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침공당했다. 하마스의 공격은 전격적이었다. 수천 발의 로켓탄 공격에 이어 1000여 명의 무장 대원이 지하 터널과 패러글라이드 등으로 남부 지역에 침투했다. 이틀간 교전의 사상자는 4000명이 넘고, 민간인 집단학살까지 빚어졌다. 이스라엘 본토가 침략당한 것은 제4차 중동전쟁 이래 50년 만이다. 놀라운 것은, 침공한 하마스가 시리아나 이집트 같은 국가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이자 정당이란 점이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철통 같은 국방을 자랑해 왔다. 끊임없는 전쟁으로 이집트·시리아·요르단 등 주변국을 제압했고, 레바논 분쟁에 개입하면서 가자와 서안 지구를 통제 아래에 뒀다.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지속적인 테러에 대응해 무인 포탑으로 무장한 ‘스마트 장벽’을 세웠고, ‘아이언돔’이라는 방어체계로 로켓탄을 요격하면서 첨단 기술에 기반을 둔 국방의 위력을 마음껏 과시해 왔다. 모사드와 신베트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들로 사전에 위협을 감지하고, 역내 최강의 군대로 하마스의 테러 정도는 쉽게 막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무기가 최첨단이라도 일선을 지키는 것은 사람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장 빨리 첨단 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가장 풍부한 실전경험을 갖췄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자부심이 독(毒)이 돼 적의 공격 의지와 능력을 평가절하했다가 기습에 뚫린 것이다. 게다가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사법개혁 등으로 심각한 정쟁에 휩싸여 있었다. 내부가 혼란할 때가 등 뒤로 비수를 꽂기에 가장 좋은 때임은 전쟁사의 교훈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1973년 욤키푸르(속죄일)를 맞아 휴일이던 이스라엘을 공격했듯이, 이번 침공일도 수코트(초막절·수확축제) 기간이자 안식일이었다. 이번 공격은 중동판 진주만공습으로 평가되는데, 진주만도 일요일에 공격당했다. 그리고 6·25전쟁도 바로 일요일에 벌어졌다. 게다가 지난 2년간 하마스는 경제에 집중하느라 싸울 의사가 없다는 가짜 메시지를 보냈고, 이스라엘은 여기에 속았다. 마치 북한의 가짜 비핵화 협상처럼 적의 선의에 기댄 평화에 한미 양국이 기만당한 것과 닮은꼴이다. 적에 대한 긴장을 늦추는 시기야말로 적으로선 최적의 공격 시기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난 정권의 가짜 평화 ‘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여전히 우리의 감시소초(GP)와 함께 무인기에 의한 감시 정찰도 제한된다. 우리와 이스라엘의 안보 상황이 똑같지는 않지만, 북한은 이번 기습을 학습하고 우리의 취약점을 이용해 새로운 남침계획을 구상할 것이다. 아무리 철통 같은 방어체계를 구축해도 동시다발로 기습한다면 무기력화할 수 있음을 하마스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언돔으로 ‘철벽 방어’한다는 환상은 결국 수천 발의 로켓탄 앞에 산산이 무너졌다. 적의 로켓탄과 단거리미사일은 요격에 치중하기보다 초전에 박살 내야 한다. 한 발도 맞지 않고 지킨다는 수세적 사고에서 벗어나, 적이 감히 싸울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3축 체계도 한국형에서 벗어나 한미 연합 3축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강력한 항전 의지와 그것을 뒷받침할 전투 기술과 첨단 무기가 삼위일체가 될 때 북한은 감히 도발조차 생각 못할 것이다.
* 본 글은 10월 10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