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면서 70% 넘는 국민이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고, 24개 안보 단체 총연합이 ‘핵무장 천만인 국민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직면한 안보 현실이 그만큼 엄중하고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핵을 통해 동맹이 강화되고 격상되길 바랄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7차 핵실험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은 각종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다양한 핵 투발 수단을 늘리고 있다. 특히, 우리를 겨냥하는 전술핵 전력은 빠르게 증강되고 있고, 지난 7월 전방 지역에 배치한 250기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는 1000발의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날려 보낼 수 있다.
최근 북·러 밀착이 가시화하면서 대남 위협은 더욱 심각해진다. 북한은 각종 포탄과 대남 전술핵 투발 수단인 KN-23 전술탄도미사일(TBM)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검증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로부터 자폭 드론 기술까지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러 협력의 외연을 넓혀 북·중·러 삼국동맹을 추구하는데, 이 핵 연대 앞에 대한민국 안보는 더 취약해진다.
일각에서는 워싱턴선언에 따라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이나 ‘한미 핵억제·핵작전 지침’ 등을 통해 확장억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여전히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는 군사적 무기이지만, 보유한 사실만으로도 상대방에 공포심을 유발하는 정치적·심리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때는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들을 생각해야 하고, 자체 핵무기 보유까지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북핵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핵무기를 가졌다고 해서 미국과의 동맹이 와해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자체 핵무장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동맹의 ‘공동 자산’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미국도 이를 받아들이거나 지원할 수 있다. 미국은 과거 영국, 프랑스의 핵무기와 함께 구소련의 막강한 핵전력에 맞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공포의 균형을 이뤘다. 이로써 냉전은 냉전으로 끝날 수 있었다.
영국은 핵무장 이후 오히려 더 끈끈한 동맹 관계로 발전해 심지어 핵 투발용 트라이던트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미국으로부터 사 올 수 있었다. 프랑스나 이스라엘도 핵무장을 했지만, 미국과 관계가 나빠지거나 경제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미국은 프랑스의 핵 개발에 반대했지만, 결국 핵무장을 한 프랑스를 활용해 구소련을 견제했다.
우리의 핵무기도 동맹의 ‘공동 자산’으로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independent) 핵무장’보다는 ‘자체(indigenous) 핵무장’이라는 단어 선택과 논리가 필요하다. 독자 핵무장은 미국과의 결별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자체 핵무장은 북·중·러의 핵 위협에 맞서는 한·미 양국의 공동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가 안전하게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전술핵 재배치든, 한·미 핵공유든, 자체 핵무장이든 간에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우리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대안에 대해 열린 접근을 해야 한다.
* 본 글은 9월 6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