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24년 12월 23일부터 27일(5일간)까지 노동당 8기 11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①2024년 정책집행 결과와 2025년 과제 ②당중앙검사위원회 2024년 사업 보고 ③지방발전정책 금후 과업 ④교육토대강화 문제 ⑤국가 예결산 승인 ⑥당 기구 사업(개편) 문제 ⑦조직(인사) 문제 등을 토의했다. 2024년 정책성과로 “정치‧군사 분야에서 절대적 위세 상승,” “자위 국방건설에서 사변적 성과 쟁취,” “확고한 경제 전반의 장성 추이”로 분야별로 ‘긍정적’ 성과를 나열했다. 특히 지방발전 정책 등 김정은의 ‘위민헌신’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선전했다.
2025년 정책과제 제시에서는 “5개년 계획(2021~25)의 성과적 완결”과 “다음 단계 발전 노정(차기 5년 계획) 준비”를 강조하면서, 경제‧과학문화‧근로단체‧대외사업‧군사‧당 사업 순서로 과제를 나열했다. 그러나 1년 전 제시한 ‘지방발전 정책’이나 ‘적대적 두 국가론’과는 달리 특기할 만한 정책이 눈에 띄지 않았다. 2026년에 9차 당대회가 소집되면 대폭적인 당 중앙지도기구 개편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북한은 1년여를 앞둔 이번 회의에서 중폭의 중앙당 간부 보선과 내각 총리 교체를 단행했다. 차기 당대회 준비를 위한 인선과 궐위 간부에 대한 보선으로 평가된다.
향후 대외전략으로 구체적 내용 거론 없이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는데 대미 전략 도발을 위협하면서 ‘적대시 정책 우선 철회’를 촉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지난해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비중을 두고 언급한 것과는 달랐으며 한국의 계엄(12.3)‧탄핵소추(12.14) 등 정국혼란 상황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않았다. 이는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계엄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보도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평가된다. 대남 혼란 선동으로 역효과를 초래하기보다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대미 강경 대응’ 거론을 제외하고는 내치(內治) 문제 중심으로 공개했으나 문제는 김정은이 밝히지 않은 주변 정세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데 있다. 우리로서는 정중동의 상황인 북한의 대외‧대남 변수를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대북 조기경보와 대남정세 조작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요망된다.
노동당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개요
북한은 2024년 12월 23일부터 27일(5일간)까지 8기 11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중앙당 본부에서 개최했으며, 회의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당 중앙위원‧후보위원들이 참가하고, 주요 당‧정‧군 간부들이 방청했다.1 이번 당 전원회의 결과 보도는 과거와 달리 1일, 2일차 회의에 대한 중간 보도 없이, 연말이 아닌 12월 29일에 이틀 앞당겨 일괄 보도되었다.2 앞당겨 일괄 발표한 이유는 정책 전반에 ‘성과’가 있어 열띤 토의 필요가 적었던 반면에 대남‧대러‧대미 등 정세 관망 요소가 많은 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의 진행 방식은 2023년 12월처럼 김정은 개회사, 개별 의제 보고 및 토론, 분과별 연구 및 협의회(2일간), 12월 27일 정치국 회의의 결정서 초안 검토 및 예산 심의조의 예산안 심의, 전원회의의 결정서 채택 및 김정은의 폐회(결속) 선언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①2024년 정책집행 결과와 2025년 과제 ②당 중앙검사위원회 2024년 사업 보고 ③지방발전 정책 금후 과업 ④교육토대 강화 문제 ⑤국가 예결산 승인 ⑥당 기구 사업(개편) 문제 ⑦조직(인사) 문제 등 7개 ‘의정’을 토의했다(아래 <표 1> 참고).
<표 1> 2024년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 의제
주요 의제별 결과
1. 2024년 정책집행 결과에 대한 보고
첫 번째 의제는 북한의 정책 평가 및 전망과 관련된 것으로 “2024년도 당‧국가 정책집행정형 총화와 2025년도 투쟁방향에 대하여”이다. 이 의제는 당 사업을 총괄하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고, 김정은이 ‘결론’을 내렸으며,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결론’ 중심으로 요약 보도했다.
전반부는 북한의 2024년 정책성과 평가다. 김정은은 2024년을 “건국 이래 미증유의 새 변혁 시대를 열었다”라고 자화자찬했다. 2024년 정책성과로 “정치‧군사 분야에서 절대적 위세 상승”, “자위 국방건설에서 사변적 성과 쟁취”, “12개 경제고지 재점령” 및 “또다시 풍년” 등 “확고한 경제 전반의 장성 추이”로 분야별 성과를 나열하는 등 긍정 평가 일색이다. 김정은은 당 전원회의 개회사에서 “성과보다는 결점을 찾아내고, 부정적 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강구”를 강조한 것과는 달리, ‘결함’으로는 “재해방지 능력 미숙”과 “비과학적 건설사업”만을 적시했다.3
‘자위 국방건설’ 성과로는 “압도적인 전력 강화, 새로운 전략적 억제력 실체 과시, 국방과학기술력의 무한대한 발전잠재력과 현대성, 무시할 수 없는 국제적 지위 시위”를 거론했다. ‘핵미사일 고도화 성과’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으나, 앞의 ‘성과’는 고농축 우라늄(HEU) 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 공개, ‘최종 완결판 화성-19형 ICBM 시험 발사 성공’(10.31)’ 등 핵미사일 고도화의 진전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가 경제 전반의 장성 추이를 확고히 하고 인민 복리와 직결된 결실을 이룩했다”고 주장했다. 우선 연초 제시한 12개 중요 경제 고지를 ‘점령’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압연강재 127%, 유색금속 106%, 질소비료 103%, 전력 101%, 석탄 110%, 시멘트 101%, 통나무 104%, 수산물 101%, 철도화물수송량 108%, 천 101%, 알곡 107%, 살림집 건설4을 성과로 열거했다.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전략과제인 ‘정비보강 사업’도 “성과적으로 추진되어 자립경제의 발전동력을 다졌다”면서 금성트랙터공장 2단계 개건‧현대화 공사,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에너지 절약형 산소열법용광로 건설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농업 부문에서는 “과학 농법으로 또다시 풍년을 이룩하고, 관개건설 및 환원복구 2단계 공사가 4월에 완료되어 농업생산의 토대를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건설 부문에서도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과 검덕지구의 올해 살림집 건설 과제 완성, 많은 시군에 농촌 마을 완공, 평북‧자강‧양강도 큰물 피해 복구 완수를 거론했다.
북한의 경제 사정에 대한 필자의 판단은 ‘북한 당국의 돈주머니는 다소 늘었으나, 주민 생활난은 여전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북한 당국이 올해 경제가 ‘승세‧양호’로 선전해 수해 불구 자신감을 보였듯이 지난해 생산능력 증대, 국방경제(무기 수출) 효과 등으로 국가 경제는 성장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는 회복되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되며. 2017년 대북 제재 이후 북한경제는 워낙 크게 위축되어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특히 주민들 생활난은 김정은의 ‘지방발전 추진’에도 불구하고 소득 감소, 시장 통제와 물가 상승, 당국의 곡물 유통 독점, 수해 피해 등으로 더욱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5
2. 2025년 정책과제 제시
북한은 2025년 정책과제 제시에서는 “5개년 계획(2021~25)의 성과적 완결”과 “다음 단계 발전 노정(차기 5년 계획) 준비”를 총적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경제‧과학문화‧근로단체‧대외사업‧군사‧당 사업 순서로 과제를 나열했다. 그러나 공개 정책 방향 내용이 축약적이고 분야별 사업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러, 1년 전 지방발전 정책 제시, 적대적 두 국가론 주장과는 달리 특기할 만한 정책제시가 눈에 띄지 않았다.6
경제 분야에서는 금속‧화학‧전력‧기계‧석탄‧철도운수 등 기간공업 부문의 점령 목표 제시, 살림집 등 건설 투쟁 지속, 통일적 경제관리 체계 확립, 알곡 고지 점령 등 주민 생활 개선을 촉구했다. 지방공업 정책과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별도 의제로 제시했다. 군사 분야에서는 군인들에 대한 사상사업 강화, 현대전 연구, 국방과학기술 진보, 방위산업 발전을 주문함으로써, 러시아 파병 혹은 무기 수출 및 첨단무기기술 수입과 관련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당 사업에서는 ‘8차 당대회 완수 투쟁과 인민을 위한 복무’를 강조함으로써 당 창건 80돌 행사와 9차 당대회를 ‘축제’로 맞이하기 위한 노력 동원 강화와 친(親)인민 시책 확대를 시사했다.
정책과제를 제시하면서는 향후 정치 일정과 관련한 사업은 밝히지 않았으나, 김정은이 전원회의 폐회사에서 “2025년은 당 창건 80돌을 맞는 의의 깊은 해인 동시에 8기 당 중앙위원회가 사업을 총화 짓는 해”라고 언급한 점에서, 오는 10월 당 창건 80돌 행사와 내년 9차 당대회는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당 구호 제시, 당대회 소집, 당 창건 행사 준비 등 단계적 조치가 예상된다. 이번 회의 인사 개편에서 김덕훈을 내각 총리에서 당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전보한 것은 김덕훈에게 5개년 계획 결산과 새 5개년 계획 수립의 책임자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당 중앙검사위원회 지도부를 쇄신한 이유도 5년간의 당 사업 검사를 원활히 하기 위한 인사로 평가된다.
대외 분야에서는 현 국제정세의 특징을 “자주 세력권의 장성‧약진, 패권 세력권의 급격한 약화”로 평가해 다극화‧지정학으로 정세가 ‘반미 연대권’에 유리한 것으로 해석했다. 2024년 대외 부문 성과로 “준엄한 지역 정세와 유동적 국제관계 변화에 기민 대응으로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고, 원칙적 대외투쟁으로 다극세계 건설을 견인했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북한군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앞의 ‘성과’ 표현은 북‧러 동맹조약 체결 등의 대러 밀착의 효과를 포장한 것으로 보이며, 같은 논리로 대러 파병을 내부적으로 정당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대외 전략‧전술 과업으로는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할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 천명”을 거론했다. 그 배경으로 “미국은 반공을 국시로 하는 반동적 국가이며, 미‧일‧한 동맹이 핵‧군사 블럭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한 현실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 준다”고 했다. ‘최강경 대응전략’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대미 전략 도발을 위협하면서 ‘적대시 정책 우선 철회’를 촉구한 것으로 판단되며, 한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해 관망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지난 11월 21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연설에서도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의 갈 곳까지 가보았으나 확인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었다”고 주장했다.7
이로 볼 때 북한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을 관망하면서 간헐적인 전략 도발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북 핵 협상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브로맨스를 주장해 미‧북 간 대화는 이뤄질 수도 있으나 협상 구조가 2018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는 후 순위에 위치하며, 김정은도 파병 등 대러 밀착에 몰두하고 있다. 트럼프‧김정은 모두 하노이 노딜을 경험해 톱-다운식 협상 재개도 쉽지 않은 구조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미국을 유인하기 위한 북한의 도발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협상 선호 성향으로 대북 직거래를 통한 ‘핵 동결’ 타협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8
3. 지방발전 정책과제
북한은 2024년을 결산하는 12월 노동신문 기사에서 김정은의 ‘위민헌신의 여정’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9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가장 강조된 정책도 김정은의 ‘위민헌신’ 리더십 선전이다. 2024년 성과로 지난 7월 압록강 수해 때 김정은이 적시 피해 복구 결정과 수재민 평양 체류 조치로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새겼다고 주장하였고, 별도의 의제로 지방발전 정책 지속 추진 문제와 10년 동안 모든 학교 개건‧현대화를 목표로 하는 ‘교육토대 강화 사업’을 새로 제시하면서, 이를 김정은이 직접 제안한 정책으로 선전했다. 과거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는 주로 ‘핵미사일 고도화’를 핵심 성과로 제시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지방발전 정책과 수해피해 복구 사업을 큰 성과로 꼽은 점이 달라졌다. 중점 정책 선전의 변화는 핵 개발 정책 장기화에 따른 민심이반의 심각성을 시사한다.
‘지방발전 정책’ 의제 토의에서는 김정은 스스로 많은 자화자찬이 있었다. “당이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최대 숙원사업으로 간주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은 건국이래 최초의 사변적 결단이며 전례 없는 방대한 창조 투쟁”이라고 했다. 또한 “5개년 계획 수행 기간에 추진해야 할 과제가 아름참에도 지방 변혁의 중장기 과제를 정책화하여 즉시 실행에 착수한 것은 새 역사 창조하는 일대 혁명이며, 인민대중제일주의 구현을 위한 절박한 과제”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지방발전 정책 실행의 첫 산아들로 지방에 새 공장이 일떠섰고, 신포시바다가양식사업소가 건설된 것은 그 무엇에 비길 데 없는 번영의 증명이며, 당의 중하가 무거워졌으나 인민복리증진을 위한 우리의 투쟁은 비상히 확대되었다”고 선전했다. 그리고 “시군에 몇 개의 지방공업공장 건설만으로는 지방의 낙후성 극복이 어렵다”면서 “보건시설, 복합형문화중심, 양곡관리시설 등 3대 필수대상건설의 의의와 건설 방향을 개괄”하면서 이를 새 지방발전 정책에 정식 포함시킬 것을 전원회의에 제의했다. 김정은은 당 전원회의 폐막 다음 날(12.28) 신포시바다가양식사업소 준공식을 찾았다. 특별한 정세변동이 없는 한 2025년과 2026년 사이에 김정은의 ‘친(親)인민 리더십’ 과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4. 교육토대 강화 조치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서 ‘교육 진흥의 선차성’을 강조했다. “교육은 언제나 최우선권을 부여하고 최대의 공력을 들여야 할 제1의 국사”라고 했다. 최근 수년간 북한은 교육사업의 질적 변화를 도모했다. 당 8기 6차 및 8차 전원회의를 통해 교육구조 선진화, 교육 내용‧방법 개선, 교육자 후비(後備) 양성, 학생들에 대한 사회주의 시책의 일관된 집행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교육토대가 부실하다는 판단으로 이번에 교육토대 강화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당면 과업”이라고 천명했다.
이번에 ‘교육토대 강화’사업으로 세 가지 조치를 제시했다. 첫째, 학용품과 교구비품, 교육기자재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자들과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사업 조건, 학습 조건을 마련해 준다. 둘째, 교육토대 강화에서 제일 큰 몫을 차지하는 학교 개건 현대화를 국가적 사업으로 밀고 나가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학교를 일신한다. 셋째, 보통교육 부문에서 기초교육의 질 제고, 도시와 농촌의 교육 수준 격차 해소, 장애자들을 위한 교육 지원 체계를 수립한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당은 부과된 혁명과제가 거창할수록 교육에 항상 우선권을 부여할 것이며, 교육사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농촌진흥 정책, 지방진흥 정책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 ‘교육 진흥’ 정책을 ‘전면적 부흥’을 위한 김정은 표(表) 정책으로 추가했다. 이 정책 또한 10년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사업이며 당 창건 80돌을 앞둔 선심성 친(親)인민 정책으로 여겨진다. ‘교육토대 강화’ 사업의 핵심은 부실한 전체 학교 건물을 신축해주겠다는 것인데 새로운 건설과제를 실행할 자재‧자금력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김정은이 자원‧자금 동원에 ‘자신감’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어 보이는데 파병 등 대러 밀착의 경제적 반대급부가 어느 정도인지 정밀 추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5. 조직(인사) 문제
북한이 발표한 ‘당 공보(12.29)’에 의하면, 이번 인사 개편에서는 우선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 소환 및 보선이 있었다. ‘소환’ 명단은 밝히지 않은 채 당 중앙위원회 위원 6명, 후보위원 11명을 ‘보선’했다. 정명수‧윤정호를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노광철‧리히용‧송준설‧강명철을 직접 위원으로 선출했다. 후보위원으로는 김조국, 김영복, 권성환, 리만수, 김성빈, 전룡남, 황영길, 리종식, 신창길, 윤치걸, 홍길호 등 11명을 보선했다. 그중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도 눈에 띄는데, 그는 리창호 정찰총국장, 신금철 소장과 함께 러시아 파병 북한군 지휘 3인방 중 한 명이다.
다음으로 당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소환 및 보선으로 위원 6명, 후보위원 2명을 보선했다.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는 리영길(총참모장), 최선희(외무상)가 승진했고, 직접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된 인물로는 노광철(국방상), 김정관(내각 부총리, 전 국방성 제1부상), 리히용(당 비서 겸 간부부장, 전 평북도당 책임비서), 최동명(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이 올랐다. 방두섭(사회안전상), 김철원(중앙검찰소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이 되었다. 내각 총리를 김덕훈에서 당 비서(과학교육) 박태성으로 교체함에 따라 박태성은 내각 총리의 겸직 자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보선되었다. 박태성은 2014~17 평남도당 책임비서, 2019.4 최고인민회의 의장, 2021.1 당정치국 위원 및 당 비서 겸 선전선동부장, 2022.6 당 비서(과학교육 담당 추정)를 역임했다.
참고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8기 1차 당 전원회의)에서 구성된 당 중앙위원회를 보면 중앙위원회 250명(위원 139명, 후보위원 111명), 정치국 30명(위원 19명, 후보위원 11명), 정치국 상무위원회 5명(김정은, 최룡해, 리병철, 김덕훈, 조용원)이다. 이번에 김덕훈은 4년 4개월 만에 내각 총리 겸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제외되는 대신 정치국 위원은 겸직하면서 당 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전보되었다. 당 경제비서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이다. 박태성이 총리로 빠지면서 최동명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으로 승진했고, 리히용은 당조직지도부 1부부장을 지내다가 지난 7월 수해 직후 평북도당 책임비서를 역임한 인물로, 이번에 다시 당 비서 겸 간부부장으로 중앙무대에 복귀했다.
이밖에 당 중앙군사위원 소환 및 보선이 있었는데 노광철(국방상), 방두섭(사회안전상), 김정식(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을 군사위원에 보선했고, 당 중앙검사위원회를 재구성해 위원장에 리히용(당 비서 겸 간부부장), 김재룡(당 규율조사부장)과 김형식(당 법무부장)을 부위원장에, 강명철(사회안전성 형사수사국장)을 위원으로 보선했다. 당 중앙위원회 부장으로 리히용(간부부장), 김덕훈(경제부장), 김재룡(규율조사부장)이 임명되었고, 평북도당 책임비서로는 김철삼이 임명되었다. 내각 인사로는 내각 총리에 박태성 임명 외에 내각 부총리에 김정관, 자원개발상에 권성환, 상업상에 김영식을 임명했다. 김정관 전 국방성 제1부상을 내각 부총리에 기용한 것은 경제건설에 군 병력투입을 원활히 하려는 조치로 추정된다.10
2026년에 9차 당대회가 소집되면 대폭적인 노동당 중앙지도기구 개편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북한은 1년여를 앞둔 이번 회의에서 중폭의 중앙당 간부 보선과 내각 총리 교체를 단행했다. 필자는 차기 당대회 준비를 위한 인선과 궐위 간부에 대한 보선으로 평가한다. 김덕훈을 내각 총리에서 당 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전보한 것은 김덕훈에게 5개년 계획 결산과 새 5개년 계획 수립의 책임자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며, 당 중앙검사위원회 지도부를 쇄신한 이유도 5년간의 당 사업 검사를 원활히 하기 위한 인사로 평가된다.
6. 대남 정책 불(不) 거론 배경
북한은 통상 당 전원회의에서 내치 문제를 의제화 하면서 향후 정책과제 제시에서 부분적으로 대남 및 대외 정책을 거론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해서 ‘최강경 대응전략’을 천명하는 등 대외 정책은 거론했다. 그러나 대남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와 2024년 연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언급한 것과는 달리 이번 회의에서는 언급이 없었다. 김정은이 미국을 비판하면서 “미‧일‧한 동맹의 핵‧군사 블록화”와 “대한민국이 미국의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한 현실”을 언급한 것이 전부이며, 한국의 계엄(12.3)‧탄핵소추(12.14) 등 정국 혼란 상황에 대해서도 회의는 공개 거론하지 않았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계엄사태에 대해 뒤늦게, 신중하게 보도한 것이나, 계엄 사태 이후 대남 공세가 다소 수그러진 점과 같은 맥락으로 평가된다. 적극적인 대남 혼란 선동으로 역효과를 초래하기보다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공개 반응 자제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아마도 김정은이 ‘괴뢰 한국 정세’를 수시 보고 받으면서, 이번 회의에서도 ‘한국의 혼란상’에 대한 정보 공유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2일간 진행된 ‘분과 협의회’에 최선희 외무상, 리선권 당중앙위 10국장,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 고문 얼굴이 확인돼 대남정책도 논의되었음을 반증한다.
정책적 시사점
북한의 이번 제8기 11차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공개의 특징은 경제‧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공개한 점과 지난해 정책성과를 ‘긍정’ 평가하고 올해에도 민생 향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등 어느 때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한 점이 특징이다. 2021년 8차 당대회 직후 초반에 소집된 당 전원회의에서는 정책 ‘부진’을 비판하면서 ‘결사 관철’을 촉구하였으나 해가 갈수록 ‘성과’ 위주로 보도해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과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북한은 이번 회의 결과를 내치 문제 중에서도 5개년(2021~2025) 경제계획 완수, 지방발전 정책 지속, 교육토대 강화사업 추가 등 민생 향상 시책에 역점을 두는 정책 중심으로 보도한 배경에는 리더십 과시 외에 앞으로의 정치행사와도 연관되어 있다. 북한 정권의 과거 행태를 봤을 때, 2025년 10월 노동당 창건 80돌 행사, 2026년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이 기간 체제 쇄신을 도모하고 ‘축제성’ 정치행사 준비를 위해 내부 동원체제 강화로 분주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즉, 5년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정책 노선 확정과 그동안 부족했던 간부 보상·주민 위무 시책 확대에 주력해 내부 불만도 한동안 잠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정세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외관상으로는 대남‧대외 면에서 북한이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주의적 요소가 증가하고, 내부적으로도 경제회복, 민생시책 확대로 안정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경제회복과 민심 수습 시책이 ‘국가의 장악력 강화를 통한 재분배 방식’으로 경제나 사회 각 부문의 자생력 보강이 아닌 통제 강화 방식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김정은이 10년짜리 장기정책이기는 하나 연이어 제시한 농촌‧지방공업‧교육토대 등 3대 진흥 정책이 말뿐인 정책으로 끝난다면 오히려 민심은 더욱 나빠질 소지가 있다.
민심 악화 가능성의 근거는, 민생 방치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체제 불만, 핵‧미사일 고도화 편향 정책에 대한 권력 엘리트들의 정책 불신으로 최고지도자와 주민, 권력 엘리트들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균열되었고, 수년 전부터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노골적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2025년, 2026년 정치행사로 주민 불만을 얼마나 봉합할 수 있을 것인지, 김정은이 새로 내세운 ‘전면적 부흥’ 시책이 어떤 성과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인지, 김정은의 선대 지우기, 홀로서기 우상화가 과연 성공할 것인지, 앞으로 2년간 북한 체제 구성원들이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외관상 북한의 대외‧대남 여건은 내부 정책 여건보다 더 유리해 보인다. 올해 북한정세는 내부 사정 못지않게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대외‧대남 변수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 북한의 정책 방향 예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푸틴과의 밀착, 트럼프 2기 출범에 대한 기대, 한국 정국 혼란 상황은 김정은이 과거처럼 순조로운 내부 행사추진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런 대외조건을 적극적 활용하려 할 것이다. 김정은의 돌출행동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정세 조작 가능성이 커진 만큼 대북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한 효과와 부작용, 트럼프 2기 출범에 대한 기대와 강압 가능성, 특히 한국 혼란 정국에 대해 표면상의 관망 태도와는 다른 이면공작 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추적‧감시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기관의 대북 정보 수집‧분석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 한미일 대북 정보 공조 체계 유지와 함께 우크라이나 등 유럽과의 협조체계를 증설할 필요가 있고, 미‧북 직거래로 한국 정부가 소외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북한의 이면 대남공작에 대한 차단‧색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도 북한은 한동안은 대남 단절‧무시 행태를 지속하면서 고강도의 물리적 도발은 자제하는 가운데 GPS 교란 전파 발사, 가짜뉴스 전파를 통해 한국 사회 혼란 극대화를 위한 회색지대 도발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 정치가 과도하게 분열되고 사회 혼란‧국정 마비‧안보 공백으로 이어진다면 북한의 군사 모험주의가 재발할 수 있다.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절차를 약점으로 삼아 도발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발전과 우리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 『노동신문』, 2024.12.29.
- 2. 북한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도 5일간(12.26~30) 진행했으나, 중간에 회의 상황을 수시 보도하다가 12월 31일에 전체 회의 결과를 보도했다.
- 3. 과거의 관례로 볼 때, 2024년 정책추진과정에서의 결함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료’로 실무 간부들끼리 공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김정은은 2024년 12월 20일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연설’에서 김일성‧김정일 시기의 지방정책 및 농촌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일성의 1962.2 ‘창성연석회의’에서 ‘지방공업과 농촌경리의 발전’ 문제 토의 이래 지방공업 발전의 낙후성과, 1964.2 제4기 8차 당 전원회의에서 김일성이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발표한 이래 농촌 테제 관철의 정체성이 지속된 원인에 대해 비판했다. “김정은 동지께서 ‘지방발전 20×10 정책’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서 한 연설”, 『노동신문』, 2024.12.21.
- 4. 당 전원회의에서는 2024년 살림집 건설 통계를 밝히지 않았으나, 12월 28일 노동신문은 2024년에 “1만 5천여 세대의 살림집‧학교 등 건설, 6천여 세대의 살림집 보수”를 주장했다.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힘”, 『노동신문』, 2024.12.28.
- 5. 2024년 북한의 국가경제 및 사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한기범,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북한,” ASAN 국제정세전망 2025, 2024년 12월. p.38 참고.
- 6. 김정은이 여러 행사나 현지 지도 연설에서 정책 방향을 밝히는 경우가 잦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당 결정서’ 형태로 별도로 전파됨에 따라 당 전원회의(과거 신년사) 보도는 갈수록 정책 지침보다 선전 자료의 성격이 짙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 7. “북 ‘무기 쇼케이스’…골판지 무인기‧ICBM까지 한데 모아 전시”, 『연합뉴스』, 2024.11.22.
- 8. 북한의 북핵 문제 부각을 위한 도발 가능성과 미북 핵 동결 타협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차두현‧홍상화, “2024년 북한 대외정책 평가 및 2025년 전망,”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5년 1월. 참고.
- 9. “위민헌신의 불멸할 려정,” 『노동신문』, 2024.12.25.
- 10. 내각 간부가 당 정치국원을 겸직하는 사례가 지금까지 내각 총리와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 2명에 그쳤으나, 이번에 최선희 외무상과 김정관 부총리가 새로 정치국원에 보선됨에 따라 내각 간부의 당 정치국원 직위 중복이 4명으로 늘었다. 정책관리의 전문성에 대한 고려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