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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핵합의 복원 협상을 두고 신경전 중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란에 핵합의 우선 복귀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에 제재 우선 해제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버락 오바마 정부 주도로 주요 6개국 및 유럽연합과 이란이 체결한 2015년 핵합의를 깨뜨리고 이란 제재를 부활하자 이란도 핵합의 이행을 파기하고 우라늄 농축 재개를 선언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란 핵합의 복원을 중동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미 민주당 정부와 이란 온건파 모두에 핵합의 복원은 절실하다. 2020년 12월 바이든 당선인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중동 안정을 위한 최선의 길은 이란 핵합의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도 2015년 핵합의 주역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꾸렸다. 올 1월 미국평화연구소 회의에서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핵합의 복원을 바이든 정부 외교의 중대한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이란 온건파는 핵합의 복원이 실패하면 국내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이란 최대 압박 정책을 벌이자 이란 강경파는 핵합의에 서명한 온건파를 공격해 코너로 몰았다. 강경파는 반미 이슬람혁명 수출을 위해 핵개발도 고려하지만 온건파는 핵포기와 이란의 정상국가화를 추구한다. 트럼프 정책의 여파로 2020년 2월 총선에서 강경파는 230석, 온건파는 20석을 얻었다.

2015년에도 미 민주당 정부와 이란 온건파에 핵합의는 절실했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전 참전에 따른 여론 악화, 셰일 에너지 개발로 인한 중동 의존도 하락,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중시정책 부상으로 `중동 떠나기`를 준비했다. 떠나기 전 오바마 정부는 핵합의를 성사시켜 이란 온건파에 힘을 실어주면 강경파 견제와 나아가 역내 수니·시아파 힘의 균형까지 이뤄낼 것이라 계산했다. 핵합의는 강경파의 핵무기 1기 제조에 필요한 브레이크아웃기간을 최소 10년간 1년 이상으로 연장했다. 게다가 국제연합전선의 극단주의 테러조직 ISIS 격퇴전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은 이란 도움이 필요했다. 시아파를 주적으로 삼는 ISIS는 이란에도 위협이었다. 핵합의를 둘러싼 화해 무드 속 미국과 이란은 공동의 적 ISIS를 상대로 함께 싸웠다.

2015년 핵합의는 이란 온건파에 강경파 주도 정국 속 오랜 고립에서 벗어날 기회였다. 강경파의 핵개발 의혹에 2011년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됐다. 이에 중산층과 젊은 유권자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2013년 대선에서 온건파 하산 로하니 후보가 극적으로 당선됐다. 국내 여론의 압박 앞에 최고종교지도자는 온건파의 핵합의 추진을 허락했다. 로하니 대통령과 자리프 외무장관은 강경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핵감축을 받아들이고 제재 해제를 이뤘다.

미 민주당 정부와 이란 온건파의 핵합의 진정성은 여전해 보인다. 하지만 6년여 세월은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달라진 건 이란 강경파의 막강해진 파워다. 최고종교지도자의 군조직 혁명수비대는 시리아 내전 개입을 발판으로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시리아 친이란 민병대, 예멘 후티반군, 가자지구 하마스 등 꼭두각시 조직을 집중 지원하며 지역 헤게모니를 다졌다. 신형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탑재 잠수함도 공개했다. 역내 반대도 커졌다. 2015년 핵합의 과정에서 배제됐던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인접국의 협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 핵무장을 우려하는 이스라엘은 핵과학자 암살, 핵시설 파괴의 비밀작전 지속을 공언하고 있다. 올 6월 이란 대선이 실시된다. 바이든 정부가 절실히 원하는 2021년 핵합의 복원엔 이란 온건파 정부가 필요하다. 이는 절반에 못 미치는 가능성이지만 2013년 온건파 대통령 당선의 기적이 다시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

 

* 본 글은 03월 17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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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장지향

지역연구센터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자 지역연구센터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 법무부, 국방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주의와 독재,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대표 저서로 중동정치를 비교분석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Palgrave Macmillan 2013), 논문으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정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전망” (아산이슈브리프 2022),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