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국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서방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주권을 경시하고 한국을 주변의 약소국 정도로 치부하는 중국의 일방적 외교 행태에 대해 합리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 현실에서, 해양 안보에 관한 한 추호의 양보도 있어서는 안 된다.
양국간 외교 갈등의 원인이 된 중국의 서해 구조물들만 해도, 한·중 어업협정상 공동어로·공동관리 수역인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돼 있어 한국 어선의 항행 안전을 저해하거나 해양생물자원과 해양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데도 중국은 사전 양해조차 구하지 않았다. 중국은 2013년 최윤희 해군 참모총장이 방중했을 때 ‘동경 124도 서쪽으로 넘어와 해군 작전을 하지 말라’는 통보 식 발언을 했는데, 국제법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자체 작전구역을 설정하고 경계선을 그은 것이다. 올해 5월에는 예고 없이 서해 3개 해역을 22∼28일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하고, 항공모함까지 진입시켰다. 이는 1954년 이후 중국 외교의 기본 방침인 ‘영토 보전과 주권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호혜 평등, 평화 공존’이라는 ‘평화 공존 5원칙’과도 거리가 멀다.
중국의 일방주의 외교 사례는 서해에 그치지 않는다. 2016년 우리가 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사드(THAAD) 배치를 공식화하자, 중국은 이를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경제·문화 보복에 나섰다. 이러한 조치는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강대국적 사고의 전형이다. 더욱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인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긴커녕 우리의 방어적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또, 2023년 4월 한·미 워싱턴선언이 발표되자 중국은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워싱턴선언은 한국에 우환이 될 것’이라고 협박을 서슴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 외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세계 10위의 ‘중견국’인 한국을 여전히 과거 ‘조공체제’적 인식으로 보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 자주외교의 확립이 중요하다. 중국의 압박이 아닌 우리의 이익과 가치에 따라 외교정책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그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며, 국제사회와 연대해 외교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둘째, 서해 해역에 대한 실시간 감시 및 정보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해군·공군·해경 간의 통합적 작전 수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의 도발이나 무력시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셋째, 나아가 서해 고위도 해역에서의 한미 연합기동훈련, 대잠수함훈련, 해상차단작전훈련 등을 통해 우리도 해양 권익을 수호할 의지와 수단이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성숙함이 요구된다. 힘에 의존한 외교는 절대로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도 이번 G7 정상회의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위상과 역량을 가진 국가임을 보여줘야 한다.
* 본 글은 6월 10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