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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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무질서를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전략적 중요성이 큰 세 지역(유럽, 동아시아, 중동)에서 다시 등장한 지정학적 경쟁이다. 미국은 곧 수정주의 국가들의 영향권을 인정하고 권력을 공유할 것인지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경쟁에 책임 있게 나설지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토마스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 국제질서 및 전략 프로젝트 국장은 2015년 12월 3일(목),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초청 라운드테이블에서 이같이 말했다. 라이트 국장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무질서’를 주제로 주요 강대국들 사이에서 다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경쟁을 살피고 이런 경쟁이 세계화와 상호의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라이트 국장이 제시한 문제 의식은 다음 4가지다.

1. 지정학적 경쟁은 왜 사라졌고 다시 되살아났는가?
2. 국제 질서를 향한 러시아 도전의 본질은 무엇인가?
3. 국제 질서를 향한 중국 도전의 본질은 무엇인가?
4. 세계화는 지정학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인가?

 
지정학적 경쟁이 다시 등장한 것과 관련, 그는 “지난25년간 전통 안보 영역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균형이 없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두 측면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영향력 행사를 위해 너무 앞서 나갔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가 나머지 국가들에게는 도움이 됐다는 점이다. 그는 주요 강대국들이 미국의 리더십을 묵인하는 현상을 ‘1극체제(Unipolar Concert of Power)’라고 규정했다. 라이트 국장은 자유주의 질서가 러시아와 중국을 민주화로 위협하고 양국이 명확한 세력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위협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자유주의 질서가 러시아와 중국의 이익을 위협해 더 권위적인 체제로 몰아가고 미국을 더 견제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라이트 국장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동원하는 전략은 매우 다른데, 이는 ‘힘의 위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는 “쇠퇴하는 러시아는 유럽에 대해 하드파워(hard power)를 사용한다. 푸틴 대통령이 유럽을 연성권력 초강대국(soft power superpower)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러시아는 유럽의 안보 질서를 뒤엎으려고 하드파워를 동원하는 민족주의적이고 공격적인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틴의 목표는 망가진 우크라이나(혹은 러시아와 연계된 우크라이나)를 되찾고 포퓰리즘, 부패, 민족주의의 확산 및 상승을 촉진해 주변국의 민주주의를 서서히 부식시키며, 미국 주도 질서의 정당성을 흔들고 대안을 구축함으로써 러시아의 서방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떠오르는 힘이자 세계 두 번째 경재 대국인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직면한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비군사적 수단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와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아시아 내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은 미국보다 훨씬 크다. 라이트 국장은 “중국은 서서히 기존 상황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수단으로 중국의 ‘영향권’을 넓히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전략적 지역 목표, 해상 전력, 더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위해 동원하는 수단에는 경제력의 사용이 포함된다.

라이트 국장은 “강대국들의 지역 경쟁은 세계적 맥락에서 일어난다. 취약국가들이 세계화에 대비하고 잠재적 경쟁자들과의 연결고리를 줄임으로써 지정학이 세계화의 추세를 변화시키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경쟁이 미치는 영향은 지역적이지만 취약 국가들이 자국의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규모로 확대된다. 라이트 국장은 “가장 좋은 대안은 책임 있는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주요 국가들은 오늘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나치게 강력한’ 자유주의 질서를 저지하기 위한 더 큰 경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일시: 2015년 12월 3일(목) 오후 2:00 – 4:00
장소: 아산정책연구원 2층 회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