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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돌아왔다. 미국 우선주의 깃발을 다시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전 세계 외교·안보가 들썩인다.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트럼프가 당선되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휴전에 앞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고자 치열히 전투 중이다. 부자 나라는 스스로 지키라는 뼈아픈 발언에 유럽 국가들은 안보 대책을 고심한다.

당장 우리 앞에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천문학적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감축, 연합 방위태세에서 한국의 재래식 억제 부담 증가 등이 예상된다. 그러나 제일 큰 과제는 북한, 특히 북핵 위협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의 진행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브로맨스’를 연출하는 트럼프가 과연 한국의 이익을 감안해 협상을 진행할지 우려한다. 취임 직후 둘의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한의 전략적 위상이 이전과 달라졌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이 이뤄지더라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거절하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설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참전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몸값을 올렸다. 북한 입장에선 참전을 빌미로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면서 실리를 취하는 것이 북·미 정상회담보다 우선이다.

우리가 막아야 할 것은 북핵의 심화다. 핵 개발은 물론이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핵물질도 문제다. 지금 상태를 방치할 경우 2047년이면 북한이 보유할 핵물질 누적 생산량은 핵탄두 500개 분량이 된다. 이미 단거리미사일은 완성됐고,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5~10년 안에 완성될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 신형 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0발을 탑재하고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북·러 간 군사 협력 심화와 북·중·러 삼각 협력 구도 형성도 우려할 사항이다. 도통 북한에 관심 없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을 권위주의의 무기고로 만들었다. 북·러 밀착이 불편하기만 했던 중국은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시 중·러 연합 공중연습을 실시하며 북·러 협력에 반대하지 않음을 암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권위주의 진영 간 연대 재편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미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지점도 있다. 미국은 핵 동결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ICBM 개발만 중지시켜도 된다. 그러나 이미 핵 위협에 노출된 우리는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 게다가 미국은 하노이 빅딜보다 더 큰 ‘비거딜(bigger deal)’도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과 핵 추가 개발 중단을 미국의 대북 제재와 맞교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패싱으로 협상이 이뤄지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이 그대로 성공하게 된다.

그래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기회이자 위기가 된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내는 호의적 발언 하나하나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트럼프는 김정은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지만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러를 과감히 억제해 왔다. 협상의 형식이나 주체, 회담 중 발언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얻어내느냐다.

결국 한·미가 국익을 정렬하고 협상 공통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미국 이익과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느냐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나 한반도 핵 위협 감소 등 한·미 양국이 공감하고 협력할 공통분모를 늘려나가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한·미 양국이 트럼프 2기에서도 ‘원팀’이 돼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다.

* 본 글은 12월 2일자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