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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다가왔다. 협상장에서 어떠한 거래가 이뤄질지 많은 전망이 제시되지만 관련국의 이해는 예전 그대로다. 이들의 속내를 살펴보는 것이 정상회담 전망이나 그 이후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핵 협상의 원인 제공자이자 주인공은 북한이다. 그들의 협상 목표는 김정은 체제 유지다. 협상력은 일관성과 주민들의 희생에서 나온다. 체제에 도움이 된다면 수백만명의 희생도 감수한다. 한국전쟁이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그러했다. 마침내 핵개발을 통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냈다. 이제 핵능력을 최대한 감춘 채 미국과 관계개선만 하면 된다. 그러면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고 미래 한반도 안보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 다만 세계 최빈국 수준의 가난함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이다.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의 가난이 체제에 더 큰 불안요인이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은 다르다. 협상 목표는 자국 및 동맹국들의 안전과 비확산체제의 유지다. 협상력은 막강한 군사력과 외교력에 있다. 북한의 도발을 응징할 충분한 억지력이 있고,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압박할 외교력도 존재한다. 다만 미국은 북한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룬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자국과 동맹국의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의 구조적 약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협상술은 잘되면 비핵화의 촉진요인이고 잘못되면 북핵 용인의 위험요인이다.

한국 입장은 특별하다. 협상 목표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 간 화해협력이다. 한국의 협상력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나온다. 북한에 정치적 목적이 결여된 순수한 경제협력을 제공할 유일한 주체다. 재래식 군사력의 우위는 핵협상 과정에서 군사적 긴장을 억제하는 힘을 가져다준다. 민주국가의 구조적 약점 외에도 대북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감성적 민족주의는 북한과의 협상을 늘 어렵게 했다. 국론이 분열되고, 감성적 기대가 앞서기 때문이다. 체제 붕괴나 비핵화 결단의 기대가 모두 같은 류(流)다.

중국도 다른 꿈을 꾼다. 협상 목표는 미국의 영향력 약화다. 협상력은 경제력과 북·중 간 특수관계에서 나온다.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영향력, 전통적 유대관계와 접경이라는 특수성이 중국의 힘이다. 북한이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후원자이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벌써 네 번이나 중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을 거부할 것이다. 중국엔 치명적 약점이다. 자칫 고생은 중국이 하고 실리는 미국이 챙길 수 있다.

일본의 입장은 독특하다. 자국 안전과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력과 외교력을 적극 활용한다. 북한에 지급할 식민지 청구권 자금은 최소 100억 달러가 넘을 전망이다. 워싱턴에서 일본의 힘은 막강하고 미국을 설득하는 데 유별난 능력이 있다. 하지만 약점도 많다. 납치 문제를 늘 조건으로 붙이는데, 선대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운 북한이 일본을 건너뛰고 미국과 문제를 해결하려 들 수 있다. 어떠한 합의가 나와도 트럼프 정부를 지지할 아베 신조 정부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일관적이다. 역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 외교력을 활용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을 무시할 수 있는 국가는 지구촌에 없다. 북핵 협상의 결정적 계기에 등장해서 러시아가 원하는 미국 견제와 극동지역 경제발전을 추구할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경제력이 제한돼 실질적인 기여를 통한 상황 주도가 제한되는 약점이 있다.

역내 당사자들은 모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쉽게 풀릴 일이 아니다.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할까. 외교 문제에 정답이 있을 리 없지만, 졸업 시즌이어서 그런지 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예습과 복습이 답이다.” 작년에 비해 조심스러워진 정부의 행보가 다행스럽지만 아직도 현실보다는 희망에 기대는 모습에 다시금 철저한 예습과 복습을 권하고 싶다.

 

* 본 글은 2월 18일자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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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