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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新내각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외교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단기간내 한일관계의 개선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기시다 내각 출범에 큰 역할을 한 3A (아베, 아소, 아마리)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자민당 및 내각의 주요 직책에 이들 파벌간 정치역학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라인에 모테기 전 외무상, 기시 전 방위상이 유임된다는 것은 기존의 외교안보정책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큰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현재 기시다 내각의 최우선과제는 10월 31일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그리고 2022년 여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의 승리이다. 아베 전 총리가 7년 8개월여의 기간 동안 1강 (强) 체제를 구축하고, 견고히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재임기간 동안 6번의 국정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구심력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기시다 내각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연이어 있는 2번의 선거를 모두 압승해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 참의원 선거 이후 (중의원 해산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 국정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이 찾아온다.

즉, 기시다 내각에 있어 연이은 중의원·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다면 바로 이 시기야말로 앞선 2번의 선거를 통해 기반을 탄탄히 다진 기시다 총리 그리고 기시다 내각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의 국면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기도 바로 이 시기, 즉, 내년 여름 이후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향후 있을 2번의 선거 결과로 나타날 일본 여론의 향방, 그리고 자민당의 세력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단된 한일교류부터 단계적·점진적 관계 회복 추진

한일 양국 모두 정치변동이 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내년 하반기가 되어 갑작스러운 변화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한편, 가능한 범위의 협력을 추진하며, 꾸준히 신뢰를 쌓으며,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관계 회복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사실상 중단된 한일민간교류부터 회복해야 한다. 코로나 확산 속 한일민간교류는 대폭 감소했고 직접교류는 사실상 중단된 것과 다름없다.

한국에서 중장기 체류자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백신접종자들에게는 14일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것과 달리, 일본의 경우, 외국인의 입국은 외교·공용 등으로 크게 제한되었고, 일반인들의 민간교류는 비자 발급 자체가 중단되었다. 주재원, 유학생, 취업자 등 중장기 체류자들의 입국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 확산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관광 목적의 단기방문까지 일률적인 전면해제는 쉽지 않겠지만, 유학생, 취업자, 주재원 등 중장기 체류자, 업무상 직접교류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부터 단계적·점진적으로 교류를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후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입국허용 및 자가격리 면제, 백신여권 도입, 나아가 한일간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체결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의 장기화 속 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점진적인 관계 회복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 그리고 일본과의 교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베·스가 내각이 퇴진하고, 기시다 신내각이 들어섰지만, 적어도 외교.안보 라인에 있어서는 새롭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내각에서 4년 7개월여 동안 외무대신을 지내며, 가장 선두에서 아베 내각의 외교정책을 추진하던 인물이다.

기시다 신내각에서도 기존의 외교.안보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20명의 각료 중 외교.안보 라인만은 교체하지 않은 것에서 증명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신내각 발족에 따른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한 성과를 내려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일 양국 모두 중요한 국정선거를 앞두고 있고, 정치적 변화가 심한 시기이므로, 무리한 관계 개선 시도는 오히려 선거 국면에서 국내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시다 내각에서도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한 개선 노력이 있을 것이다. 또한 기시다는 오히려 자신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인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도 볼 수 있다.

현재의 갈등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갈등 해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점차적인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무협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상 차원의 관계 개선 합의와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일양자 전화·실무회담 및 다자회의 등의 국제무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일 정상간의 소통 회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시다 내각의 주요 인물들 및 인맥 등과의 지속적 교류 확대를 통해 직·간접적 소통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기시다 총리의 외교.안보 브레인 및 인맥으로는 앞서 언급한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 외,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 기타무라 시게루 전 국가안전보장국장, 기시다 총리의 외무대신 시절 외무심의관 및 종합외교정책국장으로 함께한 아키바 다케오 전 국가안전보장국장, 외무대신 시절 지식인간담회 및 핵군축 현인회의 좌장이었던 시라이시 다카시 구마모토현립대 이사장, 미국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등이 거론된다. 민·관의 다양한 기회를 활용해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한일 갈등에 대한 오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 모색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역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양국은 북한 문제 해결이라는 공동 과제를 갖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서 나타나는 안보 태세의 강화는 비단 중국 견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기시다는 이미 총재선거 과정에서 인권문제 비판,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특히,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해 “유력한 선택지이다.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논의하고 싶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중기적인 방위장비를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2019-2023 중기방력정비계획’에 대한 재검토와 방위비 증액에 대해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GDP 1%를 기준으로 한 방위비에 대해서도 “퍼센트 등 숫자로 구분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안보 태세 변화는 북한 위협을 둘러싼 한반도와 동북아 지형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최근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11일과 12일에 걸쳐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15일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은 역내 안보위협과 불안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현재 정체된 한일관계를 역사문제와는 별도로 북핵 위협에 대한 대처에 보조를 맞추며 협력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즉,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핵 문제에 대처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기 위해 한일·한미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북한문제 관련 정보와 인식을 공유하고, 정부 차원의 실무 및 고위급 회의 정례화를 통해 한미일 공조체제를 견고히 하며, 북핵 폐기 및 북한 문제의 해결 등에 대한 한일 및 주변국들과의 전략대화를 지속 추진해 나가며 북한의 도발 및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는 한일GSOMIA를 정상화시키고, 평화로운 한반도, 안전한 동북아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한일·한미일 공조를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중 갈등 속 한일 협력을 통한 경제안보 대응체제 마련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사한 입장에 처한 한국과 일본이 함께 생존전략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일본은 미중 대립에 대응하여 다방면에서 경제안보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또한 이러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 차원의 고려는 물론이고, 전문가 및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충분한 대응 태세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한국은 그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점증하는 미중 갈등에서 QUAD, Five Eyes(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이루어진 5개국간 군사 동맹 및 정보 네트워크) 가입 등 선택을 요구받으며, 기존의 모호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일본 등 유사한 입장에 처해 있는 국가들이 함께 논의하고, 지혜를 공유하며,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한일간에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전략대화 등의 논의를 확대하며 보다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역사 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양국관계를 한일협력을 통한 상승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10월 29일자 미래한국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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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지역연구센터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