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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1일 한국 정부는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파병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작전 구역을 확대한 청해부대는 2020년 2월 1일 (호르무즈 해협 내는 아니지만) 오만 무스카트 항 동남쪽으로 약 445km 떨어진 곳에서 표류하고 있던 이란 국적 선박을 발견해 구조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청해부대 파병을 반대했던 이란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갈등을 표출하고 있는 위험한 해역이다. 지난 2020년 1월 3일 이란 군부의 주요 인물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직후에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2018년 5월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약칭 ‘JCPOA’)’ 탈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있었다.

빈번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 주도로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국제해양안보구상 또는 IMSC(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구성이 논의되었고, 2019년 11월 7일 호르무즈 호위연합체의 지휘통제부가 창설되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매우 중요한 해상 운송로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30%,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은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 만(灣)과 오만 만(灣)을 연결하고 있는 좁은 해협으로서 길이는 약 90해리이며, 그 폭은 약 21해리에서 52해리 정도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해협 연안국(States bordering the strait)’인 이란과 오만 양국은 모두 12해리에 이르는 영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 중 그 폭이 가장 좁은 곳은 약 21해리에 불과하므로 이와 같은 곳은 이란과 오만 양국의 12해리에 이르는 영해로만 뒤덮이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strait used for international navigation)’에 해당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이란과 오만 양국의 12해리에 이르는 영해로만 구성되는 곳도 통항 문제와 관련하여 영해를 규율하는 국제법 규칙이 아닌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을 규율하는 국제법 규칙에 따라 규율되어야 한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를 명료하게 논의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통항 문제와 관련하여 유엔해양법협약 내에 포함되어 있는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을 규율하는 국제법 규칙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되는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른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들의 ‘통과통항권(right of transit passage)’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제38조 제2항에 그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 통과통항권은 공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일부와 공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다른 부분 간의 해협을 오로지 ‘계속적으로(continuous)’ 그리고 ‘신속히(expeditious)’ 통과할 목적으로 모든 항공기 및 선박에 의해 향유될 수 있다. 이는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에 통과통항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들의 전투기 및 군함이 출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이란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되지 않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제관습법(customary international law)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국제관습법이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을 어떻게 규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자료는 바로 1949년 국제사법재판소의 Corfu Channel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 판결을 통해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을 공해의 두 부분을 연결하고 있다는 ‘지리적’ 요소와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기능적’ 요소를 결합하여 정의했다. 그리고 국제사법재판소는 평시에는 군함조차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에서 ‘무해통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라고 결론지었다. 더구나 해협 연안국이 평시에 이러한 무해통항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 내 관련 규칙이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을지라도 국제관습법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함은 물론 상선의 무해통항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와 같은 적법한 무해통항에 심각하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이 국제사회를 향하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고 있으나 국제법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또는 청해부대의 무력사용을 허가하는 그 어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또는 청해부대에 속하는 군함이 단순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자 하는 상선을 호위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면 이와 같은 방식은 1949년 Corfu Channel 사건에 의해서도 충분히 지지된다. Corfu Channel 사건에 따르면 평시에는 군함조차 호르무즈 해협과 같이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에서 무해통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해통항의 일환이라는 차원에서 상선과 함께 평행하게 정선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은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또는 청해부대가 취할 수 있는 적법한 조치이다.

만약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또는 청해부대에 속하는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서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가한다면 이는 국제관습법에 의해 허용되는 무해통항이 될 수 없다. 상선과 함께 평행하게 정선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 이상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또는 청해부대가 이란으로부터 대함 미사일 등을 통해 무력공격을 받는다면 자위권 발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란은 국제사회를 향하여 국제법에 의해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카드를 반복적으로 내밀고 있다. 이에 맞서 다른 국가들은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해통항을 허용해야만 하는지를 국제사법재판소 판례 등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물론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또는 청해부대에 속하는 군함은 (이란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지 않는 한) 상선 호위 작전과 같이 국제관습법에 부합하는 조치만을 취해야 할 것이다.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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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이기범

국제법센터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국제법센터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