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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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방어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의 장벽을 넘어서1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 MD)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안보 문제였다.2 지난 수년 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증강되었고, 미국은 한국이 미사일방어와 관련하여 자국과 협력해주길 바란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시아 미사일방어체계에 참여하기를 거부해왔다. 그 대신에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KAMD)로 알려진 자체의 독립적인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미사일방어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비록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한국은 별도의 독립적인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도 이제는 미국과 미사일방어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위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3 한마디로 한국은 지금 미국과의 미사일방어 협력 문제에 관하여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취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4

미사일방어에 관한 한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모호한 것은 자신의 주변 지역에 어떠한 미사일방어체계도 설치되는 것을 원치 않는 중국의 반응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관계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것은 이해할 만한 선택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전략의 근간을 이룬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고집한다면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의심만 사게 될 것이고, 결국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국가이익에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미사일방어 협력에 대해서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미사일방어 협력 수준을 높이고 한반도에 전구 고고도 지역방어(Theater High‒Altitude Area Defense, THAAD) 체계를 배치한다면, 이것은 한국에 위해를 가하기 보다는 더 많은 전략적 이점을 안겨줄 것이다. 한미 간 미사일안보 협력 증진과 THAAD의 한반도 도입은 북한의 비대칭적인 군사위협으로부터 우리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대(對)중국 영향력을 높여주는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더 나아가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지역 미사일방어 네트워크에 능동적으로 관여함으로써 한국은 지역 미사일방어 체계의 운용에서 일본과 균형을 맞출 수 있고, 북한의 잠재적 미사일 도발에 대응할 때도 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참여 대 협력

한국의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여부와 한국이 미국과 미사일방어와 관련하여 협력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사실 별개의 문제다. 전자는 한국의 미사일방어가 미국의 안보이익 수호를 주요 목표로 하는 미국 체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인 반면, 후자는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한국은 이미 미국과 협력관계이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한 협력을 더욱 증진해야 한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미사일방어체계를 현대화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 행정부 시절 소개된 KAMD의 개발 및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전에 한국은 남북 간 군사분계선을 따라 엄청나게 집중 배치되어있는 북한의 방사포에 따른 위협에 대해서 주로 걱정했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전력에 의한 위협이 증가하면서, 한국은 이러한 위협에 대한 더욱 신뢰할만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미사일방어의 필요성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지난 2013년 5월에 실시한 아산 데일리 폴에서는 한국에 미사일방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시민들에게 질문했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한국 국민 중 77.1%가 미사일방어체제의 도입을 지지했다. 뿐만 아니라 대중은 독자적인 미사일방어체계의 개발(83.1%)과 미국 체계와의 협력 개선(75.4%) 모두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

미사일방어의 신뢰도와 유효성을 개선하고 또 보장하기 위해서 한국은 자체 미사일방어체계와 미국의 체계 간 상호운용성을 더욱더 향상시켜야 하며, 요격미사일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특히 정보, 감시 및 정찰(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ISR)에 관해서는 통합운영체제 설치 운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6 상호운용성이 더 높고 통합된 ISR 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TPY-2 레이더, 다목적 위성 그리고 적외선 영상장치를 포함한 미국의 고급 군사장비를 활용함으로써 KAMD의 탐지 및 조기경보 역량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미국 전문가는 한반도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에 대한 레이더 탐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레이더가 “한반도 내에” 탄도 궤도와 “일치하도록” 위치하기보다는 한반도의 측면 지역에 설치 및 운영되어야 한다고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KAMD의 유일무이한 목적이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들을 격추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KAMD의 운용을 위해서는 반경 3천 킬로미터에 걸친 ISR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KAMD와 미국 MD 체계 간의 매끄러운 상호운용이 필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7

따라서 이러한 미사일방어 협력의 필요성이 관련 정책과 충분한 예산으로 뒷받침된다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시키거나 최소한 감소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미사일방어 협력은 또한 한미 합동방위태세의 위상과 견고함을 보여줌으로써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반환된 이후라도 북한에 대해서 상당한 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협력 증진은 동맹체제 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할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 대 전략적 명확성

만약 한국이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을 전개함으로써 그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여론도 미사일방어에 대해서 강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면, 어째서 한국 정부가 미사일방어에 관한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왔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예상 반응에 대해서 한국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전략적 모호성을 무기한으로 유지하고 있을 수 없다. 그 대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의심을 말끔히 지우기 위해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은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독자적인 체계를 개발하든 합동전력으로 대응하든 필요한 조치는 모두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이야기함으로써 미사일방어에 대해서 확고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인류 역사의 중대한 교훈은 위기 시 국가의 운명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행동에 나서는 방법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최근 역사에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 교훈을 어렵게 깨달은 바 있으며, 따라서 자국민과 국가이익을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망설여서는 안 된다.

중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매우 비판적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미사일방어에 대해서는 특히 더 비판적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이 이끄는 어떠한 반(反)중국연합의 수립에도 반대해왔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그것이 해체해야 할 냉전의 잔존 유물로 묘사하며 날카롭게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만약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와 함께하거나 체계 간 협력을 도모한다면,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한국이 미국과 일본과 손잡고 ‘사실상의’ 반중국 ‘동맹’에 합류하기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중국은 세 국가 간의 삼자안보협력이 중국을 봉쇄하고 반대하기 위해서 설계된 것일 뿐만 아니라 미국 중심의 지역안보구조를 영속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한국에게 중국은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동반자 관계는 북한 문제와 경제통상이라는 두 가지 이유를 위해서 존재하고 있다. 한국은 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과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난 수년간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미사일방어를 비롯한 여러 논쟁적 이슈들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심지어는 침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유화정책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얻는 데 효과적이었는지 의문이다. 정반대로 한미 간 미사일방어 협력이 중국에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하여 그들이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미사일방어 협력을 더욱 강화했을 때 중국이 경제통상 분야에서 내보일 간접적인 반응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무역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며, 그런 측면에서 양국 간 무역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안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한국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미사일방어가 바로 그러한 사안 중 하나이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긴장이 높아졌을 때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것처럼 한중 간 경제통상 관계를 이용하여 비군사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면서도 두 사안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할 것이다. 만약 중국이 그러한 행동을 취한다면 한국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의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다. 한국은 이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은 이와 같은 시기에 미국과의 미사일방어 협력을 위한 선을 넘기를 굉장히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사활적인 국가안보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한국은 소위 ‘중국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미사일방어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분명하고 확고하게 입장을 밝힘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모습을 중국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태도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평판을 제고시키고 앞으로 다가올 시기에 한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장기적 이득을 위해서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고, 왜 그래야만 하는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 증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개발 활동에 관해서, 닉 한센의 상업위성 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으로도 알려진 동창리 발사기지의 지지대와 미사일 발사대를 개선하기 위한 대형 건설 작업을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8 이와 같은 개선작업은 발사기지가 은하‒3 모델과 같은 더 큰 로켓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계획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UNSC)가 채택한 결의안 위반 행위이며,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에 더 큰 위협을 가져다준다. 지나친 정치적 고려와 전략적 모호성은 한국의 국가안보이익에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없으며, 위협의 수준이 계속해서 다음 단계로 높아져만 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히려 그러한 애매모호한 행동은 서울의 진의를 워싱턴과 베이징이 의심하게 할 것이다. 자꾸 커지고 복합적인 성격을 띠어가는 북한의 비대칭적 위협에 직면한 한국은 정부∙비정부 채널을 활용하여 주변국들에게 한국과 미국 간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유관 정책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한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고 또 불가피한 일임을 설명해야 한다.

한국은 자국 미사일방어체계의 신뢰도와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 ISR 작전의 상호운용성 증진을 시작으로 미국과 더 깊은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더해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전방방어를 강화시켜주는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THAAD 배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전구(戰區)에 배치된 THAAD의 기술적 이점은 간단명료하다. THAAD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TPY‒2 X‒밴드 레이더의 장거리 탐지범위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한국의 다층적 방어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9 뿐만 아니라 THAAD 요격기들은 PAC‒2와 PAC‒3를 사용하는 KAMD가 방어하지 못하는 더 높은 고도로 날아오는 공격을 막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THAAD가 지닌 전략적 이점들은 앞서 언급한 기술적인 고려사항들을 훨씬 상회한다.

THAAD 도입이 한국에 가져다줄 전략적 이점 중 하나는 THAAD를 중국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중국에게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해 달라는 우리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이 드디어 자신의 동지가 점차 자국의 안보에서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분석과 보도들이 있었다. 실제로도 중국의 대북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권고가 중국 지도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094호를 작성하고 채택할 당시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는 이 방면으로 분명히 긍정적인 징후였다. 또한, 제재 결의안을 중국이 이행한 것도 많은 관찰자들에게 마침내 후견인이 자신의 피보호자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심지어는 중국의 주요 은행들이 북한과 현금이체 업무를 포함한 일체의 거래를 중단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엄격해진 경제제재는 많은 이들이 바란 것처럼 오래가지는 못했다. 두 공산주의 동맹국 간의 국경무역은 작년 말 다시 금세 회복되었다. 일례로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수공사 후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다시 열렸을 때, 강 양쪽에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12 북한의 광물과 통나무들은 현금, 식량 그리고 필수물자와 교환하기 위해서 중국으로 보내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2월에 조선일보가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낸 보도에 따르면 북중 간 무역량은 10.4% 늘어나 65억 4천만 달러에 달했다.13 이것은 중국이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북한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의 주요 목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그의 수하들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도 그들에게 숨 돌릴 틈을 마련해줌으로써, 중국은 자신이 여전히 김 씨 일가가 장악한 권력을 와해시킬 만큼 멀리 갈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낙관하더라도,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술적 접근법이 변한 것 뿐이지 그들의 전략적 목표는 과거와 동일하다.

비록 한국이 자체적인 미사일방어 역량을 개발하고 그 체계의 효력을 개선하기 위해서 미국과 협력하는 주요 목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지만, 한국이 미래의 잠재적 고고도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자산을 마침내 획득하게 된다면 중국도 압박이 가중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THAAD를 운용하는 일은 미국 체계와의 세심한 조정 작업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전략적인 수준에서 중국은 자신들이 주변 지역, 특히 북한의 안정에 우선순위를 둔 탓에 오히려 THAAD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실전배치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중국은 아마도 수십 년 만에 최악으로 일컬어질 자신의 전략적 판단 착오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THAAD가 한반도 남쪽 어딘가에 설치된다면 중국을 마침내 변곡점 너머로 직간접적으로 몰아붙이게 될 것이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더욱 적극적인 정책을 추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첨단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의 두 번째 전략적 이점은 해당 방어체계가 한국의 생존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한미동맹의 합동 억지 역량이 증대될 것이고, 우리는 위기관리를 위한 여지를 만들어내는 데 적합한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바꾸어 말해서, 첨단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하여 북한과 위기 안정성 상태를 이뤄서 남북 간 대립이 악화될 때, 북한이 자신이 가진 핵무기와 중거리 미사일을 마구 휘두르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핵, 생물학 또는 화학 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배치하겠다는 북한의 비대칭적 위협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더라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위기 안정성을 갖게 되면, 한국은 ‘물러서지 않고도 큰 전쟁을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14 다층적 구조의 미사일방어로 보호받음으로써, 우리는 북한의 무력도발 시 확전 통제 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설 수 있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동원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된다. 견고한 위기 안정성을 이루기 위한 첫 단계는 한국이 북한의 적대행위를 억제하고 또 그에 대응하기 위한 가시적이고 확실하며 상대적으로 더 믿을 만한 수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투명성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만 한다.

더욱이 KAMD와 더불어 THAAD를 배치한다면 미국의 확장억지에 대한 ‘신뢰 적자’를 상쇄시켜줄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의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결과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행사하기 편안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아마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본토에 대한 잠재적인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해서 일단 완벽하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되면 기존에 확장억지를 제공하기로 한 약속을 적극적으로 지키지 않고 피할 것이라는 불신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15 이와 같은 안보이익의 비동조화는 한국이 THAAD로 무장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은 더욱 강력한 자체 미사일방어 역량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범(汎) 동아시아 미사일방어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미국이 계속 관여하도록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질 것이고, 결국 미국으로부터 신뢰받는 동등한 동반자로서 한국의 역할을 정립하게 도와줄 것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이와 유사한 신뢰 적자가 존재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미국과 일본이 동아시아 미사일방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호주가 여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16 지금과 같은 여건 속에서는 초기 판단이 어려운 목표 지역을 향해 북한 영토로부터 로켓 또는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미국과 일본이 내릴 결정에 한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최악의 경우는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을 한국에 있는 도시와 군사기지를 겨냥하여 발사했는데 일본이 자국 영토에 배치된 군사자산의 사용을 반대해 지역 미사일방어체계가 제때 가동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각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질의응답 도중 주일미군이 한반도 전구로 투입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진술하기 전까지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위기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에 관한 묘사보다는 단순히 기술적인 진술이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은 이러한 불행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THAAD 배치를 통한 한국과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간 밀접한 협력과 조정이야말로 이 방어체계가 북한의 비대칭적 군사 도발에 적시 대응하도록 보장하는 안전한 길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능동적인 참여는 미사일 및 우주 분야에 관한 일본의 군사적 역량 개발 시도에 대한 견제로 작용함으로써 역내 강대국 간 군비 확장 경쟁을 억제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결론

한중 간 경제관계가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상수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전략적 결정을 내릴 때 중국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양측 모두에게 이득인 건전한 국가 관계는 오로지 한쪽만이 상대를 염려해서는 성립될 수가 없다. 한국이 부상하고 있는 이웃국가의 입장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면 중국 또한 한국의 안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이제는 한국이 미사일방어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레드 라인’을 넘어설 때가 되었다. 만약 이 방어체계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우리들의 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정부와 군은 대중의 우려를 해소하고 그들의 이성에 호소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필요한 조치를 연기하고 모호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한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오고, 더 많은 문제들을 일으킬 것이다. 현재와 같이 북한의 비대칭적 역량 강화가 한국의 군사력 증강보다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을만한 여유가 없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당 이슈 브리프의 초기 원고는 Global Asia誌의 “The Debate: Should South Korea Co-operate with the US on Missile Defense?” 섹션의 일부로 출간되었다. Choi Kang, 2014, “Missile Defense: The Myth of Strategic Ambiguity”, Global Asia 9(2): 62~64 참고.

  • 2

    집권 행정부의 기본 성향에 따라서, 각 시기마다 한국 정부는 미사일방어에 대해서 따라 다른 입장을 취해왔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모두 미사일방어를 반대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약간 친(親)미사일방어 성향을 보였다.

  • 3

    미사일방어의 상호운용성은 2013년 10월에 서울에서 열린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ROK–US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에서 관련 사항이 언급된 후 같은 회의에서 합의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2014년 4월 25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호운용성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 4

    주한미군 사령관인 커티스 스카파로티 장군이 최근 한국국방연구원이 주최한 한 포럼에서 전구 고고도 지역방어(Theater High‒Altitude Area Defense, THAAD)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과 관련해 한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비록 스카파로티 장군이 본인의 발언을 세세하게 조정하려고 시도했지만, 해당 발언은 한국이 현재 지니고 있는 하위 미사일방어체계(PAC‒3)를 넘어서서 상위 미사일방어체계(SM‒3 또는 THAAD)를 도입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쟁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미국과의 미사일방어 협력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내디딜 것인가에 관해서 한국이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진실의 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현재로써는 한국 정부는 한국에 THAAD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대신에, 한국은 독자적인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체계(L‒SAM)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카파로티 장군의 발언에 대한 한국 언론매체의 보도에 대해서는 Yonhap News Agency, 2014, “US mulls deploying MD system in S. Korea: USFK chief”, Yonhap News Agency (June 3), http://english.yonhapnews.co.kr/news/2014/06/03/86/0200000000AEN20140603002252315F.html (검색일: 2014년 8월 6일) 참고.

  • 5

    아산 데일리 폴은 아산정책연구원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URL:http://asaninst.org/5월-2주차-미사일-방어체제-필요성-인식/). 당 설문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발표일인 2013년 5월 26일 직전 3일 동안 휴대전화 및 유선전화 RDD와 면접원 전화인터뷰(CATI) 방식으로 시행되었다.

  • 6

    더 자세한 내용은 박휘락, 2009, “한국의 미사일 적극방어(Active Defense)체제 구축 방향”, «新亞細亞» 16권 3호, 88~115 참고.

  • 7

    한국의 KAMD 전략과 정책에 관한 보다 세부적인 논의는 정철호, 2013, «미국의 동북아 MD정책과 한국의 KAMD전략 발전방향», 성남: 세종연구소 참고.

  • 8

    Nick H Hansen, 2014, “North Korea’s Sohae Facility: Preparations for Future Large Rocket Launches Progresses; New Unidentified Buildings”, http://38north.org/2014/07/sohae073014/(검색일: 2014년 7월 30일).

  • 9

    한국 국방의 전력소요 충족을 위한 SM‒3와 THAAD의 역할에 관한 논의는 김병용, 2014, “SM‒3 요격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소고”, «주간국방논단», 제1503호, 1~8을 참고.

  • 10

    연세대학교 한석희 교수는 중국의 지도부가 북한 동지들에 대해서 얼마나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지 그의 글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한 교수는 북한의 완충 국가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아직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여전히 중국은 현상을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중국은 ‘자신의 완충지대’를 한반도 전역으로 넓히려는 목적 아래 한국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열성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더 자세한 논의는 Han Sukhee, 2014, “China’s Charm Offensive to Korea: A New Approach to Extend the Strategic Buffer”, The Asan Forum, http://www.theasanforum.org/chinas-charm-offensive-to-korea-a-new-approach-to-extend-the-strategic-buffer/(검색일: 2014년 7월 30일) 참고.

  • 11

    중국은행을 위시한 주요 중국은행들이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고 있다는 뉴스와 더불어서, 국경 인근 지역에서 영업 중인 소규모 은행들은 그들이 거래하는 업체가 “정상적인 무역 행위를 하고 있다면” 여전히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Simon Rabinovitch, 2013, “China banks rein in support for North Korea”, Financial Times (May 13), http://www.ft.com/cms/s/0/9bb568b0-bba0-11e2-82df-00144feab7de.html#axzz39NyLWrEF(검색일: 2014년 8월 1일).

  • 12

    이 다리는 북한 양강도 해산시와 중국 지린성 창바이시 사이에 있다. 보수 이전보다 무게가 두 배 더 나가는 트럭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구조를 강화하는 공사를 거쳤다고 한다. Radio Free Asia, 2013, “Bridge Across China-North Korea Border River Reopened,” Radio Free Asia (October 14), http://www.rfa.org/english/news/korea/yalu-bridge-10142013135242.html (검색일: 2014년 7월 31일).

  • 13

    북한과 중국 간 무역량 증가는 남북 간 무역 규모가 크게 감소한 덕분이기도 하다. 2013년 남북 간 교역은 전년도 보다 42% 줄어들어서 11억 4천만 달러 규모에 달했다. 중국과 북한 간 무역량은 이제 남북 간의 규모 보다 약 다섯 배나 더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재희, 2014, “남한과 교역 42% 감소한 北, 中國과는 10% 늘어”, «조선비즈» (2월 24일),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23/2014022302609.html (검색일: 2014년 8월 2일).

  • 14

    비록 미국 공군과 그들의 전략 전문가들을 위해서 작성된 것이기는 하지만, 포레스트 E. 모건이 RAND 프로젝트 AIR FORCE와 함께 만든 보고서가 군사전략과 관련하여 위기관리와 위기 안정성의 개념을 알아보기 쉽게 서술해놓았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Forrest E. Morgan, 2013, Crisis Stability and Long-Range Strike: A Comparative Analysis of Fighters, Bombers, and Missiles, Santa Monica, CA: Rand Corporation 참고.

  • 15

    유럽 국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독일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의 도입을 반대했다. 미국이 자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나면 핵전쟁에 관여할만한 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유럽 지역이 제한적인 핵전쟁의 피해로 고통받도록 내버려두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유럽 국가들이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에 따라 일본은 이렇게 방기되는 운명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미사일방어 역량을 갖추고 미국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철호, op. cit., 28~30.

  • 16

    호주가 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조달하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 구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는 유일한 장애물은 미사일방어체제의 구매와 지속적인 운용에 들어가는 높은 예상비용이다. Nathan Church, 2013, “Ballistic missile defence and Australia”, Flagpost, Parliament Library (Decemb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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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김기범
김기범

외교안보센터

김기범 연구원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실 및 외교안보센터 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해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언어정보연구소 전문연구요원과 (재)국제정책연구원 인턴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연구 관심분야는 동아시아 지역안보, 다자안보협력, 취약국가, 인간안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