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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가 지난 2011년부터 건설하고 있는 ‘그랜드 르네상스 댐’(Grand Renaissance Dam)은 2023년 완공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나일 강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이 댐의 완공은 나일 강을 상징하는 국가인 이집트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그랜드 르네상스 댐을 둘러싼 국제법적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나일 강은 그 길이가 약 6,650km에 이르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강이다. 이러한 지리적인 측면 이외에도 이집트 문명 자체가 나일 강을 중심으로 번영했기 때문에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나일 강은 매우 중요한 강이다. 그리고 나일 강은 이집트는 물론 에티오피아, 수단 등을 포함하여 모두 11개국과 관계가 있는 대표적인 ‘국제하천’ 중 하나이다.

이집트를 마지막으로 거쳐 지중해로 흐르는 나일 강의 상류는 크게 ‘백나일’(White Nile)과 ‘청나일’(Blue Nile)로 구분된다. 백나일은 우간다에서 그리고 청나일은 에티오피아에서 발원하며, 수단의 수도인 하르툼(Khartoum)에서 백나일과 청나일이 합류하게 된다. 특히 우기(雨期) 동안 나일 강 유량의 약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청나일은 나일 강의 흐름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청나일에 에티오피아가 그랜드 르네상스 댐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약 70%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그랜드 르네상스 댐의 수면면적은 약 1,874㎢에 달한다. 이는 서울 면적의 약 세 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이 댐의 상당한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규모의 댐에 물을 채우는 데는 빨라야 5~6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 한다. (2020년 7월 에티오피아는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이 댐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가 이와 같이 엄청난 규모의 댐을 건설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수력발전을 위해서이다. 그랜드 르네상스 댐이 발전을 시작하면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전력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들로 잉여전력을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에티오피아가 이 댐 인근 지역에 발생할 수 있는 홍수를 대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이 댐 건설의 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랜드 르네상스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하류국인 이집트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나일 강의 하류에 위치한 이집트 입장에서는 당장 이 댐에 물이 채워지는 약 5~6년 동안 받을 영향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100만 명 이상의 이집트 사람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연구조사도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집트가 자랑하는 ‘아스완 댐’의 수력발전량이 다소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집트는 에티오피아가 그랜드 르네상스 댐에 물을 채우는 데 최대 20년 정도를 소요한다면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을 채우는 시간을 지연한다면 그나마 그랜드 르네상스 댐이 이집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에티오티아와 이집트 간 물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국제법’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제법은 오래 전부터 국제하천의 사용과 관련하여 특히 상류국(upstream States)과 하류국(downstream States) 간 물 배분 원칙에 큰 관심이 있었다. 19세기에는 국제하천에 대하여 ‘영토주권’을 주장하는 견해조차 제기되었었다. 이러한 주장을 ‘Harmon Doctrine’이라 부른다. 특히 미국은 리오그란데(Rio Grande)를 놓고 멕시코를 상대로 이와 같은 주장을 견지했었다. Harmon Doctrine을 그대로 수용하면 상류국은 하류국의 상황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다소 불합리한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도 더 이상은 이와 같은 견해를 고수하고 있지는 않다.

오늘 현재 국제하천의 사용, 특히 물 배분과 관련하여 국가들이 가장 지지하고 있는 원칙은 바로 ‘형평한 이용’(equitable utilization) 원칙이다. 형평한 이용 원칙은 Harmon Doctrine과 같은 영토주권 개념이 아닌 ‘공유주권’(shared sovereignty) 개념에 기초하고 있으며, 동등한 배분을 의미하지 않는다. 동등한 배분이 아니라는 의미는 만약 상황에 따라서는 (상류국이 아닌) 하류국이 더 많은 물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1997년 채택되어 2014년 발효된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사용의 법(法)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Law of the Non-navigational Uses of International Watercourses) 제5조 제1항도 형평한 이용 원칙을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하안국(Watercourse States)은 자신의 영토에서 국제수로를 형평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용해야만 한다. …”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형평한 이용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제6조 제1항은 지리적 요소, 사회ㆍ경제적 필요, 수로에 의존하고 있는 인구, 일방 하안국의 물 사용이 타방 하안국에 미치는 영향 등이 형평한 이용을 위해 고려되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비록 현재 물 분쟁을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와 이집트가 1997년 협약의 당사국은 아니라 하더라도 형평한 이용 원칙이 양국을 규율할 수 있는 국제규범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에티오피아가 일방적으로 그랜드 르네상스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이집트의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즉, 이 댐에 물을 채우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행위가 형평한 이용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가 상류국인 이상 그랜드 르네상스 댐의 건설로 인해 물 사용에 있어 주도권을 가지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티오피아가 나일 강을 지배했다고 선언하는 데 국제법이 동의할 수는 없다. 한국도 이러한 형평한 이용 원칙을 염두에 두면서 (비록 국가 간 관계를 전제하지는 않으나) 최근 폭우 상황에서 북한이 황강 댐 무단 방류를 행한 것이 국제법상 용인되기 어렵다는 점을 북한이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2020년 9월호 해군지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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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이기범

국제법센터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국제법센터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