다. 각기 상충할 수 있는 존립 목적을 지닌 이 두 부처는 통합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 근원적으로 대립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가 되었고, 기후변화의 위협이나 환경복지의 요구 등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따라,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를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의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던 바 있다. 기존의 부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에너지 정책과 환경 정책을 총괄 심의하는 기구로서, 환경과 에너지 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배양하기 위한 제도화의 노력이었다. 지금은 국무총리실의 산하 위원회로 잔존되어 있지만 본래의 제도적 취지와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잃으며,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통합적 대응을 위한 제도적 노력은 정착되지 못하고 4-5년의 실험에 그치고 말았다.

에너지 안보의 구축이라는 목적과 환경 보호 및 신기후체제의 대응이라는 목적을 통합적이고 전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정책은 기존의 제도적 틀과 소관부처의 관할로는 한계를 지닌다.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몇 후보들이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통합적 대응을 목적으로 <에너지기후부 (혹은 기후에너지부)>의 신설을 공약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통합적 정책 시행이 반드시 새로운 부처의 탄생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현존하는 에너지와 환경의 이분법적 제도적 관할을 넘어서는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의 제도적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제안으로 새 정부에서도 새로운 환경ㆍ에너지 정책의 컨트롤타워에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역시 기후변화, 대기오염, 에너지 등 공기를 매체로 긴밀히 연관된 정책 분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조직개편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취임 후 미세먼지 대책기구로서 각 부처와 연구기관들이 협업하여 미세먼지 대책 중ㆍ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할 것 등을 지시하였다. 미세먼지 공해가 결국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탄소 배출의 주원인과 동일한 화석에너지의 사용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신기후체제 하에서의 국가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임시 기구로서 한정적인 권한을 지니는 TF가 아니라, 제도화되어 실효적인 정책 기획과 관리 능력을 지닌 환경ㆍ에너지 정책을 관할하는 통합기구가 필요하다. 이 통합기구는 정책 자문의 성격을 넘어, 실질적인 행정 권한을 가져야만 한다. 산업화 시대의 사고와 제도를 뛰어 넘어, 21세기의 정책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통합적 정책 시행을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이 요구된다.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에너지 전략이 필요

에너지 시장과 산업은 물론,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정책 시그널을 주는 중장기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와 환경의 지속가능성 향상이라는 목적을 지향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활력을 잃지 않게 하는 에너지 수급 계획 혹은 에너지 믹스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새 정부는 출범 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중지와 탈핵(脫核) 선언을 통해,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5월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3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임시 가동 중단하였고, 2018년부터는 3월에서 6월까지 4개월 간의 가동중단을 정례화하기로 약속했다. 비록 이 조치가 미세먼지 발생량의 1-2% 감소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정부의 환경ㆍ에너지 분야에서의 정책의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원자력 중심의 발전(發電)정책 폐기하며 40년 뒤에는 ‘원전 제로’ 국가가 되겠다는 올 6월의 정책 구상 발표 역시 에너지 믹스 전략 측면에서 과거 정부들과는 크게 달라질 것을 예상하게 해준다.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들을 통해 새 정부는 친환경에너지 중심의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나 전체적인 국가 에너지 수급 전략이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정책의 현실성과 실효성에 대한 문제는 물론,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나 에너지 전환에 수반되는 비용 부담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운용 및 수급 전략은 정부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매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15년을 계획기간으로 매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제시되어 왔다. 법적 근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계획안을 마련하여 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그리고 국무회의를 거치는 3단계 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계획의 수립에 있어서 사실상 주관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적으로 담당해 왔으며 심의 과정은 형식적인 측면에 머물러 왔다. 앞으로 에너지 산업 진흥이나 에너지 안보 목적을 넘어서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을 위해 보다 많은 관련 부처들의 긴밀한 협력과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통합된 컨트롤타워에서의 실질적인 심의와 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에너지 정책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환경은 물론 기타 사회안전이나 경제성장 정책들과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표1> 제1차 및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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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14년 1월 발표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2035)>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운용되고 있는데, 올해는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논의가 시작되는 한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 확정될 예정이다. 수요관리 위주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전환, 분산형 발전시스템 및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확대 등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골간에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 지향하는 비전에 비해서 실질적으로 계획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 전략과 정책들이 기획되거나 실행되지 못 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정책적 관심은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책 홍보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새 정부 들어서 석탄 화력과 원자력 발전소의 퇴출을 공식화한 만큼, 달라진 에너지 믹스 전략에 따른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비용 부담 문제 등에서 보다 정교한 중장기 전략과 정책들이 제시되어야만 한다.

 

<표2> 신재생에너지 발전 현황 및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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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에너지 믹스 전략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현재 가동률이 낮은 LNG발전소의 활용도를 높여서 석탄 발전을 대체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리는 것이 우리 에너지 믹스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신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얻겠다는 새 정부의 계획은 기존의 11.7% 목표의 두 배에 달해 과거의 에너지 믹스 전략에서 진일보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을 달성을 위해서 태양열, 풍력,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 설비 대규모 증설을 위한 단계적인 목표와 관련 정책들을 구체화해야 한다. 현재의 신재생에너지 설비규모의 수 배에 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설비투자 정책 및 기술 지원 정책들이 필요하다. 작년 7,499MW였던 신재생에너지원 발전 설비는 <제7차 전력수습기본계획 (2015.7)>에 따른 기존 계획대로라면 2029년까지 32,890MW, 즉 지금 수준보다4배가 훨씬 넘는 설비 규모가 요구된다. 여기에 새 정부가 계획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55,325MW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규모가 필요한데, 이는 현재 설비규모의 7.4배에 달해 그 추가 증설 규모의 현실성에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진취적인 에너지 믹스 구상은 에너지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실현가능성과 비용 부담 주체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가 되고 있는 만큼, 실행계획을 담은 세부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표3> 발전원별 월 연료비 단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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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새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전략은 개별 에너지원이 지니는 발전 원가의 차이로 인해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사회적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지난 달 발전원별 연료비 단가(원/KWh)는 원자력 5.72원, 유연탄 49.03원, 무연탄 64.00원, 유류 141.81원, 천연가스(LNG) 83.28원이다. 천연가스는 원자력보다 15배, 유연탄이나 무연탄보다는 1.3-1.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이 정도의 발전원별 가격 차이는 올해 유난히 오른 석탄가격을 반영하고 있으며, 예년 수준으로는 천연가스는 석탄의 2-3배가 넘는 연료비 단가를 보여왔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4-6월 기간 중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만으로도, 그 석탄발전량을 대체하는 천연가스의 사용으로 말미암아 약 4,000억원의 전기요금 인상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6월 한달 간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인한 600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인상 수요는 국민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전력회사에서 충당할 것이라 하지만, 이는 올해 만의 단기적 조치일 뿐이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 비중의 축소는 발전단가 측면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의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 전기요금에 대한 인상을 더욱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아울러 탄소제로배출의 주요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발전 비중 축소가 경제성을 지닌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체하게 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의 상승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멈추면서 전기요금은 지역에 따라 8%에서 30%까지도 상승하였고, 원자력을 대체하는 탄소에너지의 사용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에너지 믹스 전략의 수정은 반드시 온실가스 감축 전략 수정과도 연계될 수 밖에 없어, 에너지원의 가격차이에 따른 경제성 문제와 아울러 탄소배출에 대한 사회적 비용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고려할 때, 석탄과 원자력의 발전 비중을 줄인다는 것은 곧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에너지원 모두 고비용의 경제성을 지닌 에너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모든 전력사용자로 하여금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기요금 체계의 형평성을 높이고 현실화하는 것은 중장기 에너지 믹스 전략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특히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총 전력수요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 없이는 근본적인 전기요금 체제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는 환경부담이나 안전 관련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재의 발전원가 개념으로는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 비용보다 월등히 높다. 따라서, 그 비중을 높일수록 경제주체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의 비중을 늘려가는 에너지 믹스 전략은 반드시 그 비용을 분담하기 위한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보다 많은 투자와 활용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한 바, 현재의 의무할당제도(RPS)와 아울러 2012년에 폐지되었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재도입에 대해서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대선 과정을 통해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나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 문제가 다시 대두되었던 만큼, 새 정부는 과거와 같이 산업 경쟁력을 위한 낮은 가격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과거의 에너지 안보관에서 벗어나서 우리 경제와 환경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 줄 것을 기대한다.

 

환경ㆍ에너지 분야 국제협력에서 한국의 역할 재정립

진취적이고 모범적인 환경ㆍ에너지 정책은 국내 에너지 안보나 지속가능한 성장의 측면을 넘어서 신기후체제를 위한 국제협력에 기여하는 외교정책과도 연계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개발도상국으로 과거의 개발지상주의를 극복하는 미래지향적인 환경ㆍ에너지 정책은 우리나라의 산업화 경험을 배우려는 후발 개도국에게 모범적인 경제성장 모델을 제시하여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환경ㆍ에너지 문제는 비단 국내 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석연료의 동력과 발전에 의존하는 산업화를 문명의 근간으로 삼았던 지구상 모든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의 문제이다. 미세먼지에서 기후변화에 이르는 문명파괴적인 부산물에 대응하며 에너지 사용과 환경 보호의 선순환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모든 국가들의 중요한 공통관심사가 되었다. 신기후체제 출범과 아울러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과 공헌은 다자외교의 핵심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환경ㆍ에너지 분야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적 지위에 부합하는 정치적, 외교적 역량을 갖추어 나가기 위해 매우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환경ㆍ에너지 분야에서의 선도적인 역할이 우리 경제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경험은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국가적 브랜드를 낳기도 했다. 지속가능 성장 전략으로서의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 브랜드는 저탄소 사회 마련을 위한 국가 전략의 개발에 이어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는 중견국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그 결과, 녹색기후기금(GCF)이나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같은 국제기구들을 외교적 자산으로서 보유하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는 이후 내실을 다지지 못 하며 정책적 유산이 아닌 과거 정책의 유물로 남아 있다.

새 정부는 과거 정부의 지속가능 성장 전략 및 외교적 유산을 활용해야 한다. 파리협약 이후 새로운 국제협력체제가 마련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중견국가로서의 위상이 투영된 신기후체제를 도모하기 위해서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외교적 활용에 보다 큰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외교적 리더십의 증진과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글로벌 이슈는 흔치 않다. 또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외교적 자산들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은 환경ㆍ에너지 분야의 국제협력을 우리가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6월1일 라스크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양국이 2011년 체결했던 녹색성장동맹(Korean-Danish Green Growth Alliance)과 라스무센 총리의 GGGI 의장으로서의 기여를 언급하며 환경ㆍ에너지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던 것은 잊혀져 있던 외교적 자산을 활용하는 긍정적인 외교 행보로 평가받을 수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대선 후보들은 한국의 미제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환경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던 바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탄소 연료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기후변화 문제와 유사하지만, 그 영향에 있어서 범지구적이지 않고 권역적이기에 한정된 당사국들을 지니고 있다는 차이를 지닌다. 즉, 지역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발생원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그 발생원 주변일수록 더욱 큰 피해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국제협력의 성격이 기후변화 문제와는 다를 수 있다. 문제가 커지면 커질 수록, 어떤 주변 국가들보다도 발생원을 지닌 당사국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훨씬 큰 규모의 미세먼지 발생원을 지닌 중국은 103개 석탄발전소를 운영 중지 시키며, 2016년 전세계 투자 규모의 36%에 달하는 1,029억 달러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등 자발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 국내 발생원의 관리보다 중국의 발생원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앞세워 왔다. 이러한 우리의 수동적인 기존 입장으로는 양국 간의 협력을 이끌기 어렵다. 소모적인 외교적 경쟁으로 도덕적 우위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먼저 인정하고 우리의 국내적 노력은 물론 상대가 필요로 하는 청정석탄기술의 적극적인 이전 등으로 미세먼지 발생원 감축이라는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협력이 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이러한 목적의 양자협력 혹은 지역협력의 아젠다를 정상회담과 실무회담 등에서 여타의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에 앞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상위 안건으로 다룰 수 있다면 과거와는 다른 미제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한ㆍ중 양국의 국제협력의 기초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맺는 글

미세먼지와 화석에너지 다소비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환경ㆍ에너지 문제는 실제로 나이와 성별, 그리고 정치적 이념에 관계 없이 이미 일상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은 국민 모두의 생활형 관심사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국가경쟁력과 삶의 편의를 유지하게 해주는 에너지 안보와 아울러, 세계경제 10위권의 경제수준에 걸맞는 생활환경과 국민보건을 보장받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제19대 대선 과정을 통해서 국민들의 환경ㆍ에너지 관련 관심사가 정치와 행정의 영역으로 흡수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등의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와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환경ㆍ에너지 정책들은 이제 정책홍보를 위한 정치적 미사여구나 기존 제도를 합리화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 정부는 우리나라의 미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 지금까지 우리 경제 구조에 안착되어 있는 기존의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정책 지향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삼는 경제성의 논리가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정책 의지를 담아 미래지향적인 정책 비전을 세우고, 장ㆍ중ㆍ단기로 세분화된 정교한 환경ㆍ에너지 정책들을 개발하고 집행해야 한다.

새 정부는 규제나 제도 정비, 새로운 정책 개발 등을 통해 과거 정부와는 차별화 된 환경ㆍ에너지 정책들을 실현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또 다시 임기 5년 동안의 정책들로 남게 될 수 있다. 단임 정부의 정책 단절성을 극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와 환경에 대한 국민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는 정부가 올바른 비전과 정책지향점을 공유하며 모든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관련 정책들이 이미 새 정부에서 다루어지고 있지만, 석탄을 대체하는 천연가스의 활용 및 원자력의 활용 축소와 관련된 비용 증가와 부담 문제에 대해서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아울러 좁은 국토 면적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량 차이 등의 조건을 지닌 우리의 지형와 기후에 알맞는 신재생에너지 자원의 기술 개발과 활용을 위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환경ㆍ에너지 정책은 녹색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기존 경제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담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이러한 정책적 노력들은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환경ㆍ에너지 국제협력을 통해서 외교적 역량을 늘릴 수 있는 계기로 확장되어야 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화의 부산물은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공해나 기후변화와 같이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의 수준으로 다가와 있고, 우리의 경제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환경ㆍ에너지 정책은 정책적 의지와 투자에 비해서 그 정책효과가 크지 않거나 성과의 발현에 장기간이 소요될 뿐 만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려는 경제주체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야기할 수도 있기에 5년제 단임 정권이 정책적 우선순위를 주기에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정책적 부담으로 인해서, 우리 정권들과 정부 부처들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ㆍ에너지 정책을 펼쳐 왔을 수도 있다. 출범 후 국민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는 문재인 새 정부는 그 지지를 추동력으로 삼아 환경ㆍ에너지 관련 문제들의 해결에 기존과 다른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들을 실현해 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최현정
최현정

외교안보센터

최현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 선임행정관(2010-2013) 및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2008-2010)을 역임하였고,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연구위원(2008), IT전략연구원(現 한국미래연구원) 연구위원(2006), 일본 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2003-2004), 공군사관학교 국방학과 교수요원(1995-1998)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기후변화,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 모델과 산업정책, 국가미래전략, 개발원조 등이다. 연세대학교 국제대학(UIC)에서 비전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Green Growth for a Greater Korea: White Book on Korean Green Growth Policy, 2008~2012 (Seoul: Korea Environment Institute, 2013)가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미국 Purdu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