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사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1
사드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만큼 실제 조사에는 이에 대한 배경설명을 생략했다. 여론조사에서 주제에 대한 사전 설명은 조사 참여자들의 응답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실제로 사드와 관련된 어떤 조사는 제시문을 통해 응답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너무나 분명해 보였다. 필자들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배경설명을 하지 않고, 응답지에도 조건부 문장을 이용하지 않았다. 응답자가 질문지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소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답할 수 있도록 조사를 구성했다. 다음은 주요 조사결과다.
한반도 사드 배치: 찬성 53.6%, 반대 36.3%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지난 7월 한미 양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데 합의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53.6%는 찬성, 36.3%는 반대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50대(60.3%), 60세 이상(70.9%)의 찬성이 뚜렷했다. 다음으로 20대 46%, 40대 44.6%, 30대 41.8%의 순이었다. 반면 반대는 30대에서 52.3%로 가장 높았고, 20대 45.3%, 40대 43.8%의 순이었다. 50대, 60세 이상은 반대 의견이 각각 30.7%, 15.1%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에서만 반대가 찬성보다 높았다. 사드 배치에 대한 의견은 이념성향에 따라서도 달랐다. 보수 응답자의 74.5%는 사드 배치에 찬성(반대: 19.7%)했지만, 진보의 55.5%는 이에 반대했다(찬성: 38%).
찬성: 북한 핵·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응 69.9%
반대: 정부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어서 42.4%
이어서 사드 배치에 찬성, 반대하는 이유를 각각 물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한 응답자는 대다수인 69.9%가 “북한 핵·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므로”를 이유로 꼽았다. “한미동맹 강화가 중요하기 때문에”를 선택한 비율은 12.9%, “정부의 결정을 신뢰해서”는 7.8%에 그쳤다. 결국, 사드 배치에 찬성한 응답자 대부분은 사드를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봤다. 이와 달리 사드 배치에 반대한 응답자는 절반에 가까운 42.4%가 “정부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 같아서” 19.3%, “전자파 등 개인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있어서” 16.3%, “북한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낮아서” 13.4%로 그에 미치지 못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과의 관계, 미사일 방어의 실효성, 전자파 등의 문제가 우려할 점으로 논의됐지만 실제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 국가안보 이슈로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점이 사드 논란의 큰 문제였다.
프레임 대결: 북핵 위협 대응 vs 미중 사이 선택
국민 대부분은 외교안보 전문가가 아니고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들 중 다수는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얻는 정보를 바탕으로 사드에 대한 입장을 정한다. 현재 사드를 두고 우리 사회에서 충돌하고 있는 프레임, 즉 북핵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인식과 미중 사이 전략적 선택이라는 인식 중에 어느 것이 한국인에게 더 설득력이 있는지 살펴봤다.
사드를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편입 혹은 미중 사이의 전략적 선택으로 인식하는 경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53.5%는 사드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봤고, 38%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로의 편입”으로 간주했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69.8%), 50대(62.3%)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20대는 52.9%로 30대(41.4%), 40대(38%) 와 50대~60세 이상 사이에 있었다. 보수는 68.6%가 전자, 진보는 58.1%가 후자에 더 가깝다고 했다. 중도는 절반 이상인 51.6%가 전자에 더 가깝다고 답했다.
같은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미중 사이 선택의 문제로 보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다수인 57.7%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 봤고, “미국과 중국 사이 선택의 문제”라고 답한 비율은 34.7%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연령대별로는 앞선 문항과 동일하게 50대 이상은 전자(50대: 68.7%, 60세 이상: 79%), 40대 이하는 후자에 가깝다고 했다(20대: 41.2%, 30대: 49.8%, 40대: 46.6%). 이념성향에 따라서도 보수는 74.9%가 전자, 진보는 58.2%가 후자에 가깝다고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도는 56.9%가 전자를 선택했다.
중국의 공세와 한중관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공세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먼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의 전략안보이익에 해가 된다”는 주장에는 응답자의 59.6%가 동의하지 않았다(동의: 33%). 특이한 점은 사드에 대해 보수 입장에 가까운 선택을 했던 20대가 여기에서는 중국의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 문항에 있어 보수, 진보 사이의 입장 차이는 다른 질문 보다 적었다. 물론, 진보의 51.2%가 중국의 입장에 동의(동의안 함: 43%)하기는 했으나 다른 질문들에 비해 그 차이는 적었다.
사드 배치로 인해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보복 등을 감안해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53.9%가 동의하지 않았다(동의: 38.5%). 그럼에도 많은 한국인은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가 71.8%로 “가능성이 없다”(21.8%)는 의견을 압도했다. 이는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높게 봤음에도 다수가 사드 배치에 찬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이 있다고 한 응답자 중에서도 절반 이상(55.5%)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찬성했다(표1). “가능성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찬성이 70.6%, 반대가 29.4%였다.
표 1.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 예측별 사드 배치 찬반2 (단위: %)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 |
|||
가능성이 있다 |
가능성이 없다 |
||
한반도 사드 배치 |
찬성 |
55.5 |
70.6 |
반대 |
44.5 |
29.4 |
중국의 사드 배치 중단 요구에 대해선 “중국의 우려는 이해가 되지만 지나친 반응”이라는 의견이 55.5%로 다수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중국에 영향이 있으므로 중국이 우려할 만하다” 20.8%, “중국에 영향이 없으므로 중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18.8%의 순이었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대다수인 70.3%가 한반도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반면 양국관계에 영향이 없거나 긍정적일 것으로 본 비율은 각각 18.4%, 5%에 불과했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