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2018년 한 해 동안 한반도에서 일어난 상황진전은 대화를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었다. 2017년 11월까지 주기적으로 대두되었던 ‘한반도 위기론’과 비교할 때에는 ‘극적인 반전’이란 표현을 쓰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러한 변화의 주요한 동력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들고 있다. 즉, 기존의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과감하게 종료하고 경제발전 중심노선으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이 상황의 반전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2018년의 남북한 관계만을 들여다보면 분명 이러한 지적에 수긍할 만한 면들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2016년과 2017년 동안 월례행사처럼 반복되던 핵/미사일 발사실험이 중단되었으며, 남북한 간에는 3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화해ㆍ협력과 긴장완화의 조치들이 합의되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전략적 결단’이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설사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차분한 분석ㆍ평가는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과연 김정은의 북한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언을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일관성 있게 유지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8 북한의 대외메시지: 여전히 부각되지 않는 비핵화

 
4월 27일의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하기를 합의하였고, 동일한 원칙은 6월 12일의 미ㆍ북 정상회담 합의문, 9월 19일의 『평양공동선언』에서 재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018년 중 대외적으로 발송한 메시지에서 경제발전 집중과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해 확실히 언급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선, 『판문점선언』 이후 미ㆍ북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대외 메시지는 한ㆍ미 연합훈련의 지속 및 미국의 대북압박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으며, ‘병진노선’의 종결과 비핵화 이행 의지는 표명된 바가 없다.1 오히려, 북한은 미ㆍ북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의 요구(비핵화)에 응할 경우 대규모의 민간 경제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주제넘은 훈시질”이라고 맹비난하였다. 6월 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 대표단의 아세안지역포럼(ARF) 고위관리회의에서의 발언 역시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세계 건설을 위하여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미ㆍ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비핵화와 관련된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확인할 만한 대외메시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ㆍ북 정상회담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6월 17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국제관계에서의 ‘자주, 평등, 호상(상호)원칙”을 강조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만 중점을 둔 행보를 보였다. 7월 17일에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는 “김정은 위원장의 북남관계 개선과 자주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 위한 현명한 영도력 등 우리(北)의 주동적이며 적극적인 조치와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8월 11일에는 북한의 UN 대표부 공보문을 통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해 ’CVID’ 원칙을 강조한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9월 14일에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장구한 국토분열의 역사는 북과 남이 반목질시하고 대결할 것이 아니라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화해하고 단합하여 관계개선을 이룩하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야 하며 그것만이 우리 민족의 살길이라는 것을 교훈으로 새겨주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즉, 비핵화보다는 ‘민족공조’에 중점을 둔 것이다.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은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미국이 계속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북한의 비핵화 조기이행을 강조하자 10월 2일자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종전은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의 비핵화조치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고 주장했다.2 이에 더하여 “한반도 핵문제 발생의 역사적 근원과 그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북한 핵문제의 근원이라는 기존의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10월 11일에는 최선희(북한 부상),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이고리 모르굴로프(러시아 외무차관)간 이루어진 “북ㆍ중ㆍ러 3자회담”의 공동보도문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과정”들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방법으로 전진”되어야 하며, 관련국들의 “상응한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10월 25일에는 호주가 UN의 대북제재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해상감시용 함정을 파견한 것을 강력 비난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북한의 2018년 중 대외메시지는 2017년에 비해 별 다르게 변모한 것이 없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발송된 메시지를 통해 (1)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민족공조’와 ‘자주’/‘평화’ 등을 강조하였고, (2) 비핵화 문제를 다루더라도 북한의 이행의무나 의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3) 미국의 ‘상응조치’ 미흡이나 대북제재의 지속에 대한 불만을 주기적으로 표출하였다.

 

2. 중·러 관계 강화를 통한 대미/대남 레버리지 확대 시도

 
2018년 중 북한 외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미ㆍ북 대화였지만, 북한은 기존 우방국들과의 결속 재강화이다. 특히 전통적인 지원국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외교적 협력에 노력을 경주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ㆍ북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던 시점이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1차 방북(3월 31일~4월 1일) 이전인 3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일이라 할 수 있다.3 시진핑 주석과 가진 최초의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전통적인 북ㆍ중 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동시에 미ㆍ북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협상을 위한 안전밸브를 마련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중국을 방문했으며, 이는 모두 주요한 북한의 대외관계 행보가 이루어지는 시기를 전후한 것이었다. 북한과 중국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5월 8일 다롄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싱가포르 미ㆍ북 정상회담 이후 일주일 만에 3차 정상회담(6월 19일)을 개최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중국이 미ㆍ북 관계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상을 미국에 심어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8월 말로 예정되었던 폼페이오 4차 방북 연기의 한 사유가 되기도 했다.4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이러한 구도는 결코 손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북ㆍ중간 긴밀한 협의의 제스쳐를 통해 평양은 미ㆍ북 관계가 원만하지 못 할 경우 기댈 수 있는 후원자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초조해 할 까닭이 없다는 인상을 주는 데에도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3차례에 걸친 방중뿐만 아니라 2018년 중 북한과 중국은 잦은 고위급 인사들의 교환을 통해 우호관계의 복원과 상호연대를 확인하였다. 비록 11월~12월 사이로 예견되었던 김정은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및 김정은-푸틴간 정상회담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대러시아 외교 역시 2018년 중 활발하였다. 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인 4월 9일~10일 외무상 리용호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북ㆍ러간 협력방안을 논의하였으며, 10월에는 외무성 차관급 협상과 북ㆍ중ㆍ러 3자 외무차관 협상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강화에 나선 것은 단순히 대북제재 국면 하에서 잠재적 후원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북한은 발 빠른 대중국 및 대러시아 외교접촉을 통해 미ㆍ중, 미ㆍ러간의 전략적 경쟁관계를 한반도 문제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였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ㆍ북간 지나치게 긴밀한 관계접근이 자신들의 전통적 북한 카드를 상실할 수 있고, 러시아의 경우 급속한 한반도 정세의 변화가 러시아의 국외자적 지위를 초래할 수 있었다. 북한은 이러한 시기에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전통적 우방과의 우호를 강조함으로써 대미 레버리지뿐만 아니라 대주변국 레버리지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3. 기존 거점지역에서의 발언권 회복 노력

 
북한의 2018년 외교행보에 있어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별/거점별로 다양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특히 대북 제재 기간 중 훼손된 외교적 입지를 복원하는 데 노력을 집중했다는 점이다. 아래 표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해외 순방은 2018년 초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 움직임과 동시에 이루어졌으며, 특히 6월의 미ㆍ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더욱 활발해졌다. 이는 2017년과는 판이한 분위기라 할 수 있다.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은 해당국인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ASEAN 국가들 내에서의 부정적 대북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사건이었다.

잇단 핵/미사일 능력 시위로 인한 국제제재와 고립 역시 심화되었던 것 역시 북한의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2017년에만 세 차례의 UN 안보리 제재결의안(2356, 2371, 2375)이 통과된 가운데 미얀마, 베트남,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포르투갈, 우간다 등이 자국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과 주재관, 그리고 상사 대표들을 추방하였다. 아랍에미레이트의 경우 외교관을 추방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인에 대한 신규 비자발급 및 신규 사업허가 중지, 그리고 대사급 외교관계의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5 유럽연합(EU)은 북한 노동자 수용 금지 등의 자체 대북제재안을 검토하기도 하였다.

<2018 북한의 주요 대외 순방활동>

2018년 북한의 주요 대외 순방활동

위의 표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2018년 중 이루어진 북한의 외교적 기동은 국제적 고립으로부터의 탈피를 알리는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2017년의 외교적 타격이 회복된 것은 아니고 대북제재 역시 변함없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중 북한 외교는 최소한 각 지역별로 전통적 거점을 집중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의 스웨덴, 아프리카의 적도기니,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베트남, 중남미의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대상으로 북한은 활발한 순방외교를 펼쳤으며, 이들 국가의 방문단을 평양에서 맞이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북한은 향후 미ㆍ북 핵협상 과정과 연동하여 국제적 발언권의 확장과 대북 제재 완화ㆍ해제를 향한 기본 포석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6

 

4.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외교전략

 
2018년 중의 외교를 통해 북한이 대외적으로 구축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이미지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1)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의무에만 국한된 개념은 아니다, (2) 북한은 남북한 및 미ㆍ북 합의를 지키려 성실히 노력해 왔고 오히려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3) 이미 현재의 상황진전을 고려할 때 국제제재의 지속이나 인권 문제의 거론은 북한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비핵화 표현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 핵 능력의 해체와 연결되는 것을 회피하였고, 오히려 미국과 한국의 ‘상응조치’를 강조하였다. 또한, 인권문제 등의 전통적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는 인권과 관련하여 떳떳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2018년 중 북한의 외교행보와 관련하여 또 하나 특이할 만 한 점은 일본에 대한 외교적 공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2018년 북한에 의한 대일 비난은 한ㆍ일간 역사 문제, 미ㆍ일간 안보협력, 일본의 제재 동참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루어졌으며, 연중 북한이 가장 많이 비난한 국가 역시 일본이었다. 이중 한ㆍ일간 역사 문제를 거론한 것은 ‘민족공조’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고, 미ㆍ일 군사훈련 등에 대한 비난은 미ㆍ일 동맹에 대한 공격을 통해 한ㆍ미 동맹의 위협을 간접적으로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제재동참에 대한 비난은 대북 제재 자체의 부당성에 대한 역설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북한과 중ㆍ러 간의 외교적 3각 연대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대칭점에서 한ㆍ미ㆍ일 공조가 이루어지는 것을 사전 차단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ㆍ미ㆍ일 협력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일본에 대한 집중 공격을 통해 특히 한국 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2019년 중에도 이러한 북한 외교전략의 기본방향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북한은 2019년 신년사부터 ‘민족공조’를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안보협력에 있어 한ㆍ미간의 공조를 흐트러뜨리려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미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하여 많은 선행조치를 취했다는 대외메시지를 거듭 발송함으로써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지역 및 국제차원의 여론을 형성하려 할 것이며, 중ㆍ러의 외교적 지원사격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적인 거점들을 중심으로 외교적 기반을 강화하는 노력 역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부가 교체되는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접촉 및 기존 이미지의 탈피 역시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018년 중 북한은 중남미 순방을 활용하여 신임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바 있다. 과연 멕시코가 2017년 중 북한에 부과했던 외교적 불이익을 새로운 행정부 하에서 철회될지는 미지수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가 북한의 국제적 고립 탈피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제적 저변의 확대를 통해 여전히 대북제재 해제에 소극적인 미국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5.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

 
물론, 이러한 북한의 외교행보를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 어떤 국가급 행위자든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여건이 마련되었을 경우 외교적 네트워크를 확장ㆍ강화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협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뜻대로 흐름을 이끌고 가려고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계산이며 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이 원만히 실현되려면 국제적 지지와 지원도 필요하며, 남북한 간의 협력분위기가 확대되어 나갈수록 북한의 외교력 역시 공동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중 북한이 보여준 외교적 행태에 여전히 경계를 거둘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대외적인 메시지나 외교행보에 반영되었다고 볼 뚜렷한 징후가 없으며, 여건에 따라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혀 다른 방향의 전략적 결단, 즉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미국의 대북 군사위협 제거, 미ㆍ북 핵군축 회담 등)을 설파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혹 김정은위원장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그리고 자신의 중ㆍ장기적 권력기반을 위해 진정으로 ‘전략적 결단’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초심(初心)이 유지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리의 외교정책 방향 역시 반드시 북한의 외교에 대해 건별 대응을 하는 방식은 아니더라도 진정한 북한 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남북한 관계 일변도의 외교정책으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다. 2018년 한국 외교의 상당부분은 남북한 관계에 있어 북한의 ‘진정성’을 설파하는 데 맞추어졌고, 이로 인해 오히려 한국 자체의 목소리를 부각하는 데에는 미흡했던 것이 현실이다.7 북한의 성실한 비핵화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맞춤형 대주변국 전략 역시 명확하게 부각되지 않음으로써 중국과 러시아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 했다. 특히, 대일 외교에 있어서는 갈등현안에 몰입하여 북한 핵에 대한 최대 잠재피해국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일본과의 적절한 공조관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미ㆍ북한 비핵화 과정에 대한 입장차이가 드러날 때마다 한국이 염두에 두는 해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외적 설명이나 설득의 노력 역시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이제부터라도 무엇이 한국이 지향하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방향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발송되어야 하며, 이를 북한에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둘째, 여전히 북한이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비핵화 조치와 관련,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은 “북한 핵능력의 해체”라는 점에 대한 지역/국제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도 외교적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는 분명 이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보상적인 조치를 포함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 전제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성실한 약속이행이며, 이것이 ‘상응조치’나 ‘동시행동’의 수사에 의해 자칫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자신들이 이미 많은 선행조치를 취했다는 논리를 펼 경우, 한국 역시 무엇이 불충분한지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논리적 일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적인 공조와 제재가 결국 북한을 대화의 자리에 이끌어내었다는 점에 공감해왔고, 3월의 1차 대북 특사단 방미 시에도 이 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하였다. 그러나 이후 한국이 보인 외교적 행보는 외부의 시각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선언이나 공약을 뛰어넘는 북한의 가시적 조치가 불충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효한 수단으로 인정했던 제재를 완화ㆍ해제하자는 주장들이 나온 것은 이러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한국의 외교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는 확보하기 힘들다. 2018년의 남북한 관계는 분명 그 이전과 비교할 때 고무적인 것이었으며,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희망 역시 북한에 대한 외교적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유지해야 실현이 가능하며, 북한이 다른 전략적 계산을 하지 못 하도록 끊임없이 그들의 선택지를 제한시켜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타방의 외교를 무조건 선의로만 해석하는 것은 책임 있고 좋은 외교가 결코 아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이 글에서 제시된 북한의 대외 메시지는 통일부 홈페이지의 “북한 정보포털>북한동향>대외ㆍ대남동향”의 것을 주로 참고했음. http://nkinfo.unikorea.go.kr/nkp/trend/issueList.do.
  • 2.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 『조선중앙통신』, 2018년 10월 2일자.
  • 3. 당시 폼페이오의 극비 평양방문 사실은 Washington Post의 4월 17일자 기사를 통해 최초 보도되었고, 후에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 4.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5일 폼페이오의 방북 연기를 확인하면서 ‘충분한 진전’(sufficient progress)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으며, 동시에 중국이 미ㆍ중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 북한을 활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https://www.cnbc.com/2018/08/24/trump-cancels-pompeo-trip-to-north-korea-cites-lack-of-sufficient-progress-on-denuclearization.html 참조.
  • 5. 『중앙일보』, 2017년 10월 13일자; 10월 23일자.
  • 6. 북한이 2018년중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활발히 접촉한 ‘적도기니’(Equatorial Guinea)가 2018년~2019년 간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7. 이에 대해서는 차두현, “‘위기’의 문재인 외교: 논리·일관성·공감력 부재가 문제다,” 『신동아』 (2018년 12월호), pp. 238-245 참조.

About Experts

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차두현
차두현

객원연구위원

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국가위기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현재는 경기도지사 외교정책특별자문관으로 있으면서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